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바퀴가 달려 있다면 어떨까. 어릴 때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럼 매일마다 나의 '앞마당'이 달라지는 색다른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엔 동해의 푸른 바다가, 어느 날엔 초록이 우거진 숲이, 어느 날엔 확 트인 들판이 내 하루의 '배경'이 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집, 한 곳에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집을 꿈꾼 적이 있다. 허나 그 꿈을 실현하려면 꽤나 많은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일마다 나의 앞마당과 배경을 바꿔보는 은밀한 상상도 어느 순간부터 하지 않게 됐다. 세상의 집들은 바퀴를 달기에 지나치게 크고 무거웠다. 현실의 벽은 높았고, 수긍이 빠를수록 정신건강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