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 16

환불 원정대 끝난 공허함을 감동으로 채운 '놀면 뭐하니?'의 영리함

올 한해 MBC에서 가장 뜨거웠던 예능 프로그램이 라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 (MBC에 국한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싹쓰리', '환불 원정대' 등 여름부터 가을까지 연달아 이어진 대형 프로젝트는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가요계까지 뒤집어 놓았다. 유두래곤, 지미유 등 그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유재석은 2020년 MBC 연예대상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대형 프로젝트가 쉽게 화제가 되고 대중의 관심을 받긴 하지만, 일년 내내 대형 프로젝트만 기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작비, 제작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코로나19 유행으로 촬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또, 시청자들의 피로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대형 프로젝트 사이의 쉬어가는 기간을 어떻게 채워..

TV + 연예 2020.11.29

진정성 안 느껴지는 '우리 이혼했어요'의 유일한 교훈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기대를 품었던 것일까. 어쩌면 둘 다 였을까. TV조선 에 출연한 선우은숙은 전 남편 이영하와의 재회를 앞두고 많은 감정에 휩싸였다. 그 중에는 설렘도 포함돼 있었다. "나를 여자로 보겠어?"라는 말에는 나를 여자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이 비쳤고, 13년 만에 마주 앉은 이영하에게 "시간이 아쉽지 않아?"라고 묻는 심정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다음 날, 선우은숙은 이영하와 커피를 마시며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결혼 생활에서 섭섭했던 기억들을 꺼내놓았다. 아마도 풀고 싶었던 매듭이었던 모양이다. 첫째를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플랫폼에서 이영하를 기다리고 있던 선우은숙은 이영하가 한 손에는 캐리어를, 다른 한 손에는 여배우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

엄마를 삿대질과 반말로 혼내는 금쪽이, 오은영이 찾아낸 비밀은?

눈웃음이 치명적인 다섯 살 금쪽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다. 밝은 미소가 사랑스러웠고 애교도 많았다. 그런데 금쪽이가 진짜 치명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평상시와 달리 화가 나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는데, 괴성을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야", "너"라고 부르는 등 반말을 일삼았다. 다섯 살 꼬마가 말이다. 더 충격적인 건 그러면서 어른들을 훈계하는 게 아닌가. 마치 군림하려 한다고 할까. 그 모습이 솔직히 경악스러웠다. 신애라를 비롯한 MC들도 너무 놀라 표정 관리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교회 목사인 아빠는 초탈한듯 "육아는 신앙을 뛰어넘는 세계"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오은영 박사의 표정도..

손만 대면 공격하는 필라테스 마스코트견, 강형욱은 미친개가 아니라 강조했다

필라테스 센터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녀석'은 덩치가 워낙 커서 곰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지난 23일 KBS2 의 고민견으로 등장한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 봉봉이(수컷, 5살)는 몸무게가 45kg이나 됐다. 초등학생 고학년의 평균 몸무게가 그쯤 되니 몸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당연히 힘도 세서 당연히 건장한 성인 남성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올드 잉그리시 시프도그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이 고향인데, 테리어종과 비어디드 콜리를 교배한 견종이다. 보더콜리, 웰시코기와 같이 목양견 출신이지만, 목장에서 소나 양을 돌보기보다 목장에서 시장으로 가축들을 옮길 때 이동을 담당했다. 그만큼 영리하고 똑똑하다. 보호자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편인데, 그 때문에 분리분안을 겪는 ..

기대반 우려반 '우리 이혼했어요', 성패는 진정성에 달렸다

"자기는 이 프로그램 왜 한다고 했어?"(선우은숙) "살면서 오해도 있었고, 그래서 앙금을 없애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서."(이영하) 즐거웠던 일들도, 쓰라렸던 시간들도 세월에 쓸려 흘러갔다. 못다한 말들이 제법 됐으리라. 한맺힌 이야기들이 발설되지 못한 채 그저 가슴에 묻혔다. 묵혀 두었던 말들은 통증이 돼 이후의 삶을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내 업보였고, 내 복이 거기까지였다. 마음을 비워야 했다. 들쑤셔서 무엇하리. 이미 남남이 됐으니 각자 살아낼 따름이었다. 이혼 후 13년 만에 단둘이 마주 앉은 두 사람, 배우 선우은숙과 이영하의 얼굴은 여러가지 감정으로 복잡해 보였다. 이제는 전 남편이 된 남자를 향해 "시간이 아쉽지 않아?"라고 묻는 선우은숙의 진심은 많은 것을 생..

엄마의 복직 후 식음 전폐한 금쪽이, 오은영은 숨겨진 비밀을 찾아냈다

자녀의 입장에서 '자식이 먹는 것만 봐도 부모는 배가 부르다'는 말은 언제나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이때의 포만감은 실질적인 배부름이라기보다 정신적인 것이고, 그만큼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반대로 자식이 제대로 먹지 못하는 걸 지켜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이번 주 채널A 에 등장한 금쪽이는 식음을 전폐한 6살 여자아이였다. "제가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다가 복직을 했는데, 그 후로 애가 아무것도 안 먹는 거예요." 누구보다 밝고 건강했던 금쪽이는 어느 순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몸은 점점 야위어 갔다.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했다. 결국 금쪽이는 탈수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가야 했다. 공교롭게도 금쪽이가 식음을 전폐한 시점은 '엄마의 복직'이었다. 스튜디..

배달 전문점에 간 백종원, 코로나 시대 '골목식당'의 고심이 느껴졌다

SBS 의 새로운 솔루션이 시작됐다. 28번째 골목은 서울 중랑구 사가정 시장이었다. 사가정이라는 지역 명칭은 조선시대 왕조 기틀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문인 서거정의 호(사가정)를 딴 것이라고 한다. 사가정 시장은 용마산으로 가는 길목이라 다양한 손님이 오가지만, 인근에 면목 시장이 들어서고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상권이 침체됐다. 첫 번째 소개된 식당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닭한마리집이었다. 아내 사장님은 호프집, 뷔페, 각종 식당 등 요식업 경력만 25년으로 닭한마리집에서 10년을 일하고 직접 창업했다. 남편 사장님은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하다가 폐업 후 가게에 합류했다. 불황이 이어지는 통에 생계유지를 위해 투잡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바람은 그저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보호자 괴롭히며 쾌감 느끼는 반려견, 강형욱은 손을 물리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골든 레트리버가 이런 견종이었던가. '천사견'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순하디 순한 개들이 어떻게 보호자를 공격하는 '악마견'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KBS2 는 또 한번 골든 레트리버 특집을 마련했다. 고민견으로 등장한 리에(암컷, 1살)는 지난 주 고민견인 도리(암컷, 1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사악)한 아우라를 뿜어댔다. 가족(아빠, 엄마, 아들)들은 리에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있었다. 아빠 보호자는 딸이 없어서 막내딸로 삼기로 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약간 불안해지는 부분이었다.) 한편, 각자의 역할 분담도 잘 되어 있었다. 아빠 보호자는 산책 다녀오기, 목욕 시키기, 교육하기 등을 맡았고, 엄마 보호자는 밥 주기와 놀아주기를 담당했다. 아들 보호자는 ..

엄마 때리는 초2 금쪽이, 오은영이 엄마가 바뀌어야 된다고 한 까닭은?

채널A 에는 문제의 금쪽이가 등장한다. 부모들은 우리 금쪽이의 이런 점 때문에 걱정이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육아의 신'이라 불리는 오은영 박사의 분석은 족집게처럼 정확하고, 그의 금쪽처방은 효과가 직통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금쪽이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부모가 보인다는 것이다. 원인을 찾아가다보면 결국 부모였고, 해결도 부모의 몫이었다. 지난 13일 방송된 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2학년인 금쪽이는 운동신경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아이였다. 성격도 밝고 명랑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금쪽이는 집 밖에서는 한없이 착한 아이였지만, 집에서 엄마와 단둘이 있을 때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엄마를 때리는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별다를 것 없던 '골목식당', 손님만으로 정겹고 반가웠다

"음식 장사는 마라톤이에요. 내 체력(=요식업의 기본기)을 쌓아놓으면 그 다음에 딱 하면 이겨요." SBS 동작구 상도동 골목편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한마디로 성공적인 최종 점검이었다. 자신의 국수에 99점을 줬던 잔치국숫집 사장님은 겸손을 배웠다.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소고기국수를 신메뉴로 개발했고, 고기가 뭉치는 등 여러모로 부족했던 비빔국수 양념장도 솔루션을 받고 제맛을 찾아나갔다. 주먹밥도 훨씬 나아졌다. 매출은 5배 가량 상승했다. 한발 앞서 첫 장사를 시작했던 닭떡볶이집은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시식단으로 참여한 배우 곽시양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며 갸우뚱했다. 비장의 무기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어도 마찬가지였다. 곽시양의 반응은 잊고 있던 '불호'를 떠오르게 했고, 100% 만..

야간 특훈 필요했던 '이중견격' 레트리버, 강형욱은 포기하지 않았다

뛰어난 후각과 지능을 겸비해 마약 탐지견으로 활약하는 골든 레트리버(Gonden Retriever)의 별명은 바로 '천사견'이다. 그 정도로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에게 우호적이다. 또, 굉장히 점잖고 침착하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반려견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로망견이기도 하다. 골든 레트리버는 19세기 중엽 스코틀랜드에서 개량된 견종이다. '레트리버(Retriever)'는 '찾아서 물어오다'는 뜻인데, 본래 사냥감 중 특히 새를 물어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상적인 가정견으로 여겨졌던 탓에 무분별한 번식이 이뤄졌고, 그로 인해 골든 레트리버들은 유전적으로 고관절형성부전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기적인 건강 진단과 ..

모두가 즐거운 김태호 PD의 세계관, 환불 원정대 다음은 뭘까?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헐크, 윈터 솔져, 블랙팬서..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했던 '어벤져스'는 상상할 수 없는 짜릿함을 선사했다. 각각의 스토리를 통해서 구축된 캐릭터들의 경계를 허물어 한 화면에 모아놓는 건 마블 영화 팬들의 꿈과 같은 일이었다. 하나의 큰 세계관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를 보면서 느낀 것들이 있다. 각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들이 있음에도 이 영화들이 모두 큰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된다. 제가 새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특집마다 각자 연출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틀을 함께 하는 그런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태호 PD) 이후 마블 스튜디오가 제시하는 다양하고 ..

TV + 연예 2020.11.09

손가락 빠는 쌍둥이의 비밀, 오은영이 부모에게 훈육을 가르친 이유

경쟁심은 발전의 동기가 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욕이자 성장의 동력이다. 더 잘하고 싶은 건 인간이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게 되면 경쟁심은 갈등의 요소가 된다. 경쟁 상대를 미워하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돼 사회성 발달에도 좋지 않다. 따라서 일상적인 관계에서 경쟁심을 부추기는 건 지양해야 한다. 형제 관계, 특히 쌍둥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난 6일 채널A 에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태어난 이란성 딸 쌍둥이 부모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출연했다. 5살 금쪽이들은 항상 같이 놀고 함께 생활하지만, 취향만은 완전히 달랐다. 동생은 좋고 싫음이 분명했고, 자기 의견이 뚜렷했다. 좋아하는 과자는 선점해야 했고, 언니가 과자를 나눠줘도 고개를 훽 돌려버렸다. 2분 차이로 동생이..

주먹밥집을 향한 시청자 원성, '골목식당' 순한 맛도 괜찮지 않은가

SBS 동작구 상도동 골목편은 맛으로 구분하자면 '순한 맛'이었다. 도움을 요청한 식당 세 곳의 솔루션이 모두 원만하게 진행됐다. 갈등 요소가 있었으나 과장되지 않았고 지나치게 부각되지도 않았다. 은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시청률이 반토막이 났지만, 그렇다고 맵고 자극적인 맛을 좇는 쉬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 원래의 방송 의도에 충실하고자 했다. 잔치국숫집은 특색이 부족했다. 평범한 고명에 무난한 육수는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백종원은 인근의 프랜차이즈 국숫집과 비교하며 사장님의 분발을 촉구했다. 사장님은 고명에 소고기를 추가하며 새로운 맛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또, 고명의 양도 크게 늘렸다. 잔치국수와 조합을 맞출 주먹밥도 완성했다. 사장님은 백종원의 조언을 빠르게 습득하며 발전해 나갔다. 원래..

'자식 같은 반려견' 강형욱은 왜 그 말이 변질됐다고 했을까

자신이 어떤 문제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애꿎은 곳에서 이유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바뀌면 모든 게 달라진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KBS2 를 보면서 우리는 그 진리를 깨닫고는 한다. 자신의 반려견을 '규정공파 26대손 밀약박씨 박봉식'이라고 소개하는 부부 부호자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반려견이 '공격성'을 지녔을 거라고 말이다. 닥스훈트 종인 봉식(수컷, 2살)이는 2019년 2월에 입양돼 보호자들과 2년 정도 함께 생활해 오고 있었다. 독일어로 '오소리 사냥개'라는 뜻의 닥스훈트(Dachshund)는 오소리나 토끼를 추적하는 데 최적화된 외형을 지니고 있다. 몸통이 길고 가슴이 두툼하며 다리가 짧다. 성격도 활발한 편이다. 정감있는 이름을 가진 봉식이의 문제는 무엇일..

예능의 중심에 선 언니들, 그동안 견뎌줘서 고마워요!

3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 예능'은 해보나 보나 안 되는 일이었다. 남성 PD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예능계의 풍토가 그랬다. 애초에 기획조차 되지 않았다. 이른바 '남탕 예능'이 대세였고, 그 속에서 여성 예능인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여성이 예능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홍일점(치어리더)'으로 소비되거나 남성과 '짝'을 이루거나 '관찰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주역은 여성의 몫이 아니었다. 방송국들은 이 구조적인 문제를 여성의 문제('여성들은 재미가 없다', '여성들은 야외 예능에 적합하지 않다') 혹은 여성 예능인의 능력 탓('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갈 만한 여성 예능인이 없다')으로 돌렸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외부로 책임을 돌렸다. 대중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가뜩이나 주변부로 밀려났던 여성 예능인들..

TV + 연예 202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