"처음에.. 한국인 줄 알았어요, 갑자기. 이럴 리가 없는데." 저마다 삶의 고민을 안고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그 여정에서 '유해진'을 만날 줄 누가 알았을까. 그것도 고된 여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당도한 '알베르게(albergue)'에서 말이다. 하룻밤을 묵어갈 숙소가 필요했던 터에 '스페인 하숙'이라 쓰인 반가운 한글 간판에 이끌려 왔지만, 그곳에 유해진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마치 무엇엔가 홀린 기분이었으리라. "네,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리셉션(reception)에 앉아 태연히 손님을 맞이하는 유해진이라니! 젊은 순례자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얼음'이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여기 스페인 맞아?'라는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