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JTBC <썰전>을 이끌고 있는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는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할 만큼 신묘한 케미를 자랑한다.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롤'을 부여받은 두 사람은 정치 · 사회 · 문화 등 각종 현안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도 서로의 '존재'와 '포지션'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물론 독불장군으로 변신하는 전원책을 잘 다독이며 이끌고 나가고 있는 건 전적으로 유시민의 몫이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때론 '앙숙'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절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두 사람이 가장 뜨겁게 맞부딪치는 주제가 있으니, 바로 '대북 정책'이다. (오히려 복지 등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그만큼의 격렬함이 보이지 않는다.)



1. 

전원책 : 지금까지 야당은 북한의 김정은에게 대화하자고 퍼주고 다 해주자는 거 아니에요!

유시민 : 9년 동안 제재해서 뭐가 좋아졌어요?

전원책 : 제재 안 하고 퍼줘서 뭐 어떻게 됐습니까? 핵 개발밖에 더 했어요?

유시민 : 뭘 퍼줬어요, 퍼주기는. 이명박이 더 퍼줬지.


2. 

전원책 : 북한이 원하는 걸 다 해주고, 그 결과가 긴장이라도 조금 낮아지고 하면 좋은데.

유시민 : 긴장은 많이 완화됐죠. 민주 정부 10년 동안, 그게 객관적인 사실이죠.

전원책 : 아니죠. 암암리에 핵은 더 고도화시키고 미사일은 드디어 ICBM까지 나왔지 않습니까.

유시민 : 그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다 개발한 거예요.

전원책 : 아니, 핵실험을 처음 한 건 노무현 정부 때 한 거예요.

유시민 : 장거리 미사일은 다 이명박 정부 때 한 거 아니에요.


지난 4월 13일 방영된 <썰전>의 한 대목이다. 사실 두 사람의 토론은 매번 제자리를 맴돈다. 그들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대화 vs 제재.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과거 소환'은 일상적이라 할 만큼 익숙하다.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해야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소위 전문가들을 불러놓고 벌이는 토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보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런 모습만 주구장창 보고듣다보니 친구들과의 술자리나 친지들이 모인 명절 식탁에서도 그 이야기는 고스란히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진보와 보수를 통틀어 최고의 지성이라고 할 만한 유시민과 전원책의 대화조차 저러하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이런 상황은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DJ 시절에 북에 넘어간 돈이 현물과 달러 등 22억 달러,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현물하고 현금하고 넘어간 게 44억 달러다. 그 돈이 핵무기가 돼서 돌아왔다"고 지적하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금액은 오히려 이명박 · 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다. 확인해 보시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이는 3월 3일 CBS가 주최했던 더불어민주당 경선 첫 토론회에서 "김대중 · 노무현 정부에 대해 북한 퍼주기라고 비난하는데 실제 대북송금액은 YS 때 가장 높고 이명박 정부도 많았고 김대중 정부는 그보다 적었다"던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홍 후보의 것이 좀더 사실에 가깝다. 구체적인 수치는 이러하다. 통일부가 제시한 자료(2017년 2월 기준)에 따르면, 정부와 민간의 인도적 지원을 의미하는 '대북 현물 제공'을 제외하고, 단순히 '대북 송금'만 놓고 봐도 노무현 정부 22억 938만 달러, 김대중 정부 17억 455만 달러, 이명박 정부 16억 7,942만 달러, 김영삼 정부 9억 3,619만 달러 순이었다. 물론 '대북 현물 제공'도 노무현 정부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도 문 후보가 저리 자신만만하게 '확인해 보시라'고 큰소리를 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문 후보가 아무런 근거 없이 말하진 않았을 터. 추측건대 문 후보가 인용 혹은 참고한 자료는 2010년 당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윤 의원이 제공받았던 '역대 정권 대북 송금액'(2010년 10월 5일 KBS와 조선일보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1조 9,200억 원으로 김대중 정부 1조 5,500억 원, 노무현 정부 1조 6,200억 원보다 더 많다고 돼 있다. 김영삼 정부의 경우에는 4조 원으로 월등히 많다. 하지만 이 자료는 일부 자료(교역 · 위탁 가공 관련 액수)가 누락된 것으로 완전치 않은 통계였다는 것이 통일부의 답변이다. 


결과적으로 홍 후보의 발언이 좀더 정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숫자를 두고 '너네가 더 많이 지원했어! 너희들 책임이야'와 같은 수준 낮은 싸움을 벌일 것인가. "김대중-노무현의 대북정책 핵심은 '어떠한 경우에도 대화의 끈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원칙만큼은 계승해야 한다"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퍼주기 논란에서 과거의 통계를 사용했던 건 유감이다.)의 말처럼, 우리는 '핵심'에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대북정책의 '기본 원칙'을 천명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공포의 시나리오를 조장해서 국민들 협박하고, 이런 식의 안보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우파의 전술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 남북관계라든가 북핵 · 미사일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을 가려막는 건 감정에 휘둘리는 거예요. 미우니까 때려버려야 해. 그리고 우리 힘으로 못 때리면 저기 바다 건너 센 놈 데려와서 때려버려야 돼.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가 전쟁으로 점철된 거예요. 저는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군사 행동이 있어서는 원칙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보고요." (유시민)


남북관계에 있어 '평화'를 이야기하는 정치인들과 그런 생각을 지지하는 있는 시민들은 좀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듯 하다. 시대의 흐름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김대중 · 노무현, 이른바 민주 정부 10년동안 '대화' 국면이 진행됐고, 그 반동(反動)으로 이명박 · 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 정부 10년의 '제재' 국면이 등장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강경 대책이 낳은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다. 개성 공단이 폐쇄됐고, 그로 인해 수많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뿐인가. 그 어느 때보다 대화가 철저히 단절된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한반도의 숨막히는 긴장은 (군수 산업을 제외하면)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았다. 


반동 이후에는 또 다른 반동이 이어진다는 역사의 전례를 돌이켜본다면, 다시금 변화가 시작될 차례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지난 2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차기정부 대북관계 방향성'을 조사했는데,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조의 응답이 68.6%였다고 한다. 반면, '북한에 강경한 대응으로 나가야 한다'는 대답은 26.5%에 그쳤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의견은 '평화적인 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핵과 미사일 등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한다(58.9%)는 것이었다.


선거 때마다 불어닥쳤던 '북풍'이라는 '유령'의 영향력도 자잘해진 지 오래다. 더 이상 유권자들은 그와 같은 '쇼'에 속지 않는다. TV 토론회를 통해 불거진 '주적 논쟁'이나 뜬금없이 다시 제기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논란도 선거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오마이뉴스>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에 확인하고 결정하자고 말한 사람은 정작 송 전 장관 본인이었다"는 내용의 증언을 확보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자칭 보수 후보들은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최한 1차 초청 토론회(3차)에서도 또 다시 '색깔론'을 제기하며 한심한 작태를 계속하고 있다. 



색깔론은 효과가 있었을까? 그 표적이 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을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대선 후보 지지율을 살펴보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44.4%로 굳건했다. 반면, 철지난 '색깔론'에 의존한 채 스스로의 존재감을 갉아먹고 있는 두 명의 정치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8.4%,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5.0%에 그쳤다. 이와 같은 여론조사 결과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 23일 토론회에서 심상정 후보가 내뱉은 시원한 일갈(一喝)로 대신하고자 한다. 양측 모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 결정이 잘된 것이냐, 잘못된 것이냐 진실공방이 아니다. 이전투구식으로 가고 있다. 그 당시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기권 결정을 했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새누리당에서 10년간 너무 적대적으로 대치관계에 있어 상상이 안가겠지만 그때는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6자회담도 이뤄질 때이다. 남북이 평화로 가는 절호의 기회인데 한국의 대통령은 그것을 살리는 것으로 정무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북한과 대화를 안할 것이냐. 문재인 후보도 책임 있다. 단호하고 당당하게, 자신있게 입장을 밝혔으면 이렇게 오지 않았을 것이다. NLL, 사드, 인권결의안 등 모호한 태도가 정쟁을 키우는 측면이 있지 않은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대통령은 통치권을 위임받은 주체다. 비서실장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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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부끄럽지만 뒤늦은 고백을 해보자. tvN <도깨비>를 만난 모든 날들이 좋았고, <도깨비>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고작' 드라마일 뿐인데도 그저 속도 없이 좋았고, 그리하여 참으로 퍽 난감하였다. 비록 <도깨비>는 종영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니까)의 심장은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첫사랑'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아름답고 매력적인 드라마였다.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육성재, 조우진, 김민재, 김소현, 김병철, 박경혜.. 정말이지 모두가 좋았다.



이처럼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지만, 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와 배우)를 꼽으라면 '삼신할매' 역을 맡았던 이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꼬부랑 할머니가 아니라 강렬한 레드 정장을 입은 섹시함 가득한 삼신할매라니! 기존의 틀을 깨버린 김은숙의 창의적 발상과 이를 100% 소화한 이엘의 매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또, 어느 장면 하나 빠뜨릴 수 없지만, 그 가운데 가장 전율스러웠던 장면을 꼽으라면 삼신할매의 잊을 수 없는 한마디(11회)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은탁(김고은)의 졸업식 날이었다. 부모들이 교실로 들어와 자녀들과 기쁨을 나누는 동안 그는 쓸쓸히 홀로 앉아 있었다. 그 외로움이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의 삼신할매가 또각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걸어와 지은탁에게 목화꽃 다발을 안긴다. "잘 컸다. 엄마가 기뻐하실 거야." 그리고 온갖 상스러운 말과 해코지로 지은탁을 못살게 굴었던 담임 선생에게 다가가더니 이렇게 일침을 놓는다. "아가, 더 나은 스승일 순 없었니? 더 빛나는 스승일 순 없었어?" 이 한마디에 담임 선생은 대성통곡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왜, 뜬금없이 <도깨비> 이야기냐고? 그것도 왜 갑자기 삼신할매 타령이냐고? 왜냐하면 지난 7일 열린 서울디지텍고등학교의 종업식(終業式)에서 곽일천 교장이 벌인 촌극 때문이다. 그날 곽 교장은 학생들을 모아두고 '탄핵정국에 대한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의 토론회'라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약 50여 분 동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 음모"라는 주장을 늘어놨다. 반면, 학생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이걸 어찌 '토론'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참다 못한 1학년 여학생이 발언권의 비평등성을 지적하자 "그래서 내가 여러분에게 질문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답변하는 아스트랄함이라니.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토론을 해본 적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그런 형태를 토론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고 말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동영상을 확인한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절대 토론회의 형식이라고 할 수 없는 단순한 훈화시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곽 교장은 "탄핵 사건을 처리하는 우리 사회는 정의로움이 사라졌거나 부족하다. 지극히 법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하고 있다.", "언론도 진실을 보도하지 않고 자기의 정략적 의견과 허위사실을 말하면서 사회를 선동시키고 있다."면서 탄핵 당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하는 데 온힘을 다 쏟았다. 게다가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 아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찌라시'의 억지를 고스란히 옮겨다 놓은 꼴이 아닌가. 학생들이 반론을 제기하자 더욱 노골적으로 박 대통령을 변호하는 데 열을 올렸다. 교육자라고 하기엔 한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논란이 점차 확산되자 곽 교장은 13일 해명에 나섰다. "한 사회과학자로서 그리고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장으로서 학생들이 어느 한쪽에 치우친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를 균형 잡도록 해 주는 교육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지만, 당시의 동영상과 기사를 통해 밝혀진 곽 교장의 생각이야말로 어느 한쪽에 완전히 치우쳐 있지 않았던가? 또, 그의 주장과 이야기 방식은 그저 일방적인 강요에 지나지 않았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과학자, 그리고 교육자의 민낯은 이처럼 해괴망측한 것이다. 


게다가 해명에서조차 "토론회의 핵심은 최근의 탄핵 사태가 과거 광우병 파동이나 미군 장갑차 사건처럼 비이성적이고 잘못된 정보에 의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만 봐도 그가 지극히 편한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교육청은 곽 교장을 상대로 진상 파악에 나섰고,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 설립자의 아들이자 학교의 사실상 소유자인 그가 이를 두려워 할지는 의문이다. 



<도깨비> 속 삼신할매가 현실에도 존재한다고 상상을 해보자. 그렇다면 서울디지텍고등학교의 종업식 현장에도 분명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시선을 압도하는 레드 정장을 입은 삼신할매, 이엘은 또각또각 구둣소리를 내며 곽 교장 앞에 다가갔을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가, 더 나은 스승일 순 없었니? 더 빛나는 스승일 순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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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고민정. 그의 이름 세 글자를 외우게 된 건, 지난 2013년 한 예능 방송을 통해서였다. KBS2 <가족의 품격-풀하우스>에 출연했던 그는 "조기영 작가와 결혼했는데, 시인과 결혼하면 돈 벌이가 없지 않냐?"는 이경규의 물음에 "네, 없어요. 하지만 KBS에서 받은 월급으로 집도 사고 저금도 한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드는 생각은 물질에 끌려 다니지 말자는 것이다. 명품 가방 100만 원짜리를 하나 사느니, 10만 원짜리 10개를 사서 들고 다니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며 자신의 인생관과 행복론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저함 없는 그 단단한 생각들을 듣는 순간, 그(와 그의 남편)가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여럼풋이나마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이름을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다음 날, 황색 언론들은 고민정 아나운서의 '말' 중에서 '남편이 돈벌이가 없다'는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춰 기사들을 쏟아냈다. 자극적인 기사로만 내용을 접한 대중들은 고민정 아나운서를 향해 '안쓰럽다'는 반응을 보냈다. 




아무래도 재미를 위주로 편집이 될 수밖에 없는 '예능'이라는 방송의 생리, 그리고 자극적인 내용만 골라 가위질한 뒤 덕지덕지 살을 붙이는 황색 저널리즘의 생리가 만들어 낸 몹쓸 풍경이었다. 또, 여전히 '남편=가장(家長)'이라는 부계제의 관습이 뭇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가장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사회에서 고민정 아나운서의 조금 생경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안줏거리마냥 이리저리 씹히고 돌아 다녔다. 


이런 상황이 당혹스러웠던 고민정 아나운서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내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걸까, 내가 너무 민감한걸까. 내 월급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말. 물론 내가 한 말이지만 앞뒤 문맥 없이 그 부분만 따서 기사 제목으로 만드니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말이 되버렸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심경을 담은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을 통해 좀더 분명히 고민정 아나운서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됐고, 그에 대해 가졌던 첫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됐다.


"꿈이 없던 내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해줬고 순간순간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언론인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고민정을 만들어준 사람이 남편이다. 그런데 마치 난 소녀가장이고 남편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잠이 오지 않는다. 난 지금껏 남편이 작가로서 돈을 벌기 위한 글을 쓰는 걸 반대해왔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방송을 하는 게 아니듯 돈을 벌기 위해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의 경제활동을 반대한 건 나인데. 꿈도, 미래도 없던 대학생인 내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해줬고 헌신적으로 도움을 줬던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아무도 내게 아나운서의 가능성을 찾아보지 못했을 때 그걸 발견해줬고 말솜씨도 글재주도 없던 내게 꾸준히 옆에서 선생님 역할을 해줬다.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그저 웃음만 주는 사람이 아닌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옳은 소리를 해준 것도 그 사람이다. 아무런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 위에 작게나마 지금의 나란 사람을 그려준 것 또한 그 사람인데 지난 15년 동안 그렇게 나를 빛나게 하기 위해 스스로 빛도 나지 않은 역할을 해왔는데 한 순간에 아내에게 모든 짐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남편이 돼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 그것도 나로 인해."


다소 긴 내용이지만 전문을 인용한 까닭은 이 글 안에 고민정과 조기영 시인의 삶과 태도가 고스란히 적혀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작가로서 돈을 벌기 위한 글을 쓰는 걸 반대"했고, "가 돈을 벌기 위해 방송을 하는 게 아니"라고 대목은 두 사람이 '돈'이라고 하는 굴레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좇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꿈도, 미래도 없던 대학생인 내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해줬고 헌신적으로 도움을 줬던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남편"이라는 부분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상적인 '(부부) 관계'를 보여줬다.


고민정의 글은 상당히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오해'를 하고 있던 대중들은 진심으로 그들을 응원했다. 이후에 두 사람은 방송을 통해 얼굴을 비췄다. 2014년 방송된 KBS1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에서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네팔로 여행을 떠나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2015년에는 KBS2 <결혼이야기>에서 자신들의 결혼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들려주기도 했다. 다른 부부들처럼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위기를 딛고 일어서고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됐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치지 않겠습니다. 지금의 절박한 그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고민정 아나운서)


그리고 잠시 잊혔던 그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니라 유력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선거 캠프에 합류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문재인 전 대표 측은 공식 블로그에 "KBS 간판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씨가 문재인 전 대표를 도와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겠다고 뜻을 밝혔다"는 글을 게시했다. 아니, 난데 없이 '정치'에 발을 내딛겠다니. 무슨 이유에서 였을까. 안정적인 직장인 KBS를 버리고(?) 거친 황무지로 나가다니!


이유는 다름아니라 '언론 자유'였다. 지난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KBS는 그야말로 처참히 무너졌다.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자존심을 지키지 못하고, 권력에 무릎꿇고 하수인 역할을 자처했다. 이른바 '청와대 비호방송'이라는 조롱까지 들어야 했고,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 성재호 KBS 본부장은 "KBS내부에는 수많은 (청와대발) 언론부역자들이 있다. 이는 청와대발 낙하산 사장들이 KBS로 내려오기 때문"이라며 언론장악방지법을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민정 아나운서가 오랫동안 몸을 담아왔던 KBS에서 퇴사하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KBS의 사정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앞서 인용했던 고민정 아나운서의 글에서 놓쳤던, 중요한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그저 웃음만 주는 사람이 아닌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옳은 소리를 해준 것도 그 사람" 그렇다.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 고민정 아나운서는 KBS를 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KBS를 지키는 선택을 한 것이다.




"2012년 대선 결과가 나온 날 아침, 당신은 눈물을 쏟으며 출근했었지. 방송국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5년을 참아왔는데 5년을 다시 견뎌야 한다니 막막했겠지. 시끄럽고 불편하며 낯설기까지 한 전투를 각오해야 하는 현실 참여에 당신이 흔들린 걸 보면 당신에겐 세상을 바꿔보고자 했던 학생 때의 열정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나 보오."


그의 남편인 조기영 시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당신을 문재인에게 보내며"라는 글을 공개했다. "아, 이걸로 아내를 뺏기는구나. 이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 싶다. 꽃길만은 아닐 그 길에 당신의 건투를 비오."라는 당부로 갈무리한 그 편지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 고민정 아나운서의 고민과 결의를 엿볼 수 있었다. 소신있는 삶을 살아왔던 그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 부디 그가, 그 책임감을 지켜내길 기대한다. 망가진 방송국을, 국민의 방송국으로 되돌리는 데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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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평생교육 단과대학사업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독자적' 투쟁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와 그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 입학 과정과 재학 중 여러가지 특혜를 받았다는 '고구마 줄기'를 캐냈다. 학생들이 2,000여 건에 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대자보를 붙이는 등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덕분이다. 아득바득 버티던 최경희 전 총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었고,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열어젖힌 역사적인 사건이 됐다. 역사는 그리 기록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져라"


지난 2일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선포식'을 개최했다. 87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학생의 날)인 3일에는 각 캠퍼스 별로 집회를 개최했고, 5일에는 '동시다발 전국 대학생 지역별 시국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12일로 예정돼 있는 '민중총궐기'에 맞춰 일정을 맞추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2030 청년들의 모임 '청년하다'는 인터넷 구글 지도에 시국선언에 참여한 대학교를 표시한 '시국선언 지도'를 제작했는데, 4일 현재까지 107개 대학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4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MF라는 국가 부도 사태를 야기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6%보다도 낮은 수치다. 세대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20대 1%, 30대 1%, 40대 3%, 50대 3%, 60대 이상이 13%였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60대 이상조차도 박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이다. 워낙 밑바닥까지 떨어진 처절한 지지율 탓에 20대의 낮은 지지율이 표가 나지 않지만, 사실 박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외면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18대 대선 직후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20대로부터 33.7%를 득표할 것이라 예측됐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65.8%였다. 30대에서는 33.1% VS 66.5%, 40대에서는 44.1% VS 55.6%로 표가 갈렸던 점을 보면, 결국 18대 대선을 결정지은 건 연령대별 유권자 비중이 높았던 50대와 60대 이상이었다. 그들은 62.5%, 72.3%라는 몰표를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줬다. '미래'를 위한 선택을 '미래'를 열어가야 할 세대에게 맡기지 않고, '기득권'을 쥐고 있거나 쥐었던 '과거' 세대가 좌지우지한 셈이다. 


18대 대선에서부터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마주하는 일련의 흐름은 분명한 사실 한 가지를 말해주고 있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20대 개새끼론'은 그 이름을 빌려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냈던 이른바 '386 세대'의 깊은 반성으로 귀결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거리로 나와 민심을 이끈 건 언제나 학생들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권은 물러나야 한다"고 외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본능적으로 '구린 것'과 '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거부하는 정신을 갖고 있었다.



"어른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도 다 알고 있어요.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있거든요."


지난 29일, 광화문 일대에서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 사실을 전혀 들은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모였고, 각자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기 시작했다. <오마이 TV>의 생중계를 보고 있던 중, 인터뷰에 응한 한 고등학생(남)의 발언은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품게 만들었다. 그는 '얼느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들도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고, 적절히 판단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전국의 중 · 고등학생들은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고등학교 학생들은 "박 대통령은 4·19혁명, 서울의 봄,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장구한 민주투쟁의 역사를 지닌 민주법치국가의 수장임을 스스로 부정했다. 더 이상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전북 김제에서는 중학생 20여 명이 스스로 만든 피켓을 들고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중고생연대와 중고생혁명추진위원회, 전국중고등학교총학생회연합 등 3개 청소년 단체는 5일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중ㆍ고등학생들의 집회'를 열 계획이라 밝혔다. 최준호(19) 중고생혁명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은 4ㆍ19혁명, 6월 민주항쟁 등의 가장 앞에 학생들이 있었다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통해 책임을 지는데도 우리 중ㆍ고등학생들이 가장 앞장설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시국 선언의 '들불'의 중심에 이처럼 학생들이 자리하고 있다. 


'20대 개새끼론'에 대한 반성 못지않게, 중 · 고등학생들을 '철없는 어린애'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쯤으로 여기며,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일쑤였던 '어른'들의 낡은 생각도 각성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20대에겐 왜 투쟁하지 않느냐, 너희는 왜 우리처럼 학생 운동에 뛰어들지 않느냐고 타박하면서 정작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부모'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386 세대의 '민낯'은 아니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세종 온빛초등학교 정유진 선생님은 알파고 시대, 공부보다 사는 법 가르치는 가정 이뤄야(<한국일보>) 라는 기사를 통해 '좋은 부모는 좋은 시민'이라면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부모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에 대한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헌법과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해'볼 것을 권한다. 그의 조언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자. 주입식 교육, 입시 위주의 교육과 학벌주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끔찍한 세계, 그 안에서 지옥 같은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깨어 있다. 그들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건강한 방식으로 사고할 줄 알고, 그 판단과 생각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할 줄 알고 있었다. 취업 전선에 내몰린 청년들이 다시 '정치'를 이야기하고,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고3도 시국선언에 동참한다. 중학생들도 '선배들'에게 뒤지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끝없이 교차한다. 또한, 부끄러움이 스친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어른'들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박근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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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만약 최순실 태블릿PC를 YTN 기자가 구해왔다면 보도할 수 있었겠나?" 뉴스 채널 YTN 경제부의 한 기자는 자사(自社)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언론사마다 자성의 목소리가 드높다. YTN뿐만 아니다. 지상파 방송인 KBS, MBC, SBS 소속 기자들의 반성도 이어지고 있다. 기시감이 든다. 지난 2014년 대한민국을 충격 속으로 몰고 갔던 그때가 떠오른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직후, 언론들은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기레기'라 칭하는 '위악(僞惡)'을 떨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소리치지 않았던가.



한낱 기자 '나부랭이'들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반성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SBS 기자협회의 권영인 협회장은 JTBC <뉴스룸>의 시청률이 자사의 뉴스를 추월한 데 큰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정말 참담했다. 짜증났다. 화도 났다" 그러면서 그들(JTBC)은 우리가 무시하고 외면할 상대가 아니"란다. 뉴스 '신뢰도'에서 JTBC <뉴스룸>에 뒤진 지 오래건만, '시청률'의 역전에 저토록 민감히 반응하는 태도야말로 오히려 참담하고 짜증나고 화가 난다. 


"JTBC가 하는 것과 우리가 하는 것, 매일매일 비교하면서 그들하고 경쟁하고 뒤처지지 않게 열심히 싸워나가는 게 바른 언론사, 바른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하지만, 그 의지가 얼마나 갈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권영인 협회장은 섭섭해 하지 마시라. 당신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니까.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박수홍은 "(가족에 대한 악플을 제외하면) 연예인은 더 얘기 들어도 괜찮다"고 말하더라. 이 말을 패러디하자면, "기자는 더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들은 더 욕 먹어도 된다."



"약 70년 전 르 몽드 지의 창간자인 뵈브 메리는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을' 다루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저희들의 몸과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지리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 지난 2013년 9월 16일 JTBC <뉴스9> 첫 방송에서 손석희 앵커가 시청자에게 했던 다짐 -


두 번에 걸친 언론인들의 반성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MBC를 뛰쳐나가 JTBC에 자리잡은 손석희 앵커(사장)였다. 보도 부문의 '전권'을 갖는 조건으로 종편으로 이적했던 그를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비판했다. 그건 일종의 '의구심'이었다. <JTBC>의 사주가 한국 보수 언론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조중동' 가운데 <중앙일보>를 소유하고 있는 홍석현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또, <중앙일보>와 삼성 간의 '혈연(홍석현은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의 동생) 관계도 물음표를 더했다. 


하지만 손석희 사장은 <JTBC>에서 뉴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출연시켜 삼성의 노조 무력화 문건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삼성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에 관한 보도에도 앞장서는 등 성역 없는 '객관성'을 유지해왔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던 2014년에는 팽목항을 지키며 절망에 신음하던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 PC를 찾아내 공개하면서 '진실'을 전달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편, 손석희 사장과 함께 MBC에 몸을 담았던 후배이자, 손석희와 더불어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는 몇 안 되는 앵커인 김주하 씨의 행보는 또 다른 의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혼 소송 등 복잡한 개인사를 겪은 후, 2015년 7월 MBN으로 자리를 옮긴 김주하 특임 이사는 메인뉴스인 'MBN 뉴스8' 앵커가 됐다. "시청자들이 믿고 보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던 그는 시청률 면에서 오히려 손석희 앵커를 앞질렀다. 첫 방송에서부터 종편 메인뉴스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지난 2월에는 시청률 5%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김주하 앵커의 발언 전문


최순실씨에게…. 죄송하지만 오늘은 한 사람에게 이 시간을 할애할까 합니다. 최순실씨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최순실씨, 혹시 요즘 뉴스 보셨습니까? 대한민국이 지금 당신으로 인해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지난 3년 간 현 정권과 관련해 끊이지 않았던 소문의 배후가 당신이었다는 사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정작 그 주인공인 당신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독일로 갔다는 소식이 마지막이고, 독일에서도 많은 언론이 당신을 찾고 있지만 흔적조차 없다고들 하더군요.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딸과 평범한 대학생…. 쉽지않은 인연으로 만나 40년 간 우정을 지켜오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했을 것이고, 물심양면 도움도 줬을 겁니다. 하지만 그 언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대통령은 더 이상 한 개인이 아닌 국가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입니다. 대통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일진대, 지금 대통령은 당신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큰 곤경에 빠져있습니다. 물론 처음엔 언니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줬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새 호의는 권력이라는 보상을 받게 됐고, 당신은 그 권력을 남용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언니를 넘어 나라를 위해 한 일이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죠. 하지만 덕분에 그 언니는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죠. '지금까지 언니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이만큼 받고 있다' 당신이 한 말에서 보듯 당신은 이미 언니와의 의리가 순수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했죠. 당신 말대로 박 대통령과의 의리 때문이었다면, 나라가 들쑤셔놓은 듯 엉망이 된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떳떳하게 그동안 한 일을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어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대통령을 본 기자들은 그렇게 힘없고 어두운 모습은 처음 봤다고들 합니다. 지금 당신의 언니가 처한 상황이 그렇습니다. 진심으로 '언니를 위해, 나라를 위해 한 일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숨지말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오십시오. 그리고 그 의리를 보여주십시오. 국민을 대신해 김주하가 전합니다.


'여성들의 워너비'로 자리매김했던 김주하 앵커는 지난 26일 최순실 씨에 대한 코멘트로 가득 채운 '3분 브리핑'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으로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돼버렸다. 김주하 앵커는 '최순실 씨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형식의 브리핑에서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며 "쉽지않은 인연으로 만나 40년 간 우정을 지켜오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했을 것이고, 물심양면 도움도 줬"을 거라며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씨를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지금 대통령은 당신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큰 곤경에 빠져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피해자'로 만들어 버렸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다. '최순실'이라는 '핫 아이템'이 빠져 언론들이 정신을 잃고 있는 사이에 신나브로 형성된 프레임, '나쁜 최순실과 불쌍한 박근혜(대통령)'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김주하 앵커는 두 사람의 관계를 '언니와 동생'이라는 사적 관계로 치환하면서 공적인 부분에서 저지러진 만행을 '신의'의 문제로 뒤바꿔버렸다.


그러면서 제멋대로 '국민을 대신해 김주하가 전합니다'라니?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김주하는 '김주하'를 대변할 수 있을 뿐이다. 애초부터 앵커 김주하에 대한 '기대감'이 없던 터라, 이번 논란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가 생산하는 '뉴스'가 그리 건강한 것이 아니라는 건, 구의역 사고의 피해자 김 씨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눈물'을 카메라에 담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지 않았던가. 극단적인 비교를 하자면, '뉴스를 전달하는 손석희와 뉴스가 되고 싶은 김주하' 정도 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JTBC <썰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금태섭 대변인도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려왔던 국정농단 의혹을 이제부터 '박근혜 게이트'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한다면서 그 이유를 "박 대통령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경고이자,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한 확인"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본질과 은폐의 핵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사과문을 통해 "저로서는 좀더 꼼곰하게 챙겨보자고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한 최순실 씨의 '언어'는 어떠했는가. "왜 그런 것을 가지고 사회 물의를 일으켰는지 박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그의 발언은 '대통령=피해자'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려 애쓰고 있다. 


지금 우리는 '나쁜 최순실과 불쌍한 박근혜'라는 고약한 프레임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간에, 이 프레임을 만들고 단단히 하는 데 일조한 김주하 앵커에게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언론인으로서 그가 감내해야 하는 몫이다. 김주하 앵커는 "손석희와 김주하는 무엇이 다를까요? 손석희는 국민을 주어로 사용했고 김주하는 박근혜를 주어로 사용했다"는 정청래 전 의원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뉴스가 되려 애쓰기보다(그는 또 한번 성공했다), 그 중심에 '국민'을 두는 앵커로 환골탈태 하길 기대한다. 솔직히 지금은 제아무리 '손석희'와 '김주하'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쏟아지는 '지면'도 아까울 만큼 중대한 시국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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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아이와 어울리고, 놓고 온 휴대전화를 찾아 '직접' 헐레벌떡 뛰어가는 버락 오바마를 보면서 '우리에게도 저런 대통령이 있었다'고 추억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겐, 각자가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인간 노무현'을 그리워 할 자유가 있다. 물론 리더십이 실종되고, 그저 눈앞의 이익만 좇는 모리배(謀利輩)에 가까운 정치인들을 바라보며 '정치인 노무현'을 떠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대통령 노무현'이 그리울 수 있다. 하지만 '농민 백남기'를 떠올리며 '노무현'을 그리워한다는 건 불편하고 잔인한 일이다.



농민 백남기와 대통령 노무현이 그리웠던 밤 <미디어오늘>


지난 2005년 11월 15일 농민대회(시위)에 참가했던 농민 전용철 · 홍덕표 씨가 사망했다. 당시 국가인권위는 두 사람의 사망 원인을 '경찰의 과잉진압'이라 명시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용철 씨는 기동대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진행방향에 서 있다가 떠밀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두부손상이 발생했고, 홍덕표 씨는 경찰의 방패에 뒷목 등을 가격 당해 경추 손상을 입었다. 그리하여 두 농민은 사망했다. 명백한 공권력의 남용이었고, 국가폭력에 의한 죽음이었다.


정확히 10년의 세월이 흐른, 그럼에도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는, 2015년 11월 14일로 시선을 옮겨보자. '1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농민 백남기 씨는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고, 병상 위에서 317일 간의 사투를 벌였음에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백남기 씨에게 '조준'된 물대포의 위력이 얼마나 끔찍한 것이었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명백한 공권력의 남용이자 국가폭력에 의한 죽음이었다. 



- 2005년 12월 26일 저녁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전원회의 결과를 공개하면서 전용철, 홍덕표씨 사망원인이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라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바로 다음 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참모들의 의견이었나? 

"아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는 말을 쉽게 꺼내기는 어렵다. 경찰의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었고, 소관 부처가 있는데... 시민사회수석으로서도 진상을 숨기거나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엄정하게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시점에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가지 않았다." 


- 그렇다면 대통령 자신의 생각이었나? 

"그렇다. (2005년 12월) 27일 아침에 대통령이 비서실장, 정책실장, 소관 수석인 나를 불러서 농민사망 사태에 대한 대통령 사과를 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 참모들의 반응은 어땠나? 

"다들 만류했다. 아직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고 각 부처에 직접적인 책임자들도 있었다. 경찰청도 있었고. 그런데 대통령이 먼저 사과하는 것은 너무 나가시는 것이라는 신중론이 다수였다." 


- 만류에도 강행한 것인가? 

"당시 대통령 입장에서는 따지려면 따져볼 만한 내용은 충분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검토할 부분은 있지만 공권력 행사는 엄중한 문제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할 공권력이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건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문제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하셨다."


<오마이뉴스>, "모두 말렸지만 노 대통령이 사과 강행"


물론 정부의, 아니 정확히는, '대통령'의 '대응'은 달랐다. (위의 인터뷰 내용을 길게 인용한 까닭은, "그 땐 TV속 대통령의 사과가 당연한 건 줄 알았다."는 <미디어오늘>의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당시에도 대통령의 사과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과를 선택했다.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며 입을 뗀 그는 공권력의 남용이 국민에게 매우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외면'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0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담당자에 대한 문책도 없었고, 당연히 사과도 없었다. 끝내 백남기 씨가 사망했음에도 그 어떤 '발언'조차 없었다. 지난 24일 시정연설을 위해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박 대통령은 '#나와라_최순실', '백남기 농민 부검 대신 사과!'라는 피켓을 든 김종훈 의원을 스쳐지나갔다.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개헌'으로 돌파하고자 애쓰는 그에게 '농민 백남기'가 눈에 보이기나 했겠는가.



확연한 차이다. 이 점에 착안해 두 정부를 비교하고, 더 나아가 대통령의 '품격'을 비교하는 건 가능한 일이다. 어느 쪽이 더 진솔했고, 어느 쪽이 더 성숙했는지에 대해 굳이 코멘트를 달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하지만, 그 슬프고 고독했을 죽음 앞에 '누군가가 그립다'고 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하다. 또, 무례하다. 2005년에도 농민은 암담한 현실에 떠밀려 자신의 논밭을 떠나 시위 현장에 나서야 했고, 그건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농민이 죽어야 했고, 지금에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 현실을 깨닫지 못한 채, '정파적 시각'에만 매물돼 누군가를 추앙하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데 매물되는 건 처량한 일이다. 그리고 매우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한 전직 의경은 2005년 당시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양심고백했다. 그 명령의 최종책임자가 누구인지,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되리라 판단된다. 그리움에도 정도가 있다. '여론'이야 그렇다쳐도, '언론'까지 나서서, '그 때가 그립다'고 호들갑을 떠는 건, 감히 말하건대, 농민 백남기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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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성장 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종교 · 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항소심에서 첫 무죄 판결이 나왔다. 18일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 A씨에 대해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1년 동안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여럿(9건) 나오긴 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김영식 부장판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우리 사법부는 그동안 '타협 판결'을 했다"고 통렬한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냈다. 


상당히 의미가 큰 판결이고, 용기 있는 '한걸음'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사법부'를 향해 내지른 일갈(一喝)이라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게 무엇이고, 그들은 '무엇'을 근거로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고 있을까. 간단히 정리를 해보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선 먼저 '헌법(憲法)'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헌법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1. 한 나라 최고의 상위법

3. 국가의 통치 체제에 관련된 기본적 원칙과 국민의 기본적 권리, 의무 따위를 규정한 것


그러니까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최고의 상위법이고, 대한민국 통체 체제에 관련된 기본적 원칙과 국민의 기본적 권리,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서열상 헌법 아래 놓이게 되는 '실정법'은 헌법에 기반해야 하고, 헌법의 지향점을 거스를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그러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수많은 실정법이 헌법적 가치와 충돌한다. 수도 없이 부딪친다.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ion)'는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제20조 ①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병역법]

제88조(입영의 기피 등)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더불어 양심의 자유도 가진다고 천명(闡明)하고 있다. 알다시피, 집총(執銃) 거부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9% 이상은 '여호와의 증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그들'만'의 것이라 할 순 없다. 지난 2001년 불교 신자이면서 평화주의자인 오태양 씨가 병역 거부 선언을 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는 특정 종교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평화'를 우선시해야 할 여타 종교들이 '현실 세계'와 적극적으로 타협하고 있는 데 비해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상당히 기이(奇異)한 것이긴 하다. 어찌됐든 그들'도' 당연히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 마찬가지로 '양심의 자유'도 보장받는다. 자신이 믿는 종교의 교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겠다는 개인의 양심적 판단(내면의 생각 또는 지식)을 국가는 존중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당연히 군대를 가야한다'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헌법에 보장도니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9일 청주지법은 '양심의 가치'를 최우선이라 판단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그 논거를 살펴보도록 하자. "개인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며 진지하고도 강력한 마음의 소리를 따라 살 수 있다는 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양심의 자유는 가장 중요한 정신적 자유권으로 이를 보장하는 건 가치상대주의를 토대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구현의 기본적 전제가 된다." (2016고단64)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병역법'을 앞세워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양심적 자유를 묵살해왔다. 2004년 대법원은 '병역의 의무가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한다'며 유죄를 선고했고, 2004년과 2011년 도 차례 헌법재판소는 "병역거부자의 형사처벌은 징병제 하에서 병역자원 확보,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 국가 안보라는 중대한 공익실현을 위한 것으로 정당하다"며 병역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한편, 국방부는 "남북 대치상황에서 병역의 형평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다른 의무에 대한 거부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병역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인 것일까? 결코 그런 게 아니다. 이미 2004년 헌재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양 법익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국회에 주문했다. 이듬해인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다. 2007년 9월에는 국방부도 나서서 대체복무 허용 방안 추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돼던 대체복무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무산됐다. 



MB정부는 당시 실시됐던 여론조사(리서치앤리서치) 결과에서 반대 의견(68.2%)이 찬성 의견(29%)을 압도하자,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반대했다.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었던 '대체복무제 도입'은 연이은 보수 정권 하에서 수면 아래로 깊게 가라앉게 됐다. 한편, 지난 2013년 11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복무제를 허용하자는 의견이 68%를 차지했다. 오잉? 국민적 여론이 그 사이에 180도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여론조사는 '과학'이라는 지적처럼 '포인트'는 '설문지'에 있었다. 국방부가 의뢰했던 리서치앤리서치의 설문지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영입 및 집총거부자'로 명기했고, 한국 갤럽은 그대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라는 일반적 호칭을 따른 것이다. 굳이 '국민적 여론'을 참고하고자 한다면, '후자'의 것을 따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만큼 '양심적 병역 거부자'와 '대체 복무제'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시각은 상당히 진보적이고 유연하다. 



대체복무제의 악용 가능성에 대해서 논란이 많지만,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여호와의 증인'이 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또, 그밖의 '양심적인 판단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군 복무 기간의 1.5배 내지 2배 가량의 대체 복무를 하도록 한다면 '악용'의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곳(정신병원, 요양소, 구조 업무 등)에 복무토록 한다면 사회적으로 훨씬 이득이 아닐까? 


헌법재판소는 조만간 또 한 번의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엔 '변화'가 있을까? "국가는 소수자 권리 주장에 인내만 요구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선진국 사례를 볼 때 현실적 대책(대체복무제)이 있는데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일선 재판부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또, 정부도 이제는 방관을 멈추고 반세기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갈등 해결을 위해 움직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대체복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헌법재판소도 마음 편히 '양심'을 따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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