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엣지 오브 투모로우>, 식상한 소재의 이토록 창조적 조합이라니!

너의길을가라 2014. 6. 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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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계인과의 전쟁

2. 타임 루프(time loop : 같은 날이 반복되는 상황)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단순한 구조를 가진 영화다. 그리고 식상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렇지 않은가? 외계인과의 전쟁은 수도 없이 반복됐던 사골 중의 사골이 아닌가? 게다가 '타임 루프'라니! 물론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운 영화가 되기 십상이다. 허술한 시나리오와 능력 부족의 감독은 절대 손을 대선 안 되는 '악마의 소재'라고나 할까?



식상 + 식상 = ? 


식상한 소재와 식상한 소재가 만나면 2배로 더 식상해질까? 역시 '케바케(case by case)'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니,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만 국한해서 대답을 하자면 '식상 + 식상 = 이럴수가!' 였다. 사실 단순히 '소재'만 두고 그것이 식상하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태도다. 아무리 식상한 소재라도 영화 속에 그것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 어느 소재보다 식상하지만, 영화에 따라 깊은 감동을 주기도 하는 것 아니겠는가? 



다시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 집중해보자. 전쟁터에 한 번도 파견된 적이 없는 공보장교 톰 크루즈(케이지 소령)는 갑작스럽게 작전에 투입된다. 말이 파견이지 결과적으로는 끌려간 것에 가깝다. 케이지 소령은 전쟁터에서 특별한 계기로 '타임 루프'에 빠지게 된다. 다시 말해서 케이즈 소령은 죽고 되살아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익숙한 방식 그대로다. 혼란스러워하고, 익숙해지고,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웃음 포인트가 이어진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타임 루프'의 식상함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적 배경이 '외계인과의 전쟁'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숨 쉴 틈 없이, 영화는 정신 없이 관객을 흔들어댄다. 런닝 타임이 2시간이 채 안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영화가 끝난 후, 집중과 몰입에 따른 피로감이 폭풍처럼 밀려오는 것에 비하면 너무도 짧은 런닝 타임이 아닐 수 없다. 일상 생활에서 반복되는 '타임 루프'라면 불가피하게 늘어지는 편집을 막을 수 없었을 테지만, 여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전쟁터가 아니던가? 게다가 상대는 외계인이다.



'전쟁 + SF'의 조합답게 활용되는 무기와 장비도 '삐까뻔쩍'하다. 특히 '엑소슈트(exsosuits)'라고 하는 장비를 입고 벌이는 액션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참고로 엑소슈트는 본체 무게만 40kg에 달하는 전투 수트이다. 여기에 스나이퍼라이플, 마사일런처 등의 무기가 장착되면 총 무게 56kg이라고 한다. 


또, SF 영화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CG도 나무랄 데가 없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톰 크루즈와 에이미 블런트(리타 브리타스키)의 연기다. 전작인 <오블리비언>에 이어 톰 크루즈는 SF 영화에 특화된 연기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영화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유는 급조된 듯한 러브라인 탓인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놀랍게도 절제의 미덕을 지킨다. 



-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필자가 굳이 이 사진을 옮겨 놓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영화를 통해 특별히 '긁어 낼'만한 메시지는 없다. 가족과 함께 볼 만한 짜릿한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다만, '인간+병기'라는 영화 포스터의 홍보 글귀는 다소 거슬린다. '죽어야만 더 강해진다'는 것은 결국 '경험'을 통해 인간은 '진화'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확신이 있어야 그러한 '진화'도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지난 4일 개봉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첫날 관객 37만 7,224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개봉했던 <우는 남자>와 <하이힐>등 한국영화와의 경쟁에서 멀찌감치 앞섰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6일까지 누적 관객 수 117만 명을 넘기고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우는 남자> 33만 명, <하이힐> 14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국 영화 두 편이 기대 이하(사실은 예상됐던)의 성적을 거두면서 당분간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독주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팁. 참고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사쿠라자카 히로시가 쓴 라이트노벨(일본의 서브컬처에서 태어난 소설 종)인 < 올 유 니드 이즈 킬(All You Need is Kill) > 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오바타 타케시에 의해 만화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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