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결혼식에 왜 안 갔어?"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프로불참러' 조세호의 전성기를 여는 데 결정적인 기여했던 건 MBC <세바퀴>에서 김흥국의 엉뚱한 질문이었지만, 조세호와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던 안재욱도 결혼을 하면서 간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안재욱이 그 시기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프로불참러'라는 별명과 함께 조세호의 전성기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농담이니 심각하게 듣진 말기 바란다. 겸사겸사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전성기'의 '임팩트'를 따졌을 때 가장 강렬했던 '스타'를 꼽으라면 아마 안재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1994년 MBC 공채 탤런드 23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안재욱은 단막극 <눈먼 새의 노래>에 출연해 실존 인물이었던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대중들의 시야에 포착됐다. <짝>, <호텔>, <전쟁과 사랑>, <자반고등어>에 연달아 출연하며 자신의 입지를 차분히 다져 나갔다. 그러다 같은 소속사였던 故 최진실의 적극적인 추천에 의해 1997년 <별은 내 가슴에>에 출연하게 됐고, 일약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이자 '신드롬'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전형적인 캔디형 드라마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별은 내 가슴에>는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49.3%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안재욱은 '백마 탄 왕자님'인 강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는데, 오른쪽 눈만 덮은 독특한 헤어 스타일은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이 따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고, 모든 것이 주목을 받았다. 약간 과장하자면 대한민국의 모든 카메라가 안재욱의 뒤를 따라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안재욱의 인기는 측정 불가였다. 


2012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했던 안재욱은 "당시의 엄청난 인기가 부담스러웠다"면서 "그 때 내 나이는 27살이었다. 많은 화제와 이슈를 감당하기엔 너무 벅찼다"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별은 내 가슴에>가 중국에 수출되면서 '한류스타 1세대'로 활약하기도 했던 그는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는 그야말로 '재인(才人)'이었다. 극중에서 부른 노래 '포에버(Forever)'로 드라마 종영 후 곧바로 가수로 데뷔하면서 자신의 인기를 더욱 공고히 했다. 안재욱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시기였다. 



안재욱은 반짝 스타가 아니었다. MBC <복수혈전>(1997)과 MBC <해바라기>(1998)은 각각 최고 시청률 37. 2%, 38.2%를 기록했고, 그 인기의 중심에 안재욱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MBC <엄마야 누나야>(2000), MBC <천생연분>(2004), KBS2 <오! 필승 봉순영>(2004), KBS2 <미스터 굿바이>(2006)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고, 그의 족적은 매번 선명하게 새겨졌다. 주로 드라마에서 활약을 하던 안재욱은 MBC <빛과 그림자>(2011) 이후 뮤지컬에 좀더 집중하기 시작한다.


"제가 생각하는 옮은 삶이란 척하지 않는 삶이에요. 마치 영웅인 척 행동하던 몇몇 사람 때문에 나머지 올바르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죠. 안중근 의사 역에 대한 기대감, 책임감, 남다른 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민족 전체의 영웅이니, 명예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고 그 도전이 헛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안재욱은 <황태자 루돌프>, <잭 더 리퍼>, <태양왕>, <아리랑> 등에 출연했는데, 최근에는 안중근 의사의 삶과 인간적 고뇌를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서도 확고히 자리잡았다. 성남 공연(4월 29일~5월 7일)의 경우에는 좌석 점유율 92%를 달성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기도 했다. 기존에 안중근 역을 맡았던 정성화 등 다른 배우들과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안재욱만의 섬세하고 중후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재욱은 '테리우스'라는 별명의 원조로서 '스타'의 모습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단련시켜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한편, 그가 무려 23년 동안 배우로서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인간적 면모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날고 기는 예능 MC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재치있는 입담과 투덜이 캐릭터로 많은 웃음을 주는 그이지만 속내는 누구보다도 깊고 따뜻하다.


ⓒ 한국일보


지난 5월 19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앓고 있는 조재희 씨(EBS <메디컬 다큐-7요일>에 출연)는 시청자 게시판에 "잔잔한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해주신 안재욱씨도 방송이 나간 후 재활치료비를 후원해주셨다. 따뜻한 마음이 진심으로 다가왔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는데, 이와 같은 안재욱의 선행은 소속사도 몰랐던 만큼 훈훈함을 더했다. 실제로 안재욱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선행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가 연예인 자선단체인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바자회 및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 안재욱은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5년 동안 1억 원을 약정할 경우 가입 조건이 충족되는 '아너 소사이어티'의 멤버이기도 하다. 2012년에는 유니세프 코리아를 통해 3,000만 원을 기부했고, 2013년에는 팬들이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보낸 쌀 화한 4.8톤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쓰이도록 했다. 또, 2015년에는 자신의 팬클럽 '포에버'와 함께 고려대 의료원에 1,500만 원을 기부해 결핵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비로 보태기도 했다. 


안재욱은 "팬들은 늘 책임감을 심어주는 존재였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의 자리에 올랐던 그가 흔히 말하는 '스타병'에 걸리지 않고(설령 걸렸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배우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었던 바탕에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에 대한 애정과 목표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을 테지만, 무엇보다 팬들에 대한 '책임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보탠다면 바로 사람에 대한 사랑, 그 따뜻함일 것이다. 안재욱의 노래이자 그의 팬클럽 이름처럼, 그가 앞으로도 '포에버'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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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의 '3포 세대'는 어느덧 '5포 세대'가 됐다. 기존의 세 가지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손에서 놓아버려야 하는 절박한 그리고 처절한 세대가 된 것이다. 더 포기할 것이 남아 있던가. 슬프게도 아직 '벼랑 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꿈'과 '희망'마저 놓아버린 '7포 세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현실은 이처럼 끔찍하지만, 그래도 '청첩장'은 꼬박꼬박 때가 되면 날아든다. 5월은 그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시기다. 5월의 신부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5월은 결혼의 계절이었다.


연애조차 버거운, 아니 꿈조차 꾸기 힘든 이 시대에 결혼이 웬말인가 싶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쳐가는 인생의 코스의 일부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정규(?) 코스의 통과의례가 바로 '결혼식'이 아니던가. 사실 결혼과 결혼식은 별개의 개념이다. 결혼(이라고 하는 사회적 제도를 받아들임으로써 여러가지 편의를 얻는 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혼인 신고'라는 절차이지 '결혼식'이라는 의식은 아니니 말이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으면 결혼이 성립되지 않지만, 결혼식을 치르지 않는다고 해서 결혼이 부정되는 건 아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조사(듀오웨드 '2017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 부부의 결혼 비용은 평균 2억6,332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주택을 마련하는 자금(1억 8,640만 원)이 약 70% 가량을 차지하지만, 나머지 '결혼식'이라는 행사에 사용되는 비용이 무려 7천 700만 원이나 됐다.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최대한 성대하게 치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이 돈을 아껴 신혼여행을 더 알차게 보낸다든지 혹은 주택마련자금에 보탠다면 결혼 이후의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을까. 


최근에 '스몰 웨딩(작은 결혼식)'과 같이 허례허식을 배제한 결혼식을 통해 결혼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물론 여전히 호화 결혼식이 주류를 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뻗어가고 있는 이와 같은 '균열'도 만만치 않다. 한편, 스몰 웨딩도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또 하나의 '상품'이 되는 사태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스몰 웨딩이 갖고 있는 의미는 사회적으로 유효하다. 이런 풍속도에 연예인들이 앞장 서서 기여를 하고 있는 데, 그 대표적인 선구자로 이효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효리는 2013년 제주도에서 가수 이상순과 결혼식을 올렸는데, 최고의 톱스타이자 대중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던 그가 수많은 협찬을 과감히 뿌리치고, '스몰 웨딩'을 선택한 일은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결혼 문화를 바꾸는 역사적인 페이지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후 '소박한' 결혼식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고, 역시 연예인들이 그 첨병(尖兵)이 됐다. 정인과 조정치는 아예 결혼식을 생략하고 지리산 종주를 떠나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2015년에는 원빈과 이나영이 비밀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장소와 모습이 사뭇 생경했다. 그들은 원빈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의 한 '밀밭'에서 일가친척 50여 명만을 초대해 작은 결혼식을 열었다. 톱스타들의 결혼식이라고 하면 으레 예상됐던 '그림'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5성급 호텔, 수많은 취재진, 수많은 협찬들, 유명 인사들과 포토 라인은 없었다. 허례가 빠지고 허식이 사라지자 오히려 '결혼'의 의미가 더욱 또렷하게 살아났다. 그 소박함에 대중들은 많은 축하와 지지를 보냈다.


올해 1월, 또 한번의 세기의 결혼식이 열렸다. 김태희와 비(정지훈)가 그 주인공이었는데, 이들의 결혼식도 의외였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의 가회동 성당에서 혼배 미사(혼인 미사)로 결혼식을 치렀다. 하객은 약 50명 안팎이었다. 가족과 지인만 참석하기 때문에 따로 청첩장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고, 여러가지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했다. 그야말로 소소하고 경건한 결혼식이었다. '시국'을 고려한 선택이었다지만, 평소 그들의 삶의 태도와 지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한편, 스몰 웨딩에 더해 새로운 결혼식 문화를 만들어 가는 커플들도 있다. 지난해 결혼을 한 구혜선과 안재현은 결혼식을 '가족식'으로 진행하고, 예식 비용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소아병동에 기부했다. 그동안 스타들의 '스몰 웨딩'이 화제가 돼 왔지만, 결혼식 자체를 생략(가족식 등으로 대체)하고 그 비용을 기부하는 사례는 없었기에 매우 신선하고 놀라웠다. 지난 15일, 가정 예배로 결혼식을 올린 성유리도 예식 비용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고, 25일 결혼식을 올린 주상욱, 차예련 부부는 축의금의 일부를 기부할 것이라 밝혔다.


여전히 '스몰 웨딩'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혼이 '집안'의 일로 여겨지는 만큼 더욱 그렇다. 또, '뿌린' 부조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보상심리도 한몫 한다. 그럼에도 허례허식을 버림으로써 낭비되는 돈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흐름을 선도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건 역시 대중매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스타'들이다. 이효리부터, 김태희, 성유리까지 저들이 보여주는 결혼'식'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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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가 지나고 '여름 기분'이 돌기 시작한다는 소만(小滿)도 지났다. 바야흐로 여름이 돌아왔고, 그에 맞춰 <캐리비안의 해적>도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6년 만의 귀환이다. 잭 스패로우 선장(조니 뎁)과의 재회가 반갑기만 하다. 무려 2003년부터 시작된 인연이 아니던가. '여름'이야말로 그를 만나 찬란한 모험담을 전해 듣기에 적절한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전설이 깃든 바다를 배경으로 해적들의 삶과 죽음, 어드벤처를 담고 있는 <캐리비안의 해적>은 철저히 여름 시즌을 공략해왔다. 


1편인 '블랙펄의 저주'만 9월에 개봉을 했을 뿐, 2편 '망자의 함'은 더위가 한창인 7월에 개봉했고, 3편 '세상의 끝에서'와 4편 '낯선 조류'은 5월에 관객들을 찾았다. 5편인 '죽은 자는 말이 없다'도 3, 4편과 마찬가지로 5월을 개봉 시기로 잡았다. 오프닝 스코어는 만족스럽다. 206,529명을 동원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겟 아웃>의 71,895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5일 <노무현입니다>가 개봉하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의 독주에 맞설 정도는 아니다. <원더우먼>과 <대립군>이 개봉하는 다음 주까지는 적수 없는 1위를 질주할 예정이다.



5번째 편을 맞이한 <캐리비안의 해적>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시리즈의 탄생을 알렸던 1편의 스토리 구조를 다시 가져온 것이다. '블랙펄의 저주'에서 윌 터너(올랜도 블룸)과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의 러브 스토리는 그들의 아들인 헨리 터너(브렌튼 스웨이츠)와 카리나 스미스(카야 스코델라리오)가 대신 한다. 플라잉 더치맨 호의 저주에 걸려버린 아버지 윌 터너를 구하기 위해 헨리 터너는 잭 스패로우 선장을 찾아나서고, 이 과정에서 마녀로 오해를 받는 여성 천문학자 카리나 스미스를 만나게 된다. 


헨리 터너와 카리나 스미스는 저주를 풀 열쇠인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찾기 위해 마법의 나침반을 가진 잭 스패로우와 힘을 합친다. 세 사람은 과거에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 잭 스패로우가 그랬듯 서로 티격태격하며 관계를 형성해나가고, 그 장면들은 1편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가 워낙 큰 존재감을 형성하고, 압도적 사랑을 받게 되면서 무너졌던 캐릭터 간의 균형이 5편에서는 어느 정도 맞춰졌다. '망자의 함'에서 아예 잭 스패로우만을 내세웠던 '실수(?)'를 바로잡은 셈이다.



한편, 잭 스패로우는 자신이 어린 시절(의 모습이 CG로 구현됐다!)악마의 삼각지대에 가둬버렸던 바다의 학살자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의 추격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바르보사 선장(제프리 러쉬)이 합류한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악의 축을 맡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극의 무게를 한층 더하고, 또 다른 해적 제프리 러쉬는 기존의 모습뿐만 아니라 새로운 면모를 선보이면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사랑해 왔던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여전히 잭 스패로우 선장이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의 힘은 강렬하다. 짙은 눈 화장과 붉은 머리 수건, 땋아 내린 수염. 독특한 걸음거리 등은 여전하고, 특유의 능글 맞은 행동들과 재치있는 입담도 그대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는 무한 긍정주의자 잭 스패로우 선장은 정말이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다. 아직까지는(?) 그 활약이 미비한 헨리 터너와 카리나 스미스의 부족한 캐릭터 매력을 조니 뎁이 상쇄해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울궈먹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조니 뎁이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견 타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리즈'가 울궈먹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캐리비안의 해적>의 경우에는 여전히 캐릭터의 매력이라든지 이야기의 변주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리즈가 구현하고 있는 해상 전투신의 박진감과 화려함은 여전히 관객들의 입맛을 만족시킨다. 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이보다 좋은 볼거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니 뎁이 기존에 형성해 놓은 캐릭터에 의존해 다소 방만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와 조니 뎁의 상성은 부정할 수 없고, 조니 뎁 이외의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조차 없는 밀착성을 보인다. 게다가 유리병 속에 갇혔던 '블랙 펄'이 다시 등장하고, 올랜도 볼룸과 키이라 나이틀리가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도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엔딩 크레디트 후의 쿠키 영상은 의미심장한데, 6편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오히려 문제는 디즈니 특유의 보수적인 색채의 '가족주의'가 등장한다는 것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시시껄렁한 농담들이 지나치게 반복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디즈니만의 색깔이라는 점에서, 또 나름대로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굳이 넣지 않았어도 좋았을 부분이이었기에 만약 6편이 제작된다면 반드시 고려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에도 역시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2017년 여름, 최고의 오락 영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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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를 통해 묘사된 '곳'이나 '것'을 '상상' 속에서 재현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만나 '실체적'으로 '경험'하는 것. 여행이 주는 매력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그와 같은 상상과 기대를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가령, 소설 속에 등장했던 장소, 예를 들면 도시나 마을, 더 세밀하게는 특정한 거리 속에 '나'를 두는 건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다. 


굳이 활자가 아니더라도 좋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혹은 누군가의 여행 사진 속에서 본 '장면'들에 나를 대입하는 일은 어떠한가. 쇼핑의 도시 홍콩의 '하버시티'를 둘러본다거나,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청와대의 거울의 방이 아니다)에서 그 호화로움을 만끽하고, 프라하 성에서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든 시내를 바라보며 커피(스타벅스가 있다)를 한잔 마시는 건 어떠한가. 


츠빙거 궁전


슈탈호프의 벽화 '군주의 행렬'


아무리 정교한 묘사라 할지라도, 그러니까 '영상'과 '사진'이라 할지라도 '실제'에는 미치지 못한다. TV 속 먹방에서는 그리 맛있게 '연출'됐던 음식들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맛을 선사하지 못하는 경험이 허다하지 않던가. 그 경험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 대상을 '내'가 실제로 느낀다는 게 중요하다. 그 자체로 소중하다. 또, 그래야만 진짜 '내 것'이라 할 만 하다. 


우리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생각보다 훨씬 작은 그림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그 '앎'은 제한적이다. 77cm x 55cm라는 설명을 보고서 그 크기를 짐작해 보지만, 직접 루브르 박물관 안에 들어가서 그 압도적인 크기에 짓눌리고,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 속을 헤매다가 모나리자」를 마주한 순간의 경험이야말로 진짜 '앎'이라 할 만 하지 않겠는가.


알베르티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그림'으로 넘어왔는데, 드레스덴의 알베르티눔(Albertinum)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서론이 길어졌다. '유명세'로 따지자면 레지던츠 궁(Residenzschloss), 츠빙거 궁전(Dresdner Zwinger)에 한참 못 미치겠지만, 드레스덴의 '대표' 박물관(미술관)이라 할 수 있는 알베르티눔에 다녀와야 드레스덴을 보고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츠빙거 궁전에도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성모」, 베르메르의 「편지 읽는 소녀」 등 거장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지만, 알베르티눔이 소장하고 있는 카스퍼 데이비드 프리드리히의 「산 위의 십자가」 쪽에 좀더 무게가 실렸다. 무엇보다 알베르티눔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오토 딕스(Otto Dix)'라는 화가의 그림들이 전시돼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웬만한 여행 책자에는 그런 정보가 수록돼 있지 않다.)


댄서 아니터 베르버 사진, 오토 딕스 「댄서 아니타 베르버 초상」


"'미의식'이란 '예쁜 것을 좋아하는 의식'이 아니다. '무엇을 미라고 하고 무엇을 추라고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의식이다. 자신의 '미의식'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자신이 무언가를 '예쁘다'고 느꼈을 때,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느끼는지, 그렇게 느껴도 좋은 건지 되물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의 미의식이 실은 역사적 · 사회적으로 만들어져온 것임을 깨닫게 된다." - 서경식, 『고뇌의 원근법』-


오토 딕스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서경식의 고뇌의 원근법』이라는 책을 통해서 였다. 서경식은 그 책에서 "왜 내가 본 모든 한국 근대미술 작품은 그렇게도 예쁘게 마감되어 있는 것일까"라며 '미의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에게 미의식이란 마냥 예쁜 것,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무엇을 미(美)라고 하고 무엇을 추(醜)라고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의식"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근대미술 작품들은 기존의 예쁜 것, 아름다운 것을 답습할 뿐, 그것이 왜 예쁘고 아름다운지 혹은 그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그대로 느껴도 괜찮은지에 대한 '고뇌'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추한 현실 속에서 발버둥치는 인간이 창작하는 미술은 추한 것이 당연'한데, 그렇지 못한 한국 근대미술에 대해 서경식은 '지루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한 작가들을 거론하는데, 그 중 한명이 바로 오토 딕스였다.



제1차 세계대전에 자원 입대했던 오토 딕스는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체험했다. 1915년 9월부터 1918년 12월까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서부전선의 참호에서 시간을 보냈던 그는 "전쟁이 끝나고 수년 동안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는데, 폭격으로 폐허가 된 집들 사이로 난 길을 포복을 하여 벗어나려 애쓰지만 결국 그 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꿈이었다"고 회고했는데, 그 경험을 녹여 낸 그림이 바로 「전쟁 제단화」(1929~1932)이다.


오토 딕스는 그의 전장 일기에 "이, 쥐, 철조망, 벼룩, 유탄, 폭탄, 구멍, 사체, 피, 포화, 술, 고양이, 독가스, 캐넌포, 똥, 포탄, 박격포, 사격, 칼, 이것이 전쟁! 모두 악마의 짓거리!"라고 적어 두었는데, 그만큼 그에게 전쟁과 그로 인한 죽음은 중요한 모티프(motif)이자 소재였다. 그래서 오토 딕스의 그림에는 전쟁이 휩쓸고 간 사회의 공포와 혼란, 절망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은 일견 '추'하다. 




군인이 수녀를 강간하려는 순간을 담기도 하고(「군인과 수녀」), 늙고 지친 모습의 창녀들을 그림으로써(「세 여자」, 「거울 앞에서」, 「뚜쟁이」) 독일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기도 한다. 또, 성냥팔이를 하며 생계를 겨우 이어가는 상이군인의 모습은 전쟁 이후 군인들이 겪고 있는 박탈감을 표현한다. 이러한 그림들 때문에 오토 딕스는 나치 정권에서 탄압을 당한다. 그림이 압수되기도 하고, 히틀러를 암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토 딕스의 그림은 마주 하기 힘들다. 그의 작품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미의식'을 계속해서 건드리기 때문이다. 만약 그의 이름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그의 그림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접하지 않았다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작품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드레스덴에 갔다면, 그 도시의 아픔을 느끼기에, 그래서 그 곳을 경험하기에 '오토 딕스'만한 매개가 또 있을까. 


동독 정부는 종전 후 연합군의 폭격에 의해 초토화된 드레스덴을 대대적으로 복원했다. 그래서 지금의 드레스덴은 1945년 이후의 드레스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재건된 드레스덴의 역사적 건물들도 찬란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있기엔 뭔가 찜찜하다. 드레스덴에 갔다면, 알베르티눔을 찾아야 하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그 곳에 전쟁의 참상을 그려낸 오토 딕스가 있기에. 


카스퍼 데이비드 프리드리히, 산 위의 십자가 (The Cross in the Mountains, Oil on canvas, 1808)


폴 고갱(Paul Gauguin), 「parau Api」, 1892


카스퍼 데이비드 프리드리히, 「Two Men Contemplating the Moon」, 1819~1820


빈센트 반 고흐, 「Still life with Quinces」, 1888~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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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김희선, 정용화. 


기존 예능에서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조합이 탄생했다. 그들 스스로도 "근데 이 조합이.." 라며 실소를 터뜨렸을 정도다. 한 명은 연기자, 한 명은 가수, 한명은 예능인. 각기 활약하는 분야가 다르다. 하지만 '예능'은 모든 장르를 '통합'하는 통섭의 예술이므로 그들이 올리브TV/tvN <섬총사>에서 만난 건 놀랄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그들은 이미 다른 예능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강호동과 김희선은 JTBC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과 정용화는 JTBC <한끼줍쇼>에서 호흡을 맞춰봤던 좋은 기억이 남아 있지 않던가.


출발은 순항이다. 평균 시청률 2.0%(tvN 합산, 닐슨코리아)로 전작인 <편의점을 털어라>가 기록했던 0.730%에 비해 1.270%나 상승했다. 캐스팅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시청률로 반영된 셈이다. 시작하기 전부터 어깨에 제법 많은 짐을 얻고 있었던 <섬총사>로서 이 결과는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다. 올리브 채널이 개편과 함께 '탈쿡방 예능'을 시도한 첫 작품이었고, SBS에서 <강심장>, <룸메이트>, <불타는 청춘>을 기획 · 연출했던 박상혁 PD가 CJ E&M로 이적하고 난 후 처음 맡은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여기에 몇 개의 스토리가 더 얹혀진다. <강심장>에서 연출자와 MC로 만났던 박상혁 PD와 강호동의 재회라든지, 최근 침체기를 맞이한 tvN 월요일 예능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역시 가장 큰 이야깃거리라면, 기존의 잘 나가는 프로그램들의 아류(亞流)가 아니냐는 눈총일 것이다. <섬총사>는 '섬총사 3사람이 섬 마을 주민의 집에서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취향대로 살아보는 섬 생활기'로 이른바 '힐링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섬 생활기'라는 설명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tvN <삼시세끼 어촌편>을 떠올리게 된다. 박상혁 PD는 "포맷이 무척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말씀드릴 순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삼시세끼>와 섬에 가는 것에서는 비슷할 수 있는데, 출연진도 다르고 3명 모두 요리를 못한다. 그런 부분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촬영을 시작한 JTBC <효리네 민박>과의 유사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효리네 민박>은 일반 손님을 받는 프로그램이고, 우리는 우리가 직접 섬 마을 사람들과 융화되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목포항에서 '섬총사'가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과 배를 타고 4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전라남도 우이도까지 가는 여정, 섬에 도착한 후 각자에게 배정된 집에 들어가 주민들을 만나는 장면이 담겼다. 강호동과 정용화는 '동화 형제'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인상적인 케미를 선보였다. '허당 막내'를 자처한 정용화는 강호동의 개그에 연방 웃음을 터뜨리며 리액션으로 화답했다. "골때리네"라며 이마를 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다. 


그럼에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출연자는 역시 김희선이었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리얼 예능'이라는 험지에 뛰어든 그는 수많은 카메라가 24시간 내내 자신을 찍을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면서 "누군가 나를 계속 보고 있다는 게 적응이 안 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사전 인터뷰에서는 엄살을 잔뜩 떨며 '예능 초보'의 모습을 보였지만,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자 허당기 가득한 털털한 매력을 마구 발산하며 시청자들에게 반전을 선사했다. 이른바 '여신 포스'에서 나오는 엉뚱함이 주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희선은 강호동과 정용화에게 자신이 잠들었을 때 둘만 촬영하지 말고 자신을 꼭 깨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화장실 갔다 오니 치마가 다 젖어서 짰다. 방이 따뜻해 금방 말랐다"며 예상 외의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엄청난 크기의 트렁크의 비밀에 대해서는 "저거 술이 반이다. 섬 떠날 때 저 가방 버리고 와도 된다"며 잠시 잊고 있었던 '김희선=애주가'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한편, 잠깐씩 등장한 예고 장면에서는 주민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등 특유의 친화력도 선보여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첫회만 놓고 보면 분명 '차별화'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소하게' 흘러가는 <삼시세끼>와는 달리 제법 '시끄럽고' 여러가지 사건(예를 들면 단수)들이 '조미료'처럼 가미된다. 강호동이라는 '전문' 예능인의 존재는 '진행'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안심 요소일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뭔가를 해야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으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김희선과 호칭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예능적 재미를 끊임없이 추구한다거나 우이도에 도착해 갑오징어와 자연산 광어를 가지고 연출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전형적이다.


이승기 역할을 기대하고 투입된 정용화도 강호동과 찰떡 호흡을 보여주고 있지만, 두 사람은 끊임없이 '사운드'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시청하는 입장에서 우이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시간이 부족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부담감이 아니라 그들의 원래 성격일 수도 있다. 그 부분 때문에 <섬총사>에 캐스팅 됐고, <삼시세끼>와의 분명한 차별성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조금 수다스러운 힐링 프로그램, 그것이 <섬총사>가 추구하는 지향점인 듯 싶다.


OCN <터널>이 tvN <시그널>의 아류라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듯이 <섬총사>도 다른 프로그램들을 따라했다는 오해에서부터 벗어나 <섬총사>만의 매력을 갖춰나가길 바란다. 첫회에 받았던 기대감을 계속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중점적으로 다뤄질 섬 주민들과의 관계가 핵심적인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또, 비밀로 남겨진 달타냥의 존재도 흥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 <섬총사> 제작진이 얼마나 준비를 제대로 했는지 다음 주 방송을 한번 기다려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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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적의 '청춘(靑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있다면 그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이 아닐까. 그곳에 머물러 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노량진의 공기가 얼마나 '꿉꿉'한지 알지 못한다. 그곳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장소이다. '공무원'이라는 꿈을 안고 첫발을 내딛은 '신참'의 도전 정신과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서 더욱 악바리가 된 '고참'의 날선 비애가 공존하고, 누적된 낙방에 익숙해져 반전의 계기마저 잡지 못한 '장수생'의 패배주의가 길거리에 스며들어 음습한 기운을 내뱉는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다잡지만, 그것이 어디 마음대로 되겠는가. 매년 경쟁률은 '살인적'이고, 매일마다 쌩쌩한 뇌를 지닌 새로운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유입된다. 2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컵라면과 삼각 김밥 따위를 먹으며 '꼬질꼬질'하게 공부에 매진하지만, '합격'이라는 꿈은 매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그곳을 JTBC <한끼줍쇼>가 찾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노량진 고시촌의 '공기'를 느끼고, 그 안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요즘 청년들은 도전 정신이 없어. 우리 때는 말이야..' 기성세대라 불리는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며 제 얼굴에 침을 뱉는다. '공무원이 꿈인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어?' 그렇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질문이 잘못됐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공무원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나라를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들이 '미래'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과연 지금의 청년들은 '용기'가 없을까. 노량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그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불안함을 넘어서 처절한 취업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치겠다고 노량진으로 모여드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공무원 시험은 '숟가락'에 의해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모, 스펙, 인맥 등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오로지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청년들은 그 '공정함'에 자신의 미래를 맡긴 것이다. 씁쓸하게도 공무원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흙수저들이 비교적 적은 비용을 투자해 노려볼 수 있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직업이다. 



<한끼줍쇼>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김풍 작가와 미카엘 셰프를 섭외해 노량진에 뛰어들었다. 한 끼 밥을 얻어먹는 것이 프로그램의 규칙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도 그럴것이 노량진 고시촌은 취사를 통해 끼니를 마련하기보다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서 가볍게 '때우는' 것이 일반적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보다 다리를 쭉 뻗기도 힘든 2평 남짓한 방에서 살아가고 있는 공시생들에게 밥을 얻어먹는다는 건 정서상 용납되기 어려웠다. 


제작진이 김풍 작가와 미카엘 셰프를 섭외한 건 그 때문이었을 게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공시생들에게 한 끼를 선물하기 위해서. 실제로 김풍 작가는 제작진에게 받은 돈 6,000원을 탈탈 털어서 장을 봤고, 그 재료를 가지고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공시생에게 제공했다. 미카엘 셰프는 옆방에서 냄비를 빌려 계란과 식초로 수란을 만들었고, 완성된 수란을 김치찌개에 넣어 한 끼 식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논란'이 싹트기 시작했다.



방송을 시청했던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제기했다. 애초에 누군가의 주거 지역을 마음대로 탐방하고, 아무 집이나 초인종을 함부로 눌러 '한 끼만 주세요'라고 조르는 무례를 범하는 '민폐'적 성격에 대한 지적은 별개로 하자. 핵심은 이런 것이다. 굳이 노량진까지 가서,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풍성한 저녁 밥상을 차려주지 못한 제작진의 물색없음에 대한 노여움이다. '김풍 작가가 6,000원을 들고 장을 보러 뛰어다닐 때 짜증이 솟구쳤다'는 반응도 있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칼럼니스트 정덕현는 '제 아무리 규칙이 중요하다고 해도 예외 규정을 만들든 아니면 차라리 이경규가 제작진에게 호통을 치거나 강호동이 떼를 써서라도 좀 더 풍성한 저녁 밥상 한 끼를 고생하는 청춘들에게 대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니까 <한끼줍쇼>가 맞닥뜨린 논란은 '규칙 vs 융통성'의 대결 구도인 셈이다. 어쩌면 밥차를 제공해서 공시생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하거나 거금을 들여 풍성한 저녁 한 끼를 대접했으면 분명 '그림'은 좋았을 것이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심정적으로 공감이 간다. 하지만 만약 제작진이 밥차를 제공했다면 민폐의 수준은 훨씬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방송 사상 가장 조용한 방송"이라며 (나름대로) 조심했던 노력은 우스꽝스러워졌을 것이다. 프로그램에는 '규칙'이 있고, 이를 함부로 어긴다면 프로그램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예외'를 적용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예외'를 한번 적용해 버리면, 그 '기준'을 마련하느라 제작진은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끼줍쇼> 제작진이 융통성이 없다고 투덜거리지만, 이미 제작진으로서는 주어진 범위 안에서 최대치의 융통성을 발휘했다.

 

애초에 만들어 놀았던 원칙, 그러니까 한 동네를 '방문'해서 기꺼이 문을 열어주는 주민에게 '한 끼를 얻어먹는다'는 규칙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노량진 고시촌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그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 줌으로써 얻어먹는다는 규칙은 훼손했지만, 그들의 공간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는 대원칙은 지켜냈다. 이 정도면 <한끼줍쇼> 측으로서는 난리법석을 떨지 않으면서 할 일을 한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노량진의 고시촌에서 그 대원칙을 깨버린다면 앞으로 방문할 다른 곳에서 이와 같은 '아우성'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를 하겠는가.



게다가 노량진의 공시생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처해있는 이 갑갑한 현실에 대한 공감이지 비싼 저녁 한 끼를 얻어먹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공부에 매진하는 공시생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곳의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분위기를 한번 바꿔주는 이와 같은 '환기'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실제로 2012년 대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당시 후보가 노량진에서 만났던 공시생이 결국 경찰 시험에 합격했고, 제복을 입고서 두 사람이 다시 만난 사례도 있지 않은가.

<한끼줍쇼>가 융통성이 없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원칙과 규칙을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융통성을 발휘한 것 아닐까. 많은 문제의 발단이 그 성급한 '예외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상기하면 좋겠다. 주어진 범위 내에서 최선의 밥상을 차려 공시생들을 대접한 <한끼줍쇼>의 탁월한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덧붙여서 방송에 출연했던 공시생들이 당당히 합격을 해서, 이경규와 강호동이 그들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면 꼭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누며 지금의 추억을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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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저 '판듀' 촬영왔어요! 오늘 날씨가 좋은데 저는 방송국 #안이에요"


지난 16일 그룹 '하이라이트'의 양요섭이 자신의 SNS에 남긴 짧은 글이다. 사실, 별다른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니다. 이 글을 읽는 어떤 이들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며 시니컬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매순간이 궁금한 팬들에겐 이런 '소통'이 참 소중하다. 특히 '열애설'이 제기됐을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일견 아무 내용도 없어 보이는 저 문장 안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밀의 열쇠는 해시태그(Hash Tag)이다.


양요섭은 자신이 '방송국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안이에요' 앞에 굳이 해시태그를 달아 '강조'를 하고 있다. 특별히 강조해야 할 의미가 있는 단어가 아니라 그 의도를 찾도록 만들었는데, '안이에요'는 연음 법칙(連音法則)에 따라 '아니에요'로 발음된다. 결국 자신의 열애설에 대해 '대답'한 셈이다. 갑작스럽게 터진 스타의 열애 소식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팬들의 입장에서 스타의 이와 같은 센스있는 대처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열애설이 터졌을 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연예인들도 수두룩하지 않던가.


또, 구차하게 해명을 하는 것보다 세련된 면도 있었다. 간접적이지만 그 누구도 민망해하지 않고 '웃으면서' 이 상황을 넘길 수 있는 영리한 대응이었다. 실제로 양요섭의 소속사인 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는 "두 사람의 열애설은 사실무근"이고 "친한 동료 사이"라고 부인했다. 양요섭이 해시태그로 전한 내용이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그 화자가 양요섭이기 때문인데, 그만큼 그는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스타와 팬의 관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절대적인 지지(가 대부분이겠지만)에서 적정한 거리를 둔 지지까지 그 '태도'도 다양하고, 한때는 모든 것을 다 줄듯 '사랑'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미움'을 넘어 '증오'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정치인과 지지자'의 관계와도 유사하고, 때로는 '연인'의 관계와도 비슷한 측면이 많다. 어쩌면 '대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관계'가 갖는 '속성'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어찌됐든 이 관계를 잘 형성 · 유지하지 못하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양요섭처럼 잘 이끌어가는 스타도 있다. 


과거 비스트 초창기 시절에도 그러했고, 장현승의 탈퇴 이후 5인 체제(윤두준, 용준형,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로 활동하던 시기에도, 큐브 엔터테인먼트를 나와 '비스트'라는 그룹명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하이라이트(Highlight)'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양요섭은 팬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 마음에 생채기가 남지 않도록 애썼다. 당연한 일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그다지 흔한 케이스가 아닐 뿐만 아니라 쉬운 일은 더더욱 아니다. 




양요섭이라는 이름을 눈여겨 보게 됐던 계기가 있었는데, 그가 2013년 7월 KBS2 <해피투게더3>에 출연하면서 '위안부 의식 팔찌'를 착용한 것을 기사를 통해 확인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소속사였던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양요섭의 말을 빌려 "다른 아이돌 가수들도 이 팔찌를 많이 하고 있는데, 본인만 새삼 화제가 된 것 같아 부끄러워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요섭은 팬들로부터 그 팔찌를 받게 됐는데, "팬들 덕분에 '위안부'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며 팬들과 맺고 있는 '건강한'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2014년 우리를 집단 멘붕 속으로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세월호 리본을 달고 행사장에 참석해 애도의 뜻을 전했고, SNS를 통해 세월호 기억 팔찌를 착용하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또, 세월호 2주기에는 "4월 16일을 잊지 말아요"라는 글을 게시하며 추모의 마음을 표했다. 세월호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그와 관련한 발언을 입밖에 내는 것조차도 '정치적'으로 해석돼 부담스러운 시기였기에 그의 용기있는 행동이 대견스럽기만 했다. 



"우리 팬들 최고.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정말 행복했고 또 힘들고 슬픈 일들도 여러분들 덕분에 잘 견뎌내고 힘낼 수 있었습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양요섭은 2017년 2월 중증어린이재활병원건립을 위한 기부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데 발휘하고 있다.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시리즈를 통해 '스타와 팬은 닮는다'는 주장을 반복해서 하고 있는데, 양요섭의 팬들은 이른바 '착한 팬덤문화'의 선두주자라 할 만 하다. 양요섭의 팬클럽인 '섭이방'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양요섭이 중학생 시절까지 살았던) 서울시 도봉구에 쌀과 라면과 성금 등을 꾸준히 기부했다. 


또, 양요섭 서포터즈는 양요섭의 생일(1월 5일)과 데뷔(10월 16일)를 기념하며 청각장애인을 돕기 위해 사단법인 사랑의달팽이 측에 기부 활동을 해오고 있다. 양요섭 팬카페 소울메이트도 그의 생일을 맞아 희귀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비영리단체 '여울돌'에 후원금을 보내고, 여울돌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장난감 등 선물을 증정했다. 이처럼 스타에 대한 사랑을 '기부'라는 형태로 표현하는 팬들의 성숙함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양요섭도 이에 대한 고마움을 SNS를 통해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액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런 '마음'들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아름다운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것 아니겠는가.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와 수준급 가창력으로 여러 드라마의 OST(최근에는 MBC <군주-가면의 주인>에 참여했다) 등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양요섭인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뽐내고 더욱 많은 사랑을 받기 바란다. 그리고 지금의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 팬들과도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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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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