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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s 오래된 공책 (72)

왜 저렇게 섞이고 싶어하는 걸까? 같은 용액에 잠겨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른 사람들에게 용해되어버리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은 것일까? 난 '나머지 인간'도 싫지만, '그룹'에 끼는 건 더더욱 싫다. 그룹의 일원이 된 순간부터 끊임없이 나를 꾸며대지 않으면 안 되는, 아무 의미 없는 노력을 해야 하니까. - 와타야 리사,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中에서 -

기본소득제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 두 가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 6월 호에 홍준기 프로이트 라캉 정신분석연구소 소장의 '무비판적 담론이 '지젝' 환상 키워'라는 글이 실렸다. 홍준기는 이 글을 통해 '들뢰즈-네그리류의 신좌파 공산주의(혹은 코뮨주의), 그리고 요즘 많이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론'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기본소득론'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챙겨 봤는데, 초반 부분은 다소 학술적인 내용(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이고, 기본소득론을 다루고 있는 후반부도 좌파 간의 진영 논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 내용을 모두 꼼꼼하게 인용하고 논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홍준기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기본소득론자는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신자유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9)

"조종사의 일은 조종간을 지키는 것이다.""아닙니다. 조종사의 일은 생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매뉴얼이나 규칙도 물론 중요하지만 비행기에는 여러 사람이 타고 여러 곳을 비행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뭐랄까, 생각지도 않은 곳을 가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래서 재미있고 그래서 반대로 생각하지 못한 문재도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 조종사는 단지 정해진, 정해져 있는 대로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승객과 동료 전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키겠다는 신념에 의해 그때 그때 자신이 확실히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정말 하늘을 나는 인간의 책임이라고, 자격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드 중에서 -

발췌된 부분과 왜곡된 전체, 『제국의 위안부』를 위한 변론

지난 12일, 에 출연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여권 일각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옹호하면서 '부분이 발췌돼서 전체를 왜곡시켰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온누리 교회 영상 전체 풀버전을 대충 봤거든요. 보니까 더 확실해지는 것 같아가지고(웃음) 뭘 보라는 건지 다시 한 번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다 보래요, 그래서 다 봤는데, 그랬더니만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드냐고 그래서 네, 이랬어요. 오히려 맥락이 완성되면서 약간 곤란하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발췌된 부분이 전체적 맥락과 맞닿아 있는지, 아니면 발췌로 인한 생겨난 오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전체'를 봐야만 한다.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경우에는 1시간이 조금 넘는 '온누리 교회 영상 풀버전'이 그 전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버락킴의 서재 2014.06.19

단원고를 외고로 전환, 끼워넣기 대책들.. 이게 최선입니까?

안산 단원고를 공립 외국어고등학교로 전환한다?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안산시가 신청한 7개의 국비 지원 사업, 과연 세월호 참사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안산시가 '세월호 참사'를 기회 삼아 한몫 단단히 챙겨볼 심산인 모양이다. 지난 5월 27일, 안산시는 총 7개의 국비 지원 사업을 추친하겠다는 명목으로 정부에 총 901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신청했다. 특별교부세는 보통교부세 산정기일 후에 발생한 재해로 인한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는 경우 등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 중앙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재원이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문제는 안산시가 신청한 7개의 국비 지원 사업에 '세월호 참사' 대책과는 무관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끼워 ..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8)

물리학자, 화학자, 그리고 경제학자 세 명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다. 아무런 먹을거리도 없던 그들 앞에 파도를 타고 캔 수프가 떠내려 왔다. 이것을 본 물리학자, "어서 돌멩이로 내려쳐서 이 캔을 땁시다." 이 말을 들은 화학자,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불을 지펴서 캔을 가열하면 될 걸 가지고..."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는 어떻게 말하였을까? "음, 여기 캔따개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날 밤 경제학자는 수프를 먹었다고 가정하고 잠을 자야 했다. - 도모노 노리오, 『행동 경제학』-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7)

뉴스는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건들에 대한 보도로 가득 차게 마련이다. 그래서 뉴스가 끝났을 때 이를 접한 시청자들은 대부분 심각하거나 무거운 심리적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 상태는 무의식적으로 뉴스 다음에 광고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를 형성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코카콜라는 뉴스 이후에는 광고를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코카콜라의 즐거움이라는 이미지가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니콜라 게겐,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6)

내가 어렸을 때부터 많은 잘못된 견해들을 참된 것인 양 받아들였고, 그렇게 불안정한 원칙들을 근거로 해서 내가 쌓아올린 것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학문에서 어떤 확고부동한 것을 이룩하려고 한다면,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견해를 벗어나 아주 기초부터 새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얼마 전부터 깨달았다. - 데카르트, 『방법서설』-

대한민국 '의리 열풍' 속 '의리보다 예의!'를 외치다

의리 열풍(熱風). 요즘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최고의 키워드는 단연코 '의리'다. tvN 개그프로그램 에서 개그우먼 이국주는 '의리 사나이' 김보성을 흉내낸 '보성댁'으로 의리 돌풍을 이끌었다. 그로부터 시작된 의리의 나비효과는 그 실제 주인공인 김보성에게 제2의 전성기를 선사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의 하하는 에서 김보성을 패러디하며 '으리'를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바야흐로 '의리'는 시대적 흐름이 되어 버렸다. 한때 조롱과 비웃음을 받으며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김보성은 다시 진정한 '의리 사나이'로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의리를 강조했던 식혜 CF는 대박이 터졌고, 최근 각종 연예 프로그램과 CF에 섭외되는 등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연예계 스타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3)

기억은 세포를 바꾼다. 경험은 세포의 화학적 성질을 변화시키고 세포 사이 연결 방식을 송두리째 흔들어 새롭게 반응하도록 만든다. 경험이 끔찍할수록 세포는 미세한 부분까지 전부 기억한다. 기억이 마음에 남는 것이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진다. 세포의 변화가 곧 기억이다. - 김탁환 · 정재승, 『눈 먼 시계공』-

김정태 가족을 향한 과도한 공격, 그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배우 김정태와 그의 아들 '아꿍이'의 모습을 더 이상 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합류한 지 6주 만에 불명예스러운 하차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의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추사랑'을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가족들의 모습도 봐야하는 처지인지라 아꿍이와의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이 그리 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추사랑'의 분량이 늘어난다는 반가움과는 별개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논점을 담고 있다. 사건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남 양산시장에 출마한 나동연 새누리당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에 '야꿍이와 야꿍이 아빠와 함께하는 나동연의 행복한 동행'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그 글에는 김정태와 야꿍이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 사진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엣지 오브 투모로우>, 식상한 소재의 이토록 창조적 조합이라니!

1. 외계인과의 전쟁2. 타임 루프(time loop : 같은 날이 반복되는 상황) 는 단순한 구조를 가진 영화다. 그리고 식상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렇지 않은가? 외계인과의 전쟁은 수도 없이 반복됐던 사골 중의 사골이 아닌가? 게다가 '타임 루프'라니! 물론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운 영화가 되기 십상이다. 허술한 시나리오와 능력 부족의 감독은 절대 손을 대선 안 되는 '악마의 소재'라고나 할까? 식상 + 식상 = ? 식상한 소재와 식상한 소재가 만나면 2배로 더 식상해질까? 역시 '케바케(case by case)'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니, 에만 국한해서 대답을 하자면 '식상 + 식상 = 이럴수가!' 였다. 사실 단순히 '소재'..

버락킴의 극장 2014.06.07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2)

내가 정말 화해할 수 없는 것은 자기 자신이 선하고 도덕적이라고 확신하는 자들이에요. 그런 인간들과는 화해할 수도 없고, 그런 인간들을 난 경멸해요. 난 나 자신이 도덕적인 인간이라는 확신이 없어요. 이것은 내가 부도덕하게 살아왔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건 좀 다른 얘기죠. 칸트나 공자가 말한 도덕성에 도달한 인간이냐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은 없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거야. 조마조마 위태로운 지경에 사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확신을 가진 자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안 되어 있는 놈들이라는 겁니다. - 김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