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드라마 톺아보기 26

연약해 보이는 13세 아들이 살인범? 아빠가 마주한 충격적 진실은

완전 무장한 경찰들이 가정집에 들이닥친다. 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순간,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가족들의 삶은 무너져 내린다. 부모는 항의하고 나서지만 공권력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이다. 경찰이 찾고 있는 건 13세 소년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이다.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있다가 경찰의 총구를 마주한 제이미 밀러는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오줌을 지린다. 경찰은 그를 긴급체포한다. 죄목은 무려 살인, 제이미는 같은 반 친구를 칼로 무참히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순진무구한 얼굴의 제이미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연약해보이는 13세 소년이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어쩌면 저 소년에게 억울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긴다. 실제로 제이미는 아빠 에디 밀러(스티븐 ..

'오징어 게임2' 딱지남 공유가 빵과 복권을 들고 나타난 이유

전세계적으로 노숙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는 올해 1월 시점에 노숙자가 약 77만 명으로 집계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1년 전보다 무려 18%나 증가한 수치이다. 프랑스에서는 일정한 거주지 없이 길거리나 쉼터, 공동 숙소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자 수가 약 33만 명(2022년 기준)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사망한 노숙자는 최소 735명이다. 대한민국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4월에 발표한 '2021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노숙자는 8956명에 달한다. 경제 상황이 매년 나빠지고 있는 중이라 이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급속히 늘어나는 노숙자 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악랄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한석규가 선택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빠는 딸을 의심한다. 아들의 시신을 끌어안은 아빠는 절벽 위를 바라보다 딸과 시선이 마주친다. 저 아이가 동생을 벼랑에서 밀어 떨어뜨린 게 아닐까. 의심은 어느덧 확신이 된다. 소설가 이미리내는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에서 "의심은 사실 의심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것은 온화한 가면을 쓴 확신"이므로 "필요한 것은 시간일 뿐" "의심은 결국 완전한 확신으로 커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MBC 금토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는 '의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태수(한석규)는 범죄 현장에 남겨진 증거 하나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고, 범죄자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최고의 프로파일러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딸 장하빈(채원빈)의 마음은 읽지 못한다. 이미 한 차례 품은 ..

'닭강정'으로 은퇴작 또 갱신, 안재홍의 도전에는 끝이 없다

이제 국민 간식 '닭강정'을 마음 편히 먹지 못하게 됐다. 어쩌면 누군가 닭강정으로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혹시 표면이 창백하지는 않은지, 민트초코향이 나는 건 아닌지 살피게 됐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하지만 닭강정을 보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안재홍' 탓이다. '은퇴작'을 또 한번 갱신한 그의 연기력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의 주오남에 이어 티빙 오리지널 'LTNS'의 사무엘까지 안재홍은 끊임없이 새롭고 독특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망가지는 걸 두러워하지 않았고, 마치 내일은 없다는 듯 과감하게 연기했다. 그 때문에 "혹시 이게 안재홍 은퇴작인가요?"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물론 멈출 생각이 없었던 안재홍은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귀주대첩으로 증명, 제목이 '강감찬' 아닌 '고려거란전쟁'인 이유

"고려는 죽지 않는다. 고려는 승리할 것이다." (강감찬) KBS2 대하사극 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 끝은 역시 '귀주대첩(龜州大捷)'이었다. 귀주성 앞 평원에서 제3차 여요전쟁 그 최후의 일전이 펼쳐졌다. 고려군과 거란군은 모두 배수진을 치고 대회전(大會戰)을 벌였다. 강감찬과 강민첨이 이끄는 고려군은 제1 검차진은 고립되고, 제2 검차진도 전투 불능 상황에 빠지는 위기 속에서도 버티고 버텼다. 불리한 전황을 뒤집는 요인은 김종현(서재우)이 이끄는 중갑기병의 합류였다. 야율융서(김혁)의 거란군을 제압하기 위해 고려가 준비했던 비밀병기 중갑기병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승기를 잡은 강감찬(최수종)과 강민첨(이철민)을 비롯한 고려군은 처절한 전투 끝에 승전보를 울렸다. 귀주대첩의 극적인 승리로 약..

원작자도 놀란 '금쪽이' 현종, '고려거란전쟁'은 어디로 가는가

거란 2차 침입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던 고려는 '양규의 선전' 등을 발판으로 거란을 가까스로 격퇴했다. KBS2 '고려거란전쟁('고거전')'은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양규를 비중있게 다루며 화제를 모았다. 양규 역을 맡은 지승현은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고, '2023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고거전'은 전통사극의 부활을 알렸다. 시청률 10%로 순항 중이던 '고거전'의 진짜 적은 거란이 아니었던가. 잘 나가던 드라마의 발목을 잡은 건 뜬근 없게도 '(대본) 작가'였다. '거란 2차 침입'을 통해 한 차례 휘몰아쳤던 '고거전'은 반환점을 돌며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나주까지 몽진을 떠났던 현종(김동준)은 그 과정에서 지방의 호족에게 온갖 수모를 겪었던 터라 개경으로 복귀 ..

TOP6 아닌 TOP7, '싱어게인3' 심사위원들은 죄가 없다.

JTBC '싱어게인3'가 뜨겁다. 뭐, '싱어게인' 시리즈가 뜨거운 게 하루 이틀인가. 이번 시즌도 최고 시청률 7.58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고, 60호 가수(김수영)의 무대는 유튜브에서 600만 뷰를 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이름'을 알린 출연자들은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문제는 다른 뜨거움이다. 심사위원들의 공정성, 경연 도중 규정 변경으로 판이 달궈지고 있다. 5일 방송된 '싱어게인3'의 TOP6 결정전은 초유의 사태로 접어들었다. 우선, 4:4 동률이 2차례나 나왔다. 이미 같은 상황이 3라운드에서 한 번 벌어졌고, 당시 회의 장면이 불충분하게 편집됐던 까닭에 심사위원 사이에 갈등설이 불거졌던 만큼 이번 동률 사태도 지켜보기 불안했다. 만약 이번에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

후반부 힘빠진 '마스크걸', 고현정에 대한 아쉬움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이 결국 해냈다. 공개 3일 만에 2위에 오르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더니,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지난 30일, '마스크걸'은 740만 뷰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캐나다, 프랑스, 이집트 등 72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전세계가 '마스크걸'의 매력에 푹 빠진 듯하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이한별/나나/고현정)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김모미는 주오남(안재홍)을 살해하고, 그의 엄마 김경자(염혜란)에게 쫓기게 된..

신림역 칼부림 등 흉악 범죄자, '국민사형투표'가 답일까?

7월 21일, 그 날의 충격을 쉬이 떨치기 어렵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은 전례를 찾기 힘든 '묻지마 범죄'였다. 피의자 조선(남, 33)이 휘두른 칼에 총 4명의 사상자(사망 1명, 부상 3명)가 발생했고, 피해자는 모두 일면식 없는 남성이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대낮에 갑자기 칼에 찔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방 범죄가 이어졌다. 8월 3일,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분당점 내에서도 칼부림이 벌어져 무려 14명의 사상자(사망 1명, 부상 1명)가 발생했다. 체포된 피의자 최원종(남, 22)은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내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고 진술했다. 17일에는 관악구에서 등산로로 출근하던 초등 교사가 너클을 낀 남성에게 폭행 및..

0%대 시청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를 추천하는 이유(봄에 몰아보면 좋은 드라마)

0%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실패작일까. 수치만 놓고 보면, 시청자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는 잠에서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낮은 시청률에도 높은 화제성을 뽐냈던 예외적인 드라마도 있었다. JTBC '멜로가 체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시청률과 화제성은 비례해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ENA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처럼 말이다. 2022년 11월 21일부터 2022년 12월 27일까지 방송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12부작)'는 주영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첫 회 시청률은 0.633%(닐슨코리아 기준)로 처참했다. 하지만 7회에서 1.2%까지 상승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도권 기준으로 1.413%까지 올랐던 걸 보면 일정한, 소수의..

PD 학폭, 노출 논란으로 낯뜨거운 ‘더 글로리’는 무엇을 남겼나

어떤 드라마(영화)가 좋은 작품일까. 연출, 극본(시나리오), 배우 등 다양한 요소가 갖춰져야 하겠고, 명대사도 필요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조금 추상적인 얘기를 해보자. 좋은 작품은 좋은 논의를 이끌어낸다. 많은 사람들을 말하게 만들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게 하고, 마침내 사회적 논의를 유도한다.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그런 면에서 ‘더 글로리’는 좋은 작품이 될 여지가 많다. “내가 죽도록 누굴 때리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이 아플 것 같아?”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딸이 던진 날카로운 질문에서 시작됐다. 고심 끝에 김은숙은 자신만의 답을 찾아냈고, 그 답을 드라마로 써냈다. 김은숙은 권선징악, 인과응보를 담아냈다. 또,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이 자신..

학교폭력 가해자가 만든 ‘더 글로리’ 시즌2의 빛바랜 영광

"복수 시작할 땐 나도 테이큰 같을 줄 알았지." (동은) 피해자들의 연대는 가해자들의 연대보다 강했다.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에도 변수가 생기는 법이니까. 게다가 악독하기 그지 없는 박연진(임지연)이 "왜 없는 것들은 세상에 권선징악, 인과응보만 있는 줄 알까?"라고 비웃음을 던질 때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문동은(송혜교)과 조력자들을 응원했다.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시즌2의 복수는 영화 '테이큰'의 그것과는 달랐다. "뒤도 밟아야지. 돈도 벌어야 하지. 학교도 옮겨야" 했다는 동은의 대사처럼 바쁘고 고단한 일이었다.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복수, 그러니까 정밀하게 판을 짜놓으면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아웅..

매 맞지만 명랑한 ‘더 글로리’ 현남, 염혜란이라 가능했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한들 복수가 그리 매끄럽게 진행될 리 없다. 설령 십 수년을 바쳤다 해도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저들’은 금수저들 아닌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의 동은(송혜교)은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을 찾아가 그들을 응징한다. 치명적인 약점을 간파하고, 상황을 완벽히 컨트롤한다. 사실상 신의 지위에서 벌을 내린다. 여정(이도현)에게 바둑을 배우고, 도영(정성일)이 다니는 기원에서 그의 눈길을 끌고, 마침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뿐인가.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이사장의 약점을 잡아 연진의 딸 담임이 돼 나타난다. 가해자 연대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명오(김건우)와 혜정(차주영)을 떼어내는 데 성공한다. 또, 약쟁이 이사라(김히어라)이 뒷덜미를 잡는다. 그렇게 ‘악의 축..

임지연, 차주영, 신예은.. ‘더 글로리’의 ‘(재)발견’에 설렌다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 학교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를 그린 김은숙 작가의 복수극, 넷플릭스 오리지널 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7일,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이 공개한 넷플릭스 전 세계 TV 시리즈 부문 순위에서 는 5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30일 공개된 는 줄곧 상위권에 랭크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성공한 작품에서 ‘배우’들이 주목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선, 송혜교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폭력 피해자 동은 역을 맡은 그는 절제된 연기로 찬사를 이끌었는데, 절망, 분노 등 강렬한 감정을 뻔하지 않게 표현했다. 극중 앙상한 몸..

엇갈린 유연석-문가영, ‘사랑의 이해’가 그린 신계급사회의 사랑

“맞다. 우리는 차별한다. 통장에 얼마가 찍혀 있는지, 한 달에 얼마나 쓰는지로. 조선시대의 계급은 신분이 정했고, 2022년 대한민국의 계급은 돈이 정한다. 은행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은행에서 일하는 우리들에게도 계급이 있다. 그리고 나와 그녀의 사이에도!” (하상수) 사랑이 ‘감정‘만으로 되는 것이라면, 서로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한 것이라면, 우리가 이토록 가슴앓이를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거기에는 감정에 앞서는, 감정을 누르는 수많은 ’이해(利害)‘가 존재한다. 다가가려 하다가도 나의 입장과 처지를 염려해 주저하게 되고, 상대의 사정과 형편을 고려해 머뭇거리게 된다. 그렇다, 사랑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개입된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집안 배경, 경제력, 직업 등은 ‘선(線)’을 구성한..

변화 필요했던 송혜교와 김은숙, 그들의 살벌한 복수극 ‘더 글로리’가 성공한 이유

"우리 천천히 말라죽어 보자. 연진아. 나 지금 너무 신나. (송혜교)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산산히 부서진 여자, 문동은(송혜교)은 온 생을 걸어 치밀한 복수를 준비했다. 지옥과도 같은, 그 참혹한 폐허를 견뎌냈다. 18년 동안, 그러니까 10대와 20대, 30대 초반의 삶을 온통 복수를 위해 갈아 넣었다. 그리고 가해자의 외동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담임이 돼 나타났다. 그는 가해자에게 선언한다. “우리 천천히 말라죽어 보자”고. “지금 너무 신”난다고. 고교시절의 문동은(정지소)는 소위 일진이었던 박연진(신예은)과 그 일당들에게 집요한 학교폭력을 당했다. 단순한 괴로힘 정도가 아니었다. 문동은의 몸에는 고데기에 의해 지져진 상처로 성한 곳이 없었다. 문드러진 살점은 참을 수 없이 가려웠고, 긁을 때마다..

'우리들의 블루스' 김혜자와 이병헌의 화해, 참았던 눈물 쏟았다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 "지금. 너랑 한라산 가는 지금." 목포에 다녀온 옥동(김혜자)과 동석(이병헌)은 한라산으로 향했다. 제주에 오자마자 한라산으로 간 까닭은 이제껏 한라산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옥동이 원하는 대로 그곳을 오르기 위해서였다. 눈덮인 산길을 오르며 동석은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리 하고 싶냐고 물었다. 옥동의 대답이 궁금했다. 혹 사는 게 징그럽지 않을까. "다시 태어나면 좋지." 그에게도 꿈꾸던 어떤 삶이 있었다. "돈 많은 부잣집에 태어나 돈 걱정 안 하고, 글도 배워 알고, 자식들도 일 안 시키고 공부 많이 시키고, 너네 아빠처럼 명 짧은 사람 말고 명 긴 사람 만나 한번 그리 살면 좋을겨. 아님 말고." 동석은 또 다시 물었다.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냐고. 옥동..

'우리들의 블루스' 김혜자와 이병헌이 들려줄 가슴 아픈 최후의 블루스

'천륜'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여기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린 모자가 있다. 은희(이정은)의 말마따나 "옆집에 빤스 쪼가리가 몇 장인지, 숟가락 젓가락이 몇 짝인지도 아는" 제주 '푸릉'에서 옥동(김혜자)과 동석(이병헌)의 관계는 유독 도드라진다. 동석은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옥동을 본체만체하고, 옥동의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겨우 받아도 '죽을 때 아니면 하지 말라'고 차갑게 쏘아붙인다. 동석은 옥동, 그러니까 자신의 엄마를 '작은 어멍(엄마)'라 부른다. 옥동을 바라보는 동석의 눈빛에서 경멸이 읽힌다. '도대체 엄마한테 왜 그러냐?'는 주변의 참견과 잔소리에 아버지 친구이자 친구 아버지와 재가한 옥동에 대한 증오를 쏟아낸다. 옥동은 그저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동석의 저 싸늘한 ..

노희경과 박해영, 결국 웰메이드로 증명했다.

토요일이 다가오면 설렌다. 가슴이 쿵쾅쿵쾅한다. 근래에는 없던 일이다. 바야흐로 주말이 기다려지는 시절이다. 이토록 기대감에 부푸는 까닭은 다름 아니라 두 편의 드라마 때문이다. 같은 날(4월 9일) 시작한 tvN 와 JTBC , 왠지 제목도 서로 통하는 듯한 드라마 두 편이 주는 블루스한 감성과 해방의 통쾌함은 일주일을 버티게 한다. "슬퍼하지 말란 말이 아니야. 우리 엄마처럼 슬퍼만 하지 말라고. 밥도 먹고 기뻐도 하고 슬퍼하면서 살아." (이동석) '노희경 작가의 복귀작'으로 홍보 효과를 잔뜩 누렸던 는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이병헌, 신민아, 엄정화,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등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톱스타들이 출연한다는 소식도 드라마 흥행에 한몫했다. 첫회 시청률은 7.324%로 기대..

'우리들의 블루스' 엇가리는 반응, 노희경에 대한 찬사와 비판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말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외쳤던 노희경 작가가 4년 만에 신작을 발표하면서 전했던 문장이다. 새로운 드라마의 제목은 tvN ,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드라마다. '휴머니즘의 대가' 노희경은 그동안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한 인간애를 드라마에 녹여 왔다. 시청자들이 노희경의 드라마에 공감하고, 의지하고, 위로받았던 건 그 때문이었다. 노희경이 제주에 이끌린 건 필연적이다. "제주는 이웃들이 친인척이거나 아는 사람들로 연결돼 있"어서 "서로에 삶에 관여하"는 게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를 '괸당 문화(모두가 친인척인 개념)'라 하는데, 14명의 주요 인물들을 얼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