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9일. '촛불'은 승리했다. 위대한 승리였다. 역사는 그리 기록될 것이다. 불참 1,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오묘한 숫자의 배열은 '우주의 기운'을 실감케 했고, '하나'의 촛불에서 시작된 '탄핵'이 결국 행운의 숫자 '럭키 세븐'로 마무리 됐다는 번뜩이는 해석도 나왔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이 가결됐음을 선포하자 숨죽여 TV를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은 같은 마음으로 환호성을 질렀고, 그날 밤 청와대 앞에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폭죽이 터졌다.


'탄핵 정국'에서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一員)으로서 '촛불'을 들고, 누구 하나 지치지 않도록 서로를 응원 · 독려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했던 연예인들도 '소감'을 한마디씩 보탰다. 자신이 운영하는 연예 기획사(드림 팩토리)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 등의 현수막을 거는 등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승환은 자신의 노래 '끝'의 가사를 인용해 "모든 새로움의 시작은 다른 것의 끝에서 생기죠"라는 글을 게시했다. 



고경표 "식지 않는 온도로 오래오래 이어지길"

김의성 "기쁘다. 갈 길이 멀다. 새누리, 삼성, 검찰, 언론"

김형석 "아아... 눈물이"

김효진 " 이겼다 위대한 승리"

류준열 "빨간 불의 의미는 곧 파란 불이 켜진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켜졌다는 것"

솔비 "오늘은 정의를 위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때"

이준 "오. 234, 56. 울컥. 헌법재판소 잘해라... 제발"

혜박 "내리는 첫눈만큼이나 기다렸던 오늘. 드디어 촛불이 승리했다"

황찬성 "훗날 오늘이 부끄럽지 않은 역사가 되길"


승리의 기쁨은 잠시동안 누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애석하게도 그 승리는 '폐허' 속에서 피어난 것이고, 그래서 분배할 '전리품'도 없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말처럼 "우리의 마음은 무겁다" 압도적 승리를 거뒀지만, 그 결과가 "자괴감을 치유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길고 긴 겨울은 이제 시작됐고 또 다시 봄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 인양 해야 할 모든 진실들, 바로 잡아야 할 모든 비정상들. 아직 뒷 일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 그의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에겐 아직 너무도 많은 '뒷일'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렇다. '탄핵'은 고작 '첫걸음'일 뿐이다. 당장만 해도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이 남았고,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특검도 예정돼 있다.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린 허지웅은 "탄핵보다 훨씬 더 중요한, 특검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지지와 열의가 명확해야만 특검이 바로 설 수 있"다며 앞으로도 광장 집회에 빠지지 않을 생각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반드시 이들을 엄정하게 처벌해야만"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이 '작은 승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허지웅이 지칭한 '이들'이란 과연 누구일까? 



당연히 '국정 농단'의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최순실과 그의 혈연들은 말할 것도 없다. 또, '문고리 3인방'으로 유명한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도 빼놓을 수 없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추적해 처벌하는 것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서 끝일까? 당연히 아니다.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서 '공주 놀이'에 여념이 없었던 피의자 박근혜의 '범죄'를 밝혀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또, 모든 역사적 퇴행을 이끌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만하면 됐다 싶을지 모르겠다. '착각'이다. 그것도 엄청난 착각.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거품'만 걷어내면 우리의 자괴감은 치유되는 걸까. 그러기만 하면 길고 긴 겨울이 끝나는 걸까. '모든 진실'은 인양되고, '모든 비정상'은 사라지는 걸까. 안타깝지만 그리 녹록치가 않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지금의 이 '농단'은 3년짜리가 아니라 모습을 바꾸며 수십년을 이어온 '괴물'이다. "초법적인 재벌은 항시적 몸통이고 최순실은 지나가다 걸리는 파리"라는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대표의 말은 핵심을 찌른다.



정말이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정경유착'이고, 여기에 들러붙어 있던 검찰과 언론 등의 부패와 오염이었는지 모른다. 따라서 이 실체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들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박근혜들'과 '최순실들'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애써 이 위대한 승리인, '탄핵'을 고작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말한 건 그 때문이다. 허지웅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지만, '이들'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촛불'과 '탄핵 열차'에 대한 '무임승차'를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흔히 말하는 '국정논단에 편승하는 뮤지션'이라는 '비아냥'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누군가의 '뒤늦은' 참여를 나무랄 의사도 없다. '몰라서' 가만히 있었든, '두려워서' 가만히 있었든 간에 그 '뒤늦음'을 손가락질 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이지, 과정이라든지 순서라든지 혹은 목소리의 크기는 하등 문제되지 않는다. 설령 그가 얄팍한 상업성을 의도했더라도 그 정도는 넉넉히 받아줄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같은 '시민'이기 때문이다.


진짜 '무임승차'는 끝내 광장에 나와 노래를 부르겠다는 가수들에게 붙일 이름이 아니다. '내가 왜 저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모르겠다'며 울화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가져가야 할 이름이 아니다. (물론 '이제와서?'라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나오긴 하지만..) '저들'을 위해 부역하고, '저들'과 함께 부귀영화를 누렸으면서 이제와서,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마냥 순결한 얼굴을 하고 '저들'을 씹어대기 바쁜 사람들을 부를 때 우리는 '무임승차'라는 단어를 꺼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다"며 온갖 상스런 말을 쏟아내 '환호'를 받았던 전여옥 전 의원은 한때 '반박(反朴)은 뺑덕어미'라며 박근혜 의원을 비호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지 않던가. 비박계를 이끌며 탄핵 정국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다시금 정치적 영향력을 복원했지만, 우리는 그가 박근혜의 좌장으로 활약했던 과거를 잊어서는 안된다. 또, 그가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의 탄생에 공헌했던 '부역자'라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또, 이런 자는 어떠한가. 한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매진하며 온갖 방송과 강연 등에 얼굴을 내비쳤던 고성국 박사는 JTBC에 패널로 등장해 태연히 탄핵 정국을 이야기하고, 촛불 민심을 언급한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정치평론가인양 행동한다. 물론 지금 언급했던 자들(외의 누구라도)의 '변신'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최소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과거 나는 이러이러 했다. 이 부분을 철저히 반성한다. 용서해달라.'는 자성과 자숙이 우선 아닐까? 


'상대 편'의 분열과 배신을 바라보는 건 꽤나 재미있는 구경거리이지만, 그 조악한 재미 때문에 그들의 설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그건 '작은 승리'를 거두고 '큰 패배'를 당하는 꼴이다. 우리는 '무임승차'를 (구분해서) 엄단해야 한다. 기실 '참여'에는 무임승차가 있을 수 없지만, '변신'에는 무임승차가 존재한다. 저들의 변장에 속지 말자. 우리가 내딛은 첫걸음이 위대한 족적의 시작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제대로 된 '끝'에서 비롯된다는 걸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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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맨날 같은 소리로 거짓말 하는 거지. 속지 않아. 속지 않는다고! 우릴 개돼지 취급했잖아!"


지난 1일 종영한 SBS <달의 연인>의 19회에서 민란을 일으키는 후백제 유민들의 외침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광종의 노비안검은 의지가 분명한 것이었지만, 그동안 쌓여왔던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탓이다. 드라마 속의 저 대사를 2016년으로 가져와 '청와대'에 들려준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후백제의 공주 우희(서현)은 "나를 어머니로 아는 백성들을 외면하진 못하겠어. 그러면 죽느니만 못하게 살 것 같아. 모두의 죄를 내 목숨으로 갚을게"라며 죽음을 선택한다. 지도자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품격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 제1조 제1항은 처참히 무너졌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제2항의 선언은 '순실'이라는 이름이 간단히 대체해버렸다. 검찰은 '몸을 추스르겠다'는 최순실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줬고, 덕분에 최순실은 31시간을 벌었다.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고 검찰에 출두한 최순실은 "죽을 죄를 졌다"고 울먹였지만, 이내 "자신을 음해하려는 거짓말"이라며 발뺌하고 나섰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이자,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더욱 황당하기만 하다. 박 대통령은 2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참여정부 출신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청와대 측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사실상 2선 후퇴의 뜻을 담은 것이다. 김 내정자가 내치 대통령이다." 다시 말해서 내치는 김병준 신임 총리가 맡고, 외치는 박 대통령이 담당하는 사실상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 "앞으로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 또 다시 분노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 "더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시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여전히 독선적이다. 여야와의 협의 없는 청와대의 일방적인 개각 단행에 여야는 공히 분노했다. 여당은 새누리당은 최고위원 · 중진 의원 간담회가 열리는 도중에 공개된 개각 발표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유승민 의원은 "당에서 최고·중진 회의를 이렇게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말씀하는 것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야권의 주요 정치인들은 사실상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중대함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현재 국민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거기에는 '당사자'인 박 대통령 본인도 포함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의 대상이 아닌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사(및 수사)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확대 해석이다. 퇴직 후에 기소를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증거를 수집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직 중에 증거를 인멸할 것은 뻔한 일 아니겠는가? 결국 검찰의 수사 의지에 달린 문제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9.2%에 불과하고, '박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응답은 무려 6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31일,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실시) 한 자릿수 지지율의 의미는 무엇인가. 박 대통령의 전통적인 지지층마저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의 권한과 자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 봐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뤄진 박 대통령의 개각은 모욕적이다.


감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고한다. 박 대통령은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발버둥을 즉각 멈춰야 한다. 처절한 반성 없이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를 그만둬야 한다. 이제 유일한 해법은 박 대통령의 하야에 준하는 결단이고, 해법의 출발점은 박 대통령의 직위가 사실상 해제된 상태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분노'가 요구된다. 스테판 에셀이 '분노할 일에 분노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분노했다면 참여하라. 참여가 세상을 바꾸는 첫 번째 발걸음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잊지 말자.


다만, 두 눈을 부릅뜨고 사태의 흐름을 민감하게 지켜보자.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이제껏 몸을 사리고 웅크리고 있다가 국민적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되자 못이기는 척 '탄핵과 하야'를 말하기 시작했다. 한심하게도 국민들 앞에 서서 '길'을 열지 못하고, 이른바 '역풍'이 두려워 국민들 뒤에 숨어 있었다. 그 비겁함과 나약함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이후의 정국을 모두 맡길 수 없음을 인식하자. 결국 향후 정국에서 시민사회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새누리당은 어떠한가. 소위 '비박'들은 자신들은 전혀 책임이 없다는 듯 '친박'을 궁지로 몰아세우고 있다. 비박계의 잠재적 대선 주자인 김무성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손을 맞잡고 '이정현 사퇴'를 외쳤다. 대통령에 대한 문제제기는 하지 못한 채, 고작 지도주 퇴진을 요구하는 그들의 '결기'가 놀랍기만 하다. '당명 교체'를 포함한 '재창당'을 통해 새로운 권력 놀이를 하겠다는 뜻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JTBC> 못지 않게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는 <TV조선>과 <조선일보>의 변신도 곱게 봐선 곤란하다. '가장 잘 팔리는 뉴스'에 민감한 상업성과 지지율이 떨어진 대통령을 버리고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려는 영악함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결국 새누리당과 <조선일보>로 연결된 커넥션은 '정권 재창출'에 목숨을 걸 것이 분명하고, 이 과정에서 방해가 된다면 '박근혜 버리기'는 어려운 선택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두 눈을 부릅뜨자. 자칫 잘못하면, 눈 뜨고 코베이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분노하면서도 냉철해지자. "맨날 같은 소리로 거짓말 하는 거지. 속지 않아. 속지 않는다고! 우릴 개돼지 취급했잖아!" 속는 것도 한 두번이지, 반복되면 속는 사람도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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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박근혜 대통령이 침묵을 깨자 최순실 씨도 입을 열었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의 존재를 인정하는 이른바 '녹화 사과'를 했고, 그 다음 날인 26일 최순실 씨는 <세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마치 '배턴'을 주고받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세계일보>를 오해할 필요는 없다. 지난 2014년 <세계일보>는 청와대의 비선 조직을 파헤치기 위해 정윤회 씨와 문고리 3인방 그리고 십상시'(十常侍)를 다루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던 전력이 있으니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흥미로운 사실은 한 가지는 박 대통령의 사과 내용과 최순실 씨의 인터뷰 내용이 영화 속 액션 장면처럼 '합'을 맞춘 듯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연설문'에 대한 문제제기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쿵' 하면 '짝'이지!" 박 대통령이 '사과문'을 통해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셈인데, 솔직히 이쯤되면 헷갈린다. 혹시 최순실의 인터뷰가 가이드 라인은 아닐까? 이런 혼란을 자초해 합리적인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 '그들'이니 자업자득일 게다.


▲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 드리기 위해 이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저로서는 좀더 꼼곰하게 챙겨보자고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립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철저히 '연설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최순실 씨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지난 대선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2.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적도 있다.


논란을 축소시키기 위해 박 대통령은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로 말을 시작해, 최순실 씨를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씨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도왔던' 사실이 있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당시 JTBC의 보도 내용(24일, 첫 번째 폭로)이 '연설문' 쪽에 맞춰져 있었던 것을 감안해 박 대통령도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이라 선을 그었다. 


최순실 씨가 수정했던 것으로 확인된 '드레스덴 선언문(2014년 3월 28일)'의 경우에는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되기 전까지)'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납득하기 어려운, 얼토당토 않은 해명이었다. 최 씨가 마지막으로 읽은 문건이 2014년 7월이었다는 점에서 도대체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간이 필요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사과문 낭독 후 질문을 받지 않은 채 돌아가버렸으니 물을 도리는 없다.



이어서 최순실 씨의 '해명'을 들어보자. <세계일보>의 인터뷰 내용을 옮겨왔다. 


▲ 박 대통령이 연설문 유출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박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다. 나라만 생각한 분이 혼자 해보려고 하는데 안돼 너무 가슴 아프다. 대통령이 훌륭한 분이고, 나라만 위하는 분인데, 그런 분에게 심적으로 물의를 끼쳐드려 사과 드리고 싶다. 정말 잘못된 일이다. 죄송하다."


▲  구체적으로 대통령 연설문의 무엇을 어떻게 수정한 것인가. 


"대선 당시인지 그 전인가 했다. 대통령을 오래 봐 왔으니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기밀인지도 몰랐다. (문제가 된다는 걸) 알았다면 손이나 댔겠느냐."


▲  지금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왜 그런 것을 가지고 사회 물의를 일으켰는지 박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가슴을 아프게 해 정말 죄송하다. 제가 신의(信義)로 뭔가 도와주고 싶었고, 제가 무슨 국회의원이 되거나 권력을 잡고 싶은 게 아니었다.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기 짝이 없다. 너무 잘못됐다. 대통령에게 폐를 끼친 것은 정말 잘못했다. 신의 때문에 했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세계일보, [최순실 단독 인터뷰] "연설문 수정, 신의로 한 일인데..국가 기밀인줄 몰랐다"


'인정(人情)'에 호소하기로 전략을 세운 걸까? 최순실 씨는 박 대통령을 '나라만 생각한 분', '훌륭한 분'이라 말하면서, '그런 분에게 심적으로 물의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대통령 연설문의 무엇을 어떻게 수정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도와드린 것'이라며 한발짝 물러섰다. '무엇을'에 대한 대답도 아니었고, '어떻게'에 대한 답변은 더더욱 아니었다. 


<한겨레>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인터뷰(10월 26일)한 내용에 따르면, "최씨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30cm 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놓여 있었"으며, "최씨는 모임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이 자료를 던져주고 읽어보게 하고는 '이건 어떻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는데, 최씨는 인터뷰에서 순진무구하게 "국가 기밀인지도 몰랐다"면서 "알았다면 손이나 댔겠느냐"며 철없는 소리만 늘어놨다. 최 씨는 '신의(信義)'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사용했는데, 그들의 우정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1. 청와대의 대통령(VIP) 자료를 받았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당선 직후 초기에는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 민간인이어서 그것이 국가기밀이나 국가기록인지 전혀 몰랐다."


2. 특히 당선자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 내용이나 외교안보 관련 문서 등도 봤다고 하는데.

"전혀 기억이 없다. 뭐가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3.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대통령의 보고서를 매일 봤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말도 안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지칭하는 듯)이다.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협박도 하고 5억(원)을 달라고 했다"


4. 청와대 정호성 비서관이 청와대 문서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저는 정 비서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만난 적이 없다."


5. 태블릿 PC를 통해 VIP보고서를 사전에 받아봤다는 주장도 있다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지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 제가 그런 것을 버렸을 리도 없고, 그런 것을 버렸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제공한 지도 모른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세계일보, [최순실 단독 인터뷰] "연설문 수정, 신의로 한 일인데..국가 기밀인줄 몰랐다"


한편, 최순실 씨는 '연설문' 외에 모든 의혹에 대해서 '몰랐다', '기억이 없다', 말도 안된다', 만난 적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특히 태블릿 PC에 대해서는 제법 자세한 대답을 내놓았는데, "제 것이 아니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잡아뗐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다. 정말 그 태블릿 PC는 '남의 것'이었다. JTBC는 [단독] "최순실 태블릿PC 명의는 청와대 행정관 김한수"를 통해 그 태블릿 PC가 최순실 씨의 명의가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는 김한수 씨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태블릿 PC의 사진 폴더에는 2012년 6월 25일 촬영된 최 씨 본인의 사진을 비롯해 드레스덴 대통령 연설문 등 각종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 최 씨는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뭉개고, 가급적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 교묘한 전략으로 인터뷰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최 씨가 전체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기자회견(인터뷰)을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6.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이나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을 통해 국정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는데.

"안 수석의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 그들도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김 차관의 경우 저와 연결하려는 '그림'인 것 같다. 한양대와 관련해 아는 사람이 없다."


7. 청와대 제2부속실 윤전추 행정관 인사 청탁 등 인사 개입 의혹도 제기되는데.

"나이와 연배도 달라 내가 전혀 추천이나 인사 청탁은 없었다. 이게(인사청탁 의혹) 전부 저를 엮어서… 사람이 살다보면 이렇게 알고 저렇게 알고 연관되는 것이다"


8. '팔선녀'라는 비선모임을 만들어 국정에 개입한다는데.

"처음 듣는 말이다. 팔선녀는 소설이다. 그와 같은 그룹을 만든 적도 없다."


세계일보, [최순실 단독 인터뷰] "연설문 수정, 신의로 한 일인데..국가 기밀인줄 몰랐다"


매우 일관적인 답변이다. 최 씨는 이어진 '미르 및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자금 지원'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차은택 씨와도 가깝지 않으며, K스포츠의 노숭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은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극히 폐쇄적으로 만난 사람들을 연계하고 있을 뿐이다", "극히 제한된 사람만 본다"고 덧붙였는데, 그 대목이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도대체 그는 '누구'와 만나고 있는 걸까? 그 '극히 제한된 사람'이란 누구일까?


'오리발을 열심히 내민' 탓에 인터뷰의 핵심은 최순실 씨의 '최근 근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현재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 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서 돌아갈 상황이 아니"라며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멀쩡했던 몸이 7월 17일(출국) 이후 급격히 안 좋아진 것일까?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고 했지만, 그 말에서 진정성을 찾아볼 순 없었다. 



충분한 재력(그가 소유한 구두를 보라!)을 보유한 그는 1등석을 탈 수도 있을 테고, 정말 비행기를 탈 수 없을 만큼 몸이 좋지 않다면 독일 현지에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것도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런데 최 씨는 자신의 위치를 밝히지도 않았다. 그리고 다시 꽁꽁 숨어버렸다. 검찰이 이영렬 서울중앙지겁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고,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송환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며 독일과 공조작업 중이라 밝혔지만 최 씨가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순실 씨와 관련한 의혹들은 까도 까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17.5%까지 급락(리얼미터)했다. 콘트리트 지지율이라고 여겼던 30% 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파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 방식에 대해 묻는 여론조사에서 42.3%가 '하야 또는 탄핵'이라 대답했다.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동국대, 성신여대, 부산대, 전남대 등등 전국의 20개 대학은 '공동 시국 선언'을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나와라 최순실! 나가라 박근혜!"를 외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그 주어는 '대통령'이 아니다. 국정 운영의 '정당성'을 잃어버린 그에게 더 이상 어떤 결정을 맡기긴 힘들어 보인다. 같은 이유로 '여당'도 그 조치를 결정할 자격이 없다. 주체는 '시민'이다. 대통령에게 권력을 잠시동안 권력을 위임한 시민들이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특검? '무용론'이 지배적이다. 탄핵? 현실적으로 불가능(국회 및 헌법재판소 구성을 보라!)하고, 설령 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사람이 '황교안 총리'라는 걸 잊어선 곤란하다.


그렇다면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문제다. 지금과 같은 대통령제가 아니라 의원내각제였다면, 해법은 간단했을지 모른다. 내각 총 사퇴 후 총선거를 통해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면 끝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국정농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있는 대통령과 그가 구성한 정부는 굳건하기만 하다. 느긋하게 우병우 민정수석을 교체할지 말지를 재는 모양새라니.. 그럴수록 '불길'은 더욱 거세게 일어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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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박근혜 대통령이 긴 침묵 끝에 드디어 입을 열었다.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청와대 회의자료 등을 미리 받아보고 빨간펜으로 수정했다는 내용의 JTBC 보도(24일) 때문이었다. 이는 뭉갤 수 있는 '의혹'을 넘어 명백한 '팩트'였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25일 오후 3시 35분쯤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나타난 박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사과문을 읽어나갔다. 10억 원 대의 명마 '비타나V'와 함께 사라진 최순실 씨(조선일보, 최순실·정유라, 10억대 말과 함께 사라졌다)는 이번 사과문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으리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 드리기 위해 이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저로서는 좀더 꼼곰하게 챙겨보자고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립니다."


사과는 짧았다. 1분 35초에 476글자였다. (서울신문, 1분35초 476자…사과는 짧았고 분노는 컸다) 게다가 '녹화'였다. 해직 언론인 노종면 씨는 자신의 SNS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녹화였습니다. 언론이 약속된 4시에 틀었습니다. 제가 사과문을 미리 입수해 페북에 올리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녹화라니...참 한심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해 또 하나의 '진실'을 알렸다. 사과를 녹화로 하는 대통령이라니!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워낙 무더기로 쏟아져 정신을 차리리가 힘들 정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태의 심각을 모르고, 국민을 무시한 녹화사과'라니요?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통령을 포함 성역없는 조사가 필요합니다. 국가의 안위를 위해 비서진 사퇴와 거국 중립내각 구성해 안보와 민생을 챙겨가야 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습니다."라고 일갈했다. 오후 3시 35분부터 약 1분 35초 가량 준비했던 원고를 '낭독'하고, 보도시점을 오후 4시로 정한 사과. 질문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퇴장한 대통령. '형식'에 있어서도 '진정성'은 찾아볼 수가 없었던 무례한 사과였다.


뒷목을 잡고 싶겠지만, 그러기엔 아직 멀었다. '내용'은 더 기가 막힌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연설문 유출'에만 제한된 사과에 불과했다. (경향신문, [최순실 '국정농단']물증 나오자 '등 떠밀려 녹화 사과'..'연설문 유출'만 시인)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문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지만, JTBC가 '깐' 자료만 해도 청와대 관련 파일이 400여 개, 연설문을 비롯해 공식발언이 담긴 문서가 44건이나 된다. '일부'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준이 아니다.



시점도 문제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변명했지만, 최순실 씨가 사건 원고를 하루 전에 읽어보고 열심히 뜯어고쳤던 '드레스덴 연설문'은 2014년 3월 28일 발표됐고, 최 씨가 본 마지막 문건이 2014년 7월의 것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도대체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언제 완비됐다는 말인가? 박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자면, 최소 1년 5개월 동안 청와대의 보좌체계는 완비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특별성명'을 발표하면서,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 국기문란을 넘어선 국정붕괴"라고 규정하면서 "지금은 국가비상상태"라고 선언했다. "도대체 이게 나라냐"며 한탄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민주공화국의 보편적 질서가 무너진 국기문란, 나아가 국기붕괴 사건"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문재인 "국정 붕괴"..안철수 "도대체 이게 나라냐



한편, JTBC는 24일에 이어 25일에도 청와대 문건 사전유출 관련 보도를 이어나갔다. 


▲ 경호 문제라던 비공개 휴가 장소까지..일정 꿴 최순실

인수위 문양에 취임식 우표까지..곳곳 최순실 흔적

▲ 인수위 문양에 취임식 우표까지..곳곳 최순실 흔적

▲ 공개 안 된 박 대통령 '저도 휴가' 사진도 등장 

▲ 최순실, 대통령 취임식 대행사 선정 개입 의혹 

▲ 취임식 한 달 전, 최순실 파일에 '오방낭' 등장

▲ 최순실, 청와대 인사·정부 조직에도 개입 정황

▲ "북 국방위 비밀접촉" 안보 기밀도 최순실에게.. 

▲ 최순실, MB와 '당선인 독대' 시나리오도 받아

▲ 최순실 PC 파일 입수..대통령 연설 전 연설문 받았다

▲ 최순실 측 '청와대 핵심문건 수정' 정황 포착

▲ 발표 전 받은 '44개 연설문' 극비 '드레스덴'까지

▲ 'TV토론 자료·대선 광고 동영상'도 미리 접해

▲ 설문 원고 '붉은 글씨' 일부, 실제 연설서도 달라져

▲ '비서진 교체'도 사전 인지..작성자는 대통령 최측근 참모

▲ 국무회의 자료·첫 지방자치 업무보고도 사전에.. 

▲ 제의 '최순실 파일' 이렇게 입수했다..경위 공개



제목만 읽어봐도 알겠지만, 최순실 씨가 '개입'하지 않은 분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설문 수정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비공개 휴가 장소 등 기밀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최 씨가 사전 보고를 받았던 내용에는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3차례 비밀접촉을 했다는 안보 기밀이 포함돼 있었고, 청와대 인사를 비롯해 정부 조직에도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이 됐다. 이쯤되니 '최순실이 대통령'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선언'을 비중있게 다루고(7건),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소극적인 반응(1건)을 보였던 <TV조선>은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등 공식 의상을 직접 골랐다'고 '단독' 보도했다. <TV조선>에 따르면, 최 씨는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 TV 인터뷰와 2014년 11월 G20 정상회담에서도 의상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 (<TV조선>, [TV조선 단독] 최순실 손에 순방일정표, 대통령 옷 맘대로 결정한편, <조선일보>는 25일 '실용한자' 지면에 '하야(下野)'를 소개했는데, '권력자가 직위에서 물러남'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의미심장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25일 하루동안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1위와 2위는 '탄핵'과 '박근혜 탄핵'이었다. '하야'도 줄곧 상위권에 노출돼 있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국민의 목소리"라고 말하면서, "개인이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인사와 정책 결정에 개입했다고 하는데 이는 국민과 국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리얼미터의 경우 28.5%, 한국갤럽의 경우 25%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 최저치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지난 주 12%에서 더 떨어져 9%에 불과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수치들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드러난 진실만으로도 참담하고 비통한데, 되지도 않는 '변명'을 늘어 놓으며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는 박 대통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국민 다수의 바람인 '탄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3분의 2라는 숫자를 채우기가 현재 국회 구성상 어렵다. 설령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대통령'이 위반했다고 치고, 국회가 탄핵을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탄핵'을 말하는 분들이 많다. 정치적 분노의 표현이다. 다른 정치제도 아래였다면 정권이 바뀌었다. 그러나 '탄핵'이 국회에서 발의되더라도 헌법재판소 통과하기 어렵다. '탄핵'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국민의 분노는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탄핵은 어렵고, 하야는 더 어렵다. 그러나 그와는 무관하게 국민의 분노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미 한계를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폭발은 한순간이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허탈하고 당혹스럽다. 민주주의 위기, 국가의 위기를 말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이게 국가인가?'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데,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음이 또 다시 부끄럽다. 진짜 문제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끝'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 나라가 '국민의 나라'가 아니라, 수백 수천 번을 양보해 '박근혜의 나라'도 아니었으며, '최순실의 나라'였다는 증거들은 계속해서 드러날 것이다. 


26일 아침에 발행될 <미디어오늘> 1072호의 헤드라인은 이러하다. "'팩트'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다" 간곡히 부탁한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51%(이미 해체됐겠지만)의 각성이 필요하다. 이제 그 51%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이 부끄러움을 나만 느끼는 게 아닐 테니 말이다. <베테랑>에서 서도철(황정민)의 아내 주연(진경)은 "쪽팔리게 살지 말자"고 소리친다. 주진우 기자가 늘상 외치고 다녔던 말이기도 하다. 각자 스스로에게 그 말을 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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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이정현으로 시작해 김제동으로 끝났다.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오늘(17일)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의는 연장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고, 여성가족위원회도 17일과 18일 이틀동안 진행된다. 또, 18일과 21일에는 정보위위원회와 운영위(대통령 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 대상) 일정이 잡혀 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힘이 딸리기 마련이고, 이미 국민의 관심도 많이 사그라든 상태다. 탄산 빠진 콜라의 '밍밍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으로 보인다. 



"국감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없는 여당과 (미르 의혹 등에 매몰돼) 피감기관의 중점사항을 감사하지 못한 야당의 무능함이 (최악의 국감을 만들었습니다.)" (홍금애 국감 NGO 모니터단 집행위원장)


법류소비자연맹 ·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27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감사 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에 'F학점'을 줬다.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그럴 만도 하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 투쟁'을 필두로 새누리당은 일주일이나 국정감사를 전명 보이콧하는 '막장'을 저질렀다. 무려 '집권여당'이 저지른 막무가내식 행보였다. 유시민은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국정감사를 마비시키려는 전략으로 봤는데, 불과 7일의 '밥 굶기'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다.



98개 기관의 감사가 무산됐고, 137개 기관이 대한 감사는 야당만의 반쪽짜리가 됐다. '한 사람을 위한 밥 굶기'와 집권 여당의 무책임한 국정 운영에 대해 여론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새누리당은 국감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복귀하기에 이르렀다. 봇물이 터졌다고 해야 할까? 본격화된 국감에선 현재 최고의 '정치적 논점'인 최순실 씨와 관련된 미르 · K스포츠 재단 비리 의혹이 정점화됐다. 이에 부담과 압박을 느꼈는지 새누리당은 갑자기 '김제동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5일 국방위 국감에서 새누리당의 백승주 의원은 방송인 김제동이 지난해 7일 JTBC <걱정말아요, 그대>에서 "군 사령관 사모님께 아주머니라고 부르며 안내해 13일 간 영창에 수감됐다"고 했던 우스갯소리를 문제 삼으며 "김제동이 군의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제동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김제동 증인채택은 무산됐지만, 국방위 국감장에는 온통 김제동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또, 언론도 김제동을 이야기하기에 급급했다.



"국민의 세금을 받는 국회 국방위원이면 연예인을 증인으로 세울 생각하지 말고 군함에 물고기 탐지하는 어군 탐지기를 달아놓고, 물 새는 워커와 총알에 뚫리는 방탄복을 만든 방산비리와 관련된 사람을 (증인으로)부르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6일, '2017 성남시 시민참여예산축제'에서 김제동의 발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와 방산 비리,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지난 9월 7일 발생한 링스헬기 추락 사고 등 다뤄야 할 사안들이 산적했음에도 국민들은 그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예술적으로 저급한 '덫'이 쳐졌고,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 '덫'에 빠져 허우적댔다. 프레임은 성공했고, 기간은 경과했다. 이로 인해 '득'을 챙긴 누군가는 'F학점'을 받은 국감을 두고, '더할 나위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호통과 막말, 정쟁뿐이었던 '국감 무용론'이 고개를 들 테지만, 별다른 소득 없는 논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치 혐오증 전염병처럼 광범위하게 퍼져 나갈 테고, 그 누구도 이런 현상에 대해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쟁으로 물든 함량 미달의 정치, 자신을 향해 제기되는 온갖 의혹에 대해 함구한 채 그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는 대통령. 국민들은 누구를 탓해야 할까. 그런 자들을 청와대와 국회로 보낸 스스로를 자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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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저는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오늘부터 시작하겠다" 단식 투쟁 1일 째(9월 26일)

▶ "과거에 이렇게 하는 걸 쇼로 봤다. 그러나 이정현이 하는 건 쇼가 아니다. 며칠 정해놓고 장난식으로 (단식)할 거면 시작하지 않았다단식 투쟁 2일 째(27일) 

▶ "정말 그쪽이 죽든지 내가 죽든지 끝장을 볼 것단식 투쟁 4일 째(29일) 

▶ (위문 온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상황 변화가 없다면) 나는 죽을 것" 단식 투쟁 7일 째(2일) 




정세균 국회의장은 제2차 믹타(MIKTA : Mexico, Indonesia, Korea, Turkey, Australia) 국회의장 회의에 참석하느라 호주를 방문 중이다.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국회의장'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일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실려갔고, 휴식을 취한 후 지난 6일 퇴원을 했다. 그리고 공식 일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여전히 새누리당의 '당 대표'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죽지(사퇴하지) 않았고, 이정현 대표도 죽지 않았다. '끝장'은 나지 않았고, '며칠 정해놓고' 하지 않는다던 그는 정말 '며칠'밖에 굶지 못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무려 46일 동안 단식을 이어갔던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응원'도 무색할 만큼 짧디 짧은 단식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6세의 노령에도 13일 동안 단식을 했다. 그에 비하면 이정현 대표(58세)는 청춘이다.



유시민은 JTBC <썰전>에서 "야권은 국정감사라는 무대를 활용해서 이 정부에 관한 여러 의혹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의식을 북돋으려고 하는 것이고, 여당은 이걸 피해가려고 한다. 국정감사 기간이 3주이기 때문에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최소한 3주는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예언은 무참히도 빗나갔다. "이왕 하는 거 24일로 기록을 세워보자"던 전원책의 우스갯소리는 정말 우습게 됐다.


오히려 "이 대표의 단식농성은 대통령에게 그냥 잘 보이고 싶은 거 뿐이어서, 대통령이 '장하다', '잘했다'고 하면 (곧바로) 끝날 것"이라고 예측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중했다. 지난 9월 30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2차례 방문(9월 30일과 10월 2일)하고 난 후, 이정현 대표는 단식을 중단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외치지 않았을까. 



'약속'을 지키기 못한 이정현 대표는 무슨 낯짝으로 계속 정치를 해내가려는가. '나는 죽을 것'이라던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내놓음으로써 신의를 지켜야 하는 건 아닐까? 이토록 냉담히 그의 단식을 비판하고, 그의 단식을 조롱하는 까닭은 아무런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목은 '국회의장 중립 위반'에 대한 단식 투쟁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정감사 마비'를 위한 단식 투쟁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정현 대표의 육탄 방어 때문에 농민 백남기 씨의 사인 규명과 '최순실'이라는 키워드로 엮여 있는 미르 · K스포츠 재단의 비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의혹 등은 '언론'에서 모습을 쏙 감쳤다. 덕분에 박근혜 대통령은 한시름 놓았고, '이제 됐다'며 단식을 거둘 것을 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고, 주군의 애정을 다시 확인한 계파 정치꾼은 그제야 '소임'을 다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제20대 총선이 치러졌던 4월 3일의 '충격'을 기억한다. 당시 전남 순천에 재출마했던 이정현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노관규 후보(44.5% VS 39.1%)를 꺾고 재선에 성공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4년 7·30 재보궐 선거의 승리보다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완벽한 승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주의 장벽을 뛰어넘은 공을 인정받아 새누리당 지명직 최고위원이 올랐고, 그 기세를 몰아 당 대표에 출마했다. 


기호지세(騎虎之勢)로 내달리는 이정현을 막을 사람은 없어 보였다. 총 7만6264명 중 4만4421표(40.9%)를 얻어 당 대표에 당선됐다. 첫 호남 출신 당대표의 탄생이었다. 차점자인 주호영 후보는 3만1946표(29.4%)에 그쳤다. 설움받던 보수 정당의 호남 정치인은 뒤늦게 만개했고, 그의 앞날엔 꽃길만 놓여 있는 듯 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며, 그 누구보다도 '최측근'으로 통하는 이정현의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한번 '친박 체제'를 정비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맹목적인' 새누리당을 만들었다.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정당이 아니라 "대통령에 맞서는 게 정의라고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정당이 돼 버렸다. 당 대표에 당선된 직후 "섬기는 리더십이 새누리당의 색깔이 되도록 하겠다"던 이정현 대표는 여전히 '국민'이 아니라 '단 한 사람'만을 섬기는 정치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호위 무사'의 낯뜨거운 정치를 언제까지 묵인해야 한단 말인가. 부디 이정현 대표는 "나는 죽을 것"이라던 발언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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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김성근(의 말)은 김성근(의 말)으로 반박이 가능하다.프로야구 팬들 사이에 공유되는 (조롱에 가까운) 우스갯소리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인을 빼앗기는 팀이 잘못이다. 그게 프로"(2009. 10.) VS KIA가 한국시리즈 내내 사인을 훔쳤다" (2009. 11.)

"권혁 투입, 투수가 없었다" (2015. 5.) VS "선수가 없다? 프로에선 말이 안돼" (2012. 2.)

"우리끼리 너무 비난하고 싸우지 말자" (2015. 5.) VS "비난 없는 지금이 바로 위험한 시기" (2015. 1.)


물론 상황이 미세하게 다르고, 참작할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은 저 발언들을 김성근 감독이 '다' 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만큼 '언론'을 잘 활용하는 감독도 드물 것이다. 그는 기사가 될 법한 '말'을 적절한 '타이밍'마다 내놓곤 한다. 또, 본인에 대한 비판들을 잘 기억해뒀다가, 특정 시점이 됐을 때 반박하기도 한다. 그만큼 김성근 감독은 '언론 플레이'에 능하고 지능적이다. 게다가 '잦다'.


말을 많이 하면 그만큼 실수를 할 확률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뚜렷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라도, 자신의 '처지'를 투영되기 마련이라 정반대의 포지션에서 말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른바 '말바꾸기'를 하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뚜렷한 철학이 없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이말 저말을 쏟아내지 않겠는가? 


'김성근은 김성근으로 반박이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를 탐내는 정치인이 있는 모양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다. 지금 그는 '애처롭게' 밥을 굶고 있다. 다이어트라도 하는 것일까? 아니면 국민을 위해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정치적 사안이라도 있는 것일까? 두둥, 이정현 대표가 지난 26일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한 이유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 요구' 때문이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입니다. 반드시 정세균 의장이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데 불만을 품은 것이다. 그 중심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밥 굶기'다. 여당 대표의 단식 투쟁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는 파행을 거듭하게 됐다. 그런데 말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정현 의원은 "국회의원 단식이 특권의 시작"이라는 말을 했던 사람이다. 워딩을 좀더 자세히 읽어보자.


선거제도가 정착된 그러한 나라들 중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도 바로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입니다. 여기에서부터 바로 우리 국회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2014년 10월 31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


'특권을 내려놓자'고 부르짖고, '국회 개혁'을 소리치던 그가 난데 없이 '특권'을 몸에 두르고 나타난 것이다. 과연 이정현 대표는 2년 전 자신의 '발언'을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하고 있다면 뭐라고 반박할까? 노련한 정치인이자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는 이런 말바꾸기도 아무렇지 않게 태연히 반박해낼 것이다. 




'이정현은 이정현으로 반박된다'는 우스갯소리의 사례를 하나 더 떠올려보자. 지난 2005년 11월 15일 '쌀 협상 국회 비준 반대' 시위를 벌이던 전용철 · 홍덕표 두 농민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약 한 달 뒤인 12월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정현 대표는 당시 한나라당의 부대변인이었는데, "농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진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통령이 즉각 사과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인을 밝히고 그 과정에 책임져야 할 일이 나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자체적으로 진상 규명을 해나가고, 재발 방지를 논의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물대포 사건' 이후 316일 만에 끝내 세상을 떠난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는 "조금 전에 회의에 들어오기 전에 농민 백남기 씨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라는 건조한 반응을 내놨다는 건 의아한 일이다. 과연 '밥 굶기'를 하고 있는 그에게 11년 전, 그의 발언을 되돌려준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철학의 부재인가, 순간적인 말바꾸기인가.


당 대표 경선에 나설 때는 "권력에 줄서기하는 수직적 질서를 수평적 질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지만, 당 대표로 당선된 후에는 "대통령에 맞서는 게 정의라고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한 그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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