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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이 차승원-이정은을 전면 배치한 까닭

너의길을가라 2022. 4. 17. 11:41

은희(이정은)의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니, 이뤄질 수 없었다. 한수(차승원)는 가정에 충실(!)한 유부남이니까. 고향 제주로 돌아온 한수의 접근은 계획적이었다. 그는 돈이 절실했다. 미국에서 골프를 하고 있는 딸 보람의 유학 비용이 필요했다. 집이 가난해 학창시절 꿈이었던 농구를 포기해야 했던 한수는 자신의 딸만큼은 돈 때문에 꿈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한수는 은행 지점장이지만, 속 빈 강정이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상은 빈털터리다. 서울의 집도 팔았고, 퇴직금도 일부를 받아 썼다. 친구들에게도 손을 벌렸다. 가족들도 외면하는 처지다. 염치도 양심도 버렸다. 제주에 와보니 생선 장사로 성공해 점포 5개와 카페까지 갖고 있는 은희가 눈에 들어왔다. 좋은 타깃이었다. 게다가 한수는 은희의 영원한 첫사랑이었으니까.

현재 아내와 별거 중이고, 곧 이혼할 거라 속이고 접근했다. 은희는 설렜다. 평생 일만 하느라 딱딱하게 굳어버린 삭막한 마음에 봄바람이 스며들었다. 한수는 첫키스의 추억이 깃든 수학여행 장소인 목포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목포의 이곳저곳을 둘러본 두 사람은 호텔로 향했다. 한껏 들떠있는 은희와 양가적 감정에 휩싸인 한수의 대비되는 표정이 흥미로웠다.

한편, '위험'을 감지한 제주의 친구들은 한수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수의 현재 상황을 은희에게 전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은희는 자신의 감정을 이용한 한수에게 분노했고, 오랜 친구를 잃었다며 오열했다. 한수는 은희에게 차마 돈을 빌려 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사정을 고백했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 동생 4명의 뒷바라지를 한 은희에게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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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재밌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너한테? 매일 죽어라 생선대가리 치고 돈 벌어서 동생들 뒤치다꺼리나 하는 너한테 기껏 하나 남아있는 어린 시절 나에 대해 남아있는 좋은 추억, 돈 얘기로 망쳐먹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도 정말 미안하다. 친구야." (한수)



한수의 마지막 고백이 주는 울림 때문이었을까. 은희는 첫사랑이자 오랜 친구인 한수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수의 뒷조사를 한 친구들에게 호되게 쏘아붙이고, 다음 날 한수의 계좌로 2억 원을 송금했다. "장사꾼이 장사하다 보면, 밑질 때도 있는 법. 내 올해 장사 밑졌다 생각하면 그뿐이다. 살면서 밑진 장사 한두 번 하는 거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받아."

한수는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제주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살면서 늘 밑지는 장사한 너에게 이번만큼은 밑지는 장사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은희가 보낸 돈을 고스란히 돌려줬다. 한수는 골프를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온 딸,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하니 후련했다. 한수는 은희와의 우정을 지켰고, 은희는 첫사랑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한수와 은희의 이야기가 마무리 됐다. 단편소설 한 편이 끝난 듯하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두 남녀의 이야기가 끝나는 동시에 종영되겠지만, <우리들의 블루스>의 경우에는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다음 주인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는 무려 14명의 '주연'이 있는 옴니버스 드라마이다. 아직 한지민, 김우빈, 이병헌, 신민아, 엄정화 등의 이야기가 남아있다.

"남녀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지겹더라. 우리 삶은 다 각자가 주인공인데 왜 두 사람만 따라가야 하는지 지겨웠고, 그 고민 속에서 선택했다." (노희경 작가)



이처럼 옴니버스는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하고, 그들 사이에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몰입도가 떨어지고 자칫 지루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옴니버스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의 성공률이 의외로 낮은 까닭이다. 노희경 작가는 옴니버스의 장점을 극대화하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한수와 은희' 이야기를 전면에 3회 연속으로 배치했다.

의도는 명확하다. 이런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은 3회까지의 주요 인물인 한수와 은희의 에피소드를 따라 드라마에 집중하게 된다. 동시에 시청자들은 다른 인물들에 대해 감을 잡아나가며 전체 스토리 라인을 이해하게 된다. 흐름이 끊기지 않아 이야기 전개도 효율적이다. 익숙함 속에서 몇 회마다 다른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이는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다.

배우들의 칭찬을 하지 않고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다. 어릴 적 꿈을 잃은 채 오로지 딸에게 헌신하는 가장 한수 역을 맡은 차승원은 힘을 완전히 뺀 연기로 배우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또, 억척스럽지만 마음 속에 첫사랑의 설렘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은희 역을 맡은 이정은은 웃고 울리는 흡인력 있는 열연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초반부에 그동안 외면받았던 중년의 로맨스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그 과감한 시도가 반가웠다. 4회부터 영옥(한지민)과 정준(김우빈)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과연 어떤 로맨스가 그려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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