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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엇가리는 반응, 노희경에 대한 찬사와 비판

너의길을가라 2022. 5. 1. 17:01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휴머니즘이 가득한 말이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외쳤던 노희경 작가가 4년 만에 신작을 발표하면서 전했던 문장이다. 새로운 드라마의 제목은 tvN <우리들의 블루스>,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드라마다. '휴머니즘의 대가' 노희경은 그동안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한 인간애를 드라마에 녹여 왔다.

시청자들이 노희경의 드라마에 공감하고, 의지하고, 위로받았던 건 그 때문이었다. 노희경이 제주에 이끌린 건 필연적이다. "제주는 이웃들이 친인척이거나 아는 사람들로 연결돼 있"어서 "서로에 삶에 관여하"는 게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를 '괸당 문화(모두가 친인척인 개념)'라 하는데, 14명의 주요 인물들을 얼기설기 묶어내기에 제주만큼 적합한 장소는 없었으리라.

작품에는 이병헌, 신민아, 엄정화,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김혜자, 고두심 등 국내 톱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이런 놀라운 캐스팅이 가능했던 건 드라마의 형식이 옴니버스였기 때문이며, 노희경이 배우들의 존경을 받는 대작가이기 때문이리라. 시청률도 준수하다. 첫회 7.324%(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7회 7.913%를 기록했다. 4회 9.182% 이후 주춤했지만, 다시 상승세를 탔다.

노희경 휴머니즘의 집대성이라 할 만한 <우리들의 블루스>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의외로' 엇가리는 편이다. 그것도 아주 첨예하다. 무슨 까닭일까. 초반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은희와 한수'편은 외면받았던 중년의 로맨스를 담았다는 점에서, 억척스러운 은희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물론 이정은과 차승원의 열연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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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 6회를 거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바로 '청소년 임신'을 다룬 '영주와 현' 에피소드였다. 18살 영주(노윤서)는 임신 사실을 알고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지만,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고 출산을 결심하게 된다. 애당초 '청소년 임신'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건드린 것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감춰둘 문제가 아니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문제는 다른 쪽에서 터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영주가 임신중단을 포기하게 되는 과정이 진부하다며 시대착오적이라 공분했다. 황진미 평론가는 드라마가 영주보다 "여성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듯 굴면서도, 혼자 유아용품점을 서성이고 "내 아이이기도 하잖아"라는 맹랑한 소리를" 하는 현의 편에 서 있다고 꼬집었다. 또, 영주의 캐릭터는 붕괴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보다 뼈아픈 비판은 영주와 현의 에피소드가 결국 인권과 호식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도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황진미는 "영주의 출산은 굉장한 갈등 끝에 앙숙인 아버지들 간의 화해"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홀로 아이를 키워온 두 아버지의 사연이 또 절절하게 뿜어져 나올 것"이라고 썼다. 영주와 현을 품어줬던, 영주와 현의 아이까지 품어줄 '괸당 공동체'의 역할은 또 한번 강조될 것이다.


황진미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노희경이 공들인 건 주체적인 여성 캐리터가 아니라 "여자와의 관계로 주눅 들고 상처 입은 남성에 대한 위무"라고 분석했다. "딸의 꿈을 위해 여자에게 돈을 빌려야 하는 아버지(한수)", "과거 많은 여자를 품는 연하남(정준)", "낙태하려는 여자 곁에서 내책 없이 '내 아이를 꿈꾸는 소년(현)", "홀로 아이를 키워온 아비(인권, 호식)" 등이 그 예이다.

노희경은 여전히 압도적인 필력을 자랑한다. 14명의 주요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는 몰입력 뛰어난 전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감동적이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향해 찬사가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노희경을 사랑했던, 노희경의 세례를 받았던 많은 이들의 아쉬움도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노(老) 작가가 되어 버린 노 작가'를 슬퍼하기도 한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까. 노희경 작가의 필모그래피에서 <우리들의 블루스>는 어떤 드라마로 남을까.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는 시청자인 우리의 몫일 게다. 휴머니즘과 연민은 일정 부분 상충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고, 그의 가치관이 세월을 거듭하면서 '낡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희경이라는 텍스트는 읽을 가치가 있고,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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