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톺아보기 39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종영했지만 '이상한 나라'는 끝나지 않았다

"비혼 장려 프로그램이다.""요즘 저런 시어머니가 어디 있냐? 조작 아니냐!" 매회 방송이 끝나면 뜨거운 반응이 뒤따랐다. MBC 관련 기사에는 댓글이 금세 주렁주렁 달렸다. 음성 지원은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한 단어 한 문장, 엄청나게 뜨거웠다. 치열한 격론의 장이 펼쳐졌다. 한쪽에서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꺼내놓으며 '아직도 변한 게 없다.'며 성토했다. 그 공감의 외침에는 오랜 울분이 뒤섞여 있었다. 절절한 경험담이 담긴 댓글은 끝도 없이 계속 됐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시가(媤家) 식구들만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며 반발했고, 비혼을 장려하는 사회악 프로그램이라며 비난했다. 또, 요즘에 저런 시어머니가 어디 있냐며 모든 게 대본일 뿐이라 심드렁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 아들이 편해야.. 며느리에게 '여자의 본분' 설교한 시어머니

​​"그래도 여자의 본분은 가지고 있어야지." 지난 11일 방송된 MBC 에서 안혜상은 시어머니로부터 '여자의 본분'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결혼 5년 차가 됐으니 이젠 남편이 뭘 해주면 좋아하는지 배우려고 해야 하지 않겠냐는 내용의 설교였다. 며느리 안혜상은 그저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시어머니가 생각하는 '여자의 본분'이란 남편(자신의 아들)을 보필하는 것이었고, 이를 간단히 한 단어로 설명하면 결국 '살림'이었다. 여자의 본분이라.. 미디어 평론가 김선영의 말처럼 '되게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대개 '본분(本分, 본래의 직분에 따른 책임이나 의무)'이란 자발적이라기보다 강요에 의한 것이고, 사회문화적으로 고정된 어떤 관념과 필요에 의해 강제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질문을 해보면 이..

이사까지 간섭하는 시어머니, 잔소리와 강요에 며느리는 숨이 막혔다

MBC 의 미호(와 경택)는 시어머니를 만나는 게 점차 부담스럽다. 그래도 어느 정도 할 말을 하는 며느리인 미호지만, 시어머니와의 대화는 매번 버겁기만 하다. 시어머니는 성인인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한다. '너희가 아무리 성인이라도 부모한테는 자식이야.'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사사건건 간섭하고 나섰다. 의견 제시를 넘어 강요하는 수준이다. 이쯤되면 갑갑함을 넘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사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어머니는 만날 때마다 이사 얘기를 꺼내면서 며느리를 압박했다. 미호에게 거주지 선정의 우선순위는 출근의 용의성이다. 방송국과 접근성이 좋아야 했다. 아마 미호와 경택만 집을 보러 갔다면, 그러니까 애초의 계획대로 진행했다면 아무런 갈등 없이 계약을 마쳤을 것이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

제사 지내는 집으로 시집 온 혜상, 남편은 속을 뒤집어 놓았다

시아버지의 제사 준비를 위해 시가(媤家)를 방문하는 며느리 안혜상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애초에 시가족들과 종교가 다른 혜상은 결혼 전만 해도 제사라는 걸 염두에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제사 자체가 너무 어색해, 솔직히."라는 혜상의 말처럼 애초부터 고민의 범위가 아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규택과 결혼한 뒤부터 제사는 눈앞의 현실이 됐고, 제사 준비는 그의 몫이 됐다. "나는 정말 너무 걱정된다, 시작부터." 혜상은 걱정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정작 남편 남규택은 천하태평이었다. 또, 눈치마저 없었다. "어차피 엄마가 재료 준비 다 해주고 당신은 뒤집기만 하면 되잖아. 그러면서 하나 둘씩 배우는 거지."라며 아내의 속을 뒤집었다. 규택은 평생 제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도 됐을 혜상을 그 ..

끝없이 간섭받는 며느리, '부모의 독립'이 필요하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나중에 마음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안 낳을 수 있으면 안 낳고 둘이서 행복하게 살자는 게 지금 저희 생각이에요." 어김없이 식사 시간이 되면 (부모들에 의해) '2세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주제는 부부의 내밀한 것이므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마땅하지만, 대부분 당사자(부부)의 입장이나 기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우 폭력적으로 이뤄지곤 한다. MBC 안혜상-남규택 가족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가, 처가 부모가 돌아가며 2세 계획에 대해 언급하자 규택은 작심한 듯 현재까지는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양가 부모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반대'를 외쳤다. 처가 부모들은 "우리는 절대 반대네."라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고, 시어머니는 "(지금은 ..

잠자리까지 간섭하는 시어머니, 남편은 방관하고 침묵했다

"공주 너 이리와봐라." 부산에서 올라온 시어머니는 며느리 혜상을 쥐잡듯 잡았다. 호통을 치고, 지적하며 훈계했다. 호칭만 아리따운 '공주'였을 뿐, 표정과 말투는 '하녀'를 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나 대신) 내 아들의 밥을 챙겨주고 시중을 드는 존재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며느리가) 내 아들 굶길까봐'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는 시어머니의 말은 이 갈등의 본질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지난 번 방문 때처럼) 가스레인지 청소 상태를 검사했고, 냉장고 내부를 살폈다. 시어머니는 과자와 탄산음료가 가득 쌓여있는 것에 못마땅해 하며 그 책임을 며느리에게 돌렸다. 정작 그 과자와 탄산음료를 먹는 건 자신의 아들인데 말이다. 훈계를 한다면 응당 아들에게 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하는 시어머니들의 공통점은?

시어머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아들이 있다'는 것이다. 썰렁한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문제는 그 아들과 정서적으로 분리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들이 성인이 됐음에도 여전히 아이 다루듯 대하고, 결혼을 해 일가(一家)를 이루었음에도 끝내 '품안의 자식'으로 여긴다. 하나에에서부터 열까지 세세히 챙기려 든다. 그 비(非)분리가 '며느리'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당한 권한 없는, 정확한 경계 없는 개입은 곧 간섭이자 월권이다. 이 모든 게 '엄마'로서의 정체성이 너무 강하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남편에게 가야 할 애정과 관심이 온통 아들에게 쏠려 있다. 그러다 보니 며느리의 역할은 내 아들의 '내조자'로 국한되고, 며느리에 대한 평가 역시 아들에게 얼마나 충실히 내조를 하는지로 ..

"당신은 일벌레잖아" 시아버지의 망언, 며느리 미호는 울상이 됐다

​"춘천에 가서 일을 한번 하긴 해야 돼. 같이 가서 해주면 좋고, 안 해줘도 할 수 없는데 엄마가 혼자 가서 하긴 힘들거든." 미호-경택 가족이 춘천에 있는 주말농장으로 집합했다. 이번에는 시어머니의 언니들도 함께 모였다. 아무래도 며느리 미호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가뜩이나 농사일에 관심도 없는 터라 썩 반갑지 않았다. 쉬는 날 굳이 일을 해야 한다는 점도 살짝 불만이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한국의 며느리'가 된 미호에게 선택권은 없다. 어서 빨리, 그리고 무탈하게 오늘 하루가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놀러 간다고 생각하라'는 남편 경택의 말은 시어머니의 레퍼토리와 판박이다. 전혀 위안이 되지 않지만, 미호는 애써 마음을 다잡고 춘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현장의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시어머니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MBC 속의 '시어머니'라는 존재들은 대체로 별로이다. 자신만의 '이상형 며느리' 모습을 며느리가 구현해 주기를 바라고, '며느리와 장 본 뒤 요리하기'를 버킷리스트 1위라며 은근히 강요한다. 시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방송인 박지윤은 일을 마치고 시댁으로 향했다. 피곤한 몸과 무거운 마음을 안고 달려갔건만, 시부모는 반갑게 맞이하기는커녕 왜 손주를 데리고 오지 않았냐는 타박을 앞세운다. 벌써부터 속이 상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곳은 시댁이라는 '이상한 나라'이고, 그 안에 들어 온 이상 최대한 문제를 잃으키지 않아야 한다. '미스코리아 웃음'을 지으며, 남편이 올 때까지 견디는 수밖에 없다. 살아서 돌아가는 게 급선무이고, 절대적 지상과제이다. 박지윤은 시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들러 양손 가득..

1주년 맞이한 <이나리>, '이상한 나라'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민이가 어떨 때는 딱하다. 홀로서기를 지금부터 얘가 하는 것 같아." 시어머니의 방문을 앞두고 며느리 박지윤은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새벽 5시에 출근해 정신 없이 일하고, 돌아오자마자 시어머니를 위해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해." 박지윤의 타들어 가는 속도 모르고 남편 정현호는 느긋하기만 하다. "당신 엄마라서 마음이 편한가 보다." 박지윤은 홀로 분주하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할 순 없다. 일전에 시어머니가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예정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시어머니는 집 안을 둘러보며 '검사'에 나섰다. 방 청소 여부를 체크하고 거실의 나무 상태를 살폈다. 며느리는 긴장될 수밖에 없다. 만족스러웠던 걸까. 시어머니는 ..

변질 우려되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지금보다 더 과감해져도 돼

여전히 관찰 예능의 시대이다. 더 이상 '관찰(觀察)'이라는 방식은 낯설지도 새롭지도 않다. 관찰은 상수(常數)가 됐다. 관건은 '무엇을(혹은 누구를)' 관찰하느냐이다. 일각에서 '어떻게' 관찰하느냐로 나아가는 시도가 엿보이지만, 아직까진 관찰의 대상을 설정하는 문제로 왁자지껄하다. 그러나 결국 개인의 사생활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관찰 예능의 한계는 명확하다. 사생활이라는 게 끝내 지인, 가족으로 연결되지 않겠는가. 관찰 예능은 (나름대로) 시대와 적극적으로 호응해 왔다. 대표적인 육아(育兒) 예능인 MBC 와 KBS2 는 아이를 기르는 데 있어 (잊혔던) 아빠의 역할을 상기시켰다. 그 인식은 여전히 '도와준다'에 고착돼 있고, 그 잠깐의 도움을 줬다는 것만으로도 할 도리를 했다는 면죄부로 이어..

통보 후 들이닥친 시부모에 당황한 고미호, 그보다 불편했던 건..

​출산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현승-윤현상 부부가 복덩이와 함께 복귀했고, 첫 등장의 충격적인 모습에 비해 엄청난 변화를 보여준 오정태-백아영 부부의 일상도 펼쳐졌다. 그러나 역시 가장 이목이 집중됐던 건 고미호-이경택 부부였다. 새롭게 합류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 면도 있지만, '러시아 며느리'라는 특수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리라. 과연 고미호의 '이상한 나라 적응(혹은 바꾸)기'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춘천 갔다가 오는 길인데, 저번에 변기 잘 안 된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것도 손봐주고 너희 집 잠깐 들르려고 하는데. 가면 안 될까?" 지난 28일 MBC 에서는 고미호-이경택의 집에 시부모가 방문했다. 대부분의 시부모가 그러하듯, 어김없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현실적으로 시부모의..

고미호는 왜 한국에서 아들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을까?

"한국에서 옛날부터 가족에 아들이 무조건 있어야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잖아요. 왜냐하면 며느리가 필요해서. 음식 하려면 며느리가 필요하니까. 딸은 어차피 시집가면 안 오니까. 그래서 아들이 무조건 있어야 되는 거 같아." 제3자의 시선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 눈길은 직관적이면서 신선하다. 누구에게나 일상이 돼 익숙진 탓에 희미해졌던 문제의 '본질'에 순식간에 다가서고, 감춰져 있던 '문제점'들을 사정없이 꼬집어낸다. 어느새 '내부인'이 됐던 우리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해준다. MBC 에 출연하고 있는 '러시아 며느리' 고미호의 문제제기가 바로 그렇다. 지난 주 고미호는 설 명절을 맞아 남편 이경택과 함께 시댁을 찾았다. 가족들과의 반가운 인사도 잠시, 고미호는 곧바로 (며느리에게 배당된) '명절 노..

'러시아 며느리' 고미호가 경험한 한국의 명절 문화는 끔찍했다

(한 차례의) 설이 지나갔지만, 설은 영원히 계속된다. 당장 추석도 남아있다. 우리에게 '명절'은 어떤 의미일까? 모범 답안은 '가족 간의 정(情)을 확인하는 시간'일 테지만, 실상도 그와 같을까? 명절을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리고 한숨의 주인공은 대부분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보다 '정확한' 이름은 '며느리'다. '러시아 며느리' 고미호가 MBC 에 새롭게 합류했다. 한국 생활 6년차, 결혼 5년차인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부분이 많다. "경애랑 나랑 1살밖에 차이 안 나니까, 그냥 나를 미호라고 부르면 되잖아." 나이와 관계없이 편하게 이름을 부르는 데 익숙했던 그에게 한국의 복잡한 호칭 문화는 난해하기만 하다. 여기까지는 이해를 한다고 치자. "..

시월드 없어지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평온함이 깃들었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를 보면서 의아함을 느꼈다.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 왜 그럴까? 원래대로라면 시작과 동시에 화딱지가 나야 정상이었다. 이 땅의 수많은 며느리들이 처한 상황이 갑갑하고, 안쓰럽고, 쓰라려야 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지배적인 감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놀랍게도, 심지어 편안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한 가지 답이 떠올랐다. '시월드'가 없었다. 우선, 윤현상-이현승 부부의 경우에는 시부모를 비롯해 시댁 식구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며느리를 위한답시고 다짜고짜 집으로 찾아와선, 굳이 며느리가 좋아하지도 않는 추어탕을 끓여 먹이던 시부모, 말끝마다 자연분만과 독박육아를 강조하던 시부..

"우리 시대엔.." 천기저귀 사온 시어머니, 총성 없는 전쟁 시작됐다

"주말인 내일은 기온이 더 떨어져 한파가 절정에 달하겠습니다." MBC 에 출연 중인 이현승은 자택에서 라디오 뉴스 기상예보를 녹음해야 했는데, 그 코멘트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실제 날씨 변화에 대한 설명이지만, 듣기에 따라선 출산과 육아를 앞둔 현승의 마음 속 온도를 대변하는 듯했다. 한파를 생각나게 할 만큼 온도를 떨어뜨린 장본인은 '시어머니'였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던 현승은 시어머니의 (은근한) 간섭이라는 새로운 변수 속에 압박감을 느끼게 됐다. 첫 번째 간섭은 '자연분만'이었다. 자연분만을 강조하는 시아버지의 특명을 받았던 걸까? 시어머니는 현승에게 전화를 걸어 "출산에 도움이 되는 요가 교실이 있다"며 자신과 함께 가볼 것을 권유했다. 마침 남편 윤현상은 그 날 스케줄이 있어 ..

똑부러지는 며느리 이현승과 달라진 남편 오정태, 반갑고도 쓸씁하다

MBC 만큼 일방적으로 욕먹는 프로그램도 없을 것이다. '가족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의 역할은 애초에 존재하는 갈등 양상을 예시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고부 갈등,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 그 안에서 '남(의)편'에 머물렀던 남편의 문제 등을 '없던 일'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게 눈 감고 지나가면 없어질 문제이던가? 한 명의 여성이 '며느리'가 되면서 겪게 되는 일상적인 모습, 그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렇듯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건 '며느리'로 표상되는 가부장제의 부조리가 얼마나 극심한지 잘 보여준다. 물론 중간중간 좀 심하다 싶은 장면들도 있지만, 그 또한 일반적이라 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문제들이다. 다들 '우리 가족은 ..

열불 터지게 만드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고마운 이유

언젠가부터 목요일 저녁을 기점으로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는 듯하다. 그리고 알싸한 여운이 금요일 오후 늦게까지 지속돼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범인은 다름 아니라 MBC 이다. 방송을 보고 한 차례 열받고, 방송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 기사를 보면서 중탕을 하게 된다. 다음 날이 되면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는 정제된 기사들을 읽으며 잊혔던 화딱지가 다시 돋아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임신한 며느리 이현승의 몸보신을 위해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공수해 와 손수 추어탕을 끓여주는 시아버지, 며느리 시즈카의 생일을 챙겨주겠다고 갈비와 송편 등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 시어머니. 며느리를 향한 애정이 크고 깊다. 정말이지 살갑고 정겨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모르긴 몰라도 시즈카의 시누이(고유경)처럼 "복 받았네..

"집에서 애만 봐" 이기적인 현상의 말, 부끄럽고 반성하게 됐다

"아기 낳고 하면 몸도 힘들고 그런데 유아휴직은 어떻게 되냐?" 앞뒤로 3개월 정도를 쉬고 일터로 복귀해야 한다는 이현승의 말에 가족들은 '너무 짧다'며 난리가 났다. 다들 산모의 건강을 엄청 챙기는 듯하다. 시어머니는 대뜸 "집(시댁)'에 좀 와 있어"라고 제안한다. 명절에 굳이 만삭의 며느리를 불러들여 쪼그려 앉아 전을 부치게 만든 그 시댁으로 가고 싶을까? "몸은 편해도 마음이 계속 불편할 것 같아서." 현승은 온몸으로 그 제안을 거부한다. 그런데 가족들의 진짜 안건은 사실 산모의 건강이 아니다. 현상은 "나는 원래 내 성격이 그래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아이가) 우리 가족 손에 컸으면 좋겠어."라며 본심을 드러낸다. 이 말이 잘못됐다는 건 권오중이 먼저 눈치챘다. "부모 손에 키워야지, 왜 가..

만삭의 며느리 이현승을 당황시킨 집들이, 자연분만과 다산 강요까지..

"큰일났다. 어떡해? 몇 분이셔?" 아내 이현승은 걱정이 한가득이다. 다름아니라 '집들이' 때문이다. 지난 번에 현승의 집에 방문했던 시아버지가 "와서 보니까 집들이 해도 되겠는데? 언제 집들이 안 하냐?"며 거듭 강요했던 탓에 성사된 집들이다. 남편 윤현상은 "임신 중이니까 힘들면 안 돼서."라며 1차 방어에 나섰지만, 시아버지는 "우리가 일찍 와서 몇 가지만 간단하게 해서 식사 한번 하고."라며 간단히 무력화 시켰다. MBC 의 MC 권오중은 "집들이를 부부가 결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시부모님, 여러분들이 권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불합리한 점을 언급했다.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에선 부부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가족의 개입이 지나치게 잦고, 그 범위도 너무 넓다. 사실상 모든 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