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톺아보기

이사까지 간섭하는 시어머니, 잔소리와 강요에 며느리는 숨이 막혔다

너의길을가라 2019. 6. 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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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미호(와 경택)는 시어머니를 만나는 게 점차 부담스럽다. 그래도 어느 정도 할 말을 하는 며느리인 미호지만, 시어머니와의 대화는 매번 버겁기만 하다. 시어머니는 성인인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한다. '너희가 아무리 성인이라도 부모한테는 자식이야.'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사사건건 간섭하고 나섰다. 의견 제시를 넘어 강요하는 수준이다. 이쯤되면 갑갑함을 넘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사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어머니는 만날 때마다 이사 얘기를 꺼내면서 며느리를 압박했다. 미호에게 거주지 선정의 우선순위는 출근의 용의성이다. 방송국과 접근성이 좋아야 했다. 아마 미호와 경택만 집을 보러 갔다면, 그러니까 애초의 계획대로 진행했다면 아무런 갈등 없이 계약을 마쳤을 것이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따라 나서면서 일이 꼬여 버렸다. 딸이 이사하는 데 배제됐던 게 못내 서운했던 시어머니가 개입을 선언했던 것이다. 


시어머니는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싸다며 경기도 파주를 추천했다. 사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물론 (같은 집값이면) 파주가 서울에 비해 주거 환경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미호는 방송국으로 출퇴근을 해야하는데 파주로 이사를 가라는 건 상식밖의 일이다. 시어머니는 그런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고집만 내세웠다. 갈등을 피하고 싶었던 미호는 시부모를 따라 파주까지 가서 집을 보고 와야 했다.


49회 방송에서도 시어머니는 미호에게 "어떻게 집은 어느 쪽으로?"라고 물었고, 미호는 머뭇거리며 "우리는 경기도에서 사는 게 힘들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출퇴근이 용이한 서울에 집을 구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니는 싫은 티를 내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제작진은 '왜 내가 살 집을 고르는데도 시어머니의 눈치를 봐야 할까?'라는 질문을 덧댔다. 



"이게 간섭 같고, 너네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 같지? 간섭같아? 부담스러워?"


도대체 왜 이런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는 걸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어머니의 간섭 때문이다. (물론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며느리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 여기겠지만..) 좀더 범위를 확장해서 부모 세대의 간섭이라고 해도 좋다. 당장 미호는 "우리도 나이 많아."라고 항변했다.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란 뜻이다. 이제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고, 사리분별을 할 수 있다는 완곡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시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잔소리 같아도 맨날 이렇게 얘기할 거야. 싫어도 어쩔 수 없어. 우리 가족이 된 이상 내 잔소리를 들어야 돼." 경택은 고개를 숙였고, 미호는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시어머니는 미호와 경택을 여전히 '자식'이라는 틀에 가두(고 간섭하)려 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미 어엿한 어른이다. 자신들이 살 집을 고르는 데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고, 그 기준에 따라 집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어른 말이다.


점차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대화가 힘이 든다. 비단 미호와 경택의 집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세대 차이'가 불가피한 간극을 만들어 냈겠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를 '품 안의 자식'으로 여기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충돌이다. 미디어 평론가 김선영은 (시)부모가 며느리와 아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미호의 시어머니의 경우에도 미호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여주고, 미호에겐 출퇴근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이해해줬다면 훨씬 더 즐거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운전면허증을 따서 차를 끌고 출퇴근을 하라'고 말하는 대신 말이다. 시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왜 그에게 비밀로 한 채 이사를 준비했는지 차분히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자녀들과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자녀들의 (대화에 있어서의) 태도도 일정 부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김선영은 계속해서 "자녀들도 '어머니 생각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저희 생각은 이렇습니다.' 또는 '여러가지 대안 중에서 합의점을 찾으면 좋겠다'고 일방적인 의견 전달이 아닌 대화를 통한 합의점 도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고난도(?)의 대화도 존중과 인정이 뒷받침될 때에야 가능한 것이다. '너는 자식이고, 나는 부모야.'는 설정으로는 불가능하다. 


"제 얘기 아예 하나도 안 들으시는 거 아시죠? 다 무시하는 거 아시죠?"


지난 주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48회)에서 시가 가족들과 캠핑을 떠났던 백아영은 시어머니와 '그랬구나' 게임을 하다가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시어머니의 일관된 태도에 대해 얘기하려다가 쌓였던 감정이 터져 버린 것이다. 시어머니는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했지만, 그 곳에 둘러앉아 있던 가족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TV를 지켜봤던 시청자들도 아영의 답답한 속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호도 아영처럼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모 세대에게 필요한 처세술은 몸이 달아 간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려움에 부닥친 자녀 세대가 삶의 연륜으로 쌓아 올린 지혜를 청하러 오기까지 말이다. 부모로서 걱정마저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옛날의 방식을 강요하거나 그 틀에 자녀들을 맞추려는 간섭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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