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마녀의 법정>은 검찰 내 가상의 부서인 '여성아동범죄전담부'를 전면에 내세운다. 원칙주의자인 민지숙 부장검사(김여진)를 필두로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치는 여진욱 검사(윤현민)와 승소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이듬 검사(정려원)가 주축으로 활약하며 묘한 조합을 이룬다. <마녀의 법정>은 법정 수사 드라마 최초로 여성아동 대상 범죄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접근으로 '성범죄'가 판치는 대한민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마녀의 법정>이 특히 흥미로웠던 건 역발상을 통해 현실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물론 생동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정려원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도 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진부하지 않았다. 가령, '여아부'의 첫 번째 케이스였던 '교수-제자 성폭행 사건'의 경우, 남성과 여성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교수와 제자(조교)라는 대학교 내의 '권력 관계'로 풀어나갔다. 또, 피해자를 성소수자로 설정함으로써 2차 피해에 대한 인식을 더욱 강하게 상기시켰다.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두 번째 케이스에선 그 권력관계마저 비틀어버렸다. 무려 '검사' 씩이나 되는 마이듬조차도 성범죄에 너무도 쉽게 노출된 것이다. 마 검사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피의자에게 모욕적인 성희롱을 당했고, 급기야 '불법 촬영'의 피해자가 됐다. <마녀의 법정>은 이와 같은 설정을 통해 '세상에 피해자가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잘못한 게 있어서 피해자가 되는 게 아니다.'는 메시지가 강력히 전달했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역발상, 메시지의 강렬함에 비해 세밀한 표현에 있어 아쉬운 점이 눈에 띠었다. 가령, 민지숙 부장검사와 여진욱 검사가 피해자 신분이 된 마 검사에게 증거를 내놓으라고 압박(을 넘어 협박)을 가하는 대목은 불편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검사' 신분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알몸이 찍힌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라고 윽박지르는 건 상식 밖의 일이 아닌가. 더구나 '피해자가 겪는 2차 피해'에 대해 그토록 강조했던 드라마의 기조와는 완전히 딴판인 분위기였다. 



'마녀의 법정' 몰카 범인, 정려원 협박 "뒤태 죽이더라?"

'마녀의법정' 정려원, 몰카에도 기죽지 않는 '사이다 여주'

'마녀의 법정' 정려원의 빅픽처, 몰카 유출 사건도 통쾌 해결


무엇보다 아쉬운 건 <마녀의 법정> 속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였다. 전 여자친구의 모습을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김상균(강상원)은 더욱 대범하게 범행을 이어나갔다. 자신의 수사 검사인 마이듬의 집에 침입해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그리고 촬영된 영상을 가지고 마 검사를 협박했다. 일부 언론은 이와 같은 드라마 속의 범죄 행위를 표현하면서 '몰카(몰래 카메라)'라는 용어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몰래카메라'라는 단어는 1991년 MBC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꼭지인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서 유래됐다. 코미디언 이경규는 출연자들에게 그 어떤 고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우 난감한 상황들을 연출하고, 그들의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몰래 설치해 둔 카메라로 촬영해 방송에 내보냈다. 지금에야 불편하게 여겨지는 방송 콘셉트지만, 당시에는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몰카'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그 행위)를 사회적으로 유행시켰다. 


문제는 '몰카'라는 말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이를 배포하는 등의 성폭력 범죄 행위'를 담아내기엔 지나치게 장난스럽고 가볍다는 점이다. 또, 범죄의 심각성이나 해악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드러내기에도 현격히 부족하다. 그 출발점이 예능 도구였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최근 정부는 '불법촬영'이라는 용어로 '몰카'를 대체하기로 했다. 이것이 지난 9월 26일의 일이다. 고작 지난 달의 일이라 숙지를 하지 못했던 걸까. 



그러나 이미 '몰카'라는 용어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있었고, 그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나 '사이버 성폭력'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디지털 성범죄 등도 포괄적인 개념이라 완벽히 적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몰카'라는 용어가 자극적인 구석이 있어 시선끌기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적확한 용법이라 말할 수는 없다. 범죄가 아닌 행위를 설명할 때는 충분히 사용 가능하지만, 범죄인 행위에는 '몰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너무 까탈스러운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작 '단어' 하나를 바꾸는 것으로도 '인식' 자체를 바꿔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식이 바뀌면 태도가 바뀌고, 그 변화는 곧 사회적 변화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미 경찰도 '몰카' 대신 성폭력특별법 14조에 규정된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범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리벤지 포르노'란 용어를 퇴출시키고, '개인 간 성적 영상물'로 바꿔 사용토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론은 대중에게 가장 쉽게 그리고 많이 노출되는 매체다. 그렇다면 언론이 더욱 조심해서 '용어'들을 가려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 검사는 '몰카' 피해자가 아니라 '불법 촬영' 혹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다. '불법'과 '범죄'라는 명확한 의미가 들어간 이 용어들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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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피해자가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은 없어요."


승소(勝訴)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종이었다. 그래서 '마녀'라는 별명도 얻었다. 피의자들의 죄를 밝히는 것만 궁리했고, 법정에 선 피고인에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형량을 줄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 그러다보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상처입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심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냐고 따져묻는 동료 검사에게 "그걸 내가 왜 해야 돼죠? 난 검사지, 변호사가 아니거든요."라고 되받아쳤다. 자신은 절대 피해자가 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 들어가게 된 마이듬 검사(정려원)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 수사를 맡게 된다. 용의자는 전 여자친구들의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상균(강상원)이다.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김상균에겐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조사를 받던 중에 수사 검사인 마이듬을 성희롱하고, 급기야 마 검사의 집안에 침입해 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을 촬영한다. 그리고 "뒤태 죽이던데, 혼자 보기엔 아깝더라"라고 속삭이며 도발하기까지 했다. 


졸지에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 마 검사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재판의 승리를 위해서는 자신의 몸이 찍힌 영상을 증거로 제출해야 했지만, 그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아무리 증거라고는 하나 자신의 알몸이 촬영된 영상이 아닌가. 공판을 맡은 여진욱 검사(윤현민)는 "선택해라. 가해자에 벌을 줄 것이냐, 아니면 피해자로 평생 도망다닐 것이냐"며 마 검사를 설득한다. 결국 마 검사는 고심 끝에 영상을 제출하고, 김상균은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된다. 



자, 드라마에서 잠시 빠져나와 보자. 일부 언론들은 '몰카'라는 지극히 가벼운 용어를 남발하면서, <마녀의 법정>가 그린 승소를 '사이다'라 부르며 통쾌하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던 상황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된 부분은 반길 만하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피해자의 상처'에 대해 외면하는 이런 관점들은 <마녀의 법정>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놓치다 못해 왜곡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이 승리를 단순히 '사이다'라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지나치게 쉽게 가벼운 접근이다. 


한번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됐던 마 검사는 자신의 집 안에서도 마음껏 행동할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왔지만, 탈의도 하지 못하고 샤워도 꺼려진다. '동그란 물건'만 보면 카메라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이제 안전한 공간은 그 어디에도 없어진 것이다. 찜찜한 느낌과 두려움이 온몸을 엄습했다. 그 진득거리는 공포는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이다. 가해자는 몇 년의 징역을 받는 것으로 죗값을 치르겠지만, 피해자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끝없이 고통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사이다'와 '통쾌함'을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마녀의 법정>은 현실 속의 디지털 성범죄를 제법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또, 누구나(대부분 여성이겠지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심지어 그가 '검사'라는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세상에 피해자가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 없다는 거 이제 좀 아시겠죠? 마 검사님도 원치 않게 피해자가 된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뭘 잘못해서 피해자가 된 게 아니"라는 여 검사의 대사는 <마녀의 법정>이 시청자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또렷한 메시지였다.


'피해자'를 강조하고, 디지털 성범죄를 현실적으로 조명한 <마녀의 법정>은 '고마운 문제작'이 분명하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가령, 아무리 '검사'라는 신분이라 하더라도, 마 검사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아닌가. 그런데 여 검사와 민지숙 부장검사(김여진)은 마 검사를 압박하며 영상을 내놓으라 윽박지른다. 그러지 않으면 '증거 인멸'로 입건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강조하며 마 검사를 혼냈던 그들이 아니던가. 



최근 디지털 성범죄가 더욱 교묘해지고, 피해자의 수치심 등의 이유로 증거를 입증하는 게 어렵다는 현실을 지적하기 위한 강조였던 걸까. 그렇다고 해도 피해자인 마 검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대목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 검사는 피해자 신분으로 보호받아야 마땅했다. 결국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마 검사의 지론을 입증한 꼴이 아니겠는가. 이 간극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느라 생긴 틈이리라.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마녀의 법정>이 강조하고 있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명제는 옳지만, '디지털 성범죄'에 관해선 중언부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장님은 몰래카메라 피해 경험이 있으신가요?" 진선미 의원의 질문에 이철성 경찰청장이 '읏으면서' "저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던 것처럼,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사실상 여성에 국한된다. 그리고 대다수의 여성들은 이미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메시지를 던질 거라면, 오히려 '가해자'인 '남성'을 향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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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바야흐로 '드라마 풍년'이 도래했다. 월화, 수목, 주말을 참신한 소재를 맛깔나게 살린 드라마들이 꽉 채웠다. 이와 같은 풍성함은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장르도 다양하고, 저마다 개성 넘치고 매력적이다. 그러다보니 특정 드라마의 '독주'는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근래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챙겨 봐야 할 드라마가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이처럼 즐거운 혼란 속에서 OCN <블랙>은 제법 눈에 띠는 드라마다. 



<블랙>은 방영 전부터 송승헌과 고아라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았고, '저승사자'와 '죽음(의 그림자)을 보는 여자'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시선을 끌었다. 저승사자라는 설정은 tvN <도깨비>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낳기도 했지만, <블랙>은 단 1회 만으로 '차별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제작발표회에서 송승헌이 자신했던 것처럼, <블랙>은 소재와 장르, 전개 과정이 <도깨비>와는 확연히 달랐다. '장르물의 명가'라 불리는 OCN의 축적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OCN <보이스>를 연출했던 김홍선 감독과 SBS <신의 선물-14일>의 최란 작가가 뭉쳤으니 기대가 신뢰로 바뀐다고 한들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면,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터라 최란 작가의 존재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전작인 <신의 선물-14일>은 미국 ABC 채널에서 리메이크를 했을 정도니, 이야기꾼으로서 최란 작가에 대한 믿음의 수위를 높인다고 한들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최란 작가는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1회에선 사람 주변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를 통해 죽음을 예측하는 강하람(고아라)과 사체를 보면 토악질을 해대는 순둥이 형사 한무강(송승헌)의 만남이 그려졌다. 강하람은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며 살아왔다. 이는 곧 죽음을 보지만, 그 죽음을 막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나아갔다. 그래썬글라스를 써서 그림자를 보지 않기 위해 기를 쓰며 살아간다. 한편, 한무강은 적성에 맞지 않는 형사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을 받는 인물이다. 그래서 사수인 나광견(김원해)에게 매번 깨지기 일쑤다. 보기 안쓰러운 정도다.


이렇듯 삐걱대는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의 만남은 흥미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죽음을 보는 능력을 '저주'라고 여겼던 강하람은 자신의 능력을 '축복'이라 말하는 한무강을 만나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들을 구해보자고 다짐한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어떤 기대감을 품을 지점에서 <블랙>은 이야기를 뒤틀어 버린다. 한무강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반전 말이다. 죽음을 막아보려다 오히려 죽음을 당하게 된 상황은 충격적이다. 



2회는 더욱 파격적이다. 죽은 줄 알았던 한무강이 부활한 것이다. 총알이 0.5㎜ 차이로 관통하지 않아 살아난 한무강은 이전과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인다. 순둥이 같았던 그가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안하무인이 됐다. 게다가 기억도 몽땅 잃어 버렸다. 여기에서 'B급 유머'에 가까운 '웃음 포인트'가 만들어졌다. 가령, 한무강이 롱코트만 걸친 채 여자 화장실에서 옷을 열어젖혀 바바리맨으로 오해받는다거나 경찰서에 잡혀 와서도 다리를 쩍 벌리고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런 의도적인 코미디가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고, 1회에 쌓아올린 긴장감을 흐트러드렸다는 비판도 있다. 화장실이 저승사자의 '통로'라는 설정은 그렇다치더라도, 여자 화장실에서 남자가 등장한다거나 바바리맨 같은 설정은 유머로 받아들이기 불쾌한 지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까진 무겁기만 한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포인트로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훨씬 많아 보인다. 진지한 표정으로 코믹한 연기를 하는 송승헌의 연기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매번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그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옷을 입은 듯 하다.



아직까진 스토리 라인이 매우 복잡하고, 소위 '떡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1회에서 던져진 '떡밥'들은 한무강의 죽음으로 인해 올스톱 된 상황이다. 강하람과 한무강의 관계라든지, 성전환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진 백골 사체와 '김선영'이라는 여성의 정체, 한무강이 홍채 인식을 거쳐서야 들어갈 수 있었던 지하실 등 아직까지 의문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무엇보다 한무강이 죽임을 당해야 했던 이유와 2회 마지막에 한무강이 마주했던 저승사자(김태우)의 정체도 미스터리다. 


첫 회 90분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던 <블랙>은 2.141%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파격적이고 강렬한 전개를 선보였던 2회에선 3.876%까지 상승하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과연 <블랙>이 OCN 장르물의 힘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현재까진 그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최란 작가의 이야기는 쫄깃함을 보여줬다. 송승헌, 고아라 두 주연배우도 자신들의 몫을 충실히 하고 있다. 또, '씬스틸러' 김원해를 비롯한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기대'가 '확신'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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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그 어떤 시즌보다 <삼시세끼> 같지 않았던 <삼시세끼>가 끝이 났다. '바다목장 편' 말이다. 10.568%(닐슨 코리아 기준)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9.085%로 마무리 됐다. 비록 첫회가 최고 시청률이었지만, 매회 8~9%를 왔다갔다 했던 성적표는 매우 준수했다. 게다가 동시간대 1위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을 만큼 경쟁력도 있었다. 그만큼 <삼시세끼>는 타깃 시청층을 넘어 전국민적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묻는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성공'이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아쉬움이 남는다. 정체를 쉽사리 파악하기 힘든 서운함이다. 그 감정을 가만히 추적해보니 일종의 '상실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삼시세끼>는 이렇지 않았는데..'라는 말이 계속해서 입안을 맴돈다. 그렇다, <삼시세끼>는 변했다. 이전의 <삼시세끼>가 갖고 있던 정서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다른 무언가가 채운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번 시즌엔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모든 게 차고 넘쳤다. 그 이질감이 서운함을 만들고, 아쉬움을 피워냈던 것이다. 


실제로 제작진은 '바다목장 편'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공을 들였다. 낚시에 소질이 없는 멤버들을 고려해 '바다 목장'을 만들었고, 잭슨 패밀리를 데려와 풀어 놓았다. 이는 '신의 한 수'라 할 만큼 효과적이었다. 이서진과 잭슨의 재회를 통해 <삼시세끼> 시청자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한편, 목장에서 노동하고 산양유를 채취하는 장면을 통해 새로운 그림을 보여줘 흥미를 끌어올렸다. 또, 생산된 산양유는 득량도 주민들과의 소통에 활용됐다. 지금 생각해도 참 기특한 접근이었다.



마을 정자에 냉장고를 마련해 두고 매일마다 신선한 산양유를 배달하자 정 많은 마을 주민들은 게나 김치 같은 음식이나 호박 등 신선한 식재료를 선물했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에 잡히는 어르신들의 정겹고 구수한 대화는 덤이었다. 차승원, 유해진의 <삼시세끼>와 달리 이서진의 <삼시세끼>는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털어내기 위한 장치였다. 또, 나영석 PD는 이 영리한 장치가 이서진 가족의 약점인 '스토리텔링 부족'을 상쇄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이만큼의 공을 들이고도 <삼시세끼> 제작진은 여전히 부족함을 느꼈던 모양이다. '바다목장 편'에는 여러 명의 게스트가 출연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한지민을 필두로 이제훈, 설현, 이종석이 출연했고, 마지막 편에는 신화의 멤버인 민우와 앤디가 출연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심심했던 세 사람의 구도에 게스트들이 추가되면서 더욱 다양한 관계들이 마련됐고, 그와 함께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바다목장 편'은 <삼시세끼>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큰 지원이 있었다.


제작진의 든든한 도움 덕분인지 이서진, 에릭, 윤균상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득량도 생활을 완수했다. 특별한 실수도 없었고, 넘어야 할 난관도 없었다. 이서진 특유의 투정도 사라졌고, 윤균상의 어리숙함이나 카메라 앞에서의 어색함도 없었다. 조리 시간이 매번 늦어 식은땀을 흘렸던 에릭의 모습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출연진이 기존의 '부족함'을 말끔히 채워버렸다. 물론 언제까지나 이서진이 투정을 부릴 수도 없고, 에릭이 느릿느릿 음식을 할 수도 없다. 또, 윤균상이 일을 척척 해내는 걸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 '완벽함'이 너무 이르게 왔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삼시세끼> 시청자들은 '숙련자'가 된 저들의 모습보다 자잘한 실수를 하는 친근한 모습을 원하지 않았을까. 마치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나올 법한 비주얼의 음식보다 직접 구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친숙한 비주얼의 음식들을 보고 싶지 않았을까. 게스트가 출연해 온통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기보다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며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는 정겨운 장면들을 보고 싶지 않았을까. 


부족함을 채워넣으려 제작진이 특별히 고안했던 장치들은 과연 제대로 기능했을까. '바다목장'은 처음의 신선함을 잃고, 매번 비슷한 장면만 보여주는 데 그쳤다. 'Ctrl+C (복사) 와 Ctrl+V (붙여넣기)'라 해도 무방했다. 이야깃거리를 생산하지 못한 채 그저 단순 노동에 그쳤다. 또, 산양유를 통한 마을 주민과의 교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삼시세끼>가 보여준 소통이라곤 정자를 지나가면서 '인사'를 나누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했을 텐데, 이를 활용하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게스트의 활약도 제한적이었다. 영화 개봉에 맞춘 듯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게스트들은 오히려 <삼시세끼>의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서진과 '앙숙 케미'를 선보였던 한지민을 제외하면 사실상 큰 재미를 못 봤다. 무엇보다 나영석 PD의 모습이 사라졌던 것도 아쉽다. 이서진을 자극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빠지자 <삼시세끼>는 그야말로 민밋해졌다. 만약 다음 시즌을 이어나갈 생각이라면, 큰틀에서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의 <삼시세끼>는 훌륭한 요리 프로그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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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동 : 전원 투표에 의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회 

장동민(개그맨), 줄리엔 강(방송인), 정인영(방송인), 학진(연기자), 김회길(피트니스 모델), 박현석(대학원생), 유승옥(모델), 캐스퍼(래퍼)이준석(정당인), 김하늘(외국 변호사), 고우리(연기자),


마동 : 소수 권력에 의한 독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회 

이천수(전 축구선수 ), 조준호(유도 코치), 손태호(취업 준비생), 권민석(MMA 선수), 알파고(기자), 구새봄(방송인), 유리(모델), 김광진(전 국회의원), 엠제이 킴(MMA 선수), 박광재(연기자)정은아(대학생)


관점에 따라 현상은 달리 보인다. 그 누구도 '온전한 코끼리'를 마주할 수 없다. 우리가 본 대상이 코끼리의 발이나 꼬리, 코와 같은 '일부'가 아닐지라도 우리의 시야는 온전한 코끼리를 포획할 수 없다. '전체'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뿐인가. 하나의 결과에 수많은 이유들이 제기되고, 수많은 원인들이 겹쳐진다. 어쩌면 말이다. 그토록 많은 이유와 원인들이 존재하는 건, 결과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결과의 중첩, 우리가 마주하는 건 매우 다양한 층위를 이룬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tvN <소사이어티 게임2> 8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겠지만, (내가 본 코끼리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장동민의 빅 픽처(big picture)가 빛났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장동민은 자신이 배팅 주자로 나섰던 챌린지 '기억의 홀덤'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승리 직전까지 갔다가 역전패를 당한 터라 충격은 몇 배로 컸다. 장동민은 "탈락하게 돼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까지 말했지만, 그의 이름은 탈락자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학진이 장동민의 배팅을 문제 삼으며 분위기를 바꾸려는 시도를 했지만, 고우리가 '장동민이 못한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 잘했던 것'이라고 설명하며 일단락 됐다. 높동은 장동민을 탈락자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책임을 질 만큼의 실수를 하진 않았지만, 그건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탈락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장동민이 높동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 아닐까. 줄리엔 강과의 확고한 연합도 그의 버팀목이었지만, 보다 든든했던 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었을 게다.


장동민이 거듭해서 밝혔던 것처럼 그의 목표는 순수하게 '높동의 우승'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강한 사람이 살아남아야 했다. 선결 과제는 '이주민 연합의 해체'였다. 마동에서 넘어왔던 정인영, 고우리, 학진은 '탈락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연합'을 구성했다.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한편으론 불가피한 전략이었다. 이들의 결속력은 매우 단단했고, 성과도 제법 이뤄냈다. 세 사람은 꾸준히 살아남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리더를 앉힐 힘을 발휘했다. 높동의 주인은 사실상 이주민 연합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이주민 연합 개개인의 실력은 파이널 멤버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정(情)에 약했다. 이들이 유리에 비해 객관적으로 능력이 우세한 김회길을 주민 이동을 통해 마동으로 보낼 계획까지 세우자 장동민은 참았던 칼을 빼들었다. 누군가는 그리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높동의 전력이 약해진다는 건 곧 우승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장동민은 먼저 박현석을 포섭하는 데 공을 들였고, 논리적으로 그를 이해시켰고 끝내 설득시켰다.


리더 투표에서 4:4 동률을 만들어 전임 리더(박현석)가 차기 리더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고, 줄리엔 강을 리더로 만들었다. 그리고 김회길을 지켜냈다. 또, 리더가 된 줄리엔 강은 마동으로부터 밴(ban)을 당하지 않게 됐다. 일석이조의 결과였다. 어찌됐든 장동민은 높동에 있어 최상의 조건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비록 챌린지의 승리까지 챙기는 데까진 실패했지만, 장동민으로선 그가 할 수 있는 선까지 그림을 그려나간 것이다. 여기에 하나의 전리품을 더 챙겼다. 

고우리가 '기꺼이' 탈락자가 되면서 초반부터 유지돼 왔던 이주민 연합이 해체된 것이다. 앓던 이가 빠졌다고 해야 할까. 패배의 고통은 쓰라렸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졌다. 물론 약간의 후폭풍이 있을 것이다. 예고편에서 살짝 보였듯, 당장 학진은 "솔직히 왜 이걸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블랙리스트 써줘, 그냥 나가고 싶어요."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시즌 1에서 마동의 양상국 연합이 해체된 후 '보이콧' 단계까지 갔던 모습이 재현된 것이다.


물론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나 팀의 승리를 위해서 이 문제는 높동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빅 픽처를 그렸던 장동민은 남은 이주민 연합을 어떻게 설득시킬까. 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높동의 명운을 좌지우지하진 않을 것이다. 높동으로선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높동의 파이널 멤버는 줄리엔 강, 장동민, 김회길, 박현석 중 세 명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설령 팀이 계속 패배하더라도 이들이 먼저 탈락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점차 탈락자의 윤곽이 선명해지고, 승리의 상품인 음식도 서로 나눠먹는 상황에서 '승리'에 대한 절박함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는 '보이콧'을 막을 이유가 없어진다. 골치 아픈 탈락자 선정의 과정을 손쉽게 해 줄 뿐이다. 만약 <소사이어티 게임> 시즌3가 제작된다면, 팀 승리에 대한 보상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챌린지에서 마동이 승리하고, 이주한 유리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며 마동의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 그러나 주민 교환과 이주민 연합의 해체라는 시나리오를 구상했던 장동민의 빅 픽처가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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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두세 끗이 부족하다. 이를테면 끓는점에 도달하기 전, 90℃ 정도 온도의 물처럼 말이다. 분명 뜨겁기는 한데, 팔팔 끓어오르진 않는다.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하 <당잠사>) 이야기다. 갖춰야 할 건 다 갖췄다. 속된 말로 빵빵하고 짱짱하다. 그런데 뭔가 애매하다. 심지어 어색하기까지 하다. 집중해서 보다가도 어느 순간 맥이 탁 풀린다. 몇몇 장면은 스킵해도 무방하고, 어떤 장면들은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재미가 없진 않다. 물론 100℃가 되지 못한 재미. 이러다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되는 건 아닐까.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집필한 박혜련 작가의 필력은 이번에도 단연 돋보인다. 마음의 소리를 듣거나 '피노키오 증후군'으로 진실을 감별했던 '판타지'는 '꿈'으로 나아갔다. <당잠사>의 주인공들은 '예지몽'을 통해 미래를 본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판타지를 구현하는 박혜련표 판타지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주인공 한 명, 혹은 두 명에게 주어졌던 능력은 이제 세 명에게로 확대됐다. 그만큼 이야기는 복잡해졌지만, 혼란스럽지 않다. 확실히 그는 자신의 세계에서 더욱 성장했다.



그렇다면 부족한 10℃의 원인은 연기자들에게 있는 걸까. 정재찬 역의 이종석과 남홍주 역의 수지, 두 배우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순정만화급이다. 그들이 각자 원샷을 받을 때도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투샷은 말 그대로 기가 막힌다. 티격태격에서 알콩달콩으로 분위기가 전환되고, 달달한 로맨스가 진행되면서 '그림'만큼은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도 따라오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다. 게다가 제3의 인물인 한우탁 역을 맡은 정해인도 순수하고 말끔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에서 박 작가와 호흡을 맞췄던 이종석은 이번에도 준수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제몫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의 연기는 늘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당잠사>의 정재찬은 분명 캐릭터 면에서는 차별성이 있지만, 이를 연기하는 이종석의 '톤'은 이상하게 전작들과 다를 바 없다. 누구보다 이종석을 잘 알고 있을 박 작가는 그의 훤칠한 키와 주먹만한 얼굴, 장난기 가득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표정을 열심히 활용하지만, 그 온도는 90℃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오히려 수지에게 있다. 물론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큰 수지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 <당잠사>에서 남홍주는 엉뚱하고 발랄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내면에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복합적(이지만 익숙한)인 캐릭터다. 예지몽을 통해 봤던 아빠의 죽음을 막지 못한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운명에 갇혀 있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운명을 피하지 않는 담대함을 가지고 있다. 


수지는 전자는 수월하게 연기를 해내고 있다. CF에서 봤던 깜찍한 표정들이 드라마 속에 무수히 펼쳐진다. 애교나 투정, 포옹과 키스 등 화면 속의 수지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마저 들 정도다. 그런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 여러 CF가 나열된 듯한 느낌이 들 뿐, 캐릭터가 드라마 속에 녹아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사의 속도, 타이밍, 톤이 겉돌고 그 맛도 밍밍하다. 묵직한 내면 연기가 나와야 할 타이밍에도 '귀여움'이 앞서고, 그러다보니 자꾸만 아쉬움이 찌꺼기처럼 남는다. 


그래서일까. 웃음과 긴장을 공존시키는 박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이종석과 수지는 성장 중인 배우임에 틀림없지만, 그들의 연기가 드라마의 무게감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몰입을 완전히 방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몰입을 100% 시키지도 못한다고 할까. 분명 <당잠사>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사실상 '타임리프물'을 표방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예지몽이라는 소재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는 곧 '바꿀 수 있었던 과거'를 의미하기도 하고, '바꿔야만 하는 현재'를 뜻하기도 한다. 



정재찬과 남홍주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로맨스로 본격 진입했고, 열혈 청년 경찰인 한우탁은 '꿈의 법칙'의 실마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정재찬은 이유범(이상엽)과 악연을 이어갔고, 남홍주는 다시 기자로 복직했다. 거기에 의문의 치킨 가게 사장(강기영)이 미스터리한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다. 이쯤되면 기초 작업은 끝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청률은 시나브로 올라 8.1%, 9.4%로 <병원선>(7.5%, 9.3%)을 아슬아슬한 차이로 제치고 동시간대 1위도 차지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사전제작의 저주도 비껴갈 듯 하다.


박혜련 작가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 밥상은 그럴 듯 하게 차려졌다. 이제 팔팔 끓는 찌개만 가운데 올려놓으면 금상첨화다. 그러기 위해선 이종석과 수지, 두 배우가 부족한 10℃가 채워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야기의 쫄깃함으로 끌고 왔다. 끓는점에 이르기 직전, 두세 끗이 필요하다. 두 배우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어 제대로 된 폭발을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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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무브먼트


"특별한 일을 한다기보다 제가 할 수 있을 때 시작한 기부와 봉사활동에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사실 좀 쑥스럽다. 앞으로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여러분들도 관심을 보여주시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서로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려 17억 원. 지난 2011년부터 배우 박해진이 사회의 이곳저곳에 기부한 총 금액이다. 물론 기부를 이야기할 때 '금액'을 강조하는 건 바람직한 접근은 아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기부라는 행위 그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하고, 따라서 우리는 그 행위를 있게 한 마음가짐 혹은 동기 같은 것들에 집중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해서 금액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그 또한 바람직한 접근은 아니다. 일회적인 것이 아닌 이상 금액은 행위의 지속성을 보여준다. 그 지속성은 달리 말하면 진정성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2011년부터 약 6~7년동안 17억 원을 기부를 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의 꾸준함을 인정해야 한다. 분명 대단하고 감탄스러운 일이다. 물론 박해진이라는 이름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이를테면,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기부'라는 긍정적인 카테고리 외에 '고영태'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연상된다는 것이다. 고영태가 누구인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과 관련된 인물이 아닌가. 나중에야 사이가 틀어지며 중요한 폭로를 하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썩 반가운 이름은 아니다.


박해진에게 고영태 씨와 함께 찍었던 사진은 아킬레스건과 다름 없었다. 그 사진이 유포되면서 악성 루머(박해진은 소속사를 통해 고영태 씨와의 관계에 대해 전적으로 부인했다)가 나돌기도 했고, 그의 과거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 글에서 그런 의혹들을 캐낼 생각은 없다. 설령, 그가 예전에 어떤 삶을 살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지금'이 아니겠는가. 과거와 현재가 명확히 구분되고, 그 절단면이 깨끗하다면 우리는 그 변화를 긍정해야 하는 동시에 응원해야 한다.



그래서 '2011년부터 17억 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의 꾸준함과 지속성은 진정성을 담보한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박해진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3년 동안 세월호 팔찌를 착용했다. 그의 팔목에는 말 그대로 항상 노란색 팔찌가 빛나고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마음 속에서 3년 상을 치르자는 생각이 들었"(<뉴스1>, 3년 동안 '세월호 팔찌' 빼지 않은 이유)다고 밝혔듯 박해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 3주기엔 직접 팽목항을 찾았고, 추모를 한 후 3년 상을 끝냈다. 팔찌는 뺐지만 여전히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할 때마다 노란 리본을 달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블랙리스트'가 쓰여져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연예인들에 대해 경제적 탄압을 가하던 예민한 시기(가 불과 몇 년 전이다.)가 아니었던가. 박해진은 그 엄혹했던 시기에 자신의 소신을 강단있게 드러냈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이쯤되면 박해진의 '현재'와 '변화'에 대해 신뢰해도 되지 않을까.


ⓒ유튜브 채널 'Vstar'


지난 9월 5일, 박해진은 서울특별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7 서울 사회복지대회'에 참석해 서울특별시장상을 수상했다. 그동안의 다양한 기부 활동과 각종 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복지 분야에 공헌한 부분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실제로 박해진이 보여준 선한 영향력의 구체적 사례를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2011년 일본 디너쇼 수익금을 일본 지진 피해 돕기 성금으로 기부했고, 국내의 한 아동복지시설을 방문해 물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개포동 구룡마을을 찾아 2,500여장의 연탄을 비롯해 1억 원 상당의 생필품을 지원했는데, 더욱 의미가 깊었던 건 자신에게 악성 댓글을 달았던 악플러 가운데 반성문을 쓰고 선처를 호소했던 일부와 함께 봉사 활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구룡마을의 독거노인을 위해 1억 원을 쾌척했고,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장례비와 생활비를 지원했다. 또, 장애인 축구 국가대표인 노영석 선수를 후원하고, 수해를 입은 부산의 시민들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했다.


푸르메 어린이 재활 병원 건립기금 마련에 힘을 보태기도 했고, 2016년에는 경주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러한 박해진의 따뜻함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11년부터 상해 아동복지센터를 통해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을 후원했고, 우물 파기 봉사활동이라든지 아이들의 학용품과 각종 생필물을 지원하는 데도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그뿐인가. 틈날 때마다 재능 기부를 통해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고자 노력했다.


ⓒ마운틴 무브먼트


'서로 돕고 나누고 살아야 더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박해진의 신념은 팬들에게 전염돼 이젠 그의 팬들이 더 열심히 사회 봉사에 나설 정도다. 지난해 말, 공식 팬클럽인 클럽진스(CLUB Jin's)와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팬카페 '박애인', 디시인사이드의 박해진 갤러리 등은 성금 530만 원과 연탄 7,940장, 쌀 1톤을 기부했다. 참으로 훈훈하고 아름다운 전염이 아닌가. 다가오는 14일에는 클럽진스의 2기 창단식이 열릴 예정인데, 26개국에서 1,400명의 팬들이 모인다고 한다. 박해진이라는 스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박해진은 내년 상반기 영화 <치즈인더트랩>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에선 드라마로 먼저 제작됐던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비중 논란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올해 11월에는 드라마 <사자> 촬영에 돌입한다고 한다. 시기적인 문제로 SBS 편성이 불발됐는데, 편성 문제가 하루빨리 마무리 돼 가뿐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길 바란다. 지난 6월 종영했던 JTBC <맨투맨>에서 확인됐던 것처럼 배우 박해진의 가치는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앞날을 개척해 온 박해진이 앞으로 꽃길만을 걷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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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