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82

2조 원 예술품 훔쳐 집에 장식해둔 '예술 도둑', 본질적 의문과 마주하다

전시를 보러 미술관을 찾을 때마다 하는 놀이가 있다. ' 전시된 작품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걸 고를까?'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애당초 경매에 나오지도 않을 작품이지만, 나온다고 한들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하지만 나만의 답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시에 좀더 집중하게 되고, 내 미적 취향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화 '도둑들'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물론 결이 조금 다르긴 하다. 그의 질문은 '하나만 훔칠 수 있다면..'이었다. 역시 '도둑들'의 감독답다고 할까. 접근이 다소 과격하기는 하지만, 그 나름의 참신한 전시 감상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몰입도가 확 올라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 생각을 실제로 실천(?)한 인물..

버락킴의 서재 2024.11.26

파리에서 2달 살기를 통해 '무정형의 삶'을 만났다

"20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떠나, 내가 도착한 곳은 20년 넘게 간직한 내 오랜 꿈이었다." (p. 4)오래도록 한 도시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무려 20년이다. '무정형의 삶'의 저자 김민철이 파리를 마음 속에 품은 채 살아왔던 세월 말이다. "다른 모양의 삶이 살고 싶"었던 저자는 "살던 대로 살아서는 다른 답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깨닫는다. 현실적인 이유로 미루고 미뤘던 오랜 꿈을 직시한다. 마침내 그는 20년간 일했던 광고대행사에 사표를 던지고 파리로 떠난다. 파리에서 2달 살기.이 짧은 설명만으로도 책을 구입하기에 충분했다. 상상의 회로를 열심히 돌려봐도 좀처럼 짐작이 되지 않았다. 파리에서 2달 동안 산다는 건 어떤 모양일까. 만약 나라면 파리라는 도시에서 어떤 형태의 ..

버락킴의 서재 2024.11.16

하루에 130번 '이혼주례'하는 판사가 전하는 위로와 감동

"양 당사자 사이에 이혼하기로 의사가 합치되었음을 확인합니다."이혼이 성립되려면 반드시 '법원'을 거쳐야 한다. 협의 이혼이나 이혼 조정을 거쳐 가정법원 담당 판사가 위와 같은 선언을 하거나 이혼 소송을 통해 시비시비를 가려서 판결을 내려야 끝이 난다. 성격 차이로 깔끔하게 갈라서는 경우도 있지만, 양육권, 재산 분할, 위자료 문제가 결부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만약 상대방의 귀책 사유를 주장하기라도 하면 지리멸렬한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24일 발간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상 이혼 사건 1심 접수 건수는 2만7501건이었다. 혼인 감소의 영향으로 전년(2만9861건) 대비 7.9% 줄어들었지만, "평균 130건 정도를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가정법원 ..

버락킴의 서재 2024.10.08

고흐와 김홍도의 그림에서 발견한 인권, '사람이 사는 미술관'을 읽다

'인권'에 관한 책은 많다. 읽기가 부담스러운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책에서 읽기 수월한 대중적인 책까지 다양한 편이다. '미술'에 대한 책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해박한 전공자부터 여러 분야의 전문가, 유명 도슨트 등이 이해하기 쉽게 쓴 미술 서적도 많다. 다양한 주제와 관점으로 접근해서 독자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인권과 미술,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은 책은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박민경의 '사람이 사는 미술관(그래도 봄)'은 새로운 발견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조사관 및 행정 외에 인권 교육 운영 업무를 15년 넘게 해온 베테랑 전문가이다. 그는 인권위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기본 권리를 '여성', '노동', '차별과 혐오', '국가', '..

버락킴의 서재 2024.09.25

'나다운 집찾기' 별집 부동산이 추천하는 좋은 집이란?

'서울 아파트 가격 계속 껑충''폭염보다 뜨거운 서울 부동산'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는 뉴스들이 쏟아지고,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등의 신조어가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어떤 이들은 대출 규제를 영리하게 피한 '영끌'로 부동산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어떤 이들은 하염없이 손가락만 빨다가 아쉬움과 자책감으로 잠을 못 이룬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특히 아파트는 투자의 대상으로 통한다. 오죽하면 '부동산 공화국'이겠는가.통계를 살펴보면 이런 경향은 명징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 가구당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은 76%(2022년 기준)에 달한다. 또, '머니투데이'가 올해 6월 여론조사전문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버락킴의 서재 2024.09.04

일론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 계획? '우주 장사꾼'의 허상이다

"화성에 돔 형태의 주거지를 만들고, 새로운 종(種)이 거주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20년 내 100만 명이 화성에 거주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 이대로라면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주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닐까. 스티븐 호킹은 "인류는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구에 머물지 말고,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계획은 지구인들을 설레게 했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한 일론 머스크는 우주 개발 업체 SpaceX를 통해 자신의 거대한 야심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다. 재사용 가능 로켓 '팰컨 9'를..

버락킴의 서재 2024.08.20

여름 더위 이기는 방법? '제철 행복'에 담겨 있다

정신없이 살다보면 '일상'을 놓치게 된다. 어떤 계절마다, 어떤 순간마다 즐겨야 할 것들이 많을 텐데, 밥벌이에 급급하다보니 많은 것들을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것이다. 꽃놀이, 단풍놀이는 남의 일인듯 순식간에 지나가고, 끝없이 이어지는 열대야나 강추위 앞에서만 현실을 자각한다. '왜 이렇게 덥(춥)냐. 진짜 못살겠네.' 그럴 때마다 삶은 점점 더 편평하고 협소해진다. 조상들의 지혜를 빌려보자. 우리 조상들은 '절기(節氣)'를 살았다.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눠 기후를 구분했다. 물론 날씨가 중요한 농경 사회의 산물이라 할 수도 있지만, 자연이 선사하는 계절이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 시기에만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선물 같은 순간들을 만끽했다. 그것이 바로 24절기이다. 입춘(立春), 하지(夏至), 동지(..

버락킴의 서재 2024.08.03

사라지는 직업에 대한 비망록, '어떤 동사의 멸종'

"나는 사라져가는 직업들의 비망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p. 10)당신의 직업은 시대의 변화 앞에 안전한가.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혁신되면 어떤 직업들은 사라진다.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산력을 높였지만, 방직 기계는 수많은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버스안내원, 우산수리공 등도 없어진 직업 중 하나이다. 어떤 직업은 대체된다. 마차 운전수는 장기적으로 택시 기사로 전환되었다. 앞으로 도래할 AI 시대는 더 급격한 변화를 예고한다. '어떤 동사의 멸종'은 일종의 직업 체험기이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동사(動詞)'는 직업이다. '체험기'라는 표현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미리 설명하자면, 저자인 한승태는 단순히 개인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나 집필을 위힌 인사이트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라져가는 ..

버락킴의 서재 2024.07.31

순우리말 에세이 '낱말의 장면들', 당신의 낱말은 무엇입니까?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껴질 때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할 것이다. 몸을 짓누르는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정한 행동이나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잠(沈潛)하는 선택지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질 때면 외국어 단어를 외우"는 사람이라니! 몹시 흥미로웠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일까. "어릴 적부터 자신을 설멸할 수 있는 말들을 찾아 헤맸"던 저자 민바람은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10여 년간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편의점 알바생과 자유기고가 사이를 오가며 글을 쓴다. 성인 ADHD와 우울증, 사회불안장애를 겪으며 사람의 마음을 배웠고, "꼭 단단해지지 않아도 좋다는 단단함"을 깨우쳤다. 그 과정에서 낱말은..

버락킴의 서재 2024.04.04

현직 판사가 들려주는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인공지능(AI)의 부상(浮上)으로 위태로운 직종 중 하나로 '판사'가 많이 언급된다. 실제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기보다 그만큼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뜻이다. '한국리서치'의 조사(2020년)를 참고하면, 설문자의 66%는 '법원의 판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인간 판사(39%)와 AI 판사(48%) 중 후자의 손을 들었다. 나라면 어떤 판사에게 재판을 받고 싶을까. 이러한 불신은 사법부가 자초했지만, 일개 판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유독 분노하는 '판결'은 정치인 혹은 소위 가진 자들에 대한 것이다. 정치적 지형이 극단으로 갈린 상황에서 정치인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언제나 50점일 테고, 가진 자들의 변호인 물량 공세는 법원을 압도한다. 게다가 성범죄자의 형량에 ..

버락킴의 서재 2024.03.02

엄마가 된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출산의 배신'

"아기를 품고, 낳고, 키우는 것은 그냥 해도 힘들다. 그 와중에 이것이야말로 여성에게 부여된 숭고한 목적이라고 생각하면 피곤해지고, 여성을 추락하게 만드는 원흉이라고 생각하면 비참해진다." (p. 225)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이다. 2022년 합계 출생률은 0.78명으로 집계됐다. 조만간 발표될 2023년 합계 출생률은 그보다 더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여러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바닥으로 향하는 저 숫자의 방향을 트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시의적절한 책이 출간됐다. 이다. 저자 오지의는 '산부인과 의사'이자 '아기 엄마'이다. 이 두 가지 정체성은 출산에 대한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는 기대를 품게 만..

버락킴의 서재 2024.02.26

침묵인가, 행동인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실존적 질문

얇은 책이라 마음에 들었다. 페이지가 132쪽에 불과하니 말이다. 무려 768쪽에 달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은 터라 (솔직히) 만만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으나, 첫 문단의 첫 문장에서 덜컥 막히고 말았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 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Barow 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p. 11) '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로 시작하는 저 첫 문장에 클레..

버락킴의 서재 2024.02.10

뉴욕에서 한 달 살기 통해 저자가 얻은 것은? <여기, 내가 사랑한 뉴욕이 있어>

새해를 맞으면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탐색'이다. 매년 어느 곳으로 여행을 떠날지 탐색한다. 구글 지도를 펼쳐놓고 가상의 여행을 떠나는 식이다. 2024년의 목표는 쉽게 정해졌다. 바로 '뉴욕'이다.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화려함과 다채로움의 끝판왕. 오래 전부터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게 되면 미리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 어떤 이들은 홀연히 떠난 곳에서 우연이나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는 것을 여행의 묘미로 꼽기도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주의라서 예습은 필수이다. 공부의 첫 단계는 지도를 유심히 살피는 것이다. 지도를 통해 뉴욕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집어넣는다. 구글 지도는 굉장히 자세하고 ..

버락킴의 서재 2024.01.03

현직 치과 의사는 왜 업계의 비밀을 폭로했을까,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

환자가 된다는 건 매우 취약한 입장에 놓인다는 뜻이다. 의사의 전문성 앞에 환자는 무기력한 존재가 된다. "현재 이런 상태라서 이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 저항할 방도가 없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은 절대적이다. 환자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이다. 웬만해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과'는 환자의 무력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가족 중 한 명이 치통으로 치과를 방문했는데, 병원에서 임플란트를 권했다고 한다. 게다가 몇 개의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아던 모양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치아를 여러 개 뽑아야 하다기에 덜컥 겁이 났으리라. 지인의 소개를 받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이번에는 치아를 살릴 수 있다는 진..

버락킴의 서재 2024.01.01

『정혜신의 사람 공부』, 거리의 의사가 들려주는 치유의 본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러니까 정신과 의사 정혜신을 처음 만난 건, 2001년 출간된 『남자 VS 남자』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대한민국의 소위 '유명한' 남성 21명을 소환해놓고, 각각의 키워드로 2명씩 묶어 링 위에 올리는 방식은 매우 신선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자기 인식(내맘대로 왕자. 니맘대로 독재자)'이라는 키워드로 엮은 대목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가수 조영남을 '열등감(완벽하지 못한 황제. 망가지지 않는 광대)'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 본 건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책에는 '심리분석'과 '인물평전'이 적절히 섞여 있는데, 여기에서 그가 갖고 있는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소양(素養)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각각의 인물에 대한 끈기 있는 조사(調査)와 날카..

버락킴의 서재 2016.10.17

『다시 쓰는 동물의 왕국』, 약육강식 위에 조화와 공존을 쓰자

하나의 분야에 천착(穿鑿)해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는 일은 매우 설렌다. 몸으로 부딪쳐 얻은 생생한 경험들이 세월을 통해 깊이 숙성(熟成)되면 보편적인 견해를 얻는 동시에 일반론을 뒤집는 개별적 인식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런 성취를 이뤄낸 '장인(匠人)'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탁견(卓見)'이라 이름붙여도 무방하다. "이게 뭡니까? 부장님? 아니, 자연 다큐멘터리라니요?""아무거나 다 할 수 있다며? 그냥 산으로 들로 놀러간다고 생각하고 만들어 봐! 재밌을지도 모르잖아!" - 『다시 쓰는 동물의 왕국』, P. 18 - 『다시 쓰는 동물의 왕국』을 쓴 최삼규 PD는 자연 다큐멘터리에 자신의 인생을 건 사람이다. (그 시작은 느닷없이 찾아왔지만,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어느새 천직이 돼버렸다.)..

버락킴의 서재 2016.06.18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생텍쥐페리와 정여울의 대화

"이 책은 생텍쥐페리의 보석 같은 문장들과 내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듯한 구성으로 '생텍쥐페리의 모든 것'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항상 작가와 보이지 않는 대화를 한다. 어떤 구절은 더 많은 사연을, 더 깊은 귀엣말을 걸어온다. 작가가 글자가 아닌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럴 떄마다 나는 미처 작가에게 직접 전할 수 없는 고마움을, 감동을, 내 생각을, 종이 위에 쓴다. 그 보낼 수 없는 편지가 모여 한 편의 글이 된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생텍쥐페리와 정여울의 '대화'의 산물(産物)이다. 물론 고인(故人)인 생텍쥐페리와 현재를 살아가는 정여울이 직접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서는 그것을 무한히 가능케 한다..

버락킴의 서재 2016.06.09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오늘의 남자』가 불편했던 진짜 이유

지난 5월 17일 새벽 1시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과 함께 명확한 화두를 던졌다. 온라인을 넘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던 '여혐(여성 혐오, misogyny)' 현상을 또렷이 인지시켰고, 이 문제가 우리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경찰은 '강남역 살인 사건'을 '조현병(Schizophrenia, 調絃病) 환자의 묻지마 범죄'라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 A(남, 34) 씨가 화장실에 들어가 대기하고 있다가 남성 6명은 그대로 보내고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고,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버락킴의 서재 2016.06.03

제대로 된 K-POP 분석서,『K-POP으로 보는 대중문화 트렌드 2016』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로 전세계 최대 차트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아이튠즈 차트 18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단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많은 가수(혹은 팀)들이 세계를 무대로 K-POP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K-POP이 세계를 호령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 흔히 (문제의식 없는) 언론사들이 즐겨 쓰곤 하는 '위상을 떨치고 있다?'라는 표현을 써봤다. 좀더 오버해서 '세계를 호령하는'이라고도 써봤다. 이런 표현들은 역시 '시대착오적'인 코멘트가 아닌가 싶다. 다소 '희미하게' 드러나긴 하지만,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뉘앙스가 묻어있지 않은가. CGV 극장에서 틀어주는 '국뽕' 광고처럼 세계로 뻗어가는 한..

버락킴의 서재 2016.05.03

『독선사회』, 우리의 진정한 적은 그 무엇도 아닌 독선

『독선사회』는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의 4번째 책이다. 강준만은 2013년부터 『감정 독재』,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생각의 문법』을 연속으로 출간하며 대한민국 사회를 심층적으로 탐색했다. 한 사회를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제대로'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강준만은 해내고 있는 듯 하다. 아니, 강준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걸까? 엄청난 독서량과 방대한 데이터,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다작(多作) 능력이다. 혹자는 강준만의 글쓰기는 '자기 복제'라고 비꼬기도 하지만, 그것이 '강준만식 글쓰기'인 것을 어쩌겠는가. 어떤 글쟁이들이 '필생의 역작을 내놓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쓰지..

버락킴의 서재 201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