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김한수'라는 이름이 보이기에 아차 싶었다. '올 것이 왔구나!' 불길한 예감은 늘 비껴가지 않는다. 


<OSEN>, [오피셜] 삼성, 제14대 사령탑에 김한수 타격코치 선임



프로의 세계에서 감독 교체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종목을 불문하고, 한 시즌이 끝나면 구단은 감독들의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성적이 나쁘면 총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감독이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이미 두 명의 감독이 '칼바람'의 희생양이 됐다. SK는 김용희 감독과 결별하고 후임자를 물색 중이다. KT도 조범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두산에서 사령탑을 맡았던 김진욱 감독을 데려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인적 쇄신이 일어나거나 혹은 강제적인 물갈이가 시도된다. 그 판단과 결정은 전적으로 구단의 몫이지만, 그에 앞서 팬들의 납득이 선행돼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팬들이 없다면 구단의 존재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적어도 SK와 KT의 팬들은 구단의 결단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65승 78패 1무. 정규 시즌 9위.


결국 삼성은 가을야구에 초대돼지 못했다. 역대 가장 낮은 순위. 삼성 팬들에겐 너무도 낯선 성적표였다. 더군다나 5년 연속 정규 시즌을 재패하고,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충격이 오죽 했겠는가. 그러나 정작 팬들은 '감독 교체'를 요구하지 않았다. 여론은 류중일 전(이제 이렇게 불러야 하다니..) 감독의 편이었다. 언론도 '살구 아재'를 옹호했다. 불과 14일까지만 해도 '유임설'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의 부진(혹은 몰락)에 대한 분석은 이미 여러 차례 기사를 통해 반복됐다. 원인은 명백했다. 지난해 막판에 터졌던 '도박 파문'의 여파가 지속됐고, 주축 선수들은 잔부상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팬들이 화살의 타깃을 '류중일 전 감독'이 아니라 '구단 프런트' 쪽으로 돌렸던 까닭은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실패'와 '구단의 부실한 지원' 때문이었다. 


시즌을 준비하며 영입됐던 3명의 외국인 선수(아롬 발디리스, 콜렌 벨레스터, 앨런 웹스터)는 모두 방출됐고, 물론 새롭게 영입된 두 명의 외국인 선수(아놀드 레온, 요한 플란데)도 기대 이하였다. 4명의 외국인 투수가 거둔 승수는 고작 6승에 불과했다. 이래서는 좋은 성적을 가두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5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데 들어간 돈이 공식적으로 310만 달러였다. 과연 이 책임을 류중일 감독에게 물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삼성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것은 삼성 라이온즈가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눈에 띠게 줄어든 투자와 소극적이다 못해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선수단 운영이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석민의 몸값이 지나치게 비쌌던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제일기획의 삼성 라이온즈는 그를 잡을 생각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 팬들은 주장 박석민이 4년 계약에 96억 원을 받으며 NC로 떠나는 모습을 넋 놓고 지켜봐야했다. 


또, 전체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졌던 포지션이 넘쳤지만, 이에 대한 보완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박석민의 빈자리에 조동찬, 2루수 나바로의 빈자리에 백상원을 채워넣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임창용과 안지만의 이탈로 약화된 투수진을 메울 새로운 자원도 부족했다. 결국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물론 '현장'의 책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재료'도 준비하지 않은 채 진수성찬을 차리라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



"명가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을 변화를 통해 재건하겠다"


삼성 라이온즈는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김한수 신임 감독은 2008년부터 삼성 라이온즈 타격코치를 역임했던 또 한 명의 프랜차이즈이자 레전드다. 현역 시절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불렸던 그의 타격 (지도) 능력과 성실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팬들은 아무도 없다. 만약 정상적인 흐름의 감독 교체였다면, 누구나 두 손 들어 환영했을 것이다.


문제는 2011~2015년 동안 5년을 성공했고, 2016년 단 1년을 실패한 감독을 교체한 것을 팬들이 납득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35년의 역사에서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정규시즌 5연패', '통합 4연패'를 이룬 감독을 이런 식으로 쫓아낸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적어도 명가를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은 더 줬어야 더 줬어야 했다. 



"올 한 해 못한 것이 이유가 되어 교체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팀이 바뀌어야 한다. 이에 어울리는 감독을 뽑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젊은 감독을 선임해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젊은 감독을 선임해 팀을 바꾸겠다'는 것이 삼성 라이온즈가 내세운 감독 교체의 변이지만, 류중일 감독으론 그것이 불가능했다는 그 어떤 근거도 없다. 오히려 해답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진다. 김한수 감독은 3년간 총액 9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 한편, 지난 2013년 삼성 라이온즈와 재계약을 맺은 류중일 감독은 3년 간 총 21억 원(계약금 6억원, 연봉 5억원)이라는 최고 대우를 받았다.


단순 계산해도 12억 원이라는 돈을 굳힌 셈이다. 여기에서 제일기획 하의 삼성 라이온즈가 처한 현실이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FA 자격을 획득하는 4번타자 최형우(33)와 좌완 에이스 차우찬(29)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의지를 보일까? 이들을 모두 잡으려면 최소한 200억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데, 최근의 분위기로 봐선 어려워 보인다. 투타의 핵심 멤버를 모두 잃어버린다면, 삼성은 긴 암흑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류중일 감독에서 김한수 감독으로의 변화는 단순한 감독 교체를 의미하진 않는 듯 하다. 그 안에 내포된 의미가 매우 다양하고 크다. 특히 제일기획 체제의 삼성 라이온즈가 취할 방향성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다. 삼성 팬들의 억장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깊은 탄식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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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 아재'를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53)의 별명은 '살구 아재'다. 양쪽 볼이 빨갛게 익은 살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만큼 류 감독은 팬들에게 아주 친숙한 감독이다. 올해 초만 해도 위의 질문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아니, 성립조차 하지 않는 질문이었다. 삼성 라이언즈는 2011년 류 감독의 부임과 동시에 페넌트레이스를 5년 연속 우승했고,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비록 작년 두산에 패배하면서 다소 빛이 바라긴 했지만, 그가 거둔 업적은 그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위업(偉業)이었다.



그런 류감독의 계약이 올해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2013년 시즌이 끝난 후 맺었던 3년의 계약이 곧 만료된다. 삼성의 구단 고위 관계자는 "아직은 시즌 중이다. 시즌이 끝난 뒤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타이밍이라는 게 참 묘하다. 만약 류 감독의 계약이 작년에 끝났다면, 당연히 두둑한 연봉과 함께 재계약이 이뤄졌을 것이다. 하필이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지금, 계약이 만료될 게 무엇이란 말인가.


삼성 라이온즈는 KBO리그 출범한 1982년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구단 역사상 최다패가 2009년의 '69패'였지만, 올해는 이미 '73패'를 당했다. 물론 경기 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해야 겠지만, 지난 5년을 떠올려본다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확연하다. 최근 3연승을 기록하며 7위까지 순위가 올라갔지만, 한 경기만 삐끗하면 9위까지 추락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위치다. 더 이상의 반등이 없다면, 1996년 '6위'를 깨고, 최악의 순위를 기록할 판이다.



분명, 객관적인 팀 성적은 나쁘다. 그렇지만 '삼성 제국'의 갑작스러운 몰락에 대한 책임을 류중일 감독에게 미루는 게 합당할까? 물론 감독은 짧게는 한 경기를 책임지고, 길게는 한 시즌은 관리한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팀'을 구성하는 작업은 '구단'의 몫이다. 다시 질문을 해보자.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류중일 감독에게 객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팀을 만들어 줬는가? 대부분의 야구 팬들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1. 마운드 주축들의 이탈


임창용(40) : 방출(뒤 기아로 복귀)

안지만(33) : 계약해지 요청 중

윤성환(35) : 시즌 초 훈련 차질


지난해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됐던 3명의 선수들의 공백은 뼈아팠다. 선발과, 계투진, 마무리의 핵심 선수들이 빠지는 바람에 마운드가 완전히 붕괴됐다. 새판을 짜야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임창용은 아예 기아로 둥지를 옮겼고, 안지만은 결국 계약 해지가 요청된 상태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윤성환의 경우 6개월의 공백을 끝내고 복귀해 11승(10패)을 거뒀지만 작년에, 거둔 승수(17승)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2. 최악의 성적을 거둔 외국인 선수들


아롬 발디리스(발목 수술로 방출)

44경기 출전, 타율 0.266, 8홈런, 33타점

콜린 벨레스터(방출)

3경기 출전, 3패, 평균 자책점 8.03

앨런 웹스터(종아리 부상으로 방출)

12경기 출전, 4승 4패, 평균자책점 5.70


아놀드 레온(부상으로 1군 제외)

2경기 출전, 1패 평균자책점 11.25

요한 플란데(24일 넥센 전 등판, 6⅔이닝 7실점)

11경기 출전,  2승 5패 평균자책점 7.56


애초에 영입됐던 3명의 외국인 선수는 모두 방출됐다. 롤린 벨레스터와 앨럽 웹스터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롭게 영입된 두 명의 투수 아놀드 레온과 요한 플란데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아놀드 레온의 경우에는 고작 2경기를 출전하고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먹튀'의 대명사인 카리대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영입됐던 4명의 외국인 선수가 거둔 승수는 고작 6승에 불과하다. 두산의 더스틴 니퍼드가 혼자 거둔 승수가 21승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차이가 훨씬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3. FA 박석민의 이탈, 부상 병동이었던 한 시즌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장이었던 박석민(NC)을 잡지 못했던 건 아쉽지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역대 FA 최고액인 4년 계약에 96억원은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객관적으로 부족하지만, 대안(조동찬)도 있었다. 문제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차례차례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구자욱(허리), 차우찬(가래톳), 조동찬(오른쪽 대퇴사두근), 박한이(무릎), 장원삼(허리) 등 구단의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해야만 했다. 순위 경쟁은 고사하고, 비벼볼 힘조차 갖지 못했다.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서는 류 감독도 할 말이 없다. 선수들의 몸상태를 체크하고 점검하는 건 감독의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외의 문제들은 좀 다르다.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의 경우엔 '사생활'까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류 감독의 실책이라 보긴 어렵다. 특히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실패한 건, 근본적으로 구단 스카우트팀의 책임이다. 어떤 선수를 영입하는 게 좋을지 리스트를 작성해 추천하는 건 전적으로 스타우트 팀의 역량이기 때문이다. 




"용병이 엉망이 됐든, 부상선수가 많든 감독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게 감독의 역할"이라는 류 감독의 말은 원칙적으로 옳은 것이지만, 그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새기는 게 마땅하다. 지난 5년동안 류 감독의 지도력은 충분히 인정받았다. '선수빨'이라며 그를 깎아내리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5년 연속 정규 시즌을 재패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삼성 라이온즈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류중일이 아닌 대안이 존재하는가? 


제일기획으로 야구단이 이관되면서 '허리띠 조르기'가 시작된 마당에, 당장 이번 시즌이 끝나면 투타의 핵심인 차우찬(12승 5패)과 최형우(0.371, 29홈런, 136타점)가 FA가 된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만 놓고 봤을 때, 삼성 라이온즈가 두 선수를 잡을 확률은 매우 낮아 보인다. 어찌보면 다음 시즌부터 제대로 된 '암흑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류 감독에게 다음 시즌에도 계속 삼성 라이온즈에 남아달라고 요청하는 게 '미안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팬들은 여전히 류중일 감독이 남아주길 바란다. 적어도 그에게 '삼성 제국' 몰락의 모든 책임을 미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책임은 '구단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있으니까. 삼성 팬들은 지난 5년 동안, 류중일 감독 때문에 행복했고, 다른 구단의 팬들이 누릴 수 없는 기쁨을 누렸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의 리빌딩은 삼성을 가장 사랑했던 선수이자 코치였고, 지금은 감독인 류중일에게 맡기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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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이게 다 죄인데, 그지? 세상에서 제일 큰 죄는 지 죄를 모른다는 거야. 무지한 거지. 모르고 지은 죄는 셀 수가 없잖니?"


tvN <디어 마이 프렌즈> 12회에서 회한(悔恨)에 잠긴 석균 아저씨(신구)는 박완(고현정)을 불러놓고 과거의 자신을 반추(反芻)하며 허심탄회한 고백을 건넨다. 먹먹했던 그 장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석균 아저씨처럼 되지 말아야지, 훗날 쓸쓸히 '모르고 지은 죄'를 되새기며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저 반성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알고자 노력해서 모르고 지나치지 않도록 하는 것, 그 허점을 줄여가는 것 정도일 뿐이다. 



인터넷 기사에 어김없이 달려있는 소위 '악성 댓글'을 보면 문득 석균 아저씨가 떠오른다. 물론 사람들은 누군가의 험담을 하면서 살아간다. 욕도 한다. 더 심한 말들도 한다. '사람'의 일인데, '현실'과 '인터넷'의 경계가 어디 있겠는가. 실체적 대상을 알고 있더라도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 오해를 바탕으로 온갖 나쁜 말들이 생겨난다. 그런데 실체적 대상이 아닌 이미지, 언론이 전하는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우리가 '비판'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면, 그건 그 '존재'가 아니라 그 존재의 '언행'이 아닐까?


리듬체조선수 '손연재'와 관련된 기사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 아래 어떤 댓글들이 달릴지 충분히 예상이 됐기 때문이다. 확인을 위해 댓글창을 훑어보면, 어떻게 저런 댓글이 저리 많은 추천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끔찍한 언어들이 자신의 '죄'를 모른 채 나열돼 있었다. 자신이 마치 손연재의 최측근인양, 그에 대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훤히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댓글들은 수많은 추천들과 함께 '진실'처럼 둔갑해갔다. 온갖 비난과 욕설, 비아냥, 조롱.. 10대 소녀였던 손연재가 견디기엔 참으로 끔찍하고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연죄가 조공 선물한 심판 덕인 것 알면서 왜 그러느냐" 

"아시아 최강으로 살 찌는 거 봐라" 

"꼭 자신 없는 것들이 자국에서 심판을 매수해서 메달을 사더라"


- 지난 2015년 7월 손연재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A씨가 단 댓글 -


지난 2014년 11월 3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했던 손연재는 안티와 관련된 질문에 "중학교 때는 응원 글이 많았는데, 시니어가 되자마자 안티가 많아졌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도 하는데, 예전에는 많이 울었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는 태극기를 달고, 우리나라와 내 이름을 드높이려 노력하는데, 왜 사람들은 나를 응원 해주지 않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것도 관심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사랑해주실 것"이라며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2010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손연재는 초창기만 해도 기복이 심한 선수였다. 하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결선 5위) 이후 급성장했다. 엘레나 리표르도바 전담코치(러시아)를 만나고, 러시아 노보고르스트 센터에서 최고 레벨 선수들과 함께 똑같은 훈련을 소화한 덕분이었다. 손연재의 장점인 표현력을 더욱 살리는 한편, 기술을 보완해나갔다. 그 성과는 곧바로 뒤따라왔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제천아시아선수권 대회,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4년 리스본 월드컵 게임종합 우승도 기록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2회 연속 올림픽 개인종합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는 아시아인으로서 최초의 업적이었다. 손연재는 결선 무대에서 후프 18.216점, 볼 18.266점, 곤봉 18.300점, 리본 1 8.116점으로 최종 합계 72.898점을 기록했는데, 세계랭킹 공동 1위인 마르가리타 마문과 쿠드랍체바(러시아), 그리고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인)에 이어 대회 4위에 올랐다.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손연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를 펼쳤다. 게다가 4년 전 자신을 뛰어넘는 위대함까지 보여줬다. 


모든 연기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손연재가 흘리는 눈물 앞에 그 어떤 말이 필요하겠는가.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손연재가 자신을 향해 쏟아지던 비난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한 그녀의 연기를 지켜봤고, 두손 모아 응원했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번 올림픽은 저에게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4년 전 런던 때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후회 없는 연기를 했다"는 그의 인터뷰에 사람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쉼 없이 달려온 손연재는 이제 은퇴의 기로에 서있다. 앞으로의 진로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에서 운동을 하면서 세계 최고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봐왔기 때문에 한국 리듬체조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리듬체조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쏟아붓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으로 그가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커다란 버팀목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손연재가 있기 전 대한민국 리듬체조는 불모지(不毛地)와 다름 없었다. 다시 손연재가 없는 대한민국 리듬체조는 불모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그는 외롭고 고독한 싸움을 해왔던 것이다. 십대의 어린 나이에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혹독한 훈련과 치열한 경쟁을 견디며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해 왔다.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조각난 정보 몇 덩이와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만으로 '손연재'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건 얼마나 섣부른 일인가. 


굳이 손연재가 아니어도 좋다. 누군가에 대해 말하기 전에, 누구가에 대한 댓글을 달기 전에, 부디 한번 더 생각을 해보자. 나중에 석균 아저씨처럼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상처는 반드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도 기억하자. 미움은 어느새 부메랑처럼 고스란히 나에게 되돌아오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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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한창이다. 사실 큰 관심은 없다. 뉴스를 통해 관련 소식을 간헐적으로 접한다. '누가 메달을 획득했다', '누가 탈락했다' 정도를 듬성듬성 알 뿐이다. 언젠가부터 그랬다. 올림픽을 비롯한 여러 국가 단위의 제전(祭典)에 관심이 덜 간 지는 꽤 됐다. 과도한 국가주의(國家主義)에 대한 불편함 일지도 모르겠다. 방송 3사가 한꺼번에 나서서 중계를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올림픽 중계가 전체적으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걸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비단 혼자만은 아닌 듯 하다.



"죄송합니다"


지난 7일이었다. 어김없이 포털 사이트에는 '올림픽'과 관련한 기사들이 기세등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기다가 지나칠 수 없는 '한마디'가 눈에 들어왔다. 진종오 선수가 남긴 "죄송합니다"라는 사과였다. 10m 공기 권총에 출전한 진종오 선수는 최종 5위로 경기를 마친 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한 채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뉴스 영상을 찾아봤다. 준비했던 노력만큼의 결과를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는 경기 내내 계속해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경기가 모든 끝난 후, 진종오 선수는 모여있던 기자들과 카메라를 향해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를 건네고 사라졌다. 그는 무엇이 죄송했던 것일까?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였을까, 아니면 국민들이 기대했던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였을까. '진종오' 이후에도 승패(勝敗)는 계속됐다. 누군가는 금메달을 땄지만, 거기엔 시선이 가지 않았다. '탈락', '패배', '고배'라는 단어와 함께 언급된 이름만 기억에 남았다.



지난 9일, 양국 남자 세계 1위인 김우진 선수는 32강에서 인도네시아의 리아우 에가 아가타 선수에게 패배했다. 유도 남자 73kg급 세계 1위인 안창림 선수도 16강에서 벨기에의 디르크 판 티헬트 선수에게 지면서 탈락했다. 여자 유도 57kg급에 출전한 김잔디 선수도 16강에서 브라질 하파엘라 실바 선수에게 무너졌다. 두 선수는 진종오와 마찬가지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리를 떠났다. 


어째서 그들의 첫마디가 '(개인적으로) 아쉽다'가 아니라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여야만 하는 걸까.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들은 '패배' 앞에 마치 '죄인'이 된 듯한 모습으로 변한다. 물론 외국의 다른 선수들도 '지는 것'에 인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그들은 '죄송하다'고 말하진 않는다. 그저 자신의 '개인적' 패배 혹은 실패에 안타까움을 표현할 뿐이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반응은 '승부욕'의 범위에서 설명하기 어렵다. 


ⓒ헤럴드 경제


한편, 금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들의 잇딴 조기 탈락을 두고, 언론에서는 "금메달 10개를 따내서 4회 연속 10위권에 드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빨간 불이 켜졌다"고 쓰고 있다. 올림픽에서 국가의 목표를 설정하고, 선수들의 '개인적 성취'를 국가의 것으로 귀속시키는 이와 같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 여전히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올림픽의 순위를 국가의 경쟁력 순위 쯤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목숨을 거는 행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 정윤수 스포츠칼럼니스트는 스포츠 국가주의와 가족주의(경향신문)에서 "우리나라의 스포츠를 주도하는 정념은 국가주의와 가족주의"라고 지적하면서 "이를테면 김연아 선수를 '대한민국의 딸' 혹은 '우리 연아'라고 호명할 때, 국가주의와 가족주의는 한 몸"이라 설명했다. 올림픽을 국력 대결의 장으로 여긴다거나 민족(국가)의 우수성을 과시하려는 용도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도 해왔던 일이지만, 거기에 '가족주의'까지 결합된 양태는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흥미로운 것은 '금메달'을 획득하면 그때부터 '대한민국의 아들, 딸'로 호명되며 추앙받지만, 패배자가 된 순간 그들은 '버려진 사생아' 쯤으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나라를 구한 위대한 영웅과 국민에 실망감을 안긴 죄인, 그 극단적 위치를 오가야 하는 대한민국 스포츠 선수들이 '올림픽'과 같은 국가 제전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어쩌면 우리의 비뚤어진 스포츠 의식이 만들어 낸 자화상은 아닐까? 그래서 진종오의 "죄송합니다"가, 안창림과 김잔디의 "죄송합니다"가 송곳처럼 가슴을 후벼판다.



마진찬 사회비평가는 '올림픽 시상식의 국기게양, 난 반댈세!(아시아경제)'에서 "올림픽 시상식에서 국기게양을 반대"한다면서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시상식에서 국기를 게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승은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한 '선수'가 한 것이지 해당 국가가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현 가능성은 요원하지만, 적극 동의한다. 부디, 대한민국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국가'라고 하는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 즐겁고 신나게 '승부'에 몰입하고 승패를 즐기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부터 그들의 '어깨'로부터 내려와야 한다. 유도 남자 66kg급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파비오 바실레 선수에게 패배해 은메달을 획득한 안바울 선수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책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져서 속상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올림픽은 축제이지 않느냐. 즐기려고 마음먹었다" 얼마나 보기 좋은가. 그의 패배는 지금 이 순간의 패배일 뿐, 인생의 패배도 아니고, 더군다나 국가의 패배도 아니다. 더 이상 패배를 직면한 선수들이 국민 앞에 '사죄'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그들이 해야 할 말은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아쉽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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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시상식이 끝나면 으레 논란이 일기 마련이다. 얼마 전 열렸던 '제52회 대종상'은 시상식이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은 '제36회 청룡영화상'은 영리한 시상을 하며 모든 찬사를 휩쓸어갔다. 그렇다면 야구 팬들의 시선이 쏠렸던 지난 8일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어땠을까? 수상자의 면면과 함께 '숙제' 몇 가지를 간단하게 짚어보도록 하자.




우선, '촌극(寸劇)'(까진 아니었다)은 없었다. 하지만 마뜩지 않았다. 추억 하나를 떠올려보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워낙 압도적인 활약(당시 한 시즌 최다 42 홈런)을 했던 OB(현 두산)의 타이론 우즈가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음에도 골든글러브에서는 이승엽에게 밀려 눈물을 삼켰다. 전교 1등이 학급 2위에 그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시쳇말로 '쪽팔리는' 시상 이래 외국인 선수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매번 외면당했다. 비단 골든글러브뿐이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야구'만의 문제겠는가?

 

"선정 기준이 다르다. MVP는 성적만 두고 뽑지만 골든글러브는 공격, 수비, 인지도 등 세 가지 기준" (우즈에게서 골든글러브를 '빼앗아(?)' 갔던 KBO 관계자의 당시 발언)



2012년 브랜든 나이트(당시 넥센)는 다승 2위(16승 4패), 평균자책점(ERA) 1위(2.20), 최다 이닝(208⅔) 1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다승 1위(17승 6패) 삼성의 장원삼에게 골든글러브 자리를 내줘야 했다. 2013년은 어떠했는가? 다승왕(14승 6패)을 차지했던 크리스 세든(당시 SK)은 구원 1위(46개) 넥센의 수호신 손승락(현 롯데)에게 밀려 수상을 하지 못했다. 


거듭된 논란과 팬들의 비난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까? '그들만의 축제'에 그치던 KBO 시상식이 외국인 선수에게 점차 문을 열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20승을 거든 앤디 밴 헤켄이 황금장갑을 거머줬다. 올해는 상황이 확 바뀌었다. 무려 3명의 선수(해커, 테임즈, 나바로)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이다. MVP를 수상한 NC의 테임즈는 '전교 1등'이 '학급 1위'라는 당연한 논리를 증명해보였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은 많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너무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10번째다. 정말 감사하다. 제가 4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 자리가 40대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이승엽)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단연 화제는 이승엽(이승엽)의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이었다. 유효 투표 수 358표 중 246표를 획득, 압도적인 득표였다. 그는 최초로 10번째 황금장갑을 끼면서 새로운 전설을 만들었다. 40대에 접어든 이승엽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논란'을 피해갈 순 없었다. 


야구팬의 입장에서 '이승엽'이라는 선수는 결코 '딴지'를 걸 수 없는 선수다. '평생 까임방지권'을 가졌다고 할까? 실력과 인성, 그 어느 것 하나 빠질 것이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야구 선수다. 그러나 그가 2015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해선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상식에서는 '역대 최초의 통산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 시즌을 기준으로 삼아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를 뽑는 시상식에서 '통산' 기륵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식이라면 삼성과 2년 계약을 한 이승엽(이 웬만한 성적을 거뒀을 때)을 꺾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제대로 된 평가 기준이 될까? 이승엽과 함께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후보로 선정됐던 다른 선수들의 기록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름 

안타 

홈런 

득점 

타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WAR

(승리기여도) 

 최준석

155 

31 

78 

109 

0.306 

0.428 

0.529 

4.59 

 이승엽

156 

26 

87 

90 

0.332 

0.387 

0.562 

3.54 

  이호준 

132 

24 

48 

110 

0.294 

0.381 

0.510 

2.38 


기록 면에서 한 수 아래인 이호준(NC)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최준석은 이승엽보다 비슷하거나 혹은 더 나은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득표는 75표에 그쳤다. 뭔가 개운하지 않다. 골든글러브가 소위 '인기 투표'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아냥이 근거 없는 물어뜯기일까? 골든글러브 투표인단의 구성을 살펴보면 '전문성'이라는 부분이 제대로 충족되는지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현재 골든글러브 투표인단은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아나운서, PD 등 300명이 넘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이러한 구성도 문제지만, 1위부터 3위표까지 차등을 둘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방식과 달리 KBO의 경우에는 1명에게만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향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또, '시기'적인 문제도 있다. 윈터미팅이 열리기 전에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발표하는 메이저리그(11월 11일)나 그보다 하루 앞서 시상식을 열었던는 NPB(Nippon Professional Baseball)와 달리 KBO는 지나치게 늦다. 외국인 선수 입장에서 오로지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위해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대한민국에 머무를 순 없는 일이다. 2015시즌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3명의 외국인 선수의 경우에도 대리 수상자가 집으로 돌아간 그들을 대신해 무대에 올라야했다. 


시기를 조정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2015년 넥센에서 최다안타 1위, 100득점-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던 유한준은 KT 소속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아무래도 어색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FA 이적 이후에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삼성에서 NC로 이적한 박석민도 마찬가지였는데, NC 소속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그는 수상소감에서 삼성 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골든글러브 규정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만, KBO에 FA나 트레이드를 통해 공식적으로 표시된 팀이 있기 때문에 이적팀 소속으로 받게 된다. '전(前) 어디어디 소속'이라고 표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 KBO 관계자의 대답이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기'를 앞당기면 된다. 굳이 12월에 골든글러브를 시상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토록 간단한 해결책이 있는데 어째서 KBO는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이제 마지막 태클을 걸어보자. 보다 본질적인 논의인데, 바로 '골든글러브'라는 명칭에 대한 것이다. '방망이(배트)'가 '공격'을 상징한다면, '글러브'가 상징하는 것은 '수비'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최고의 수비수에게 '골든글러브'를 수여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공격, 수비, 인지도를 모두 고려한다. 한마디로 '잡탕'이라는 얘기 아닌가? 이제 KBO도 그 나름의 역사에 맞게 좀더 세분화되고 객관적인 시상을 할 때가 됐다. 공정성은 기본이다. 


어찌됐든 2015년 골든글러브 시상은 모두 끝이 났다. 뛰어난 활약으로 영광스러운 황금장갑을 수상한 10명의 선수와 후보에 올랐던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또, 비록 후보엔 오르지 못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다른 선수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그들의 땀과 노력 덕택에 한 해가 즐거웠다. 내년부터는 KBO가 미진했던 부분들을 보완해서 좀더 성숙한 시상식을 만들길 기대한다. 그래야 한 시즌을 마감한 선수들도 보람이 있을 테고,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들도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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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가 한창인 시점이지만, 야구 팬들의 시선은 오히려 삼성 라이온즈의 입에 맞춰져 있었다. '과연 삼성 라이온즈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지난 15일 <TV조선>이 "삼성 라이온즈 간판급 선수 3명이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한 이후 삼성 라이온즈의 첫 반응은 "사실 관계 확인 중에 있다"는 다소 미지근한 것이었다.


하지만 야구 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야구 팬들은 '간판급 선수 3명'의 정체를 밝히는 데 몰두하는 한편, 삼성 라이온즈의 느긋한(?) 대응에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미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 3명의 이름은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 상황, 삼성 라이온즈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결정이 어떤 것이라 하더라도 무언가 확실한 '오더'가 필요했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은 최근 소속 선수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구단은 선수단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도박 의혹과 관련해 향후 수사 당국의 요청이 있을 시 적극 협조하겠다.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구단은 한국시리즈 준비에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 번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과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


20일 오후 7시 30분, 삼성 라이온즈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불과 1시간 30분 전인 6시경에야 기자회견을 예고했을 정도로 고민은 깊었고 상황은 급박했다.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소속 선수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과는 적절했고, 결단은 정확했다. 가장 우려했던 '우리가 남이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 '유혹'은 강렬했을 것이다. 혐의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황,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는 더욱 달콤했을 터. 정규리그 5연패라는 역사를 써내려간 삼성 라이온즈에게 통합 5연패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그 선수들의 역할과 비중은 너무도 컸다.


삼성 라이온즈가 '진위 파악이 우선'이라며,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는 등 약 5일 동안을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은 그러한 고민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관하며 지켜보는 것이 정답은 아니었다. 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걸었다. 김인 사장의 말처럼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 있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에서 연습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팀도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고 사기도 다소 어수선하게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입장에서 주축 선수들의 공백은 치명타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 해 농사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한국시리즈를 망치는 건 프로야구 전체에 치명타 아니겠는가? 우승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야구 팬들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팬들도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선택을 환영할 것이다. 


설령 이 때문에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떳떳한 준우승'을 반길 것이다. 그 선수들을 포함시켜 우승을 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혐의가 입증되기라도 하면, 우승의 정당성 및 도덕성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야구 팬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 압박 속에서 경기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 아닌가? 



삼성 라이온즈의 결단으로 이제 공은 야구 팬들에게 넘어왔다. 선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인 사장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선수 명단을 밝힐 수 없다"면서 이해를 구했다. 물론 엔트리가 발표되면, 그 선수들이 누구인지는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선수들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아직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 


최소한 엔트리가 공개될 때까지 선수들의 신상을 파헤치는 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또, 명단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물론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 때문에 야구 팬들이 입은 상처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삼성 라이온즈가 다소 늦었지만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린 것에 발맞춰 야구 팬들도 성숙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오히려 이번 한국시리즈는 더욱 기대가 된다. 과연 삼성 라이온즈가 주축 선수 3명의 공백 속에서도 통합 5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는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들어 '떳떳한' 우승을 거둘 수 있을까? '깨끗한' 한국시리즈가 열리게 된 만큼 야구 팬들도 분노를 거두고 다시 애정을 발휘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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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간단한 문제를 풀어보자. 야구(野球)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상식적인 문제다. 오로지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만 따져보면 되기 때문이다. 아래에 상(賞)을 위해 제시된 6가지 기준이 있다. 그리고 후보로 선정된 3명의 선수(익명으로 표기)가 있다. 여러분이라면 과연 어떤 선수를 수상자로 선정하겠는가? 


★ 선발투수 기준


1. 선발등판수 : 30경기 이상 

2. 승리 : 15승 이상 

3. 평균자책점 : 2.50 이하 

4. 이닝 : 180이닝 이상 

5. 탈삼진 : 150K 이상 

6. QS : 15회 이상 


A 선수 : 선발 31경, 15승, 2.44, 184⅓이닝, 157K, 19QS 

B 선수 : 선발 30경기, 17승3.76, 194이닝, 164K, 17QS

C 선수 : 선발 30경기18승3.94189⅔이닝126K17QS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상식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6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A 선수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견의 여지가 있을까? 조건을 한 가지 충족시키지 못한 B 선수나 두 가지나 채우지 못한 C 선수를 수상자로 선택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동원 기념사업회의 결정은 달랐다. 지난 12일 최동원 기념사업회는 제2회 최동원상 수상자로 두산 베어스의 좌완 투수 유희관을 선정했는데, 그는 바로 C 선수였다.



애초에 최동원 기념사업회에서 내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유희관의 수상은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켰던 기아 타이거즈의 양현종(A 선수)와 한 가지만 미달됐던 삼성 라이온즈의 윤성환(B 선수)은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유일한 기준 통과자 양현종의 수상 실패는 의아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故 최동원을 기리기 위한 최동원상의 권위가 실추됐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최동원상 선정위원 (7명) 


어우홍 전 롯데 감독 

양상문 LG 감독 

김인식 국가대표 감독 

김성근 한화 감독 

박영길 스포츠서울 해설위원 

천일평 OSEN 편집인 

허구연 MBC해설위원


최동원상 수상자 선정은 7명의 선정위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메이저리그의 사이영상과 마찬가지로 선정위원들은 각 후보들에 1, 2, 3위 표를 주고, 1위 표는 5점, 2위는 3점, 3위는 1점이 주어져 합산된다. 이렇게 해서 유희관이 총점 21점을 얻어 18점에 그친 양현종과 17점에 머문 윤성환을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7명의 선정위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투표를 한 것일까? 그들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유희관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정확한 컨트롤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좋은 투구를 보였다. 투수가 공이 빠르지 않아도 컨트롤(제구)이 좋으면 승수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올해 두산의 3위가 되는 데 중요한 공을 세웠다" (어우홍 위원장)


어우홍 위원장이 밝힌 수상의 변(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희관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진 못했'다는 첫마디에서 이미 모든 것은 결정된 것 아닐까? 뒤에 따라오는 합리화는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삼성을 정규리그 5연패로 이끈 윤성환이 수상자로 더 적합한 것 아닐까? 만약 모든 후보가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다면, 선정위원들의 판단이 필요하고 '투표'가 의미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지 않은가? 6개의 조건을 모두 채운 양현종이 버젓이 후보에 포함되어 있고, 그렇다면 투표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한 절차여야 했다. 만장일치라도 무관했다. 그런데 왜 선정위원회는 양현종을 외면했을까? 그가 제1회 최동원상 수상자였기 때문에, 2연속 수상이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것이 변명이 될 순 없다.



LG의 양상문 감독은 "우리가 선수 최동원을 떠올릴때 기억하는 것은 투혼이다. 최동원상은 기준 6가지를 모두 채워야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 한가지만 기준을 채웠다고 해도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최고 투수가 누구냐에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이럴 거라면 애초에 기준을 제시할 필요조차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5강 싸움에서 양현종이 보여줬던 '투혼'은 유희관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제1회 최동원상을 수상했던 양현종은 방어율(4.25)과 이닝(171.1이닝)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에 아쉬워하며 "언젠가는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해 다시 최동원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올해 약속을 지켰다.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서 투수가 방어율 2.50 이하를 기록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양현종은 이번 시즌 유일한 2점대 방어율 투수였다. 

스스로 제시했던 기준을 우습게 만든 최동원 기념사업회는 故 최동원 선수를 기리기 위한 최동원상의 권위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당사자들뿐 아니라 수많은 야구팬들도 깊은 상처를 입었다. 유희관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동안 7피안타(2홈런) 4사사구 3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수상 발표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시점의 등판이라 선정위원회와 수상자 모두 머쓱해졌다. 

기준은 곧 '투명함'이자 '명쾌함'이다. 이를 거스르고자 하면 꿉꿉한 의혹이 제기되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낸 꼴이다. 만약 故 최동원 선수가 찜찜했던 제2회 최동원상 수상자 선정 과정을 보고 있었다면 뭐라 했을지 참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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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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