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115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8. 베벡에는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있다

이번 겨울은 유독 춥다. '춥다'는 말로 그 차가움을 모두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의 매서운 한기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벌어진 사달이라고 한다.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그 한기가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MBC 의 유재석, 정준하, 조세호는 '이한치한'으로 추위와 맞서싸웠지만, 방송인도 아닌 우리가 그리 할 필요까진 없으리라. 이럴 때 이스탄불을 여행했던 기억이 조금은 도움이 된다. 한여름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터키의 9월 햇볕은 엄청나게 강렬했다. 정수리로 쏟아지는 그 뜨거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했고, 그 따가움은 살갗이 익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지하궁전 예레바탄 사라이를 피난처로 삼아 더위로부터 벗어나곤 했다. 당시에..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7. 나만의 '예술의 날'을 기획하다

이스탄불 구시가지가 의 느낌이라면, 신시가지는 이랄까? 물론 과장된 비유지만, 그만큼 두 곳의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구(舊)시가지 여행은 사실상 유적 탐사에 가깝다. 고대와 중세 시대를 탐방하는 역사학자가 된 기분이다. 반면, 신(新)시가지는 그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현대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톱카프 궁전을 대체하기 위해 지어진 돌마바흐체 궁전은 당연히 신식이고 훨씬 웅장하다. 이스탄불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갈라타 탑조차도 현대적인 구조물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여행의 성격도 판이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이스탄불 현대 미술관 내의 카페에서 바라본 보스포루스 해협 -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 책자와 구글 지도를 보면서 신시가지를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끌리는 곳'을 체크해 봤다. 세계적으..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6. 터키에서 만난 가장 강렬한 추억

- 에미뇌뉘 선착장 - 이스탄불 여행기의 전반전이 끝났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곳들은 굳이 자유 여행이 아니더라도 '갈 수 있는 곳'이자 '가게 되는 곳'이다. 구시가지에 밀집한 주요 관광지들과 신시가지의 갈라타 탑, 돌마바흐체 궁전은 워낙 유명한 명소라서 패키지 여행의 필수 코스에 포함돼 있다. 달리 말하면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제법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직 아야이리네 박물관, 예레바탄 사라이 등 구시가지에서 소개하고 싶은 곳이 몇 군데 남아 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부터는 그 틀을 벗어나보기로 하자. 자유 여행의 묘미는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잠깐동안 주어지는, 일정한 제한이 있는 옵셥이 아니라 완전한 선택권 말이다. 주체적인 권한이랄까. 쉽게 말하면 '내 마음대로' 쯤..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5. 해외 여행 가면 왜 궁전에 가게 될까?

- 경복궁 - 지난 추석에 경복궁을 들렀다. 연휴가 길기도 했고, 무료 개장이라는 소식에 오랜만에 찾았다.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였다. 가족 단위의 방문뿐만 아니라 손을 꼭 잡은 연인들도 많았다. 또, 한복을 차려 입은 외국인도 제법 눈에 띠었다. 사람이 워낙 많아 질식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밝은 분위기가 반갑고 좋았다. 명절이라는 전통적인 기념일과 궁(宮)이라는 전통적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은 것이리라. tvN 에서 유희열은 어린 시절 경회루에서 스케이트를 타곤 했다는 추억담을 꺼내 놨다. 지금이야 문화재 보호 때문에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쉽게 궁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입장료를 내고, 제한된 선을 넘지 않는다면 말이다...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4. 터키에서 박물관, 어디까지 가봤니?

박물관(博物館) : 오래된 유물이나 문화적, 학술적 의의가 깊은 자료를 수집하여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 MBC every1 에서 대한민국을 찾은 핀란드 친구들은 첫 번째 여행지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선택했다. 이유를 묻자 빌레는 "우리가 어떤 곳에 왔는지 알아보는 건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놀랐다. ‘여행=관광’이라는 등식이 일반화된 요즘, 외국인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박물관을, 그것도 첫 여행지로 골랐다는 게 신선했다. 이 땅에 볼거리, 놀거리가 좀 많은가. 제한된 기간 내에 알찬 여행을 계획해야 하는 입장에서 '박물관'을 여행 코스에 넣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처럼 관광에도 특화된 공간도 아니지 않은가. 국립중앙박물관을 ..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3. 블루 모스크와 아야소피아 박물관, 기싸움의 승자는?

이스탄불 여행의 핵심은 아무래도 구시가지, 술탄 아흐메트 지역이다. 이 구역은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됐을 만큼 찬란하고 아름다운 문화 유적지이자 지금도 치열하게 살아 숨쉬는 삶의 현장이다. 9월의 술탄 아흐메트 지역은 너무도 뜨거웠다. 쉼 없이 내려쬐는 햇볕과 수많은 여행객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한데 엉겨 화끈하게 타올랐다. 그 와중에도 바닥에 엎드려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타오르는 신앙심은 이스탄불을 또 한번 가열했다. 아찔할 정도로 열렬한 도시, 이스탄불은 그런 곳이었다. 술탄 아흐메트 역(트램)을 내려오면 거대한 문화 유적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술탄 아흐메드 공원을 기점으로 왼쪽에는 블루 모스크(Blue Mosque)가 위용을 자랑하고, 오른쪽에는 아야소피아 박물관(Ay..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2. 터키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합니다!

누가 처음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터키 요리를 세계 3대 요리로 손꼽는 모양이다. 대개 중국, 프랑스와 함께 거론되곤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을 받은 타이틀은 아니다. 어디에선 태국을 포함시키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탈리아를 넣어 그리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프랑스는 제외하는 경우가 없지만, 다른 두 나라를 고를 땐 상당히 개인적인 취향이 개입되는 듯 하다. 애시당초 '입맛'이라는 게 자의적일 수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 탁심 광장의 케밥 식당 - 이 글에서 터키 요리가 진짜 세계 3대 요리에 포함되는지 가려낼 생각은 없다. 물론 그럴 능력도 없을 뿐더러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건 입맛의 자의성을 얘기했을 때 결론이 난 듯 싶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음식은 없지만..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1. 숙소를 한번 옮기는 게 이득인 이유

터키의 최대 도시 이스탄불(Istanbul)은 '묘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그건 아무래도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 역사적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이스탄불은 마르마라 해(Sea of Marmara)와 흑해(Black Sea)를 연결하고 있는 보스포루스(Bosporus)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양 대륙에 걸쳐 있다. 달리 말하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통로이자 열쇠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이스탄불은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놓일 수밖에 없는 지리적 특성을 지닌 것처럼, 이스탄불 역시 그러했으리라. 이스탄불은 비잔틴 제국의 수도(324년)이자 그리스도교의 중심지로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제4차 십자군(1202~..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0. 터키가 위험한 이유는 따로 있다

'터키는 위험하지 않아?' 최근 들어 해외 여행을 곧잘 다니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으레 묻곤 했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야?" "응? 이번엔 터키, 이스탄불에 다녀오려고." 그렇게 대답하면 반드시 같은 질문이 되돌아 왔다. "터키는 위험하지 않아?"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스탄불은 '황색 경보(여행 자제)'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 8월 22일을 기점으로 이스탄불을 제외한 터키의 전 지역이 황색 경보에서 남색 경보(여행 유의)로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이스탄불은 황색 경보 지역으로 남아 있다. 터키가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은 지리적 요소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터키는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이슬람 국가, Islamic State)의 본거지였던(과거형으로 표현한 까닭은 지난 ..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11. 부다페스트의 매혹적인 낮과 밤

맑고 화창한 날씨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비가 조금 내려도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산을 가볍게 뒤집어버리는 강풍이 불어닥쳤고,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어려웠다. 부디 다음 날 아침에는 잠잠해지기를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창가로 가 커튼부터 젖혔다. 물기를 머금은 자동차 바퀴소리가 불길했지만, 도로 위에 남아있는 빗물이길 바랐다. 아, 이럴수가.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고집스러웠다.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오스트리아 빈에 머무는 건 의미가 없어 보였다. 만약 여행 일정에 여유가 (엄청) 많았다면, 인천 공항에서 사왔던 책을 들고 카페에 앉아 커피나 음료를 마시며 독서를 하는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만큼 시간이 넉넉지 않았다...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10. 빈(Wien)에 간 당신이 꼭 들러야 할 장소 3

10시 52분에 프라하를 출발한 기차가 14시 50분이 돼서야 빈(Wien)에 도착했다. 거의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체코는 평지와 산지의 비율이 7:3 정도인데, 기차로 이동하는 내내 푸른 초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간혹 건물들이 눈에 띠긴 했지만, 워낙 간헐적이라 '밋밋해진' 풍경들에 지루해져 어느덧 잠이 쏟아졌다. 인간이란 이토록 간사한 것이다. 어떻게 유럽의 풍경들이 밋밋하고 지루할 수 있단 말인가. 한참을 자고 일어나도 여전히 도착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중간중간 몇 번의 스트레칭을 거듭한 끝에 결국 국경을 넘고 빈에 당도하게 됐다. 맙소사, 오스트리아라니, 그것도 빈이라니! 빈 중앙역 (Wien Hauptbahnhof)의 근처(도보로 5분)에 있는 숙소로 이동해 짐을 풀고 본격적인 ..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9. 드레스덴에서 만난 오토 딕스

'활자'를 통해 묘사된 '곳'이나 '것'을 '상상' 속에서 재현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만나 '실체적'으로 '경험'하는 것. 여행이 주는 매력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그와 같은 상상과 기대를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가령, 소설 속에 등장했던 장소, 예를 들면 도시나 마을, 더 세밀하게는 특정한 거리 속에 '나'를 두는 건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다. 굳이 활자가 아니더라도 좋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혹은 누군가의 여행 사진 속에서 본 '장면'들에 나를 대입하는 일은 어떠한가. 쇼핑의 도시 홍콩의 '하버시티'를 둘러본다거나,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청와대의 거울의 방이 아니다)에서 그 호화로움을 만끽하고, 프라하 성에서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든..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8. 드레스덴, 평화를 상징하는 그곳에 가길 잘했다

프라하를 훑어본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체코의 다른 소도시들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가령, 플젠(Plzeň)이나 체스키 크룸로프(Ceský Krumlov) 같은 곳 말이다. 만약 내가 맥주를 좋아했다면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의 본고장인 플젠을 선택했을 테고,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힐링'을 하고 싶었다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1992년)으로 지정돼 있는 체스키 크룸로프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솔직히 후자는 끌리긴 했다. 드레스덴 중앙역(Dresden Hauptbahnhof) 하지만 당시의 우선순위는 체코의 다른 소도시가 아니었다. 바로 두 번째 선택지, 인근의 다른 국가(의 분위기)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독일 작센(Sache..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7. 국경을 넘어 본 소감이 어땠냐고?

국경(國境) :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 우리는 '국경'을 모른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라는 지형학적 위치, 거기에 유일하게 뚫려 있(다는 표현은 육지를 강조하는 고전적인 지리관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저 '대륙과 맞닿아 있다'는 의미로 새기도록 하자)는 북쪽은 '휴전선'이라는 장벽이 엄중히 가로막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그 '선'에 가닿을 수 없다. 아주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는 있지만, 실체적으로 경험할 수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군인이 돼 철책을 지킨다면 모를까. 그렇다고 해서 그 선을 국경이라 말하긴 어렵다. 회원의 자격을 '국가'로 규정한 유엔 헌장에 따르자면, 북한 정부도 하나의 국가로서 인정할 여지가 있지만, 이는 헌법적으로 볼 때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헌법 제3조에서 '대한민..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6. 프라하의 아침을 산책하다

어째서 여행을 가면 부지런해지는 걸까. 그것도 '극도로' 말이다. 새벽 5시가 조금 지나면 저절로 눈이 떠지고, 어느새 몸은 침대를 벗어나 있다. 알람에 의존해야만 했던 평소의 아침이 아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켜고, 미리 사뒀던 물을 시원하게 들이킨다. 아, 호텔의 냉장고에 비치된 (물을 포함한) 음료는 워낙 비싸니까 손을 대지 않도록 하자. 숙소로 돌아오기 전, 인근의 슈퍼(가 없다면 자판기)에서 물을 사오는 센스가 필요하다. 곧바로 아침 샤워를 하고, 가벼운 트레이닝 복을 입는다. 조식이 제공되는 시간(보통 07:00에서 08:00 사이에 제공된다. 호텔을 예약할 때 체크하도록 하자.)까진 제법 시간이 남아 있다. 뭘 하려고 그러냐고? 낯선 곳에 여행을 와서 대관절 할 일이란 게 무엇이겠..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5. 구시가 광장이 완성한 프라하라는 동화

낯선 곳을 지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점(起點)을 잡는 게 중요하다. 갑자기 낯선 건물과 도로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지면, 아무리 '구글 지도'라는 마스터 키가 있다고 하더라도 길을 찾는 데 제법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 물론 길을 헤매다가 계획에 없었던 곳에 당도하게 되거나 지도나 여행 책자에는 나와있지 않은 (나만의) 장소를 찾는 '재미'가 여행의 묘미라고 하겠지만, 기본적인 지리적 정보는 숙지하고 있어야 '미아(迷兒)'가 되는 혼란을 피할 수 있다.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 프라하에서는 그 중심축이 아무래도 '카를 교(라기보다는 블타바 강이겠지만)'가 될 텐데, 이 아름다운 석조 다리의 한쪽은 프라하 성이 있는 말라스트라로 이어지고, 또 다른 한쪽은 구시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 ..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4. 카를 교, 내게 주어졌던 셔터 찬스

프라하(Prague)는 면적이 496㎢인데, 서울(605.25㎢)에 비해서는 좀 작고, 파리(105.4㎢)보다는 훨씬 큰 편이다. 그런데 여행(관광이라고 해도 좋다)의 다채로움은 두 도시에 비해 훨씬 더 단조로운 편이다. 하지만 그 간결함이 오히려 ‘아늑하다’는 느낌을 준다. 여러 곳을 바지런히 쫓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는 안정감을 주고, 그 때문에 여행의 깊이는 좀더 깊어진다. 프라하 여행은 기본적으로 ‘구시가’ 파트와 말라스트라나(Malá Strana: 소지구) 파트로 구성돼 있다. 두 지역 사이를 체코에서 가장 긴 강인 블타바 강(Vltava River)이 가로지른 채 흐르고 있는데, 강 위로 몇 개의 다리들이 놓여 있다. 그 중에서 ‘카를 교(Charles Bridge)’가 단연코 가장 유명하..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3. 매혹적인 프라하 성을 만나다

블타바 강(Vltava River)을 가로지르는 카를 교(Karluv Most)에서 올려다 보이는 언덕, 그 위에 솟아있는 프라하 성(Pražský Hrad)의 모습은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이내 마음까지 포섭해버린다.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아름답다.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정도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고대 성채, 9세기 중엽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프라하 성은 왕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참으로 매혹적이다. 프라하 성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좀더 꼼꼼하게 둘러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갑자기 생긴) 일행이 있었던 탓에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냉정히 말하자면, 수박 겉 핥기에 그쳤다. 프라하 성의 입장권은 Circuit A(350코루나),..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2. 처음으로 현지 음식에 도전하다!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Vaclav Havel Airport Prague)공항에서 우연히 알게 된 또래(라고 하면 웃을지도 모를) 한국인을 프라하 성 문턱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반가움에 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이내 ‘오늘’의 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다. ‘혼자’ 다니길 좋아하는 터라 여행에서의 동행은 낯설고 어색한 일이었지만, ‘낯섦’에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보기로 했다. 좋지 않은가. 서로 사진도 몇 장씩 찍어주고 말이다. 일행이 있다 보니 ‘음식’과도 가까워졌다. 평소 ‘식(食)’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여행에 있어서도 그 비중이 적었다. 원래 입이 짧아 해외의 음식들이 입에 맞지 않기도 했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아침부터 길을 나서 이곳저곳 끊임없이 돌아다닌 후..

[버락킴의 동유럽 여행기] 1. 7박의 여행 기간, 숙소는 이러했습니다

환전도 하지 않고 비행기를 탔던 탓에 골머리를 앓았던 에피소드에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자. ATM에서 8,000코루나를 인출했다. 1코루나가 44.45원이니까, 대략 35만 원 정도다. 당시에도 환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행의 암묵적 대원칙이기도 하고, 환전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던 터라 넉넉하게 들고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차피 프라하에서 3박을 한 이후에는 오스트리아 빈(비엔나)로 이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절반 정도는 유로로 다시 환전을 했다. 여기에서 손해를 좀 보긴 했다. 애초에 ATM으로 인출하는 것부터 그러했기에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했다. 여행은 시작됐고, 여긴 프라하니까. 이제 즐길 시간이니 말이다. 이제 1일 권 승차권(110코루나, 교통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