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내가 여자로 보이나? 이런 기대감이 있잖아." 아.. 탄식이 절로 나왔다. 선우은숙은 결국 자신의 마지막 패까지 꺼냈다. 관계 회복의 실낱 같은 가능성을 붙잡으려는 듯했다. 만약 이영하가 다시 잘해보자는 제안을 하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 같다던 그의 말이 스쳐지나갔다.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이혼하고 13년 만에 단둘이 마주앉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리라. 하고 싶었던 말은 하고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선우은숙의 용기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이영하는 어젯밤 일을 사과하고 반성한다면서도 또 다시 지인들을 불러 모았다. "자기, 달라졌네?"라고 흐뭇해하던 선우은숙은 실망감을 느꼈다. 마지막 날만큼이라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희망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 정도면 수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