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드라마 톺아보기 22

귀주대첩으로 증명, 제목이 '강감찬' 아닌 '고려거란전쟁'인 이유

"고려는 죽지 않는다. 고려는 승리할 것이다." (강감찬) KBS2 대하사극 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 끝은 역시 '귀주대첩(龜州大捷)'이었다. 귀주성 앞 평원에서 제3차 여요전쟁 그 최후의 일전이 펼쳐졌다. 고려군과 거란군은 모두 배수진을 치고 대회전(大會戰)을 벌였다. 강감찬과 강민첨이 이끄는 고려군은 제1 검차진은 고립되고, 제2 검차진도 전투 불능 상황에 빠지는 위기 속에서도 버티고 버텼다. 불리한 전황을 뒤집는 요인은 김종현(서재우)이 이끄는 중갑기병의 합류였다. 야율융서(김혁)의 거란군을 제압하기 위해 고려가 준비했던 비밀병기 중갑기병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승기를 잡은 강감찬(최수종)과 강민첨(이철민)을 비롯한 고려군은 처절한 전투 끝에 승전보를 울렸다. 귀주대첩의 극적인 승리로 약..

원작자도 놀란 '금쪽이' 현종, '고려거란전쟁'은 어디로 가는가

거란 2차 침입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던 고려는 '양규의 선전' 등을 발판으로 거란을 가까스로 격퇴했다. KBS2 '고려거란전쟁('고거전')'은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양규를 비중있게 다루며 화제를 모았다. 양규 역을 맡은 지승현은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고, '2023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고거전'은 전통사극의 부활을 알렸다. 시청률 10%로 순항 중이던 '고거전'의 진짜 적은 거란이 아니었던가. 잘 나가던 드라마의 발목을 잡은 건 뜬근 없게도 '(대본) 작가'였다. '거란 2차 침입'을 통해 한 차례 휘몰아쳤던 '고거전'은 반환점을 돌며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나주까지 몽진을 떠났던 현종(김동준)은 그 과정에서 지방의 호족에게 온갖 수모를 겪었던 터라 개경으로 복귀 ..

TOP6 아닌 TOP7, '싱어게인3' 심사위원들은 죄가 없다.

JTBC '싱어게인3'가 뜨겁다. 뭐, '싱어게인' 시리즈가 뜨거운 게 하루 이틀인가. 이번 시즌도 최고 시청률 7.58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고, 60호 가수(김수영)의 무대는 유튜브에서 600만 뷰를 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이름'을 알린 출연자들은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문제는 다른 뜨거움이다. 심사위원들의 공정성, 경연 도중 규정 변경으로 판이 달궈지고 있다. 5일 방송된 '싱어게인3'의 TOP6 결정전은 초유의 사태로 접어들었다. 우선, 4:4 동률이 2차례나 나왔다. 이미 같은 상황이 3라운드에서 한 번 벌어졌고, 당시 회의 장면이 불충분하게 편집됐던 까닭에 심사위원 사이에 갈등설이 불거졌던 만큼 이번 동률 사태도 지켜보기 불안했다. 만약 이번에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

후반부 힘빠진 '마스크걸', 고현정에 대한 아쉬움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이 결국 해냈다. 공개 3일 만에 2위에 오르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더니,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지난 30일, '마스크걸'은 740만 뷰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캐나다, 프랑스, 이집트 등 72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전세계가 '마스크걸'의 매력에 푹 빠진 듯하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이한별/나나/고현정)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김모미는 주오남(안재홍)을 살해하고, 그의 엄마 김경자(염혜란)에게 쫓기게 된..

신림역 칼부림 등 흉악 범죄자, '국민사형투표'가 답일까?

7월 21일, 그 날의 충격을 쉬이 떨치기 어렵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은 전례를 찾기 힘든 '묻지마 범죄'였다. 피의자 조선(남, 33)이 휘두른 칼에 총 4명의 사상자(사망 1명, 부상 3명)가 발생했고, 피해자는 모두 일면식 없는 남성이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대낮에 갑자기 칼에 찔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방 범죄가 이어졌다. 8월 3일,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분당점 내에서도 칼부림이 벌어져 무려 14명의 사상자(사망 1명, 부상 1명)가 발생했다. 체포된 피의자 최원종(남, 22)은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내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고 진술했다. 17일에는 관악구에서 등산로로 출근하던 초등 교사가 너클을 낀 남성에게 폭행 및..

0%대 시청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를 추천하는 이유(봄에 몰아보면 좋은 드라마)

0%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실패작일까. 수치만 놓고 보면, 시청자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는 잠에서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낮은 시청률에도 높은 화제성을 뽐냈던 예외적인 드라마도 있었다. JTBC '멜로가 체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시청률과 화제성은 비례해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ENA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처럼 말이다. 2022년 11월 21일부터 2022년 12월 27일까지 방송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12부작)'는 주영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첫 회 시청률은 0.633%(닐슨코리아 기준)로 처참했다. 하지만 7회에서 1.2%까지 상승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도권 기준으로 1.413%까지 올랐던 걸 보면 일정한, 소수의..

PD 학폭, 노출 논란으로 낯뜨거운 ‘더 글로리’는 무엇을 남겼나

어떤 드라마(영화)가 좋은 작품일까. 연출, 극본(시나리오), 배우 등 다양한 요소가 갖춰져야 하겠고, 명대사도 필요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조금 추상적인 얘기를 해보자. 좋은 작품은 좋은 논의를 이끌어낸다. 많은 사람들을 말하게 만들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게 하고, 마침내 사회적 논의를 유도한다.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그런 면에서 ‘더 글로리’는 좋은 작품이 될 여지가 많다. “내가 죽도록 누굴 때리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딸이 던진 날카로운 질문에서 시작됐다. 고심 끝에 김은숙은 자신만의 답을 찾아냈고, 그 답을 드라마로 써냈다. 김은숙은 권선징악, 인과응보를 담아냈다. 또,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이 자신..

학교폭력 가해자가 만든 ‘더 글로리’ 시즌2의 빛바랜 영광

"복수 시작할 땐 나도 테이큰 같을 줄 알았지." (동은) 피해자들의 연대는 가해자들의 연대보다 강했다.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에도 변수가 생기는 법이니까. 게다가 악독하기 그지 없는 박연진(임지연)이 "왜 없는 것들은 세상에 권선징악, 인과응보만 있는 줄 알까?"라고 비웃음을 던질 때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문동은(송혜교)과 조력자들을 응원했다.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시즌2의 복수는 영화 '테이큰'의 그것과는 달랐다. "뒤도 밟아야지. 돈도 벌어야 하지. 학교도 옮겨야" 했다는 동은의 대사처럼 바쁘고 고단한 일이었다.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복수, 그러니까 정밀하게 판을 짜놓으면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아웅..

매 맞지만 명랑한 ‘더 글로리’ 현남, 염혜란이라 가능했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한들 복수가 그리 매끄럽게 진행될 리 없다. 설령 십 수년을 바쳤다 해도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저들’은 금수저들 아닌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의 동은(송혜교)은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을 찾아가 그들을 응징한다. 치명적인 약점을 간파하고, 상황을 완벽히 컨트롤한다. 사실상 신의 지위에서 벌을 내린다. 여정(이도현)에게 바둑을 배우고, 도영(정성일)이 다니는 기원에서 그의 눈길을 끌고, 마침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뿐인가.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이사장의 약점을 잡아 연진의 딸 담임이 돼 나타난다. 가해자 연대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명오(김건우)와 혜정(차주영)을 떼어내는 데 성공한다. 또, 약쟁이 이사라(김히어라)이 뒷덜미를 잡는다. 그렇게 ‘악의 축..

임지연, 차주영, 신예은.. ‘더 글로리’의 ‘(재)발견’에 설렌다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 학교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를 그린 김은숙 작가의 복수극, 넷플릭스 오리지널 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7일,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이 공개한 넷플릭스 전 세계 TV 시리즈 부문 순위에서 는 5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30일 공개된 는 줄곧 상위권에 랭크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성공한 작품에서 ‘배우’들이 주목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선, 송혜교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폭력 피해자 동은 역을 맡은 그는 절제된 연기로 찬사를 이끌었는데, 절망, 분노 등 강렬한 감정을 뻔하지 않게 표현했다. 극중 앙상한 몸..

엇갈린 유연석-문가영, ‘사랑의 이해’가 그린 신계급사회의 사랑

“맞다. 우리는 차별한다. 통장에 얼마가 찍혀 있는지, 한 달에 얼마나 쓰는지로. 조선시대의 계급은 신분이 정했고, 2022년 대한민국의 계급은 돈이 정한다. 은행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은행에서 일하는 우리들에게도 계급이 있다. 그리고 나와 그녀의 사이에도!” (하상수) 사랑이 ‘감정‘만으로 되는 것이라면, 서로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한 것이라면, 우리가 이토록 가슴앓이를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거기에는 감정에 앞서는, 감정을 누르는 수많은 ’이해(利害)‘가 존재한다. 다가가려 하다가도 나의 입장과 처지를 염려해 주저하게 되고, 상대의 사정과 형편을 고려해 머뭇거리게 된다. 그렇다, 사랑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개입된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집안 배경, 경제력, 직업 등은 ‘선(線)’을 구성한..

변화 필요했던 송혜교와 김은숙, 그들의 살벌한 복수극 ‘더 글로리’가 성공한 이유

"우리 천천히 말라죽어 보자. 연진아. 나 지금 너무 신나. (송혜교)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산산히 부서진 여자, 문동은(송혜교)은 온 생을 걸어 치밀한 복수를 준비했다. 지옥과도 같은, 그 참혹한 폐허를 견뎌냈다. 18년 동안, 그러니까 10대와 20대, 30대 초반의 삶을 온통 복수를 위해 갈아 넣었다. 그리고 가해자의 외동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담임이 돼 나타났다. 그는 가해자에게 선언한다. “우리 천천히 말라죽어 보자”고. “지금 너무 신”난다고. 고교시절의 문동은(정지소)는 소위 일진이었던 박연진(신예은)과 그 일당들에게 집요한 학교폭력을 당했다. 단순한 괴로힘 정도가 아니었다. 문동은의 몸에는 고데기에 의해 지져진 상처로 성한 곳이 없었다. 문드러진 살점은 참을 수 없이 가려웠고, 긁을 때마다..

'우리들의 블루스' 김혜자와 이병헌의 화해, 참았던 눈물 쏟았다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 "지금. 너랑 한라산 가는 지금." 목포에 다녀온 옥동(김혜자)과 동석(이병헌)은 한라산으로 향했다. 제주에 오자마자 한라산으로 간 까닭은 이제껏 한라산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옥동이 원하는 대로 그곳을 오르기 위해서였다. 눈덮인 산길을 오르며 동석은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리 하고 싶냐고 물었다. 옥동의 대답이 궁금했다. 혹 사는 게 징그럽지 않을까. "다시 태어나면 좋지." 그에게도 꿈꾸던 어떤 삶이 있었다. "돈 많은 부잣집에 태어나 돈 걱정 안 하고, 글도 배워 알고, 자식들도 일 안 시키고 공부 많이 시키고, 너네 아빠처럼 명 짧은 사람 말고 명 긴 사람 만나 한번 그리 살면 좋을겨. 아님 말고." 동석은 또 다시 물었다.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냐고. 옥동..

'우리들의 블루스' 김혜자와 이병헌이 들려줄 가슴 아픈 최후의 블루스

'천륜'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여기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린 모자가 있다. 은희(이정은)의 말마따나 "옆집에 빤스 쪼가리가 몇 장인지, 숟가락 젓가락이 몇 짝인지도 아는" 제주 '푸릉'에서 옥동(김혜자)과 동석(이병헌)의 관계는 유독 도드라진다. 동석은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옥동을 본체만체하고, 옥동의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겨우 받아도 '죽을 때 아니면 하지 말라'고 차갑게 쏘아붙인다. 동석은 옥동, 그러니까 자신의 엄마를 '작은 어멍(엄마)'라 부른다. 옥동을 바라보는 동석의 눈빛에서 경멸이 읽힌다. '도대체 엄마한테 왜 그러냐?'는 주변의 참견과 잔소리에 아버지 친구이자 친구 아버지와 재가한 옥동에 대한 증오를 쏟아낸다. 옥동은 그저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동석의 저 싸늘한 ..

노희경과 박해영, 결국 웰메이드로 증명했다.

토요일이 다가오면 설렌다. 가슴이 쿵쾅쿵쾅한다. 근래에는 없던 일이다. 바야흐로 주말이 기다려지는 시절이다. 이토록 기대감에 부푸는 까닭은 다름 아니라 두 편의 드라마 때문이다. 같은 날(4월 9일) 시작한 tvN 와 JTBC , 왠지 제목도 서로 통하는 듯한 드라마 두 편이 주는 블루스한 감성과 해방의 통쾌함은 일주일을 버티게 한다.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니야. 우리 엄마처럼 슬퍼만 하지 말라고. 밥도 먹고 기뻐도 하고 슬퍼하면서 살아." (이동석) '노희경 작가의 복귀작'으로 홍보 효과를 잔뜩 누렸던 는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이병헌, 신민아, 엄정화,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등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톱스타들이 출연한다는 소식도 드라마 흥행에 한몫했다. 첫회 시청률은 7.324%로 기대..

'우리들의 블루스' 엇가리는 반응, 노희경에 대한 찬사와 비판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말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외쳤던 노희경 작가가 4년 만에 신작을 발표하면서 전했던 문장이다. 새로운 드라마의 제목은 tvN ,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드라마다. '휴머니즘의 대가' 노희경은 그동안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한 인간애를 드라마에 녹여 왔다. 시청자들이 노희경의 드라마에 공감하고, 의지하고, 위로받았던 건 그 때문이었다. 노희경이 제주에 이끌린 건 필연적이다. "제주는 이웃들이 친인척이거나 아는 사람들로 연결돼 있"어서 "서로에 삶에 관여하"는 게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를 '괸당 문화(모두가 친인척인 개념)'라 하는데, 14명의 주요 인물들을 얼기설..

'살인자의 쇼핑목록' 마트에서 일하는 이광수가 반갑다

"평일 대낮에 어울리지 않는 차림으로 동네 슈퍼를 기웃거리는 남자의 뒷모습은 어쩐지 상쾌하지 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 마련이다." 어라? 이 기시감은 뭘까. 마트 계산대에 우뚝 서 있는 이광수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친숙하기까지 하다. 이런 걸 두고 '경력직'의 힘이라고 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불과 몇 주 전까지 이광수는 마트 알바였다. tvN 에서 차태현과 조인성을 도와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지 않았던가. 그런 이광수가 예능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마트'를 무대로 삼았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tvN 은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트 사장, 캐셔, 지구대 순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추리해나가는 슈퍼마켓 코믹 수사극'이다. 강지영 작가가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우리들의 블루스' 18세에 임신한 노윤서, 어떤 결정할까?

'노희경 드라마치고는 조금 밋밋하네?' tvN 를 4회까지 시청하면서 (드라마에 대한 만족도와는 별개로) 혼자 그런 생각을 했다. 억척스러운 은희(이정은)와 돈이 절실한 한수(차승원)의 첫사랑 얘기가 펼쳐지고, 성질 더러운 동석(이병헌)이 버럭 화를 내도 왠지 모르게 '순한 맛'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노희경 드라마'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노희경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인간미 가득한 서정적 작품을 써왔다. 착하고 곱다고 할까. 하지만 SBS 를 기점으로 기조가 달라졌다. 파격적인 설정과 실험적인 소재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솔직하고 발칙한 대사들로 시원한 쾌감을 줬다. 매번 고민할 거리를 던져줬다는 점도 노희경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5회를 ..

'우리들의 블루스' 눈물겨운 아빠, 한수의 헌신

전근 준비를 위해 짐을 옮기다가 발가락을 소파에 찧었다. 눈앞이 핑 돌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휘감아 왔다. 새빨간 피가 양말에 스며들었다. 아무래도 발톱이 들린 모양이다. tvN 의 한수(차승원)는 이를 악물고 발톱을 떼어냈다.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발톱이 빠져 드러난 속살을 보며 한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말이 전근이지 사실상 좌천이다. 그런데 하필 제주라니! 한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좋은' 기억이 없었다. 제주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다. 수학여행을 가려면 들깨를 시장에 팔아 돈을 마련해야 했다. 농구가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께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알아서 꿈을 접어야만 했다. 농구선수? 가난한 집 2남 3녀의 장..

'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이 차승원-이정은을 전면 배치한 까닭

은희(이정은)의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니, 이뤄질 수 없었다. 한수(차승원)는 가정에 충실(!)한 유부남이니까. 고향 제주로 돌아온 한수의 접근은 계획적이었다. 그는 돈이 절실했다. 미국에서 골프를 하고 있는 딸 보람의 유학 비용이 필요했다. 집이 가난해 학창시절 꿈이었던 농구를 포기해야 했던 한수는 자신의 딸만큼은 돈 때문에 꿈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한수는 은행 지점장이지만, 속 빈 강정이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상은 빈털터리다. 서울의 집도 팔았고, 퇴직금도 일부를 받아 썼다. 친구들에게도 손을 벌렸다. 가족들도 외면하는 처지다. 염치도 양심도 버렸다. 제주에 와보니 생선 장사로 성공해 점포 5개와 카페까지 갖고 있는 은희가 눈에 들어왔다. 좋은 타깃이었다. 게다가 한수는 은희의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