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사진전(2) 피카소 미술관 그 두 번째

너의길을가라 2018. 6. 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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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미술관(박물관)을 찾는가. 가끔 그런 질문이 들 때가 있다. 대한민국에 있을 때도 가끔 각종 전시를 찾는 편이지만, 유독 해외를 나가게 되면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미술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다. 그림을 잘 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하라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굳이 답을 하라면 말 그대로 '그냥 좋다'는 것인데,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라든지 그 공기의 질감, 무게가 좋다. 혹은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라고 할까. 열심히 설명을 하는 도슨트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 그림 앞에서 열심히 스케치를 하는 열혈 미술학도의 모습들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그렇다면 왜, 특히, 해외의 미술관인가. 그건 자유로움 때문인 것 같다. 극도의 조심스러움이 가득한 우리네 미술관과 달리 해외의 미술관에는 자유로움이 넘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술관과 그 안에 전시된 미술 작품들을 즐긴다. 

접근을 막는 빨간 줄이 쳐져 있지도 않고,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검열하는 시선도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 궁전 같은 곳은 촬영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해외 미술관들은 관람객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허락한다. 이쯤이면 설명이 됐을까.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밟을 때나는 소리와 느낌이 좋아서랄까. 게다가 인공 조명 없이 자연 채광으로만 된 미술관(예를 들면 벨기에 브뤼셀의 왕립 미술관)의 분위기는 정말이지 근사해서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잡담이 길었다. 자, 계속해서 피카소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피카소의 작품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사실 피카소의 작품을 보고 엄청난 감동을 느끼진 못했다.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가령 루브르 박물관보다 오르세 미술관이 좋은 것처럼), 그보다는 피카소의 천재성 혹은 예술성에 대한 이해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피카소가 그린 저 선(線)들을 보고, 저 표현들을 보고 전율을 느끼기도 하니 말이다. 예술의 문외한인 우리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경지다. 

​<Farmer and Nude>, 1938

​<Bather Opening a Cabin>, 1928

'와, 어떻게 저런 그림을 그렸지?', 와,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지?' 피카소 미술관에서 그의 그림들을 보며 떠올렸던 질문들이다. 사실 질문이라기보단 그냥 감탄사다. 그저 놀랄 뿐이다.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마 피카소의 그림을 접한 사람들은 대개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피카소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또 한 가지 느끼게 된 건 피카소가 의외로(?) 평범한(?)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피카소가 입체파 화가라는 틀로 많이 소개가 돼 있고, 우리도 피카소를 그 틀에 맞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그림들이 피카소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피카소 미술관에서는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까지 피카소가 그린 일반적인(?) 작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피카소의 작품 세계가 변화하는 과정이라든지, 그 극적인 변화의 양상들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괴하고 독창적인 작품도 좋지만, 그의 평범한 그림들도 충분히 아름답다. 

​<인형을 든 마야>, 1938년

여기에서 '마야'는 피카소가 54세에 네 번째 연인 테레즈 발테르와의 사이에서 얻은 딸이라고 한다. 

모든 작품의 제목을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따로 사진을 찍어두지 않아서, 그러기엔 너무 힘이 들었다) 아쉬운 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에만 제목을 달아 놓았다. (추가적으로 적어나갈 예정이다)

피카소 미술관은 파리 외에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말라가 등에서 있는데, 총 250여 점의 회화와 160여 점의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는 파리의 피카소 미술관을 으뜸으로 친다고 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작품들도 제법 전시돼 있는데, 피카소가 인정하면서도 질투했던 인물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굉장히 중요한 존재였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전을 열었는데,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자, 여기까지 피카소 미술관 사진전을 마치기로 하자. 사진만 나열할 수밖에 없었던 이번 글과는 달리 다음 사진전부터는 중간중간 좀더 많은 코멘트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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