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드라마 톺아보기 23

'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이 차승원-이정은을 전면 배치한 까닭

은희(이정은)의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니, 이뤄질 수 없었다. 한수(차승원)는 가정에 충실(!)한 유부남이니까. 고향 제주로 돌아온 한수의 접근은 계획적이었다. 그는 돈이 절실했다. 미국에서 골프를 하고 있는 딸 보람의 유학 비용이 필요했다. 집이 가난해 학창시절 꿈이었던 농구를 포기해야 했던 한수는 자신의 딸만큼은 돈 때문에 꿈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한수는 은행 지점장이지만, 속 빈 강정이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상은 빈털터리다. 서울의 집도 팔았고, 퇴직금도 일부를 받아 썼다. 친구들에게도 손을 벌렸다. 가족들도 외면하는 처지다. 염치도 양심도 버렸다. 제주에 와보니 생선 장사로 성공해 점포 5개와 카페까지 갖고 있는 은희가 눈에 들어왔다. 좋은 타깃이었다. 게다가 한수는 은희의 영원..

명대사 쏟아진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을 추앙하라

채우기보다 비우기가 어렵다. 말이 그러하고, 글도 마찬가지다. 어떤 극본은 '지문'보다 '대사'가 훨씬 많다. 불필요한 대사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될 상황까지 일일이, 인물의 입을 통해 설명한다. 표정과 행동으로 충분히 드러날 감정까지 구구절절 말하게 한다. 연출을, 배우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이 앞선다. 결국 자신의 글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백'을 비어진 상태 그대로 두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tvN , 로 필력을 인정받은 박해영 작가는 공백을 겁내지 않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의 극본에는 공들여 새긴 여백이 많다.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 조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다. 연출과 배우들은 그 빈칸을 압축적으로 채워나간다. 명대사가 즐비하고, 명연기가 쏟아진다. 드라..

'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이 돌아왔다 (feat. 차승원, 이정은, 이병헌, 한지민, 신민아, 김우빈)

오랜만에 드라마를 챙겨 보게 됐다.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김혜자, 고두심 등 출연 배우들의 이름도 '챙겨 봄'의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극본을 쓴 작가의 이름이 결정적이었다. 바로 KBS2 , , SBS , , tvN 를 집필한 '노희경'이다. 노희경의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노희경의 드라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삶을 직시하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쓴 드라마 속 인물들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그 안에 매몰되지 않고, 다시금 앞으로 걸어 나간다. 고개 숙이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한다. 우리는 공감하고, 위로받는다. 결국 노희경의 드라마에는 '사람'이 가득하다. 방치돼 있던 '나'라는 존재가 흠뻑 적셔지는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