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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거짓말 없는 추격전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너의길을가라 2017. 5. 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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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술래잡기, 거짓말 '없는' 추격전. 캐릭터의 부재(혹은 부족)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했다. 광희의 군입대로 5명만 남게 된 멤버들을 데리고 추격전을 시도한다는 건 <무한도전> 제작진으로서도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추격전'은 <무한도전>의 히든 카드이자, 히트 상품이었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여드름브레이크', '무도공개수배', 꼬리잡기' 등 <무한도전>의 추격전은 언제나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고, 그 기대는 매번 빗나가지 않았다. 



멤버들 간에 속고 속이는 심리전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쫄깃한 재미와 웃음은 추격전의 핵심 포인트이기도 했다. 그런데 거짓말이 '없는' 추격전을 하라니, 당장 멤버들은 기막혀 했다. 제작진은 멤버들이 거짓말을 한번 할 때마다 '페널티'를 부과할 것이라 밝혔는데, 알고보니 그 벌칙은 출연자 뒤에 그를 똑같이 흉내내는 '그림자'를 붙이는 것이었다. 기민하게 움직이는 건 기본이고, 은폐 · 엄폐를 해야 할 추격전에서 '그림자'가 달라붙는다는 건 그만큼 불리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페널티'의 정체를 알게 된 멤버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물론 쉽지 않다. 하루동안 한 사람이 하는 거짓말 횟수가 200번 이상이라는 미국 남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 결과처럼 스스로도 알게 모르게 하는 거짓말들이 점차 누적되기 시작한다. 이번 편에서도 <무한도전>의 '룰 브레이커' 박명수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 제법 노력하던 그는 마음대로 되지 않자 '술래는 정준하'라는 거짓말을 전파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가짜 뉴스'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박명수의 가짜 뉴스는 다른 멤버들에게 전해지는 동시에 확대 재생산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그야말로 추격전의 판을 뒤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 사실이 아닌 추측, 의심, 선입견이 거짓말을 낳았다"는 김태호 PD의 '관전평'은 '거짓말 없는 추격전'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는지 잘 보여줬다. 김태호 PD의 큰 그림이 명확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무한도전> 식 현실 풍자라고 할까. '장미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 예능인 <무한도전>은 스스로의 존재감을 뽐냈다.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거짓말 없는 대통령 선거는 어떨까?' '가짜 뉴스 없는 대통령 선거는 어때?' 그동안 우리들이 늘상 겪어왔던 선거는 어떠했는가. 후보들은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을 남발하고, 선거 전의 약속들을 너무도 쉽게 어기지 않았던가. 또, 유권자들을 '낚기' 위한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상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와 마타도어(matador)가 공공연하게 행해지곤 했다. 이번 대선이라고 다를까.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가짜 뉴스'가 생산 · 유통되고, 후보와 그 선거 캠프가 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사실 '가짜 뉴스(Fake News)'에 대한 정의는 명확치 않다. 그 개념이 등장한 시점이 최근이다보니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인데, '뉴스 형태로 된 거짓 정보'라고 새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허위 사실'을 포함시켜 확장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는 굳이 구분짓지 않고 포괄적으로 사용할 텐데, 한 분석에 따르면 '가짜 뉴스'의 전체량이 지난 대선에 비해 5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 선관위에 의해 적발된 '가짜 뉴스'와 여론조사 불법 사례가 무려 3만 건이 넘는다. 정말이지 '혼탁'한 선거가 아닐 수 없다. 


영화 <특별시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듯이 '선거의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만큼 각 대선 캠프 별로 일정 부분 이런 작태를 보이고 있는 듯 보이지만,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다. 그는 유권자들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TV토론회에서 수차례 반복적으로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대 후보에 대한 의도적인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고, 여론을 조장하는 야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그 수준이 매우 저질스러워 개탄스럽다.


1. DJ부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네 개의 정권을 거치면서 지니계수가 가장 나빴던 때가 노무현 대통령 때였다

→ 사실관계를 따져보자. 각 정부 별로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 0.279 → 노무현 정부 0.281 → 이명박 정부 0.290 → 박근혜 정부 0.275 이다. 홍 후보는 뭐라고 변명했을까. 그는 'DJ정부 때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노무현 정부 때 급상승했고, 노 정부의 정책 실패로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최고치를 기록하다가 그 이후 다시 급속도로 떨어'진 것이라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DJ 정부 시절에는 지니계수가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낮아졌고, 이명박 정부 때 지니계수의 최고치는 2009년이었다. 광우병 파동 등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가속화 됐던 시기였다.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2. 아니, 토론 태도가 왜 그래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법에 따라 정리 해고된 것 아닙니까? 그때 통진당 하실 때 같이 만든 것 아닙니까?

홍준표 후보가 말하는 '정리해교법'은 근로기준법 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로 1998년 도입됐다. 통합진보당의 창당은 2011년 12월이었다. 홍 후보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을 착각했던 걸까? 애석하게도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도 2004년이다. 


3. 노무현 정부가 세월호 유병언 빚을 탕감해 줬고, 당시 민정수석인 문재인 후보가 책임이 있다

→ 정확히 말하자면, '정부'가 아니라 '채권단의 합의'를 '법원이 인가'한 것이었다. 또, 그 시점은 2007년 12월에 문재훈 후보는 '민정수석'이 아니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사실관계가 뒤틀린 그야말로 제대로 된 '가짜 뉴스'였다. 


이뿐인가.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TV토론회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떠들어대기도 했고, 노무현 정부가 과거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코미디언 2명을 5년 동안 방송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역시 그 실명을 언급하지도 못했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지도 못했다. 이쯤되면 '뭐든지 떠들고 보자'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를 벤치마킹한 듯한 홍준표 후보(홍트럼프라고 할까?)의 지지율은 '놀랍게도' 상승 곡선을 띠고 있다. 



가짜 뉴스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발언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 '팩트 체크'를 하고 있지만, 이미 '가짜 뉴스'는 시청자 및 유권자에게 '유포'된 후가 아닌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건 그만큼 어렵고 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편, 지난 1일 김정문(자유한국당) 충북 제천시의회 의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 문재인은 정계를 떠남은 물론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가 터졌다"면서 '문재인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 동영상'이라는 내용과 동영상 주소를 링크했다. 물론 '가짜 뉴스'였다. 


김 의장은 지난 4월 19일에는 "이런 작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김정일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라는 '허위 사실'을 담은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런 수준의 사람이 지방자치단체의 시의원에 선출되고, 또 의장직을 맏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대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와 같은 일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후보뿐만 아니라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도 마찬가지로 '가짜 뉴스'로 인해 적잖이 시달리고 있다. 


<무한도전>은 '거짓말 없는 추격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정직한 대선'을 꿈꿔보자고 말한 건 아닐까. 정직한 대선, '옳은' 말만 하는 그런 후보들이 펼치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그려본 건 아닐까. 이념과 정책으로 '대결'하는 선거와 그런 성숙한 과정을 통해 대통령을 뽑는 그런 상상을 해본 건 아니었을까.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가짜 뉴스'에 엄격해져야 한다.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또, 그런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후보와 정당을 '표'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 부디 이번 19대 대선이 <무한도전>이 제시한 즐거운 '상상'을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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