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몸만큼이나 크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그보다 묵직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인생의 짐을 잠시 내려놓은 탓일까. 왠지 모르게 평온해 보인다. 육체의 피로는 어쩔 수 없지만, 정신의 고단함을 벗어던진 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그들의 이름은 순례자다. 저마다의 이유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그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걷는다. 그리고 저마다의 알베르게(Albergue, 순례자 숙소)를 찾는다. 하루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마을을 찾은 순례자들은 알베르게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에 이르렀다는 건 순례길의 중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순례길에 익숙해진 만큼 노곤함도 짙어졌다. 게다가 힘든 코스를 앞둔 시점이라 조금이라도 안락한 알베르게에서 묵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