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586

다가오는 총선, 정치의 실종 앞에 '어른 김장하'가 아른거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좋은 정치인'의 표본을 찾아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영화 '아수라'의 박성배(황정민)는 안남시 만악의 근원인데, 시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조폭'과 다름없다. 선거판의 추악한 이면을 담은 영화 '특별시민'에는 '권력'을 추종하는 하이에나들이 득실댄다. 3선 서울시장을 노리는 변종구(최민식)는 자신의 불법을 덮는 등 악랄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국회 입성을 앞둔 TV 앵커 김종찬(김주혁)은 자신의 불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한다. 국회의원 배지를 얻기 위한 그의 폭주는 최악의 결말로 귀결된다. 드라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인은 뇌물, 비리와 동일어처럼 그려진다.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면 '정치..

한동훈표 '촉법소년 연령 하한', 오은영과 김혜수의 생각은?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범죄(자)를 싫어한다. 그리고 '처벌받지 않는 범죄(자)'를 극도로 싫어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에서 심의석 판사(김혜수)의 저 유명한 대사처럼, 소년범에 대한 혐오 심리는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경우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근래에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던 흉폭한 소년범죄가 여럿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들은 그 자극적인 범죄를 적극적으로 묘사했고, 끊임없이 재생산했다. 물론 그 중에는 촉볍소년의 지위를 악용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소년범에 대한 혐오는 차곡차곡 '빌드업' 됐다. 하지만 실제로 소년 범죄 중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유시민과 전원책이 매번 핏대 세우는 대북 정책, 결국 '평화'가 정답이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JTBC 을 이끌고 있는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는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할 만큼 신묘한 케미를 자랑한다.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롤'을 부여받은 두 사람은 정치 · 사회 · 문화 등 각종 현안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도 서로의 '존재'와 '포지션'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물론 독불장군으로 변신하는 전원책을 잘 다독이며 이끌고 나가고 있는 건 전적으로 유시민의 몫이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때론 '앙숙'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절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두 사람이 가장 뜨겁게 맞부딪치는 주제가 있으니, 바로 '대북 정책'이다. (오히려 복지 등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그만큼의 격렬함이 보이지 않는다.) 1. 전원책 : 지금까지 야당은 북한의..

<도깨비>의 삼신할매가 '탄핵은 음모'라는 곽일천 교장을 만난다면?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부끄럽지만 뒤늦은 고백을 해보자. tvN 를 만난 모든 날들이 좋았고, 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고작' 드라마일 뿐인데도 그저 속도 없이 좋았고, 그리하여 참으로 퍽 난감하였다. 비록 는 종영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니까)의 심장은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첫사랑'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아름답고 매력적인 드라마였다.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육성재, 조우진, 김민재, 김소현, 김병철, 박경혜.. 정말이지 모두가 좋았다. 이처럼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지만, 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와 배우)를 꼽으라면 '삼신할매' 역을 맡았던 이엘을 언급하지 않을..

소신있는 삶을 살아온 고민정, 그의 '정치'를 응원한다

고민정. 그의 이름 세 글자를 외우게 된 건, 지난 2013년 한 예능 방송을 통해서였다. KBS2 에 출연했던 그는 "조기영 작가와 결혼했는데, 시인과 결혼하면 돈 벌이가 없지 않냐?"는 이경규의 물음에 "네, 없어요. 하지만 KBS에서 받은 월급으로 집도 사고 저금도 한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드는 생각은 물질에 끌려 다니지 말자는 것이다. 명품 가방 100만 원짜리를 하나 사느니, 10만 원짜리 10개를 사서 들고 다니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며 자신의 인생관과 행복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저함 없는 그 단단한 생각들을 듣는 순간, 그(와 그의 남편)가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여럼풋이나마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이름을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

개새끼론? 철부지? 시국선언의 중심에 선 학생들, 그들이 자랑스럽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사업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독자적' 투쟁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와 그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 입학 과정과 재학 중 여러가지 특혜를 받았다는 '고구마 줄기'를 캐냈다. 학생들이 2,000여 건에 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대자보를 붙이는 등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덕분이다. 아득바득 버티던 최경희 전 총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었고,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열어젖힌 역사적인 사건이 됐다. 역사는 그리 기록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져라" 지난 2일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선포식'을 개최했다. 87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학생의 날)인 3일에는 각 캠퍼스 별로 집회를 개..

손석희와 달랐던 김주하, 그가 만든 '나쁜 최순실과 불쌍한 박근혜'

"만약 최순실 태블릿PC를 YTN 기자가 구해왔다면 보도할 수 있었겠나?" 뉴스 채널 YTN 경제부의 한 기자는 자사(自社)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언론사마다 자성의 목소리가 드높다. YTN뿐만 아니다. 지상파 방송인 KBS, MBC, SBS 소속 기자들의 반성도 이어지고 있다. 기시감이 든다. 지난 2014년 대한민국을 충격 속으로 몰고 갔던 그때가 떠오른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직후, 언론들은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기레기'라 칭하는 '위악(僞惡)'을 떨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소리치지 않았던가. 한낱 기자 '나부랭이'들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반성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SBS 기자협회의 권영인 협회장은 JTB..

농민 백남기를 떠올리며 노무현을 그리워해선 안 된다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아이와 어울리고, 놓고 온 휴대전화를 찾아 '직접' 헐레벌떡 뛰어가는 버락 오바마를 보면서 '우리에게도 저런 대통령이 있었다'고 추억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겐, 각자가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인간 노무현'을 그리워 할 자유가 있다. 물론 리더십이 실종되고, 그저 눈앞의 이익만 좇는 모리배(謀利輩)에 가까운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정치인 노무현'을 떠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대통령 노무현'이 그리울 수 있다. 하지만 '농민 백남기'를 떠올리며 '노무현'을 그리워한다는 건 불편하고 잔인한 일이다. 농민 백남기와 대통령 노무현이 그리웠던 밤 지난 2005년 11월 15일 농민대회(시위)에 참가했던 농민 전용철 · 홍덕표 씨가 사망했다. 당시 국가인권위는 두 사람의..

"그동안 타협했다" 자성의 사법부,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許)하자!

"성장 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종교 · 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항소심에서 첫 무죄 판결이 나왔다. 18일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 A씨에 대해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1년 동안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여럿(9건) 나오긴 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김영식 ..

가난한 청춘 · 웃지 못하는 청춘을 더 참혹하게 만드는 사회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을 절도라고 한다. 따질 것도 없이 명백히 나쁜 짓이다. 사실판단(事實判斷)이야 그렇다치고, 가치판단(價値判斷)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 가령, 사회 고위층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대범한 절도 행각을 벌이는 대도(大盜)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묘한 생각이 든다. 비록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는 응원까지 하게 된다. 한편, '장 발장(Jean Valjean)'과 같은 생계형 절도범에겐 '어쩌다 저리 됐을까..'라며 애잔한 감정을 품기도 한다. 광주의 한 대학교의 도서관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은 어떨까? 용의자인 40대 남성은 동안(童顔)의 외모에 대학교 교재(『국토 및 지역계획론』)를 들고 마치 대학원생인양 도서관..

['감히'의 사회학] "네가 감히?", 대한민국에 드리운 권위주의

▶ 감히① 두려움을 무릅쓰고 과감하게.② 자신의 신분이나 능력 따위를 넘어서서 주제넘게. "김제동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 군 간부 문화를 정말 희롱하고 조롱한 것으로 군에 대한 신뢰를 굉장히 실추시키고 있다"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 촌극(寸劇). 그 이상 적합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어휘력의 부족을 탓해야 할까? 새누리당의 백승주 의원은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방송인 김제동이 JTBC 에서 이야기했던 '영창 에피소드'를 문제 삼았고, 급기야 김제동의 우스갯소리는 '군(軍)에 대한 모독'으로 비화됐다. 김제동은 '감당할 수 있으면 부르라'고 당당히 외쳤고, 국방위 김영우 위원장은 '증인 불채택 방침'을 밝히면서도 김제동에게 사죄를 요구했다. '감당할 수 없어서' 못 부른 꼴이 됐지만, '권위'는 챙..

출산장려금 그리고 인센티브, 이런 방식으론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아이를 낳으면 '돈'을 드립니다" 기껏해야 '100만 원' 남짓한 돈을 받기 위해 아이를 낳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출산장려금' 제도를 제각기 시행하고 있지만, 그 얼마 안 되는 돈이 '출산'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영향력은 없어 보인다. 조금만 삐딱하게 생각해보면, '출산장려금'이라는 건 꽤 불쾌한 정책이다. 100만 원이라는 '미끼'를 던지면 사람들이 기뻐서 아이를 순풍순풍 낳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대한민국 시민들이 그 정도에 낚일 만큼 '바보'들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애초에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능하면 더 많이 주는 곳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은 하지 않을까? 전라남도 해남군은 4년째 출산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애석하게도 '돈'이다. 첫째 아이를..

여전히 강력한 선별적 복지, 무상급식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무상급식'을 최초로 도입한 지자체는 어디일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아니면 투표 성향이 야권인 어느 지역을 언뜻 떠올렸을 테지만, 그러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그 주인공은 경남의 거창군이었다. 당시 거창군수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강석진 군수였다. 그러니까 '정치권'의 손을 타기 전, 다시 말해서 '이념'이 덮입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무상급식'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거창에서 시작된 무상급식의 바람은 남해군 · 하동군 등 도내 전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초 · 중 · 고 전체 학생 44만여 명 가운데 약 64%에 해당하는 28만 5,000여 명이 무상급식을 제공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경남'은 사정..

"결혼은 언제 하니?" 추석 연휴를 맞아 비혼(非婚)에 관한 단상

망언(妄言)과 실언(失言)은 옆 나라의 오만한 정치인만 하는 게 아니더라. 친지 사이에도 하지 않아도 좋을 말들이 경계 없이 오간다. 그 망언은 망언(亡言)이 돼 서로 간의 마음을 '잃고(亡)' 더 나아가 사이를 '망(亡)'친다. '덕담'이라는 이름으로 '무례'가 저질러지고 '상처'가 생긴다. "공부는 잘 하니?", "취업은 했니?", "연봉은 얼마니?" 끔찍한 연휴의 풍경에는 여러 버전이 있지만, 이번에는 "결혼은 언제 하니?"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전체 혼인 건수는 30만 2,800건 (2015년 기준)- 전년보다 0.9% 감소 여전히 결혼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직업적으로 높은 성취를 이룬 아들을 바라보면서 "어머, 쟤가 왜 저래"라며 놀라며, 끝내 "장가를 가야 할 텐..

소방관들을 위한 기도,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오늘도 어김없이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당신이 듣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분명 어딘가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때로는 날카롭고, 어떤 때는 다급하다. 그 소리의 번짐이 처절하고, 또는 단호하다. 사이렌 소리는 각종 위험의 최전선에 서 있다. 또, 모든 종류의 요구의 최전선에 서 있다. 가지 않는 곳이 없고,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 소리는 외면하지 않는다. 신고(요청)가 있다면 출동한다. 그 원칙은 절대불변이다. 김훈은 이렇게 말한다. 도심을 뒤흔드는 사이렌 소리는 다급하고도 간절하다. 질주하는 소방차의 대열을 바라보면서 나는 늘 인간과 세상에 대해서 안도감을 느낀다. 재난에 처한 인간을 향하여, 그 재난의 한복판으로 달려드는 건장한 젊은이들이 저렇게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

'언 발에 오줌누기', 저출산 시대에 근본적 고민 없는 정부

'80조 원'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출산을 장려한다는 명목으로 쏟아부은 예산이다. 워낙 단위가 커서 피부에 와닿는 현실감은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80조 원'은 굉장히 많은 돈이라는 것이고, 그쯤 썼으면 어떤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저출산'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급기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가장 큰 구조적 위험이며,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내용의 호소문까지 내놓았다. 되묻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80조 원을 쓰지 않았나. 그런데 왜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인가. 물론 '저출산'이라는 추세는 단지 대한민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과제이고, 따라서 그것..

누진제 개편 '안 된다'던 정부, 이젠 '된다'고?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어? 다 되지~" KBS 의 시청률이 지금과 달리 2~30%를 거뜬히 찍던 시절, '현대생활백수(2005년 11월 ~ 2006년 5월)'라는 코너에 출연했던 개그맨 고혜성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던 유행어다. "자장면 2,000원에 안 되겠니?"라며 기어코 자장면 가격을 깎아내던 그의 익살스러운 개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의 유행어는 여러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돼 쓰였다. 당시에는 그저 웃어넘겼던 저 짧고 간단한 우스개가 이젠 새삼 달리 읽힌다. '우기면 된다' 정도의 1차원적인 해석에 머물기엔 뭔가 아쉽다. '안 되는 게 없다'는 말은 끝까지 도전하다보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의 언어로 풀이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 앞에 '대한민국에'가 붙는..

현각이 가리키는 달을 볼 것인가, 현각의 손가락을 볼 것인가?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사회를 향해 날선 펜대를 거침없이 휘두르던 '파란 눈의 한국인'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아니 '박노자'의 등장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적나라한 비판들에 대해 사람들은 신선하다 여겼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불쾌함에 가까운 불편함을 드러냈다. "네가 뭔데? 대한민국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아?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냐?" 사람들은 박노자의 비판을 애써 '외부인'의 목소리 쯤으로 치부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내부인'이었고, 그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이 한국 불교에 던진 비판은 그런 느낌으로 와닿는다. 그는 한국 불교의 유교적 권위주의, 기복신앙, 물질만능주의 등을 지적하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예일대 학부, ..

폭염 속 버스에 8시간 갇혔던 아이, 매뉴얼이 유명무실한 사회의 민낯

"운행 종료 후에는 차 안을 맨 뒷좌석까지 반드시 확인해 어린이 혼자 통학버스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한다." 광주시 교육청이 지난 2월 모든 유치원에 보냈던 매뉴얼 내용의 일부다. 그 목적이 뚜렷하고, 내용이 명징하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만약 이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4세 아이가 35.3도의 폭염 속에 밀폐된 버스에 갇혀 8시간 가량을 보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열사병 증세를 보인 그 아이는 의식을 잃고 탈진한 채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의식불명 상태다. 차량 내부 온도는 60~70도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이라고 해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불볕더위, 찜통더위, 용광로..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열기 속에서 고통스러워 했을 아이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

스웨덴의 6시간 노동 실험, 다른 생각의 문을 열어젖히다

"유토피아인들은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눠 그 중 여섯 시간만을 일할 시간으로 배정하고 있습니다. 정오까지 세 시간 일하고,정오가 되면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점심 후에 두 시간 쉬고 나서, 다시 세 시간 일합니다." 『유토피아』라는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신학자이자 사상가(그는 법학자이기도 하고 정치가이기도 하다)인 토마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는 그 명저(名著)에서 인간에게 적당한 노동은 하루 6시간이라고 주장했다. 15세기의 일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16세기 유토피아 사상가인 토마소 캄파넬라(Thommaso Campanella, 1568-1639)는 한발 더 나아가 5시간이 가장 적당한 노동 시간이라 말한다. 물론 이들의 생각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