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73

현직 판사가 들려주는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인공지능(AI)의 부상(浮上)으로 위태로운 직종 중 하나로 '판사'가 많이 언급된다. 실제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기보다 그만큼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뜻이다. '한국리서치'의 조사(2020년)를 참고하면, 설문자의 66%는 '법원의 판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인간 판사(39%)와 AI 판사(48%) 중 후자의 손을 들었다. 나라면 어떤 판사에게 재판을 받고 싶을까. 이러한 불신은 사법부가 자초했지만, 일개 판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유독 분노하는 '판결'은 정치인 혹은 소위 가진 자들에 대한 것이다. 정치적 지형이 극단으로 갈린 상황에서 정치인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언제나 50점일 테고, 가진 자들의 변호인 물량 공세는 법원을 압도한다. 게다가 성범죄자의 형량에 ..

버락킴의 서재 2024.03.02

엄마가 된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출산의 배신'

"아기를 품고, 낳고, 키우는 것은 그냥 해도 힘들다. 그 와중에 이것이야말로 여성에게 부여된 숭고한 목적이라고 생각하면 피곤해지고, 여성을 추락하게 만드는 원흉이라고 생각하면 비참해진다." (p. 225)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이다. 2022년 합계 출생률은 0.78명으로 집계됐다. 조만간 발표될 2023년 합계 출생률은 그보다 더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여러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바닥으로 향하는 저 숫자의 방향을 트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시의적절한 책이 출간됐다. 이다. 저자 오지의는 '산부인과 의사'이자 '아기 엄마'이다. 이 두 가지 정체성은 출산에 대한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는 기대를 품게 만..

버락킴의 서재 2024.02.26

침묵인가, 행동인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실존적 질문

얇은 책이라 마음에 들었다. 페이지가 132쪽에 불과하니 말이다. 무려 768쪽에 달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은 터라 (솔직히) 만만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으나, 첫 문단의 첫 문장에서 덜컥 막히고 말았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 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Barow 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p. 11) '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로 시작하는 저 첫 문장에 클레..

버락킴의 서재 2024.02.10

뉴욕에서 한 달 살기 통해 저자가 얻은 것은? <여기, 내가 사랑한 뉴욕이 있어>

새해를 맞으면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탐색'이다. 매년 어느 곳으로 여행을 떠날지 탐색한다. 구글 지도를 펼쳐놓고 가상의 여행을 떠나는 식이다. 2024년의 목표는 쉽게 정해졌다. 바로 '뉴욕'이다.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화려함과 다채로움의 끝판왕. 오래 전부터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게 되면 미리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 어떤 이들은 홀연히 떠난 곳에서 우연이나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는 것을 여행의 묘미로 꼽기도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주의라서 예습은 필수이다. 공부의 첫 단계는 지도를 유심히 살피는 것이다. 지도를 통해 뉴욕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집어넣는다. 구글 지도는 굉장히 자세하고 ..

버락킴의 서재 2024.01.03

현직 치과 의사는 왜 업계의 비밀을 폭로했을까,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

환자가 된다는 건 매우 취약한 입장에 놓인다는 뜻이다. 의사의 전문성 앞에 환자는 무기력한 존재가 된다. "현재 이런 상태라서 이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 저항할 방도가 없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은 절대적이다. 환자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이다. 웬만해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과'는 환자의 무력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가족 중 한 명이 치통으로 치과를 방문했는데, 병원에서 임플란트를 권했다고 한다. 게다가 몇 개의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아던 모양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치아를 여러 개 뽑아야 하다기에 덜컥 겁이 났으리라. 지인의 소개를 받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이번에는 치아를 살릴 수 있다는 진..

버락킴의 서재 2024.01.01

『정혜신의 사람 공부』, 거리의 의사가 들려주는 치유의 본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그러니까 정신과 의사 정혜신을 처음 만난 건, 2001년 출간된 『남자 VS 남자』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대한민국의 소위 '유명한' 남성 21명을 소환해놓고, 각각의 키워드로 2명씩 묶어 링 위에 올리는 방식은 매우 신선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자기 인식(내맘대로 왕자. 니맘대로 독재자)'이라는 키워드로 엮은 대목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가수 조영남을 '열등감(완벽하지 못한 황제. 망가지지 않는 광대)'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 본 건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책에는 '심리분석'과 '인물평전'이 적절히 섞여 있는데, 여기에서 그가 갖고 있는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소양(素養)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각각의 인물에 대한 끈기 있는 조사(調査)와 날카..

버락킴의 서재 2016.10.17

『다시 쓰는 동물의 왕국』, 약육강식 위에 조화와 공존을 쓰자

하나의 분야에 천착(穿鑿)해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는 일은 매우 설렌다. 몸으로 부딪쳐 얻은 생생한 경험들이 세월을 통해 깊이 숙성(熟成)되면 보편적인 견해를 얻는 동시에 일반론을 뒤집는 개별적 인식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런 성취를 이뤄낸 '장인(匠人)'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탁견(卓見)'이라 이름붙여도 무방하다. "이게 뭡니까? 부장님? 아니, 자연 다큐멘터리라니요?""아무거나 다 할 수 있다며? 그냥 산으로 들로 놀러간다고 생각하고 만들어 봐! 재밌을지도 모르잖아!" - 『다시 쓰는 동물의 왕국』, P. 18 - 『다시 쓰는 동물의 왕국』을 쓴 최삼규 PD는 자연 다큐멘터리에 자신의 인생을 건 사람이다. (그 시작은 느닷없이 찾아왔지만,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어느새 천직이 돼버렸다.)..

버락킴의 서재 2016.06.18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생텍쥐페리와 정여울의 대화

"이 책은 생텍쥐페리의 보석 같은 문장들과 내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듯한 구성으로 '생텍쥐페리의 모든 것'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항상 작가와 보이지 않는 대화를 한다. 어떤 구절은 더 많은 사연을, 더 깊은 귀엣말을 걸어온다. 작가가 글자가 아닌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럴 떄마다 나는 미처 작가에게 직접 전할 수 없는 고마움을, 감동을, 내 생각을, 종이 위에 쓴다. 그 보낼 수 없는 편지가 모여 한 편의 글이 된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생텍쥐페리와 정여울의 '대화'의 산물(産物)이다. 물론 고인(故人)인 생텍쥐페리와 현재를 살아가는 정여울이 직접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서는 그것을 무한히 가능케 한다..

버락킴의 서재 2016.06.09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오늘의 남자』가 불편했던 진짜 이유

지난 5월 17일 새벽 1시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과 함께 명확한 화두를 던졌다. 온라인을 넘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던 '여혐(여성 혐오, misogyny)' 현상을 또렷이 인지시켰고, 이 문제가 우리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경찰은 '강남역 살인 사건'을 '조현병(Schizophrenia, 調絃病) 환자의 묻지마 범죄'라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 A(남, 34) 씨가 화장실에 들어가 대기하고 있다가 남성 6명은 그대로 보내고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고,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버락킴의 서재 2016.06.03

제대로 된 K-POP 분석서,『K-POP으로 보는 대중문화 트렌드 2016』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스페셜 앨범 '화양연화 Young Forever'로 전세계 최대 차트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아이튠즈 차트 18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단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많은 가수(혹은 팀)들이 세계를 무대로 K-POP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K-POP이 세계를 호령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 흔히 (문제의식 없는) 언론사들이 즐겨 쓰곤 하는 '위상을 떨치고 있다?'라는 표현을 써봤다. 좀더 오버해서 '세계를 호령하는'이라고도 써봤다. 이런 표현들은 역시 '시대착오적'인 코멘트가 아닌가 싶다. 다소 '희미하게' 드러나긴 하지만,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뉘앙스가 묻어있지 않은가. CGV 극장에서 틀어주는 '국뽕' 광고처럼 세계로 뻗어가는 한..

버락킴의 서재 2016.05.03

『독선사회』, 우리의 진정한 적은 그 무엇도 아닌 독선

『독선사회』는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의 4번째 책이다. 강준만은 2013년부터 『감정 독재』,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생각의 문법』을 연속으로 출간하며 대한민국 사회를 심층적으로 탐색했다. 한 사회를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제대로'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강준만은 해내고 있는 듯 하다. 아니, 강준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걸까? 엄청난 독서량과 방대한 데이터,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다작(多作) 능력이다. 혹자는 강준만의 글쓰기는 '자기 복제'라고 비꼬기도 하지만, 그것이 '강준만식 글쓰기'인 것을 어쩌겠는가. 어떤 글쟁이들이 '필생의 역작을 내놓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쓰지..

버락킴의 서재 2016.05.02

『0 이하의 날들』, 분노했던 또래 김사과의 20대를 만나다

산문집(散文集)을 고를 때, 아무래도 우선하게 되는 요인은 '작가'이다. 물론 굳이 산문집이 아니더라도 그렇겠지만, '가짜 이야기'가 아니라 좀더 내밀한 '자신'을 드러내게 마련인 산문집은 작가가 더욱 중요하다. '편협'하다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읽게 되는' 산문집은 대개 제한적이다. '아는 작가'가 없어 손이 닿는,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탐독(耽讀)'하던 시기가 지나고 나면 그런 시기가 오게 된다. 물론 '가끔' 예외가 있다. 진열되어 있는 책 중에서 몇 권을 '후루룩'넘겨보다가보면 '이 글들은 잃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만나게 되는 드문 순간이 있다. 표지나 편집, 또는 제목이 그런 '매력'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역시 '글'이고, 스냅사진처럼 넘겨지는 페이지 속에..

버락킴의 서재 2016.04.21

『장정일, 작가』, 인터뷰집을 가장한 또 다른 형식의 서평

작가 장정일은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 3집에 「강정간다」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문단에 등장했다. 1987년에는 희곡 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최연소)한다. 또, 1990년에는 『아담이 눈뜰 때』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변신해 독자들을 만났다. (물론 그는 1988년 발표한 단편소설 「펠리컨」으로 이미 소설가가 되었다.)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가인 장정일은 그의 작품들이 영화로 제작되고, 연극 무대에 올려지는 등 다뤄지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장정일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1996년에 출간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음란물'로 분류되고 사법적 판단에 의해 '음란죄'로 복역하는 필화(筆禍)를 겪으면서 그를 둘러싼 '논쟁'은 더..

버락킴의 서재 2016.04.15

『사회학의 쓸모』, 지그문트 바우만이 던진 병 속의 메시지

세상의 여타 학문들에 비해 사회학(社會學)의 역사는 짧다. 노명우의 말을 빌리자면 옹색하다. 신생학문이라 할 수 있는 사회학이지만, 비교적 빨리 그 패기를 잃어버렸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아카데미 내부에 안전하게 뿌리를 내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학은 이미 보수 학문의 대표 주자가 되어버렸다. 역사는 짧지만, 급속도로 늙어버린 학문인 셈이다. 영기(靈氣)로 가득 차 있던, 패기 넘치던 사회학이 이제 그 '쓸모'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는 건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패기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그 패기의 정교화를 선택했'던 사회학이 스스로 자초한 몫이었다. 분석적인 과학을 닮고자 했고, 그리하여 결국 기성 학문 분과로 인정받았지만 인간 존재의 삶으로부..

버락킴의 서재 2016.04.11

뒤늦게 펼쳐 본 『뿌리깊은 나무』, 드라마와 얼마나 다를까?

"그러하다. 소문을 퍼뜨린 것은 그들이다. 새로운 제도를 막아야 살 수 있는 자들이지." SBS 의 프리퀄(Prequel, 그 이전의 일들을 다룬 속편) 드라마인 SBS 는 이정명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정명은 '세종의 『훈민정음(訓民正音)』 반포'라는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팩션'이라는 틀 속에서 마음껏 풀어냈다. 그는 10년이 넘게 1백여 점의 관련 서적과 논문 등을 모으고, 30번 넘는 퇴고 끝에 『뿌리깊은 나무』를 완성했다고 한다. 절실했던 작가적 고뇌가 느껴지는 듯 하다. 『뿌리깊은 나무』는 기본적으로 백성을 어여삐 여긴 세종의 『훈민정음』 반포와 이를 막으려는 정통경학파의 거대한 음모를 다루고 있다. 『훈민정음』 반포 전 7일 동안 궁 안에서는 집현전 학사들이 이유를 모른 ..

버락킴의 서재 2016.03.05

『EBS 다큐프라임 죽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죽음이 금기(禁忌)인 사회. 우리는 함부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한다. 심지어 '빨간 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게 된다는 허무맹랑한 속설에 따라 펜 색을 고르는 데도 신경을 써야 했다. 물론 필자는 그에 게의치 않고, 보란 듯이 빨간 색으로 이름을 써왔다. 당시 기겁을 하던 아이들이 아직까지 무사히 살아있는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지금 죽는다고 해도 여전히 '요절(夭折)'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기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 태도를 취할까? 그러고 보면 필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옅었거나 오히려 죽음에 압도당한 나머지 그런 금기들에 뻗대는 행위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보다 설득력 있는 대답은, '미신'이라는 행위와 그런 행동들을 야기하는 사고방식에 대한 혐오였을 것..

버락킴의 서재 2015.03.18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애덤 스미스와 조지프 슘페터를 오해하고 있나요?

구글 이미지 검색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 술도가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 덕분이다. 우리는 그들의 박애심이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하며,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만을 그들에게 이야기할 뿐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1723~1790)의『국부론』에 등장하는 저 유명한 말은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이른바 주류 경제학의 이론적 바탕이자 근거가 되어, 온갖 경제학 관련 책과 경제신문 등에서 재인용되며 시장의 만능성을 강조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있다. 너무 자주 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당당하게 인용되어 왔기 때문일까? 이제는 애덤 스미스는 시장 만능주의자 쯤으로 당연하게 받아..

버락킴의 서재 2015.03.06

발췌된 부분과 왜곡된 전체, 『제국의 위안부』를 위한 변론

지난 12일, 에 출연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여권 일각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옹호하면서 '부분이 발췌돼서 전체를 왜곡시켰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온누리 교회 영상 전체 풀버전을 대충 봤거든요. 보니까 더 확실해지는 것 같아가지고(웃음) 뭘 보라는 건지 다시 한 번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다 보래요, 그래서 다 봤는데, 그랬더니만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드냐고 그래서 네, 이랬어요. 오히려 맥락이 완성되면서 약간 곤란하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발췌된 부분이 전체적 맥락과 맞닿아 있는지, 아니면 발췌로 인한 생겨난 오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전체'를 봐야만 한다.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경우에는 1시간이 조금 넘는 '온누리 교회 영상 풀버전'이 그 전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버락킴의 서재 2014.06.19

독한 혀들의 전쟁 『썰전』, 책은 어떨까?

기존의 정치는 지루한 것이었다. 일단, 하품부터 났다. 설령, 진득하게 바라보고 있더라도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것이었다. 가까이 가기 싫은 것, '나'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었다. 그들만의 언어로 재구성된 정치는 소위 '평론가'들의 잔치였다. 소통이란 불가능했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지난 2013년 2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의 간판 프로그램인 은 이러한 '흐름'을 뒤짚어 버렸다. 정치와 예능의 융합이자 콜라보! (그것의 원조는 팟캐스트일 테지만, 어쨌거나 그 포맷을 TV방송으로 옮겨온 것은 썰전의 공로인 셈이다.) 정치는 재미 없는 것이라는 통념을 가볍게 넘어셨다. 단순히 재밌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프로그램의 이름답게 '썰[舌]'..

버락킴의 서재 2014.04.20

『심야 라디오』, 좀 가볍고 너무 착한 철학 에세이

반성이란 나의 잘못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 보는 것이지요. 따라서 올바른 반성이란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냉정하게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선, 책(표지)이 예뻤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좋았다. '라디오'라는 말이 주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에 '심야'라는 시간적인 개념이 가미되니까 묘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잠든 캄캄한 밤에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눈다는 느낌이랄까? 약간의 설렘과 함께 이끌리듯 책을 집어 들었지만, 이내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살짝 실망했다.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철학 에세이'라는 부제처럼, 잠 들기 전에 잠자리에 누워서 읽기에 부담 없는 책인 것은 사실이다. 구어체로 쓰여 있어서 작가가 직접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버락킴의 서재 201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