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끝까지 간다>, 집중과 속도가 칸의 초청을 증명한다

너의길을가라 2014. 5. 3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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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이 미덕은 집중과 속도다. 이야기의 큰 줄기를 제시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하나에 집중한다. 후반부로 가면서 다소 힘이 부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트로도 생략했을 정도로 <끝까지 간다>는 집중과 속도라고 하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매우 정교하면서도 유쾌한 작품으로 신선한 자극을 준다."


지난 제67회 칸 영화제에 '감독 주간' 색션에 초청받았다. 이로써 <끝까지 간다>에 출연한 이선균은 베를린, 베니스, 칸까지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배우가 됐다. 참고로 '감독 주간(Director’s Fortnight)'이란 지난 1969년 기존의 칸 영화제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신설된 부문으로 프랑스 감독협회에 의해 설립됐다. 


간단히 말해서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영화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최근에는 완성도 높은 상업 영화를 소개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영화로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 봉준호 감독의 <괴물>,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초청을 받은 바 있다. 



<끝까지 간다>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다. 어머니의 장례식 날, 뒷돈을 챙기던 것이 들통나 내사가 시작되고, 거기에 실수로 사람을 치는 교통사고까지.. 형사 고건수(이선균)는 정말이지 최악의 상황을 연거푸 맞이하게 된다. 이후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숨기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함께 소소한 웃음이 균형 있게 잘 버무려졌다. 그리고 이제 겨우 한숨 돌렸다 싶었을 때, 의문의 목격자 창민(조진웅)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속도감 있는 영화를 원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잘 나온 것 같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끝까지 간다>는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 감독의 역량은 편집에서 드러나기 마련인데, 마음이 약한 감독은 '잘라내는' 것에 차갑지 못해 영화를 수다스럽게 만들곤 한다. 대부분 출연한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거나 혹은 장면에 대한 미련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끝까지 간다>가 칸 영화제에 '감독 주간'에 초청을 받고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나리오의 독특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속도감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선균은 한 메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영화는 주인공이 계속 궁지에 몰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폼 잡지 않고, 무게 잡지 않고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싶었다. 원래 2시간 10분 영화였는데 내가 제안해 장례식 앞부분은 편집됐다."고 밝혔다. 완성된 <끝까지 간다>는 런닝타임이 111분이니 무려 20분 정도가 잘려나간 셈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여럿 눈에 띈다. 우선, <끝까지 간다>는 오로지 고건수와 박창민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구조가 단조롭다. 이러한 단점을 속도감으로 커버하고자 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늘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긴다. 또, 뻔히 예상되는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그 이상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한 장치가 중간중간에 삽인된 웃음 포인트일 텐데, 아무래도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다. 



이선균과 조진웅, 제대로 물이 오른 두 배우의 열연은 <끝까지 간다>의 또 다른 볼거리다. 두 배우는 현재 자신이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가장 익숙한 방식대로 풀어냈다. 그만큼 '리얼리티'는 살려냈지만, 역시 자주 봐왔던 연기가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강점을 더욱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한편 소비되기 마련인 배우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하면 적당한 시기에 연기 변신을 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29일 개봉한 <끝까지 간다>는 첫날 관객 79,700 명을 동원(629개 스크린)하면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이 기세를 몰아서 앞으로 <끝까지 간다>가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하다.


팁 1.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야심차게(?) 내세웠던 4대악에 대한 일종의 풍자는 의미심장.

팁 2. 경찰 내부의 조직논리의 씁쓸함. 비단 그것이 경찰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절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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