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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s 오래된 공책 (52)

우리들은 여러 해를 함께 살아온 지금 비로소 서로에게 소속되어 있다는 감정을 맛본 거야. 나는 별안간 공포를 느꼈고 혼자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미칠 지경이었어. 그 어느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고통이었어. 늘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왔지만 이제야 당신과 묶여 있다는 감정을 갖게 되었어. 그래. 목숨을 내걸고 맹세할 수 있었어.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점을 직접 경험하고 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당신이 없이도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 페터 한트케, 『왼손잡이 여인』-

결과만 좋으면 원칙은 무시돼도 좋은 걸까? 홍명보가 틀렸다

- 에서 발췌 - "소속팀에서 얼마나 활약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대표팀 발탁 기준이다." 지난 2013년 6월, 홍명보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위와 같은 원칙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여러 차례 강조됐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기준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정작 뽑고 싶었던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아니, 사실상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홍 감독은 딜레마에 빠졌다. 1. 원칙을 지킨다 2. 원칙을 어긴다 홍명호 감독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만약 결과가 좋다면 원칙을 어긴 부분은 조용히 덮일 수 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선 '결과'만 좋으면 '과정' 따위는 깔끔..

스포츠 2014.05.13

세월호 참사, 주간지를 통해 본 언론의 시선 (2)

"저희들도 평소에 YTN과 를 참고해서 속보를 냈다. 이번에는 그렇게 못하겠더라. 지금은 인용하기가 꺼려진다. 큰 사고는 정확히 보도하는 게 중요한데 속보만 생각하다 오보가 두드러졌다. 일본도 물론 속보 경쟁을 하지만 그래도 기본은 크로스체크다. 한국은 이번에 너무 과했다" "선장은 살인? 박 대통령 놀랍다 '오보' 한국언론, 인용 꺼리게 돼" 위의 발언은 일본의 한 언론사 서울지국 B기자의 것이다. 언론이 '속도 경쟁'이 사활을 걸면서 점차 뉴스는 질은 떨어지고 있다. 내용 확인은 물론이고, 오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일단 '올리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온라인 뉴스 탓에 주간지는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주간지는 일간지에 비해서도 타격이 훨씬 크다..

버락킴's 오래된 공책 (47)

"사람들은 당신이 철저한 야인이라고 하던데요?""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군. 하지만 철저한 주변인은 철저한 중앙인과 같아. 주변에 머무리기 위해서는 중앙에 머물기 위한 것과 똑같은 적극성과 노력이 필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니게 돼. 주변에서 중앙으로, 중앙에서 주변으로." - 이영도, 『피를 마시는 새』中 -

<밀회>, 상류층의 속물근성과 그조차도 욕망하는 우리의 속물근성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그 중에서 유력한 이론(혹은 가설) 중 하나는 바로 '언어결정론'이다. 훔볼트(Humbolt)가 이 이론의 대표적인 주창자이다. 훔볼트는 인간의 사고의 구조와 내용은 곧 '그'가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결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사피어-워프는 "우리는 모국어가 그어놓은 선에 따라 자연세계를 나눈다"고 말했고, 비트겐슈타인도 "내 언어의 한계들은 내 세계의 한계들을 뜻한다"고 말했다. '언어결정론'의 대척점에 '사고결정론'이 자리잡고 있고, 최근에는 '언어결정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굳이 이 글에서 그 모든 이론을 살펴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 어떤 이론이 100% 옳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

TV + 연예 2014.05.07

버락킴's 오래된 공책 (43)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학창시절 단짝 친구를 굳이 찾지 않는 이유는, 달라진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겁이 나서는 아니다. 현재의 나를 만들어준 한 부분이고 그것을 잊지 않으리라는 믿음. 결국 우리는 같은 생(生)이라는 강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고 언제라도 그 다리를 쉽게 건널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 최선임, 『대안의 그녀』 역자 후기 中 -

버락킴's 오래된 공책 (42)

무엇을 위해 나이를 먹는 것일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질 때, 편리하게 생활 속으로 도망가기 위해서인가. 은행에 불 일이 있다,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식사 준비를 해야 한다 ……. 이런 말을 하면서 집 문을 탕! 하고 닫기 위해서인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 가쿠타 미츠요, 『대안의 그녀』中 -

<역린>, 작은 일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에 응답하다

누군가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검은 그림자의 무게 앞에 체념한다. 그리고 넋두리를 읊을 뿐이다. 너 하나 가지고 바뀔 세상이었다면 수천 수만 번도 더 바뀌었을 것이라 타박한다. 까불지 말고 고개를 숙이라며 조언을 빌미삼아 비아냥 댄다. 누군가는 그렇게 세상을 다 아는마냥 떠들어댄다. 아니, 그 누군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그 짓눌린 누군가 혹은 나의 한탄에 당신은 무엇이라 대답할 것인가? 그저 고개를 끄덕일 것인가? 정경언관 유착의 고리, 얽히고설킨 그 부패의 고리에 주저앉을 것인가? 온갖 이해관계로 돈독히 형성된 카르텔이 지배하는 그 치밀한 구조 앞에 체념과 한숨으로 살아갈 것인가? 자본의 힘이 지배하는 세상,..

버락킴의 극장 2014.05.06

다이빙벨의 실패, 그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 에서 발췌 - "다이빙벨은 실패했다. 팽목항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는 지난 5월 1일 위와 같이 말했다. 실종자 수색에 있어 '다이빙벨'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유족들을 비롯해서 많은 국민들이 다이빙벨 투입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해경은 극구 반대했었다. 소위 '밀당'이 있은 이후 이제와서 다이빙벨이 투입됐지만 실종자 수색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 매체는 '비아냥'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실종자 수색에 있어서도 정치적 공세로 일관하는 천박한 언론이 낯부끄러운 짓이 참담하기만 하다. 차분히 객관적으로 이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힘든 일이긴 하지만 이럴수록 더욱 냉정해야 한다. 처음 이종인 대표가 JTBC 에 출연했던 당시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그래야..

조문까지 연출하는 정부, 국민을 어디까지 기망할 것인가

'정부가 국민을 기망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러한 기망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다보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민을 기망하는 것에도 정도가 있다!' 지난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안산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소가 공식적으로 문을 여는 시간인 10시보다 1시간 이른 9시 경이었다. 분향소에 들어선 박 대통령은 제단 좌측에서부터 홀로 헌화를 했고, 우측으로 돌아 다시 출입문 쪽으로 나왔다고 한다. 바로 이때 청와대의 '조문 연출'이 시작됐다. 한 할머니(이하 A 씨)가 박 대통령에게 다가가 팔을 붙잡은 것이다. 두 사람은 짧은 대화를 나눴고, 이는 화보처럼 사진이 찍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감동스러운..

우울증 앓고 있는 대한민국, 개그콘서트를 허하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6일 째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실종자 수색은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 분노는 곧바로 온갖 문제투성이인 청해진해운으로 향했다. 구조 작업이 계속됐지만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무능력한 해경과 국가적 재난에 대해 제대로 된 매뉴얼조차 갖추지 못한 정부에 분노했다. 해경, 언딘 위해 UDT 잠수 막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들, 가려져 있던 그 실체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국민들을 또 다시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해경이 민간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가 세월호 현장 잠수를 먼저 해야 한다는 이유로 특수전전단(UDT/SEAL)과 해난구조대(SSU) 최정예 요원들의 투입을 막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TV + 연예 201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