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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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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의 사람 공부』, 거리의 의사가 들려주는 치유의 본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러니까 정신과 의사 정혜신을 처음 만난 건, 2001년 출간된 『남자 VS 남자』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대한민국의 소위 '유명한' 남성 21명을 소환해놓고, 각각의 키워드로 2명씩 묶어 링 위에 올리는 방식은 매우 신선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자기 인식(내맘대로 왕자. 니맘대로 독재자)'이라는 키워드로 엮은 대목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가수 조영남을 '열등감(완벽하지 못한 황제. 망가지지 않는 광대)'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 본 건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책에는 '심리분석'과 '인물평전'이 적절히 섞여 있는데, 여기에서 그가 갖고 있는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소양(素養)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각각의 인물에 대한 끈기 있는 조사(調査)와 날카..
『다시 쓰는 동물의 왕국』, 약육강식 위에 조화와 공존을 쓰자 하나의 분야에 천착(穿鑿)해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는 일은 매우 설렌다. 몸으로 부딪쳐 얻은 생생한 경험들이 세월을 통해 깊이 숙성(熟成)되면 보편적인 견해를 얻는 동시에 일반론을 뒤집는 개별적 인식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런 성취를 이뤄낸 '장인(匠人)'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탁견(卓見)'이라 이름붙여도 무방하다. "이게 뭡니까? 부장님? 아니, 자연 다큐멘터리라니요?""아무거나 다 할 수 있다며? 그냥 산으로 들로 놀러간다고 생각하고 만들어 봐! 재밌을지도 모르잖아!" - 『다시 쓰는 동물의 왕국』, P. 18 - 『다시 쓰는 동물의 왕국』을 쓴 최삼규 PD는 자연 다큐멘터리에 자신의 인생을 건 사람이다. (그 시작은 느닷없이 찾아왔지만,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어느새 천직이 돼버렸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생텍쥐페리와 정여울의 대화 "이 책은 생텍쥐페리의 보석 같은 문장들과 내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듯한 구성으로 '생텍쥐페리의 모든 것'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항상 작가와 보이지 않는 대화를 한다. 어떤 구절은 더 많은 사연을, 더 깊은 귀엣말을 걸어온다. 작가가 글자가 아닌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럴 떄마다 나는 미처 작가에게 직접 전할 수 없는 고마움을, 감동을, 내 생각을, 종이 위에 쓴다. 그 보낼 수 없는 편지가 모여 한 편의 글이 된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생텍쥐페리와 정여울의 '대화'의 산물(産物)이다. 물론 고인(故人)인 생텍쥐페리와 현재를 살아가는 정여울이 직접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서는 그것을 무한히 가능케 한다..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오늘의 남자』가 불편했던 진짜 이유 지난 5월 17일 새벽 1시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과 함께 명확한 화두를 던졌다. 온라인을 넘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던 '여혐(여성 혐오, misogyny)' 현상을 또렷이 인지시켰고, 이 문제가 우리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경찰은 '강남역 살인 사건'을 '조현병(Schizophrenia, 調絃病) 환자의 묻지마 범죄'라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 A(남, 34) 씨가 화장실에 들어가 대기하고 있다가 남성 6명은 그대로 보내고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고,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제대로 된 K-POP 분석서,『K-POP으로 보는 대중문화 트렌드 2016』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로 전세계 최대 차트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아이튠즈 차트 18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단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많은 가수(혹은 팀)들이 세계를 무대로 K-POP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K-POP이 세계를 호령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 흔히 (문제의식 없는) 언론사들이 즐겨 쓰곤 하는 '위상을 떨치고 있다?'라는 표현을 써봤다. 좀더 오버해서 '세계를 호령하는'이라고도 써봤다. 이런 표현들은 역시 '시대착오적'인 코멘트가 아닌가 싶다. 다소 '희미하게' 드러나긴 하지만,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뉘앙스가 묻어있지 않은가. CGV 극장에서 틀어주는 '국뽕' 광고처럼 세계로 뻗어가는 한..
『독선사회』, 우리의 진정한 적은 그 무엇도 아닌 독선 『독선사회』는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의 4번째 책이다. 강준만은 2013년부터 『감정 독재』,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생각의 문법』을 연속으로 출간하며 대한민국 사회를 심층적으로 탐색했다. 한 사회를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제대로'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강준만은 해내고 있는 듯 하다. 아니, 강준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걸까? 엄청난 독서량과 방대한 데이터,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다작(多作) 능력이다. 혹자는 강준만의 글쓰기는 '자기 복제'라고 비꼬기도 하지만, 그것이 '강준만식 글쓰기'인 것을 어쩌겠는가. 어떤 글쟁이들이 '필생의 역작을 내놓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쓰지..
『0 이하의 날들』, 분노했던 또래 김사과의 20대를 만나다 산문집(散文集)을 고를 때, 아무래도 우선하게 되는 요인은 '작가'이다. 물론 굳이 산문집이 아니더라도 그렇겠지만, '가짜 이야기'가 아니라 좀더 내밀한 '자신'을 드러내게 마련인 산문집은 작가가 더욱 중요하다. '편협'하다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읽게 되는' 산문집은 대개 제한적이다. '아는 작가'가 없어 손이 닿는,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탐독(耽讀)'하던 시기가 지나고 나면 그런 시기가 오게 된다. 물론 '가끔' 예외가 있다. 진열되어 있는 책 중에서 몇 권을 '후루룩'넘겨보다가보면 '이 글들은 잃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만나게 되는 드문 순간이 있다. 표지나 편집, 또는 제목이 그런 '매력'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역시 '글'이고, 스냅사진처럼 넘겨지는 페이지 속에..
『장정일, 작가』, 인터뷰집을 가장한 또 다른 형식의 서평 작가 장정일은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 3집에 「강정간다」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문단에 등장했다. 1987년에는 희곡 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최연소)한다. 또, 1990년에는 『아담이 눈뜰 때』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변신해 독자들을 만났다. (물론 그는 1988년 발표한 단편소설 「펠리컨」으로 이미 소설가가 되었다.)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가인 장정일은 그의 작품들이 영화로 제작되고, 연극 무대에 올려지는 등 다뤄지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장정일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1996년에 출간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음란물'로 분류되고 사법적 판단에 의해 '음란죄'로 복역하는 필화(筆禍)를 겪으면서 그를 둘러싼 '논쟁'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