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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같은 반려견' 강형욱은 왜 그 말이 변질됐다고 했을까

너의길을가라 2020. 11. 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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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떤 문제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애꿎은 곳에서 이유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바뀌면 모든 게 달라진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KBS2 <개는 훌륭하다>를 보면서 우리는 그 진리를 깨닫고는 한다. 자신의 반려견을 '규정공파 26대손 밀약박씨 박봉식'이라고 소개하는 부부 부호자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반려견이 '공격성'을 지녔을 거라고 말이다.

닥스훈트 종인 봉식(수컷, 2살)이는 2019년 2월에 입양돼 보호자들과 2년 정도 함께 생활해 오고 있었다. 독일어로 '오소리 사냥개'라는 뜻의 닥스훈트(Dachshund)는 오소리나 토끼를 추적하는 데 최적화된 외형을 지니고 있다. 몸통이 길고 가슴이 두툼하며 다리가 짧다. 성격도 활발한 편이다. 정감있는 이름을 가진 봉식이의 문제는 무엇일까. 예상대로 공격성 때문일까.

남편 보호자는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고 천사 같았던 봉식이가 어느 순간부터 약한 개들을 공격하는 개로 바뀌어버렸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어느 날 산책을 나가자마자 1층에서 만난 개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목 부위를 물어버렸던 것이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 개는 굉장히 깊은 상처가 생겼다. 그 때문에 산책도 인적이 드문 시간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봉식이는 사람에 대한 공격성도 보이고 있었다. 보호자는 유독 남자에게 공격성을 보인다고 얘기했지만, 강형욱 훈련사는 "남자에게만은 아닐 거예요."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공격성이라는 건 '연쇄반응'과도 같다. 개에 대한 공격성은 결국 사람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보호자는 봉식이가 왜 갑자기 변했는지 궁금하다며 예전의 봉식이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닥스훈트를 키우는 집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 행동이에요. 시그니처라고 해야 할까요?"

강 훈련사가 진단한 원인은 역시 '과한 애정'이었다. 또, 공격성을 보이는 봉식이를 대하는 보호자의 행동도 문제점 중의 하나였다. 봉식이를 진정시키고 말리려고 하는 리액션들이 오히려 역효과가 된 것이다. 이경규와 장도연은 베젠테스트를 통해 봉식이의 공격성을 확인했고,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확연히 공격성이 둔화된다는 걸 파악했다. 보호자의 부재를 인지한 봉식이는 어리둥절해 했다.

드디어 강 훈련사가 투입됐다. 어김없이 봉식이는 짖어댔지만, 강 훈련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여유가 있었다. 그러더니 무릎을 꿇고 앉아 줄을 잡아 당겼다. 당황한 봉식이는 항문낭(강아지 항문 주위에 위치한 주머니, 점액성 갈색 액체를 보관하고 있으며 악취가 난다)이 터졌다. 봉식이는 생각보다 겁이 많았다. 그런 봉식이를 보는 보호자들의 얼굴은 안쓰러움으로 가득했다.

"보호자님, 봉식이 사랑하죠? 정말 이 친구가 행복하길 바라요? 진심이에요? 그럼 이 친구는 개예요, 사람이에요? 그러면 개로 존중받아야 해요. 정말 내 자식이라면 더 꾸짖고 신경 써서 버티고 싸워서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가르쳐 줄 텐데.. 자식처럼 사랑한다는 말이 조금 변질된 거 같아요."

강 훈련사는 교육에 앞서 보호자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주지시켰다. 반려견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그들에게 봉식이가 사람이 아니라 개라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봉식이는 개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것이 봉식이가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또, 자식처럼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도 되새기게 했다.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었다.

교육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지금까지 보호자들이 주던 것을 멈추면 됐다. 과도한 애정을 말이다. 강 훈련사는 평소와 같이 소파 위로 올라간 봉식이를 바닥으로 밀어내도록 했다. 그러자 봉식이는 짖어대더니 강 훈련사를 향해 돌진했다.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와 봉식이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봉식이가 안식처로 쉽게 갈 수 없는 상황을 유도한 것이다. 봉식이는 금세 주눅들었다.


블로킹 훈련 이후에는 '오지 마!' 훈련이 이어졌다. 거절하기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봉식이가 소파에 올라올 때마다 아래로 내려보내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보호자의 단호한 거부가 계속 이어지자 상심한 봉식이는 켄넬로 들어갔다. 강 훈련사는 이 훈련으로 봉식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만,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리 와!' 훈련이었다. 이경규는 반려견과 산책 시 목줄을 놨을 때 '이리 와'가 안 되는 개들이 많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한 훈련이라고 덧붙였다. 봉식이는 조금 느리지만 천천히 '이리 와' 훈련에 적응해 나갔다. 적절한 보상과 분별 있는 애정, 그리고 보호자와의 신뢰가 쌓여가면서 봉식이는 훨씬 더 안정적이 됐다. 그러다보니 공격성도 완화될 것이다.

봉식이가 보여준 공격성의 원인은 화가 나서가 아니었다. 단지 보호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 뿐이었다. 문제는 봉식이의 잘못된 행동들을 제대로 꾸짖고 교정하지 못하고 감싸주기만 했던 보호자의 태도였던 것이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이제부터 예뻐해주고 싶은 자신과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부터가 봉식이에게 더할나위 없이 중요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훈련의 효과는 뚜렷했다. 봉식이는 아직까진 공격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짖거나 달려들지 않고 보호자의 지시에 따랐다. 조금씩 규칙을 익혀나갔고, 그 범위 안에서 보호자의 통제를 수용했다. 결국 반려인과 반려견의 관계는 '어떤' 애정을 '어떻게' 주느냐에 달려 있다. 반려견이 '공격성'을 보인다면 그 원인을 다른 데서 찾기보다 우선 나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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