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의 변화는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사들이 '개혁'이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과감히 등용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수석들과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하고, 그 후에는 참모진과 재킷 상의를 벗은 (비교적) 편한 옷차림으로 커피를 들고 청와대 소공원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라며 이레적이라 설명했다. 폐쇄적 '군주'의 '구중궁궐'이었던 청와대의 공기가 한결 밝고 경쾌하게 변하고 있다. 



"제왕적 권력을 나누겠다. 확 바뀐 청와대를 보게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공언은 말 그대로였다. 초반이긴 하지만, 이 흐름이 '보여주기'에 그칠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소탈한 그의 성향과 소통을 중요시하고, 탈권위를 강조하는 그의 평소 기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언론은 이러한 변화에 호들갑을 떨며 반응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이 '정상'이고, '기본'이다. 지난 9년동안 두 명의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그만큼 크다. 스스로 옷을 벗는 대통령이 화제가 되는 건 이번이 끝이길 바란다.


이처럼 청와대가 달라졌지만, 아직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10일과 11일, 두 번의 인선(人選) 발표가 있었다. 10일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전남도지사)와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전 국정원 3차장), 임종석 비서실장(전 국회의원)을 소개했다. 11일에는 수석비사관 임명 발표가 있었는데, 임종석 비서실장이 조국 민정수석(서울대 교수), 조현옥 인사수석(이화여대 교수), 윤영찬 홍보수석(전 네이버 부사장), 이정도 총무비서관(현 기재부 심의관)을 차례로 소개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인선 발표에서 '어김없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국정원과 검찰에 대한 개혁은 문 대통령이 과거부터 거듭해서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했고, 대한민국 사회의 워낙 큰 숙제였던 만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당연히 그 선두에 서서 개혁을 지휘할 국정원장과 민정수석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하지만 정작 기자들은 국민들의 관심과 궁금증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날카롭고 예리한, 그리고 집요한 '질문'으로 더 많은 생각을 끄집어내야 하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두 가지 장면을 살펴보자.


1. 


"국정원장 후보자입니다만, 이제 후보자 타이틀을 벗으면 여러분 앞에 이렇게 설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그래도 관심이 없으시면 그만 할까요?" (질문자를 찾던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에게 <오마이뉴스>의 이경태 기자가 "국내 정치 파트를 없앨 수 있을 것인지, 국정원에서 기존과 같이 셀프 개혁안을 제출한다면 그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라는 질문을 던져 대답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2. 


"동아일보의 OOO기자입니다. 과거 민정수석이 검찰의 수사자휘나 그런 측면에 원활하게 소통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측면에서는 어디까지 수사지휘를 하실 건지.."


"민정수석은 수사지휘를 해선 안 됩니다."


1번 장면에서는 가슴 속에 '답답함'이 차올랐다. '한심함' 때문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인터넷을 비롯한 SNS상의 여론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왜 질문을 하지 않는 거야!' 2번 장면에서는 '통쾌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민정수석은 수사지휘를 해선 안 된다'고 딱 잘라 대답한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우문현답'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고, '바보 같은' 질문을 한 기자에 대해선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저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여러모로 기자들의 면이 안 서는 장면들이었다. 



만약 1번 장면과 2번 장면 중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잘못된' 질문을 할 수는 있다. 아니, 해도 된다. 중요한 포인트는 질문을 '했다'는 것이지, 그 질문의 '질'을 따지거나 그 자체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훨씬 나중의 문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문'에 '현답'이 나와 예기치 않았던 반전이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가장 좋은 건 '현문'에 '현답'을 하는 것이겠지만..) 실제로 현답이 나오지 않았던가. 


게다가 기자로부터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그 질문이 어떤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최대한 선해한다는 가정 하에) 어쩌면 한번 '떠보기' 위해 일종의 함정을 판 질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질문을 하지 않는 것에는 그 어떤 의도도 파악되지 않는다. 그저 나태하고 게으른 것이다.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그래도 관심이 없으시면 그만 할까요?"라며 질문을 '요청'하는 뻘쭘한 상황은 보는 사람이 오히려 낯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또 한번의 '선해'를 해보자.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그동안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문하기'를 거세당한 채 9년(특히 지난 4년은 엄청난 억압을 받았을 것이다.)이라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질문은 완벽히 차단 당했고, '은총을 받은' 기자만이 '정해진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대본을 읽는 연기자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니까 질문을 할 기회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자연히 머리를 굴릴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불행한 학습 효과라고나 할까.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리라.


물론 질문을 원하지 않는 청와대의 분위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건, 일반적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를 잘 거치고 나면 언론사에서 좋은 자리로 승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높으신 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뉴스타파>의 보도 참고) 이와 같은 '굴종'은 적어도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요구되지 않을 것이다. 180도 달라진 청와대 분위기만큼이나 앞으로는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기자들도 기존의 관성을 버려야 한다. 어쩌면 '편하게' 일했던 과거가 그리운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수의 기자들은 이 변화를 반가워 할 것이다. 참아왔던, 억제돼 왔던 '질문 본능'을 깨워 살벌한 질문 세례를 곧 시작할 것이다. 그리 믿는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질문해야 한다.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들이 궁금해 할 사안에 대해 '묻고' 대답을 '듣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자 책임이니 말이다. 단시간에 바뀌진 않겠지만, 밤새도록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는 풍경을 곧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지난 25일 방송된 JTBC <2017 대선후보 토론회>는 여전히 네거티브와 색깔론이 '기웃'거리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정책 토론'이라 부를 만 했다. 무게 중심을 잡아준 사회자의 역량 덕분인지 그동안 세 차례의 토론회를 겪은 대선 후보들의 학습능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후보들은 상대방의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제법 연출했다. 모든 후보들이 정책 토론에 걸맞은 '능력'과 '태도'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무난하다'고 할 수준까지의 평점은 확보했다. 기대치가 워낙 낮아졌기 때문일까?



그런데 막돼먹은 후보 한 명이 토론회를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렸다. 굳이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그 후보, 바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였다. 그의 비뚤어진 질문들이 각 후보의 '민낯'을 드러내는 선한(?) 결과를 가져온 측면도 있지만, 토론회의 '질'을 생각했을 때 그의 존재는 그 자체로 퇴행적이었다. "동성애 반대합니까?'성 정체성'에 찬반을 묻는 몰지각함에 치가 떨렸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후보들이 '방송'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무감각하게 내뱉을 수 있는 현실이 참혹하기만 하다. 질문과 대답, 모두 수준 미달이었다. 


이 참담함을 견디지 못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대신 나섰다. 주어진 시간이 부족했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1분 발언권 찬스'를 기꺼이 사용하며 말을 이어갔다.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이다. 저는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이다." 토론이 끝난 후, 그는 "TV를 보고 계신 수많은 성소수자가 너무 슬퍼할까봐 1분 발언권 찬스를 썼다."고 덧붙였다. 최소한의 상식을 말해준 그의 존재가 참으로 고마웠다. 



"일자리 문제를 민간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제일 첫째가 기업 기살리기입니다. 기업에 투자해줘야 일자리가 생깁니다. 기업의 기를 살리려면, 우리나라 기업이 작년에만 500억불 이상 해외로 투자하고, 국내 투자는 사내 우보금이 수백 조 있고, 투자를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청년 일자리가 안 생깁니다. 그러면 왜 일자리가 안 생기냐, 기업이 투자를 안 하느냐, 그건 우리나라의 3%도 안 되는 강성 귀족노조들 때문입니다. … 문재인 후보는 민주노총에 얹혀서 민노총 지지를 받아 정치를 하고 있으니 그러니까 대한민국 젊은이 일자리가 안 생기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강성 귀족노조, 이런 적폐를 없애야 청년 일자리가 생기고, 노동정책이 바뀌어야 일자리가 생긴다."


'미꾸라지'가 돼 토론회 전체를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렸던 그 막돼먹은 후보의 활약(?)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 그 후보는 '(청년)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이유를 '강성 귀족노조'의 탓으로 돌렸다. 기본적으로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기존의 보수가 취해왔던 스탠스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노조를 '손봐야' 하는 대상이자 '적폐'로 규정하고 '없애자'고 말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런 말을 하는 후보가 스스로를 '서민 대통령'이라 칭한다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애초에 '강성 귀족노조'라는 표현 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이를 지적하기에 앞서 저 막돼먹은 후보의 주장은 사실관계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2016년 투자 · 경영 환경 조사 결과(전경련이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에 따르면, 정작 기업들은 '투자 축소'의 원인을 내수 부진(27.2%), 세계경제 회복 지연(14.7%)으로 꼽았는데, 통상임금이나 노조 등 노사문제 영향이라는 대답은 고작 0.9%에 불과했다. 막돼먹은 후보의 이야기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적확히 보여주는 조사다. 


이처럼 막돼먹은 후보가 메시나 호날두급 드리블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도 막아서지 못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민주노총에 얹혀서 민노총 지지를 받아 정치를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0%밖에 안 된다. 그 가운데 귀족노조는 몇 %나 되겠나.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1%밖에 안 되는 대기업 노조가 아닌 재벌인데, 홍 후보는 재벌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줄곧 노조만 탓한다."며 반격에 나섰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응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아예 대답을 회피하고 '뉴딜 정책'에 대한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지난 26일, 그러니까 토론회 다음 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토론은 유독 힘이 들었"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토론이라면 이골이 났을 그가 유독 힘이 들었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계속해서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제가 대통령 선거 후보토론의 상대로 결코 인정할 수 없는 한 사람 때문입니다. 토론회 참석을 막을 수 없기에,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토론거부를 선택했습니다. 그랬더니 맘 놓고 노동에 대해 악의적 선동을 늘어놓았습니다. 다른 후보들의 반박을 기대했지만 정적만 흘렀습니다."


지난 3차 토론회에서 "저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가 없"다며 "저는 오늘 홍준표 후보와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4차 토론회에서도 심 후보는 홍 후보와 말을 섞지 않았다. 그 때문에 홍 후보의 '노동에 대한 악의적 선동'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만약 심 후보가 당시 '수비'를 할 수 있었다면, 저 막돼먹은 후보의 드리블 같지도 않은 엉성한 발놀림을 얼마나 기똥차게 막아냈을지 그 실력을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의 노조는 귀족이 아닙니다. 그들이 거품 물고 공격하는 귀족 노동자의 급여는 연봉 7, 8천만 원 정도입니다. 이마저도 연장근로, 잔업특근으로 자신을 혹사시켜야 나오는 금액입니다. … 이삼십년 일한 숙련 노동자가 7, 8천 받는 것이 귀족으로 매도될 일입니까? 이 정도 안 받고 아파트 대출 갚고, 애들 대학 공부시키고, 또 결혼할 때 조금 거들어 줄 수 있습니까? 노동자로 태어나면 이 정도 꿈도 꾸면 안 되는 것입니까? … 귀족노조 타령에는 육체노동을 천시하는 후진적 노동관이 깔려있습니다. 몽뚱어리를 굴려 먹고사는 사람들이 안락한 삶을 누리고, 그러면서 권리 운운하는 꼴은 못보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자가 행복한 꼴은 못 보겠다며 야비한 공격을 퍼붓는 서민후보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심상정 후보는 저 막돼먹은 후보의 '강성귀족노조 타령'을 '색깔론'으로 규정한다. "반대세력을 사실도 아닌 낙인을 찍어 공격하는 정치폭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손봐야 할 암적인 존재는 노조가 아니라, 색깔론만 물고 사는 저질 정치인"이라 쏘아붙인다. 속이 다 후련하다. 만약 심 후보가 (당시 토론 현장에서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을) 저 대사를 실제로 했었더라면, 토론회를 지켜보며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었을 유권자들이 얼마나 통쾌했을까. 


하지만 앞으로도 심 후보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그래서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는' 홍 후보와 말을 섞지 않을 것 같으니, 그와 같은 명장면은 오로지 상상의 몫으로 남겨둬야 할 듯 싶다. 앞으로 토론회가 2회 남았다. 막판을 향해 가는 만큼 더욱 열띤 토론이 진행될지도 모르겠다. 이쯤되면 다른 후보들도 머리 회전 속도에 제법 가속도가 붙었을 것이다. 또, 입이 풀릴 말큼 풀렸을 게다. 그렇다면, 부디 '각성'해서 저 막돼먹은 후보의 후진적 노동관에 제대로 철퇴를 내려주길 기대한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6.4%(닐슨코리아 기준), 지난 19일 KBS가 주관한 2차 대선 후보 TV토론회의 시청률이다. 13일에 열렸던 SBS 토론회(1부 11.6%, 2부 10.8%)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시청 점유율은 무료 43%에 달했는데, 당시 TV를 틀었던 시청자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사람들이 토론회를 지켜봤던 셈이다. 생방송, 스탠딩 토론, 자료 없이 펼치는 자유토론이라는 요소들이 불러 일으킨 기대감과 궁금증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보다 최악의 토론회는 없었다고 할 만큼 수준 이하였다. 



'스탠딩'은 말 그대로 '서 있기만 해야 하는' 의미에 국한됐다. 그러다보니 도대체 후보들이 왜 서서 토론을 해야만 했는지 원론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말 '건강 검진'을 위한 것이었나? 또, 왜 자료 없이 토론을 시켰는지 그 목적과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물론 앵무새처럼 원고를 읽는 대통령을 경험했던 탓에 제법 수준 있는 대통령을 원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대본을 비롯해 그 어떤 자료에도 의존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론 배틀을 벌여 진정 준지된 후보가 누구인지 가려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기대하기에 (미안하지만) 19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토론 능력은 (전반적으로) 수준 미달이었다. 게다가 5자 토론이라는 현실에서 차용하기 어려운 형식이었다. KBS는 의기양양하게 '9분 발언 총량제'를 도입했지만, 역시 후보가 5명이나 되다보니 말이 뒤엉켜 난장판을 연상케 할 만큼 정신이 없었다. '초시계'로 전락한 사회자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문 후보는 방어에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을 4야당 대표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몰아치는 듯 했다. 홍준표는 색깔론으로, 유승민은 재원(財源)론과 핵무장론으로, 심상정은 더 많은 진보론으로 몰아쳤다. 안철수의 무기는 불분명했다. 문재인은 집권 후 닥칠 일을 연습했고 나머지는 각자의 방식으로 야당을 연습했다" (조국 교수)


문 후보(와 그 지지자들)로서는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조국 교수의 말을 위안 삼으면 될 일이다. 그것이 여론조사 1위 후보와 지지자들이 보여줘야 할 품격과 여유가 아니겠는가. 이번 KBS 토론회를 가장 최악이라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토론' 그 자체라기보다는 토론회가 끝난 후에 벌어진 일 때문이다. 바로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쏟아진 문 후보 지지자들의 황당한 반응 말이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할 때 항상 정의당을 찍었는데 이제 그만하겠다"나? 그 이유는 문 후보와 공동 전선을 펼치지 않고, 되레 신랄히 비판을 했기 때문이란다.


"모두 1등 후보 공격, 심 후보마저 편승하는 것을 보니 정의당이 정의가 아닌 듯하다."(송영길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


토론이 끝나자 송영길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공지영 작가가 심 후보를 비판한 글을 리트윗하며, "정의당은 온몸에 화살을 맞으며 버티는 문에 칼질하는 정치공학적 접근시정필요"라는 글을 올렸고, "숟가락 심상정"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아마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심 후보가 문 후보를 몰아치자 적잖이 배신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심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던 다수의 문 후보 지지자들의 심정은 그와 같았을 것이다. 물론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싶어하는 그들의 뜻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정당의 대선 후보가 타당의 후보에게 (그것도 정당한) 질문과 비판을 했다고 해서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황당한 일 아니겠는가. 당선을 목표로 선거를 뛰고 있는 후보에게 이러한 요구는 부당한 것 아닌가. 이에 대해 박원석 정의당 공보단장은 "심 후보는 민주당을 돕기 위해 출마한 것이 아니다. 공격이든 방어든 스스로 하라"고 맞받아쳤다. 지난 KBS 토론회에서 심 후보가 문 후보에게 질문(과 비판)을 했던 포인트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1.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 변화에 대해 지적하며)

심 : 문재인 후보님, 6차 핵실험하면 사드 찬성하시겠다는 겁니까?

문 :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중국이 제어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배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답을 했죠 제가 정확하게

심 : 저는 우리 문재인 후보께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말씀하실 때 굉장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말은 평론가의 언어지 정치 지도자의 언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지적하며)

심 : 국가보안법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제가 이어서 묻겠는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국가보안법은 박물관에나 보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왜 폐지하지 못합니까? 국가보안법 왜 페지하지 않으시려고 하십니까?

문 : 폐지 반대한 적 없습니다.

심 : 그럼 폐지를 한다고 하셔야죠.

문 : 여야 간의 합의가 7조 폐지 쪽에는 모아졌으니 그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심 : 그건 몇 년 전 이야기 아닙니까. 그건 몇년 전 참여정부 때 얘기고요. 대통령으로서 자기 소신을 밝혀야 되지 않습니까?

문 : 제 입장은 그렇습니다. 제 입장은 지금 남북 관계가 엄중하기 때문에, 여아 간의 의견이 모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자는 것, 그것이 제 생각입니다.


3. (민주 정부 10년 동안의 노동 정책을 비판하며) 

심 :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권의 경제 대국인데, 노동자들의 삶은 최악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장시간 노동하고, 비정규직 가장 많고, 저임금 노동자 비중도 높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의 처지가 왜 이렇게 참담하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문 : 노동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은 것이죠. 앞으로 다음 정부는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 : 김대중 정부 때 정리해고법, 파견법 만들어졌죠. 노무현 정부 때 이른바 비정규직법 만들어졌죠. 지난 SBS 토론 때 지적을 드렸던 것처럼, 휴일 근로를 주 40시간제에 포함시키지 않아서 68시간 장시간 노동을 허용했단 말입니다. 그것도 2000년도에 그 지침이 나왔고, 참여정부 때도 시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민주 정부 10년 동안 제정된 이 악법들이 장시간 저임금 노동 현실을 크게 규정했다고 생각해요. 그 점에 대해서 앞으로 잘하겠다, 이렇게 하시면 되는 겁니까? 법인세도 뚜렷하지 않고, 정리해고 요건 강화에도 입장을 유보하고 계세요.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크게 느끼신다면 그것을 더 극복하기 위한 더 극복한 제안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 (복지 공약 축소 의혹을 제기하며)

심 : '복지 공약 후퇴는 대국민 사기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그동안 민주당 10년 동안 새누리당 정권을 향해서 비판했던 말입니다. 기억하시죠? 문 후보님 복지 공약이 굉장히 많은데, 증세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지난 총선에는 그나마 13조 7천 억 정도 증세 계획이 포함돼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그것도 없습니다. 결국은 증세 없는 복지, 박근혜 정부 따라가는 것 아니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드 배치에 대해 입장을 변경한 부분이나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해서조차) 후퇴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부분들은 분명 '진보적 시각'에서 바라볼 때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노동 정책에 있어서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얼마나 열불이 나겠는가. IMF 이후 노동 관련 악법을 잇따라 제정하면서 노동자들의 삶을 최악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던 민주당의 정치인들은 오히려 반성을 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노무현 정부에서도 민영화가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구속된 노동자가 천 명이 넘는 불편한 진실을 잊어선 곤란하다.


심상정 후보는 한방에 4명의 후보들을 제압해버렸다


"저도 좀 말씀 좀 드리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문 후보님,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아니, 도대체 대북 송금이 도대체 몇 년 지난 이야기입니까. 매 선거 때마다 대북 송금을 아직도 울궈 먹습니까. 국민들 실망할 겁니다. 앞으로 대통령이 돼서 뭘 할 것인지를 말씀하셔야지, 그 선거때마다 대북 송금 얘기 계속 재탕 삼탕하면 무능한 대통령이지 뭐예요, 그게"


심상정 후보는 민주당의 후보가 아니라 정의당의 후보이고, 문 후보의 당당한 경쟁지다.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정한 수의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정당의 후보라는 말이다. 그가 토론회에 나와서 이런 말들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심 후보가 '잘못'을 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심상정 후보의 '간단한' 질문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어물거렸다면, 그건 문재인 후보의 토론 능력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져야 마땅한 일이다. 



오히려 심 후보는 '대북 송금' 문제로 코너에 몰렸던 문재인 후보를 구하러 뛰어들지 않았던가. (그 이전에 문 후보가 안 후보를 구출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것처럼.) 또, 지난 2012년 심상정 후보가 후보 등록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던 사실을 잊어서도 안 될 일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또 매우 중요했던 과거들을 잊은 채 당장의 표면적 느낌들에 의존하는 것 아닐까.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6년 12월 9일. '촛불'은 승리했다. 위대한 승리였다. 역사는 그리 기록될 것이다. 불참 1,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오묘한 숫자의 배열은 '우주의 기운'을 실감케 했고, '하나'의 촛불에서 시작된 '탄핵'이 결국 행운의 숫자 '럭키 세븐'로 마무리 됐다는 번뜩이는 해석도 나왔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이 가결됐음을 선포하자 숨죽여 TV를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은 같은 마음으로 환호성을 질렀고, 그날 밤 청와대 앞에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폭죽이 터졌다.


'탄핵 정국'에서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一員)으로서 '촛불'을 들고, 누구 하나 지치지 않도록 서로를 응원 · 독려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했던 연예인들도 '소감'을 한마디씩 보탰다. 자신이 운영하는 연예 기획사(드림 팩토리)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 등의 현수막을 거는 등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승환은 자신의 노래 '끝'의 가사를 인용해 "모든 새로움의 시작은 다른 것의 끝에서 생기죠"라는 글을 게시했다. 



고경표 "식지 않는 온도로 오래오래 이어지길"

김의성 "기쁘다. 갈 길이 멀다. 새누리, 삼성, 검찰, 언론"

김형석 "아아... 눈물이"

김효진 " 이겼다 위대한 승리"

류준열 "빨간 불의 의미는 곧 파란 불이 켜진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켜졌다는 것"

솔비 "오늘은 정의를 위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때"

이준 "오. 234, 56. 울컥. 헌법재판소 잘해라... 제발"

혜박 "내리는 첫눈만큼이나 기다렸던 오늘. 드디어 촛불이 승리했다"

황찬성 "훗날 오늘이 부끄럽지 않은 역사가 되길"


승리의 기쁨은 잠시동안 누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애석하게도 그 승리는 '폐허' 속에서 피어난 것이고, 그래서 분배할 '전리품'도 없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말처럼 "우리의 마음은 무겁다" 압도적 승리를 거뒀지만, 그 결과가 "자괴감을 치유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길고 긴 겨울은 이제 시작됐고 또 다시 봄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 인양 해야 할 모든 진실들, 바로 잡아야 할 모든 비정상들. 아직 뒷 일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 그의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에겐 아직 너무도 많은 '뒷일'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렇다. '탄핵'은 고작 '첫걸음'일 뿐이다. 당장만 해도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이 남았고,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특검도 예정돼 있다.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린 허지웅은 "탄핵보다 훨씬 더 중요한, 특검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지지와 열의가 명확해야만 특검이 바로 설 수 있"다며 앞으로도 광장 집회에 빠지지 않을 생각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반드시 이들을 엄정하게 처벌해야만"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이 '작은 승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허지웅이 지칭한 '이들'이란 과연 누구일까? 



당연히 '국정 농단'의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최순실과 그의 혈연들은 말할 것도 없다. 또, '문고리 3인방'으로 유명한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도 빼놓을 수 없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추적해 처벌하는 것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서 끝일까? 당연히 아니다.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서 '공주 놀이'에 여념이 없었던 피의자 박근혜의 '범죄'를 밝혀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또, 모든 역사적 퇴행을 이끌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만하면 됐다 싶을지 모르겠다. '착각'이다. 그것도 엄청난 착각.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거품'만 걷어내면 우리의 자괴감은 치유되는 걸까. 그러기만 하면 길고 긴 겨울이 끝나는 걸까. '모든 진실'은 인양되고, '모든 비정상'은 사라지는 걸까. 안타깝지만 그리 녹록치가 않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지금의 이 '농단'은 3년짜리가 아니라 모습을 바꾸며 수십년을 이어온 '괴물'이다. "초법적인 재벌은 항시적 몸통이고 최순실은 지나가다 걸리는 파리"라는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대표의 말은 핵심을 찌른다.



정말이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정경유착'이고, 여기에 들러붙어 있던 검찰과 언론 등의 부패와 오염이었는지 모른다. 따라서 이 실체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들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박근혜들'과 '최순실들'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애써 이 위대한 승리인, '탄핵'을 고작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말한 건 그 때문이다. 허지웅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지만, '이들'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촛불'과 '탄핵 열차'에 대한 '무임승차'를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흔히 말하는 '국정논단에 편승하는 뮤지션'이라는 '비아냥'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누군가의 '뒤늦은' 참여를 나무랄 의사도 없다. '몰라서' 가만히 있었든, '두려워서' 가만히 있었든 간에 그 '뒤늦음'을 손가락질 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이지, 과정이라든지 순서라든지 혹은 목소리의 크기는 하등 문제되지 않는다. 설령 그가 얄팍한 상업성을 의도했더라도 그 정도는 넉넉히 받아줄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같은 '시민'이기 때문이다.


진짜 '무임승차'는 끝내 광장에 나와 노래를 부르겠다는 가수들에게 붙일 이름이 아니다. '내가 왜 저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모르겠다'며 울화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가져가야 할 이름이 아니다. (물론 '이제와서?'라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나오긴 하지만..) '저들'을 위해 부역하고, '저들'과 함께 부귀영화를 누렸으면서 이제와서,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마냥 순결한 얼굴을 하고 '저들'을 씹어대기 바쁜 사람들을 부를 때 우리는 '무임승차'라는 단어를 꺼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다"며 온갖 상스런 말을 쏟아내 '환호'를 받았던 전여옥 전 의원은 한때 '반박(反朴)은 뺑덕어미'라며 박근혜 의원을 비호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지 않던가. 비박계를 이끌며 탄핵 정국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다시금 정치적 영향력을 복원했지만, 우리는 그가 박근혜의 좌장으로 활약했던 과거를 잊어서는 안된다. 또, 그가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의 탄생에 공헌했던 '부역자'라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또, 이런 자는 어떠한가. 한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매진하며 온갖 방송과 강연 등에 얼굴을 내비쳤던 고성국 박사는 JTBC에 패널로 등장해 태연히 탄핵 정국을 이야기하고, 촛불 민심을 언급한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정치평론가인양 행동한다. 물론 지금 언급했던 자들(외의 누구라도)의 '변신'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최소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과거 나는 이러이러 했다. 이 부분을 철저히 반성한다. 용서해달라.'는 자성과 자숙이 우선 아닐까? 


'상대 편'의 분열과 배신을 바라보는 건 꽤나 재미있는 구경거리이지만, 그 조악한 재미 때문에 그들의 설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그건 '작은 승리'를 거두고 '큰 패배'를 당하는 꼴이다. 우리는 '무임승차'를 (구분해서) 엄단해야 한다. 기실 '참여'에는 무임승차가 있을 수 없지만, '변신'에는 무임승차가 존재한다. 저들의 변장에 속지 말자. 우리가 내딛은 첫걸음이 위대한 족적의 시작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제대로 된 '끝'에서 비롯된다는 걸 되새기자.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맨날 같은 소리로 거짓말 하는 거지. 속지 않아. 속지 않는다고! 우릴 개돼지 취급했잖아!"


지난 1일 종영한 SBS <달의 연인>의 19회에서 민란을 일으키는 후백제 유민들의 외침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광종의 노비안검은 의지가 분명한 것이었지만, 그동안 쌓여왔던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탓이다. 드라마 속의 저 대사를 2016년으로 가져와 '청와대'에 들려준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후백제의 공주 우희(서현)은 "나를 어머니로 아는 백성들을 외면하진 못하겠어. 그러면 죽느니만 못하게 살 것 같아. 모두의 죄를 내 목숨으로 갚을게"라며 죽음을 선택한다. 지도자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품격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 제1조 제1항은 처참히 무너졌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제2항의 선언은 '순실'이라는 이름이 간단히 대체해버렸다. 검찰은 '몸을 추스르겠다'는 최순실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줬고, 덕분에 최순실은 31시간을 벌었다.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고 검찰에 출두한 최순실은 "죽을 죄를 졌다"고 울먹였지만, 이내 "자신을 음해하려는 거짓말"이라며 발뺌하고 나섰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이자,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더욱 황당하기만 하다. 박 대통령은 2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참여정부 출신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청와대 측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사실상 2선 후퇴의 뜻을 담은 것이다. 김 내정자가 내치 대통령이다." 다시 말해서 내치는 김병준 신임 총리가 맡고, 외치는 박 대통령이 담당하는 사실상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 "앞으로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 또 다시 분노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 "더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시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여전히 독선적이다. 여야와의 협의 없는 청와대의 일방적인 개각 단행에 여야는 공히 분노했다. 여당은 새누리당은 최고위원 · 중진 의원 간담회가 열리는 도중에 공개된 개각 발표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유승민 의원은 "당에서 최고·중진 회의를 이렇게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말씀하는 것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야권의 주요 정치인들은 사실상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중대함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현재 국민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거기에는 '당사자'인 박 대통령 본인도 포함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의 대상이 아닌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사(및 수사)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확대 해석이다. 퇴직 후에 기소를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증거를 수집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직 중에 증거를 인멸할 것은 뻔한 일 아니겠는가? 결국 검찰의 수사 의지에 달린 문제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9.2%에 불과하고, '박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응답은 무려 6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31일,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실시) 한 자릿수 지지율의 의미는 무엇인가. 박 대통령의 전통적인 지지층마저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의 권한과 자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 봐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뤄진 박 대통령의 개각은 모욕적이다.


감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고한다. 박 대통령은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발버둥을 즉각 멈춰야 한다. 처절한 반성 없이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를 그만둬야 한다. 이제 유일한 해법은 박 대통령의 하야에 준하는 결단이고, 해법의 출발점은 박 대통령의 직위가 사실상 해제된 상태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분노'가 요구된다. 스테판 에셀이 '분노할 일에 분노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분노했다면 참여하라. 참여가 세상을 바꾸는 첫 번째 발걸음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잊지 말자.


다만, 두 눈을 부릅뜨고 사태의 흐름을 민감하게 지켜보자.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이제껏 몸을 사리고 웅크리고 있다가 국민적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되자 못이기는 척 '탄핵과 하야'를 말하기 시작했다. 한심하게도 국민들 앞에 서서 '길'을 열지 못하고, 이른바 '역풍'이 두려워 국민들 뒤에 숨어 있었다. 그 비겁함과 나약함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이후의 정국을 모두 맡길 수 없음을 인식하자. 결국 향후 정국에서 시민사회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새누리당은 어떠한가. 소위 '비박'들은 자신들은 전혀 책임이 없다는 듯 '친박'을 궁지로 몰아세우고 있다. 비박계의 잠재적 대선 주자인 김무성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손을 맞잡고 '이정현 사퇴'를 외쳤다. 대통령에 대한 문제제기는 하지 못한 채, 고작 지도주 퇴진을 요구하는 그들의 '결기'가 놀랍기만 하다. '당명 교체'를 포함한 '재창당'을 통해 새로운 권력 놀이를 하겠다는 뜻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JTBC> 못지 않게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는 <TV조선>과 <조선일보>의 변신도 곱게 봐선 곤란하다. '가장 잘 팔리는 뉴스'에 민감한 상업성과 지지율이 떨어진 대통령을 버리고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려는 영악함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결국 새누리당과 <조선일보>로 연결된 커넥션은 '정권 재창출'에 목숨을 걸 것이 분명하고, 이 과정에서 방해가 된다면 '박근혜 버리기'는 어려운 선택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두 눈을 부릅뜨자. 자칫 잘못하면, 눈 뜨고 코베이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분노하면서도 냉철해지자. "맨날 같은 소리로 거짓말 하는 거지. 속지 않아. 속지 않는다고! 우릴 개돼지 취급했잖아!" 속는 것도 한 두번이지, 반복되면 속는 사람도 잘못이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박근혜 대통령이 침묵을 깨자 최순실 씨도 입을 열었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의 존재를 인정하는 이른바 '녹화 사과'를 했고, 그 다음 날인 26일 최순실 씨는 <세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마치 '배턴'을 주고받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세계일보>를 오해할 필요는 없다. 지난 2014년 <세계일보>는 청와대의 비선 조직을 파헤치기 위해 정윤회 씨와 문고리 3인방 그리고 십상시'(十常侍)를 다루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던 전력이 있으니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흥미로운 사실은 한 가지는 박 대통령의 사과 내용과 최순실 씨의 인터뷰 내용이 영화 속 액션 장면처럼 '합'을 맞춘 듯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연설문'에 대한 문제제기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쿵' 하면 '짝'이지!" 박 대통령이 '사과문'을 통해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셈인데, 솔직히 이쯤되면 헷갈린다. 혹시 최순실의 인터뷰가 가이드 라인은 아닐까? 이런 혼란을 자초해 합리적인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 '그들'이니 자업자득일 게다.


▲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 드리기 위해 이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저로서는 좀더 꼼곰하게 챙겨보자고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립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철저히 '연설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최순실 씨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지난 대선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2.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적도 있다.


논란을 축소시키기 위해 박 대통령은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로 말을 시작해, 최순실 씨를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씨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도왔던' 사실이 있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당시 JTBC의 보도 내용(24일, 첫 번째 폭로)이 '연설문' 쪽에 맞춰져 있었던 것을 감안해 박 대통령도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이라 선을 그었다. 


최순실 씨가 수정했던 것으로 확인된 '드레스덴 선언문(2014년 3월 28일)'의 경우에는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되기 전까지)'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납득하기 어려운, 얼토당토 않은 해명이었다. 최 씨가 마지막으로 읽은 문건이 2014년 7월이었다는 점에서 도대체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간이 필요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사과문 낭독 후 질문을 받지 않은 채 돌아가버렸으니 물을 도리는 없다.



이어서 최순실 씨의 '해명'을 들어보자. <세계일보>의 인터뷰 내용을 옮겨왔다. 


▲ 박 대통령이 연설문 유출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박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다. 나라만 생각한 분이 혼자 해보려고 하는데 안돼 너무 가슴 아프다. 대통령이 훌륭한 분이고, 나라만 위하는 분인데, 그런 분에게 심적으로 물의를 끼쳐드려 사과 드리고 싶다. 정말 잘못된 일이다. 죄송하다."


▲  구체적으로 대통령 연설문의 무엇을 어떻게 수정한 것인가. 


"대선 당시인지 그 전인가 했다. 대통령을 오래 봐 왔으니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기밀인지도 몰랐다. (문제가 된다는 걸) 알았다면 손이나 댔겠느냐."


▲  지금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왜 그런 것을 가지고 사회 물의를 일으켰는지 박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가슴을 아프게 해 정말 죄송하다. 제가 신의(信義)로 뭔가 도와주고 싶었고, 제가 무슨 국회의원이 되거나 권력을 잡고 싶은 게 아니었다.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기 짝이 없다. 너무 잘못됐다. 대통령에게 폐를 끼친 것은 정말 잘못했다. 신의 때문에 했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세계일보, [최순실 단독 인터뷰] "연설문 수정, 신의로 한 일인데..국가 기밀인줄 몰랐다"


'인정(人情)'에 호소하기로 전략을 세운 걸까? 최순실 씨는 박 대통령을 '나라만 생각한 분', '훌륭한 분'이라 말하면서, '그런 분에게 심적으로 물의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대통령 연설문의 무엇을 어떻게 수정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도와드린 것'이라며 한발짝 물러섰다. '무엇을'에 대한 대답도 아니었고, '어떻게'에 대한 답변은 더더욱 아니었다. 


<한겨레>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인터뷰(10월 26일)한 내용에 따르면, "최씨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30cm 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놓여 있었"으며, "최씨는 모임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이 자료를 던져주고 읽어보게 하고는 '이건 어떻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는데, 최씨는 인터뷰에서 순진무구하게 "국가 기밀인지도 몰랐다"면서 "알았다면 손이나 댔겠느냐"며 철없는 소리만 늘어놨다. 최 씨는 '신의(信義)'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사용했는데, 그들의 우정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1. 청와대의 대통령(VIP) 자료를 받았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당선 직후 초기에는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 민간인이어서 그것이 국가기밀이나 국가기록인지 전혀 몰랐다."


2. 특히 당선자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 내용이나 외교안보 관련 문서 등도 봤다고 하는데.

"전혀 기억이 없다. 뭐가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3.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대통령의 보고서를 매일 봤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말도 안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지칭하는 듯)이다.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협박도 하고 5억(원)을 달라고 했다"


4. 청와대 정호성 비서관이 청와대 문서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저는 정 비서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만난 적이 없다."


5. 태블릿 PC를 통해 VIP보고서를 사전에 받아봤다는 주장도 있다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지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 제가 그런 것을 버렸을 리도 없고, 그런 것을 버렸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제공한 지도 모른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세계일보, [최순실 단독 인터뷰] "연설문 수정, 신의로 한 일인데..국가 기밀인줄 몰랐다"


한편, 최순실 씨는 '연설문' 외에 모든 의혹에 대해서 '몰랐다', '기억이 없다', 말도 안된다', 만난 적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특히 태블릿 PC에 대해서는 제법 자세한 대답을 내놓았는데, "제 것이 아니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잡아뗐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다. 정말 그 태블릿 PC는 '남의 것'이었다. JTBC는 [단독] "최순실 태블릿PC 명의는 청와대 행정관 김한수"를 통해 그 태블릿 PC가 최순실 씨의 명의가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는 김한수 씨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태블릿 PC의 사진 폴더에는 2012년 6월 25일 촬영된 최 씨 본인의 사진을 비롯해 드레스덴 대통령 연설문 등 각종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 최 씨는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뭉개고, 가급적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 교묘한 전략으로 인터뷰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최 씨가 전체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기자회견(인터뷰)을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6.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이나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을 통해 국정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는데.

"안 수석의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 그들도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김 차관의 경우 저와 연결하려는 '그림'인 것 같다. 한양대와 관련해 아는 사람이 없다."


7. 청와대 제2부속실 윤전추 행정관 인사 청탁 등 인사 개입 의혹도 제기되는데.

"나이와 연배도 달라 내가 전혀 추천이나 인사 청탁은 없었다. 이게(인사청탁 의혹) 전부 저를 엮어서… 사람이 살다보면 이렇게 알고 저렇게 알고 연관되는 것이다"


8. '팔선녀'라는 비선모임을 만들어 국정에 개입한다는데.

"처음 듣는 말이다. 팔선녀는 소설이다. 그와 같은 그룹을 만든 적도 없다."


세계일보, [최순실 단독 인터뷰] "연설문 수정, 신의로 한 일인데..국가 기밀인줄 몰랐다"


매우 일관적인 답변이다. 최 씨는 이어진 '미르 및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자금 지원'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차은택 씨와도 가깝지 않으며, K스포츠의 노숭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은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극히 폐쇄적으로 만난 사람들을 연계하고 있을 뿐이다", "극히 제한된 사람만 본다"고 덧붙였는데, 그 대목이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도대체 그는 '누구'와 만나고 있는 걸까? 그 '극히 제한된 사람'이란 누구일까?


'오리발을 열심히 내민' 탓에 인터뷰의 핵심은 최순실 씨의 '최근 근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현재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 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서 돌아갈 상황이 아니"라며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멀쩡했던 몸이 7월 17일(출국) 이후 급격히 안 좋아진 것일까?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고 했지만, 그 말에서 진정성을 찾아볼 순 없었다. 



충분한 재력(그가 소유한 구두를 보라!)을 보유한 그는 1등석을 탈 수도 있을 테고, 정말 비행기를 탈 수 없을 만큼 몸이 좋지 않다면 독일 현지에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것도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런데 최 씨는 자신의 위치를 밝히지도 않았다. 그리고 다시 꽁꽁 숨어버렸다. 검찰이 이영렬 서울중앙지겁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고,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송환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며 독일과 공조작업 중이라 밝혔지만 최 씨가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순실 씨와 관련한 의혹들은 까도 까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17.5%까지 급락(리얼미터)했다. 콘트리트 지지율이라고 여겼던 30% 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파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 방식에 대해 묻는 여론조사에서 42.3%가 '하야 또는 탄핵'이라 대답했다.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동국대, 성신여대, 부산대, 전남대 등등 전국의 20개 대학은 '공동 시국 선언'을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나와라 최순실! 나가라 박근혜!"를 외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그 주어는 '대통령'이 아니다. 국정 운영의 '정당성'을 잃어버린 그에게 더 이상 어떤 결정을 맡기긴 힘들어 보인다. 같은 이유로 '여당'도 그 조치를 결정할 자격이 없다. 주체는 '시민'이다. 대통령에게 권력을 잠시동안 권력을 위임한 시민들이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특검? '무용론'이 지배적이다. 탄핵? 현실적으로 불가능(국회 및 헌법재판소 구성을 보라!)하고, 설령 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사람이 '황교안 총리'라는 걸 잊어선 곤란하다.


그렇다면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문제다. 지금과 같은 대통령제가 아니라 의원내각제였다면, 해법은 간단했을지 모른다. 내각 총 사퇴 후 총선거를 통해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면 끝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국정농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있는 대통령과 그가 구성한 정부는 굳건하기만 하다. 느긋하게 우병우 민정수석을 교체할지 말지를 재는 모양새라니.. 그럴수록 '불길'은 더욱 거세게 일어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박근혜 대통령이 긴 침묵 끝에 드디어 입을 열었다.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청와대 회의자료 등을 미리 받아보고 빨간펜으로 수정했다는 내용의 JTBC 보도(24일) 때문이었다. 이는 뭉갤 수 있는 '의혹'을 넘어 명백한 '팩트'였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25일 오후 3시 35분쯤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나타난 박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사과문을 읽어나갔다. 10억 원 대의 명마 '비타나V'와 함께 사라진 최순실 씨(조선일보, 최순실·정유라, 10억대 말과 함께 사라졌다)는 이번 사과문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으리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 드리기 위해 이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저로서는 좀더 꼼곰하게 챙겨보자고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립니다."


사과는 짧았다. 1분 35초에 476글자였다. (서울신문, 1분35초 476자…사과는 짧았고 분노는 컸다) 게다가 '녹화'였다. 해직 언론인 노종면 씨는 자신의 SNS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녹화였습니다. 언론이 약속된 4시에 틀었습니다. 제가 사과문을 미리 입수해 페북에 올리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녹화라니...참 한심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해 또 하나의 '진실'을 알렸다. 사과를 녹화로 하는 대통령이라니!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워낙 무더기로 쏟아져 정신을 차리리가 힘들 정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태의 심각을 모르고, 국민을 무시한 녹화사과'라니요?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통령을 포함 성역없는 조사가 필요합니다. 국가의 안위를 위해 비서진 사퇴와 거국 중립내각 구성해 안보와 민생을 챙겨가야 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습니다."라고 일갈했다. 오후 3시 35분부터 약 1분 35초 가량 준비했던 원고를 '낭독'하고, 보도시점을 오후 4시로 정한 사과. 질문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퇴장한 대통령. '형식'에 있어서도 '진정성'은 찾아볼 수가 없었던 무례한 사과였다.


뒷목을 잡고 싶겠지만, 그러기엔 아직 멀었다. '내용'은 더 기가 막힌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연설문 유출'에만 제한된 사과에 불과했다. (경향신문, [최순실 '국정농단']물증 나오자 '등 떠밀려 녹화 사과'..'연설문 유출'만 시인)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지만, JTBC가 '깐' 자료만 해도 청와대 관련 파일이 400여 개, 연설문을 비롯해 공식발언이 담긴 문서가 44건이나 된다. '일부'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준이 아니다.



시점도 문제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변명했지만, 최순실 씨가 사건 원고를 하루 전에 읽어보고 열심히 뜯어고쳤던 '드레스덴 연설문'은 2014년 3월 28일 발표됐고, 최 씨가 본 마지막 문건이 2014년 7월의 것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도대체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언제 완비됐다는 말인가? 박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자면, 최소 1년 5개월 동안 청와대의 보좌체계는 완비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특별성명'을 발표하면서,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 국기문란을 넘어선 국정붕괴"라고 규정하면서 "지금은 국가비상상태"라고 선언했다. "도대체 이게 나라냐"며 한탄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민주공화국의 보편적 질서가 무너진 국기문란, 나아가 국기붕괴 사건"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문재인 "국정 붕괴"..안철수 "도대체 이게 나라냐



한편, JTBC는 24일에 이어 25일에도 청와대 문건 사전유출 관련 보도를 이어나갔다. 


▲ 경호 문제라던 비공개 휴가 장소까지..일정 꿴 최순실

인수위 문양에 취임식 우표까지..곳곳 최순실 흔적

▲ 인수위 문양에 취임식 우표까지..곳곳 최순실 흔적

▲ 공개 안 된 박 대통령 '저도 휴가' 사진도 등장 

▲ 최순실, 대통령 취임식 대행사 선정 개입 의혹 

▲ 취임식 한 달 전, 최순실 파일에 '오방낭' 등장

▲ 최순실, 청와대 인사·정부 조직에도 개입 정황

▲ "북 국방위 비밀접촉" 안보 기밀도 최순실에게.. 

▲ 최순실, MB와 '당선인 독대' 시나리오도 받아

▲ 최순실 PC 파일 입수..대통령 연설 전 연설문 받았다

▲ 최순실 측 '청와대 핵심문건 수정' 정황 포착

▲ 발표 전 받은 '44개 연설문' 극비 '드레스덴'까지

▲ 'TV토론 자료·대선 광고 동영상'도 미리 접해

▲ 설문 원고 '붉은 글씨' 일부, 실제 연설서도 달라져

▲ '비서진 교체'도 사전 인지..작성자는 대통령 최측근 참모

▲ 국무회의 자료·첫 지방자치 업무보고도 사전에.. 

▲ 제의 '최순실 파일' 이렇게 입수했다..경위 공개



제목만 읽어봐도 알겠지만, 최순실 씨가 '개입'하지 않은 분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설문 수정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비공개 휴가 장소 등 기밀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최 씨가 사전 보고를 받았던 내용에는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3차례 비밀접촉을 했다는 안보 기밀이 포함돼 있었고, 청와대 인사를 비롯해 정부 조직에도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이 됐다. 이쯤되니 '최순실이 대통령'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선언'을 비중있게 다루고(7건),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소극적인 반응(1건)을 보였던 <TV조선>은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등 공식 의상을 직접 골랐다'고 '단독' 보도했다. <TV조선>에 따르면, 최 씨는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 TV 인터뷰와 2014년 11월 G20 정상회담에서도 의상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 (<TV조선>, [TV조선 단독] 최순실 손에 순방일정표, 대통령 옷 맘대로 결정한편, <조선일보>는 25일 '실용한자' 지면에 '하야(下野)'를 소개했는데, '권력자가 직위에서 물러남'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의미심장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25일 하루동안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1위와 2위는 '탄핵'과 '박근혜 탄핵'이었다. '하야'도 줄곧 상위권에 노출돼 있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국민의 목소리"라고 말하면서, "개인이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인사와 정책 결정에 개입했다고 하는데 이는 국민과 국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리얼미터의 경우 28.5%, 한국갤럽의 경우 25%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 최저치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지난 주 12%에서 더 떨어져 9%에 불과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수치들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드러난 진실만으로도 참담하고 비통한데, 되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 놓으며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는 박 대통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국민 다수의 바람인 '탄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3분의 2라는 숫자를 채우기가 현재 국회 구성상 어렵다. 설령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대통령'이 위반했다고 치고, 국회가 탄핵을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탄핵'을 말하는 분들이 많다. 정치적 분노의 표현이다. 다른 정치제도 아래였다면 정권이 바뀌었다. 그러나 '탄핵'이 국회에서 발의되더라도 헌법재판소 통과하기 어렵다. '탄핵'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국민의 분노는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탄핵은 어렵고, 하야는 더 어렵다. 그러나 그와는 무관하게 국민의 분노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미 한계를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폭발은 한순간이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허탈하고 당혹스럽다. 민주주의 위기, 국가의 위기를 말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이게 국가인가?'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데,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음이 또 다시 부끄럽다. 진짜 문제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끝'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 나라가 '국민의 나라'가 아니라, 수백 수천 번을 양보해 '박근혜의 나라'도 아니었으며, '최순실의 나라'였다는 증거들은 계속해서 드러날 것이다. 


26일 아침에 발행될 <미디어오늘> 1072호의 헤드라인은 이러하다. "'팩트'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다" 간곡히 부탁한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51%(이미 해체됐겠지만)의 각성이 필요하다. 이제 그 51%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이 부끄러움을 나만 느끼는 게 아닐 테니 말이다. <베테랑>에서 서도철(황정민)의 아내 주연(진경)은 "쪽팔리게 살지 말자"고 소리친다. 주진우 기자가 늘상 외치고 다녔던 말이기도 하다. 각자 스스로에게 그 말을 돌려주자.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