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결과만 좋으면 원칙은 무시돼도 좋은 걸까? 홍명보가 틀렸다

너의길을가라 2014. 5. 13. 07:48
반응형



- <마이데일리>에서 발췌 - 


"소속팀에서 얼마나 활약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대표팀 발탁 기준이다.


지난 2013년 6월, 홍명보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위와 같은 원칙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여러 차례 강조됐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기준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정작 뽑고 싶었던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아니, 사실상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홍 감독은 딜레마에 빠졌다.


1. 원칙을 지킨다 

2원칙을 어긴다


홍명호 감독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만약 결과가 좋다면 원칙을 어긴 부분은 조용히 덮일 수 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선 '결과'만 좋으면 '과정'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되어 왔기 때문이다. 늘상 그래왔던 일이 홍 감독에게도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물론 결과가 나쁘다면 그에겐 그 어떤 자비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 감독 사퇴를 각오해야 한다. 


원칙을 지켰다 - 결과가 좋았다

원칙을 지켰다 - 결과가 나빴다

원칙을 어겼다 - 결과가 좋았다

원칙을 어겼다 - 결과가 나빴다 


홍 감독의 선택은 자신이 공언했던 원칙을 어기는 것이었다. 이제 홍 감독이 할 일은 결과를 좋게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테고, 계속해서 국가 대표팀 감독도 맡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홍 감독에게 주어진 숙제는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 <스포츠경향>에서 발췌 - 


"원칙 안에서 선수 선발을 했다면 오히려 쉬웠을 것이다. 나 역시 팀을 위해 고민 한 것이다. 여러분만큼 대표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아실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마지막까지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 


그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누구보다 대표팀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의심하지 않는다. 장고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원칙'을 말하기 전에 뽑고 싶은 선수가 정해져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선발하고 싶은 선수가 자신이 말한 원칙에 충분히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또, 그렇게 되길 바랐을 것이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홍명보 감독이 원칙을 내세웠고, 그가 그 원칙을 뒤집었다는 사실이다. 대표팀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 혹은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말은 그저 '곁가지'이자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그렇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누구나 그렇게 말해왔기 때문이다. 


가령, 이를 정치의 영역에서 생각해보자. 대통령이 원칙을 내세웠다고 해보자. 그 원칙이란 곧 국민과의 약속이다. 그런데 얼마 뒤,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다. "원칙을 깨뜨리겠다. 하지만 나 역시 대한민국을 위해 고민했다. 국민 여러분만큼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이러한 말과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만약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가정해보자. 또, 대통령이 원칙을 어기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결과가 좋았으니까 된 거라고 넘어갈 문제일까? 이제 더 이상 원칙은 원칙이 아니다. 그 누구도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말 바꾸기는 계속될 것이다. 문제들은 누적될 것이다. 그리고 한 번 된통 당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피해는? 당연히 원칙을 어기는 '리더'를 묵인한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이것이 단지 '축구 국가대표팀'만의 문제일까? 혹시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켜켜이 쌓여왔던 문제는 아닐까?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는 홍 감독의 말은 더욱 씁쓸하게 들려온다. 그의 말이 '결과만 좋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들리는 건 무슨 까닭일까?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바란다. 16강 진출 혹은 그 이상을 염원한다. 하지만 그 성과가 원칙을 어기고 얻어낸 것이라면 어떨까? 그래도 우리는 반가워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원칙'을 지키지 않은 대가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원칙은 약속이고, 곧 신뢰다. 그리고 기본이다. 그것이 누군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마음대로 좌지우지될 때, 결국 사회는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설령 결과가 나쁠지라도, 원칙을 지키고 그에 맞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바람직한 것 아닐까? 만약 홍 감독이 원칙을 지키는 결정을 했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모습에 감동하고 더욱 더 큰 성원을 보내지 않았을까?



P.S.


씁쓸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곧 잊을 것이다. 만약 홍 감독이 원칙을 어기고 선발한 선수가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그의 결정은 면죄부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너진 원칙, 그 자체는 표류할 것이고 끝내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무릎 꿇릴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