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SBS <리턴>이 여러가지 의미에서 제2막을 맞이했다. 첫 번째 의미는 이야기 흐름의 변화다. 우선, 제멋대로 날뛰던 상류층 망나니들(악벤저스)들이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또, 사분오열(四分五裂)됐다. 태석(신성록)은 학수(손종학)의 살인 용의자로 몰려 독고영(이진욱)에게 현행범 체포됐다. 학범(봉태규)은 죽은 병기의 문자를 받고, 병기의 시신을 묻었던 곳으로 갔다가 인호(박기웅)에게 발각됐다. 


그런가 하면, 최자혜(박진희)의 정체도 밝혀졌다. 병기가 묻힌 곳을 파헤쳐 휴대전화를 꺼낸 것도 그였다. 예상대로 최자혜는 이 모든 사건의 배후였다. 또, 10년 전 김정수(오대환)의 동생 김수현 성폭행 사건의 배석 판사(재판에서,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들 중 재판장 이외의 판사)였다. 또, 온몸의 화상 흉터는 그가 죽음의 위기를 겪었었다는 걸 암시했다. 물론 그 상처는 저 상류층 망나니들과 관계가 있을 게 분명하다. 


결국 최자혜가 드라마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이쯤에서 두 번째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전국민이 알게 된 <리턴> 제작진과 고현정과의 의견 충돌로 고현정은 드라마에서 하차했고, 그 빈자리를 박진희가 채우게 됐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의 관심은 '박진희가 최자혜 역을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맞춰져 있었을 것이다. 과연 고현정 → 박진희으로의 변화는 어땠을까. 시청자들은 만족했을까?



물론 지난 16회 마지막 장면에서 박진희가 잠깐 등장하긴 했었다. 일부 기사들은 '박진희의 눈빛에 카리스마가 넘쳤다'며 칭찬을 쏟아냈지만, 본격적인 출연은 아니었기에 섣부른 감이 있었다. 여전히 기대감과 우려감이 교차했다. 17, 18회를 통해 박진희의 연기를 확인했고, '이질감'과 '아쉬움'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질감은 당연한 결과(이자 겪어야 할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쉬움은 어찌할 도리가 업었다.


박진희는 고현정의 최자혜를 연기했다. 의뭉스러운 표정과 말투를 고스란히 가져왔고, 고현정 특유의 대사를 끊어 읽는 방식도 빌려왔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고현정 따라하기'에 가까웠다. 박진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고현정이 만들어 놓은 캐릭터가 존재하고, 시청자들은 여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갑자기 캐릭터를 완전히 뒤바꾸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변화는 외양(外樣)에 있었다. 박진희는 화려한 명품 옷과 짙은 화장으로 캐릭터에 변화를 줬다. 그런데 이 부분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웠다. 애초에 최자혜라는 캐릭터는 30대 후반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흙수저 출신이고, 판사로 임용됐으나 곧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현정은 화장기 없고, 수더분한 옷차림으로 최자혜를 표현했었다. 



박진희는 고현정의 그림자를 좇으면서도 고현정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캐릭터의 연속성을 지키면서 변화의 지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분명 연착륙은 아니었다. 숏커트로의 변신은 복수를 위한 독한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명품을 두른 건 캐릭터의 파괴에 가까웠다. 시종일관 강렬한 눈빛을 보여줬고, 도도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줬다. 그러나 고현정 특유의 카리스마를 잊게 만들진 못했다. 


박진희는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니다. 자신만의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온 관록 있는 연기자다. 분명 시간이 지날수록 준수한 활약을 펼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고현정의 빈자리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차라리 처음부터 최자혜 역을 맡았다면 모르겠지만, 고현정의 아우라가 버젓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그의 분투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고현정의 최자혜와 박진희의 최자혜, 그 사이의 간극엔 무엇이 있을까. 박진희는 고현정의 최자혜를 연기했다. 달라진 건 무엇일까? 좀더 앙칼진 목소리와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눈빛이었을까? 안타깝게도 기억에 나남는 건 최자혜가 걸쳤던 명품 옷뿐이었다. 제작진이 바랐던 '최자혜'가 무엇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최자혜가 무엇인지와는 별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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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가 평창 동계 올림픽 중계에 올인하느라 드라마 결방을 결정했을 때, tvN <마더>는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올림픽 무대에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 선수들의 모습도 감동적이었지만, <마더>가 시청자들을 향해 던진 묵직한 울림도 그에 못지 않았다. 비록 시청률은 2.7%(닐슨 코리아 기준)에 그치고 있지만, <마더>는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각인돼 가고 있다. 



"엄마, 나 이제 가야할 것 같아요. 엄마가 나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지면 안 되니까요. 나는 윤복이인 게 좋았어요. 하늘만큼 땅만큼 엄마를 사랑해요."


윤복(허율)이가 수진(이보영)을 떠났다. 아니,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했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 엄마 수진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 담담함이 놀라웠고, 그만큼 슬프고 시렸다. 학대라고 하는 끔찍한 현실로부터 도망쳤고, 어쩌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어쩌면 순진했던 건 우리가 아니었을까. 윤복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도망치려 할 때마다 현실은 그림자처럼 바짝 따라붙었다. 추격은 끈질겼고, 결국 꼬리를 밟혔다. 친모 자영(고성희)이 들이닥쳤고,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자영은 "네가 필요해"라며 윤복을 데려가려고 했지만, 윤복은 "엄마, 혜나도 죽었어요. 이제 혜나는 집으로 갈 수 없어요. 내 이름은 윤복이이에요."라며 단칼에 거부했다. 그리고 "엄마가 행복해져도 불행해져도 어쩔 수 없어요. 이젠 엄마 딸이 아니니까."라며 자영을 돌려보냈다. 


자영의 출현으로 영신(이혜영)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됐다. 둘째 이진(전혜진)은 수진의 행동을 탓하며 격분했다. 가족들이 위험에 빠지게 됐다는 게 이유였다. 또, 자신의 아이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야박하게 말하는 이진이 얄미웠지만, 그의 생각을 틀렸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셋째 현진(고보결)은 수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로 인한 피해를 감내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영신은 집안의 가장으로서 결단을 내렸다. 



"우리 가족들을 지켜야하는 가장으로서, 수진이가 계속 위험한 길을 가야한다면 난 수진이를 우리 가족에서 내보낼 수 밖에 없다. 네가 끝까지 저 아이를 포기하지 않으면, 엄마가 너를 포기하마. 넌 더이상 내 딸이 아니다. 변호사가 파양 절차에 관해서 설명해주실거야."


2층 기둥 뒤에 앉아서 가족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윤복은 떠나기로 결정했다. 아니, 떠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 때문에 수진이 파양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윤복은 그런 아이였다. 천천히 자신의 짐을 정리한 윤복은 수진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떠났다. 집을 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보고 싶다"며 혼잣말을 했다. 덤덤하게 표현됐지만, 몹시 가슴 시린 장면이었다. 어린 윤복이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안타까웠다. 


<마더>는 눈물 없이는 결코 볼 수 없는 드라마다. 또, 허점이 없다. 연출(김철규 감독)과 극본(정서경 작가)은 물론이고, 배우들의 연기에도 빈틈이 없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밀도가 높다. <마더>는 제목 그대로 마더(Mother), 그러니까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달리 말하면 '모성'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마더>에는 다양한 모습의 엄마가 등장하고, 그들의 모성은 모두 제각각이다. 우리가 흔히 주입받았던 일반적인 의미의 모성이 아니다. 


<마더>는 '모성'에 대한 정답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성은 이래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있다. 애초부터 없는 정답에 매어 있지 않다고 해야 할까. 선과 악을 나누지도 않고, 누군가를 손가락질하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윤복/혜나를 학대한 자영이 표적인듯 보였지만, 그가 미혼모로서 모든 책임을 홀로 져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과 현실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으리라 믿는다. 



"전 요새처럼 엄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뱃속으로 낳은 딸이 아닌데도 가슴으로 품어주신 엄마가 아니었다면, 이런 식의 사랑이 완벽하게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신 엄마가 아니었다면 저는 그 아이를 데려올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예요."


파양을 결정한 영신에게 수진이 내비쳤던 진심은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수진이 용기를 내 윤복을 데려올 수 있었던 건, 영신이 자신에게 보여줬던 헌신적인 사랑 덕분이었다. 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수진은 엄마가 될 결심을 할 수 있었다. 흔히 우리는 '핏줄'을 중요시 하고, '낳은 정'을 '기른 정'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지 않던가. 그래서 '모성'을 매우 협소한 사랑으로 격하시키지 않았던가. 


수진의 말은, 그리고 이땅의 수많은 입양 가정들의 존재는 그 생각에 좀더 많은 고민을 던진다. 편협했던 우리의 사고에, 그렇게 멈춰 있던 우리의 경직성에 찬물을 끼얹는 듯 하다. 부디 윤복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물론 수진도 그랬으면 좋겠다. 자영도 그러길 빈다. 과연 <마더>는 어떤 해답을 찾아낼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그런데 ‘좋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좋다’라는 말이 상대적이고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도움을 구해보자. 작가 황광우는 자신의 책 <철학하라>에서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서 “좋은 사람이 좋아하고 나쁜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여전히 어렵다. 언뜻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어렴풋이 그 심오한 의미를 알 듯 하다. 한번 더 도움을 구해볼까. 요즘 JTBC <효리네 민박2>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안의 이효리(와 이상순)를 보면서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꾸밈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통해 이효리라는 사람에 대해 좀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말과 행동에 베어 있는 배려,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스스럼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나이를 떠나서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난 떠나간다

안녕이란 말도 못 하고

너와 함께한 웃음들만 가슴에 담고

우리들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다시 만날 날 밤새워 이야기하자


손성제, 'goodbye' 중에서


이럴테면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가끔 소길리에 놀러가서 같이 음악을 듣고, 차 한잔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 많은 말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다. 그 자리에 있으면 자연스레 마음이 편해지고, 어쩌면 힐링이 될 테니까 말이다. 지난 18일 방송에서 이효리, 이상순, 윤아는 손님들이 외출한 틈에 티타임을 가졌다. 민박집 밖에는 세찬 눈발이 날렸고, 매서운 바람이 연신 불었다. 세 사람은 테이블에 모여 앉아 노래를 들으며 여유를 즐겼다.


안팎의 대조적인 분위기가 제주의 겨울을 실감나게 했다. 또, 아름답고 평온했다. 윤아가 작사한 노래('바람이 불면')를 들으며 대화를 나누고, 이윽고 효리가 선곡한 손성제의 '굿바이(Goodbye)'가 흘러 나왔다. 피아노 선율에 덧입힌 잔잔한 목소리가 귀에 닿자마자 공기가 달라졌다. 서정적인 분위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말없이 노래를 듣고 있던 윤아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이를 알아챈 상순은 효리에게 윤아가 운다는 사실을 알렸다. 



"원래 가수들은 감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음악 들으면서 원래 우는 거야."

"슬프네요."

"바람 쐬고 와 나가서.. 찬바람 한번 빡 쐬고."


효리는 묻지 않았다. 눈물의 의미에 대해, 눈물의 이유에 대해 애써 묻지 않았다. 윤아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에 기인한 것인지 캐묻기 보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 말했다. 또, 찬바람 한번 쐬고 오라고 권유하며, 윤아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눈물, 그것도 윤아의 눈물이었다. 그 장면이 방송을 타자마자 엄청난 화제가 됐고,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만큼 파급력이 큰 장면이었지만, 효리는 방송을 위해 윤아의 눈물을 활용하지 않았다. 


윤아가 밖으로 나가자 효리는 "음악을 들으면 뭔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그런 게 있어. 희안해"라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윤아의 상태를 살폈다. 걱정이 됐던 게다. 다행히 윤아는 혼자 자신의 감정을 잘 보살폈다. 혼자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한숨 돌렸고,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효리의 배려가 돋보였던 순간이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그 눈물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다. 


솔직히 놀랐다. 윤아의 눈물을 대하는 효리의 태도는 매우 성숙된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섣부른 질문들과 마주하는가.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이야?’, ‘뭐 때문에 그래?’ 그럴 때마다 ‘그냥...’이라고 대충 얼버무리곤 하지만, 어색한 공기가 마냥 불편하기만 하다. 말없는 위로를 바라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효리는 윤아와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질문을 하고, 들춰내기보다 그의 감정을 존중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오랫동안 연예계에 몸 담아왔고,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에 의해 가십으로 소비되는 경험을 수도 없이 했던 효리가 아닌가. 이쪽 세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후배인 윤아의 이야기를 애써 들추려 하지 않았으리라. 이는 인위적으로 ‘사건’을 만들어 화제를 만들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보여주고자 하는 <효리네 민박>의 기획 의도와도 일치했다. 좋은 사람이 무엇인지, 좋은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조금 더 선명히 알 수 있었다. 


효리는 생리통과 감기 기운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또, 민박집 손님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그런 효리의 모습에서 사람을 대하는 진심과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그를 좋아하는 우리를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모인, 그런 사람들이 좋아하는 <효리네 민박2>는 좋은 프로그램이 분명하지 않을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시답잖은 질문으로 글을 시작해보자. JTBC <미스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론의 여지 없이 고혜란(김남주)이다. 분량만 놓고 봐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을 뿐더러(모든 등장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주목도가 높다. 무엇보다 고혜란은 사건을 이끌어 가는 주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주인공은 사건의 중심에 있고, 그 사건의 전개와 밀접하고 긴밀한 관련을 맺는다. 다시 말하면 주인공은 사건 그 자체다. 


얼마 전에 종영했던 KBS2 <흑기사>를 떠올리며 똑같은 질문을 해보자. 이번에는 좀 헷갈릴지도 모르겠다. 이견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만의 멜로에 집중하며, 알콩달콩을 시전했던 문수호(김래원), 정해라(신세경)라는 대답이 많으리라. 하지만 샤론(서지혜)이었다는 항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분명 알고 있다. <흑기사>에서 사건을 이끌어 가는 주체는 샤론이었다. 냉정히 말하면 <흑기사>의 주인공은 샤론이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이 질문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SBS <리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다시 이견의 여지가 없다. 바로 오태석(신성록), 김학범(봉태규)이다. 혹시 최자혜(고현정-박진희)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있을까? 역시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분량은 물론이고, 스포트라이트도 태석과 학범의 차지다. 무엇보다 그들이 사건을 이끌고 나간다. 지금은 박진희로 '페이스 오프' 됐지만, 최자혜 역을 맡았던 고현정은 '특별출연' 수준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그러니까 계약 단계부터 그랬을까? 그랬던 것 같진 않다. <리턴>의 드라마 소개를 보면 ‘TV 리턴쇼 진행자 최자혜 변호사가 …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리턴>은 ‘태석과 학범의 범행일기’쯤 될 법한 전개로 흘러가고 있다. 드라마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상류층 망나니들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점은 이해한다. 또, 그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그러자 <리턴>은 주인공 자리를 아예 내주기에 이른다. 


주연과 조연이 뒤바뀐 것이다. 사전 제작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사실상 생방송으로 제작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가장 중요한 소스는 역시 ‘시청자 반응’이다. 다시 말해서 반응에 따라 극본 변경이 가능하고, 심지어 종용된다. 굳이 제3자의 개입이 없어더라도 작가 스스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특정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하고, 어떤 사건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면 그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게 당연시 된다. 



그러다 보니 주연과 조연의 역할을 바뀌는 것, 주인공의 자리를 다른 캐릭터에게 내주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런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그다지 권장할 일은 아니다. 이야기가 흐트러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흑기사>는 샤론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부각됐지만, 그에 따라 주인공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에 직면했다. 그리고 시청률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초반의 기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샤론의 역할을 살리되, 적절히 조절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리턴>도 마찬가지다. 최자혜가 사라지면서 '악행'만 강조됐고, 그것이 자극적이라 시청률은 상승했을지언정 이야기의 짜임새가 헐거워졌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미스티>가 고혜란을 중심으로 쫄깃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의 매력까지 살리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주인공이 사라진 괴상한 드라마 <리턴>은 제작진과 주연 배우 사이에 갈등을 야기했고, 결과적으로 고현정은 하차를 통보 받았다. 제작진은 자신들이 선택했던 배우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언론의 입을 통해 흘렸고, 고현정은 배우로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또, 이번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가십거리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인격적으로도 상처를 입게 됐다. 설령 배우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책임감 있게 해결하는 것이 제작진의 의무임에도 이를 방기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주연과 조연이 뒤바뀐 <흑기사>, 그리고 같은 이유로 진흙탕이 돼 버린 <리턴>을 통해 좋은 드라마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적어도 <흑기사>와 <리턴>에 박수를 쳐주긴 어렵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김남주는 역시 김남주였듯이 지진희도 역시 지진희였다. 경찰서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던 고혜란이 형사 강기준(안내상)의 압박에 눈빛이 흔들리던 시점에 강태욱(지진희)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참고인 고혜란은 지금 이 순간부터 변호인의 동의 없이 그 어떤 임의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겠습니다." 케빈 리(고준) 살해 용의자가 된 아내 고혜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가 하면 이혼 서류를 발견한 어머니(김보연)가 혜란을 추궁하며 '깨끗이 갈라서라'고 강권하자 "이 사람 잘못 아니에요. 내가 모자라서 내가 못나서 좁아서 그런 거예요."라며 감싸고, "이 사람하고 제 문제예요. 우리 둘이 알아서 해결합니다. 어머닌 그만 돌아가세요."라고 딱 잘라 말한다. 시어머니 앞에 무릎까지 꿇은 채 읍소하는 아내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다. 


그 순간 혜란은 "그리고 나는 한번도 진 적이 없다."며 쾌재를 불렀다. 혜란의 행동은 계산된 것이었고, 승부수는 어김없이 통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되겠다는 욕망은 끊임없이 그를 추동(推動)했다. 혜란은 태욱에게 한 달의 검증기간만 잘 넘기면 되는데, 그러려면 태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혼은 안 된다고 못박는다. 태욱은 허탈감을 느끼며 "네 말이 맞았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거구나."라고 탄식한다.



"해봐 한번, 너 하고 싶은 거. 애초에 당신이 나한테 원한 건 그럴듯한 배경과 명함이었고. 내가 해주겠다고 했으니까 약속은 지켜야지."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태욱에게도 적용되는 명제였다. 태욱은 절친한 선배인 청와대 홍보 수석 내정자와 약속을 잡고 태국까지 날아가 혜란에게 도움을 준다. 10년 전 청혼하면서 "네 명함 해줄게. 네가 어떤 모습을 원하든 내가 그렇게 해준다고. 약속해"라고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쇼윈도 부부로 살아왔지만, 태욱은 여전히 혜란을 사랑하고 있었다. 혜란의 그 어떤 욕망까지도 추인(追認)할 정도로. 


JTBC <미스티> 1, 2회의 주인공은 단연 김남주였다. 강렬했고, 또 절실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 힘에 이끌렸고, 버티는 건 무의미했다. 한순간에 빨려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리고 3, 4회의 주인공은 지진희였다. 자연스레 무게 중심이 이동됐다. 지진희는 안정감 있는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착실히 구축된 캐릭터의 존재감은 묵직했다. 그는 기다려야 할 때와 움직여야 할 때를 아는 배우다. 


지진희는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지녔다. 외유내강(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하나 속은 곧고 꿋꿋함)이면서 내유외강(속은 부드러우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굳셈)이라고 할까. 두 가지 유형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젠틀한 이미지는 신뢰감을 주고(지진희는 8년째 같은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맺고 있다.), 그윽한 눈빛은 달콤하고 로맨틱하다. 존재만으로도 고급진 느낌을 준다. 정말이지 독특한 매력이다. 


또, 흡인력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 정확한 발음과 발성은 지진희라는 배우의 가치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연기력도 출중하다. 아내의 외도를 확인한 순간, 환멸에 가득찬 표정에서부터 애증이 뒤섞인 표정까지 다양한 얼굴을 표현해는 걸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진희, 아니 강태욱의 슬픔과 고통에 몰입될 수밖에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너무 좋은 기회를 얻어 연기를 시작했고, 내 실력과 인기가 반비례라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죠. 그래서 연기자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무기, 지나가던 사람도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싱글즈』와의 인터뷰


<미스티>는 분명 고혜란의 욕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연히 김남주의 역할과 비중이 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강태욱이라는 버팀목이 우직하게 서 있어야 고혜란도 빛난다. 모완일 PD는 "작가와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가 일치했다. 논리적인 이유보다 대본을 봤을 때의 느낌이 왔다"며 (김남주와) 지진희를 제외하고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는데,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지진희는 온갖 욕망으로 그득한 <미스티>에 '품위'를 불어넣고 있다. 탐욕의 진흙탕이 천박해 보이지 않는 건, 사랑과 책임감을 내세운 강태욱이라는 캐릭터의 힘 때문이 아닐까. 마치 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 우아진(김희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아내의 변호인이 돼 존재감을 극대화할 지진희, '품위있는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김미화는 일반 시청자(혹은 청취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인이었다. 어렵기만 한 전문가들의 언어를 쉬운 말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러기 위해 쉼없이 질문을 던졌고, 그래서 부유(浮遊)하는 전문 용어들이 소비자들에게 착 달라붙게 만들었다. 그는 대중의 언어를 구사하는 보기 드문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였다. 손석희 앵커는 김미화를 두고 "시사 프로그램을 따뜻하게 진행하는 능력이 있다"는 칭찬을 하기도 했다. 


'코미디언이 무슨 시사 프로그램이야?'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코미디언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어때서?'라고 당당히 맞섰다. 그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항상 대중들의 시선에서 생각하는 게 습관화돼 있고, 대중들의 삶에 밀착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김미화는 대중들과 멀어졌다. 강제 격리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치가 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2011년 MBC 라디오 표준FM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돌연 하차했다. 8년간 진행을 맡았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차의 명분은 없었다. 그저 윗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던 그가 다시 MBC로 돌아왔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지금 눈이라곤 구경도 못 해봤을 것 같은데" (김미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스키장이 있다. 아프리카라고 스키를 안 타는 건 아니다" (허승욱 해설위원)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금의환향을 기대했던 그에게 엄청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가 화근이었다. MBC는 박경추 아나운서, 허승욱 스포츠 해설위원과 김미화를 중계진을 꾸렸다. 김미화 투입은 '일반 시청자의 시선'을 강조함으로써 타 방송사와의 차별화를 꿰한 것이리라. 기대대로 김미화는 특유의 입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제는 '전문성의 결여'와 '준비의 부족'이었다. 어쩌면 오랜만의 복귀에 따른 '과한 의욕'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김미화는 "아프키라 선수들은 지금 눈이라곤 구경도 못해봤을 것 같"다는 편견이 담긴 발언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또, "평창 올림픽이 잘 안 되길 바랐던 분들도 계실 텐데 그분들은 평창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손 들고 서 계셔야 한다"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까지 해 논란은 증폭됐다.


불편함을 느꼈던 수많은 시청자들은 주저없이 채널을 돌렸고, 그 결과 MBC는 시청률 꼴찌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KBS는 23%, SBS는 13.9%, MBC는 7.7%, 닐슨 코리아 기준) 중계진의 전문성을 중요시 했던 KBS(이재후 아나운서, 개막식 부감독 장유정)와 SBS(배성재 · 박선영 아나운서, 주영민 스포츠부 기자)와 확실히 '차별된' 성적이다.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더니 일베들의 악의적인 밤샘 조리돌림으로 일부 비난이 '여론'이 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것조차 제 불찰 입니다. 저를아껴주시는 분들께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올림픽중계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겸허히 인정하며 앞으로 더 나아지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쯤에서 일단락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김미화의 사과는 대중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일베들의 악의적인 밤샘 조리돌림으로 일부 비난이 '여론'이 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자신을 향해 제기되고 있는 비판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다수의 시청자들을 일베로 만드는 뉘앙스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선량한 시청자들이 불쾌할 만한 발언이었다.


이를 두고 '정신 승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김미화는 재차 사과에 나섰다. "부적절한 사과문으로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저의 생각이 짧았다. 깊은 사과드린다. 선의의 쓴소리를 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이를 계기로 좀 더 반성하며 낮아지겠다." 처음부터 이렇게 겸허한 사과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대중들은 김미화의 실수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않았을까.


지난 10년동안 불필요하게 힘든 시기를 겪었던 만큼 김미화가 성공적으로 방송에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균형'을 하루빨리 되찾아야 할 것 같다. 과거의 그가 그랬듯, 다시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방송을 하게 되길 바란다. 그건 MBC도 마찬가지다. 현상적으로는 김미화의 준비 부족이 화를 부른 셈이지만, 명분 없는 김미화 투입은 MBC의 결정이었으니 말이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리턴>에서 고현정은 주연 배우였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지금의 논란과 사태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핵심이라 생각한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누구라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고현정은 SBS <리턴>에서 주연 배우가 아니었고, 최자혜(고현정) 변호사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사실상 이견의 여지가 없다. 오태석(신성록)과 김학범(봉태규)는 알아도 최자혜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신성록과 봉태규가 주인공 주인공 아니야?'라는 이야기가 있었을 만큼, 심지어 '그 드라마에 고현정이 나와?'라는 질문이 나올 만큼 <리턴>에서 고현정은 '배제'돼 왔다. 제작진의 입장에선 '배제'라는 표현이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중반 이후 최자혜를 위한 반전이 준비돼 있었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주연과 조연의 역할과 비중이 뒤바뀐 '주조전도' 현상이 있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주연 배우의 분량이 조연 배우의 그것이 한참 못 미치고, 존재감이 이토록 미미했던 작품이 있었던가. 캐릭터도 분명치 않았고, 역할도 그다지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반전이 있다고 한들 이해하기 어려운 흐름이었다. 분명 신성록과 봉태규의 연기는 훌륭했다. 또, 그들이 연기했던 캐릭터가 화제가 됐고, 드라마 시청률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지나쳤다. 



도로 위 의문의 시신! 살인 용의자로 떠오른 4명의 상류층, TV 리턴쇼 진행자 최자혜 변호사가 촉법소년 출신 독고영 형사와 함께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사회파 스릴러 (드라마 소개)


SBS와 <리턴>은 제작 당시부터 방영 전까지 고현정을 주연 배우로 내세워 홍보에 나섰다. '고현정의 복귀작' 같은 타이틀을 내걸고서 말이다. 드라마 소개를 살펴보자. 언어 영역 1등급이 아니더라도 이 문장의 주어가 '최자혜 변호사'로 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리턴>은 최자혜 변호사가 살인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드라마로 기획됐었다. 


이렇게 설명하면 좀더 와닿을까. 원래대로라면 <리턴>은 오태석과 김학범이 얼마나 사이코패스적인지, 그들이 어느 정도의 악행을 저지르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던 드라마가 아니었다. 또, 그들이 최자혜 변호사와 어떻게 맞서 싸우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이쯤됐는데 '갈등(SBS 측의 설명)'이 없을 리 있겠는가. 또, '의견차이(고현정 측의 설명)'가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고현정은 <리턴>에서 하차하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제작진 측에서 고현정에게 하차를 통보했고,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주연 배우가 캐릭터 문제로 하차하는 경우가 전례 없는 일은 아니지만, 이처럼 하차 과정에서 제작진과 배우 측이 진흙탕 싸움을 벌인 건 초유의 일이다. 더구나 시청률이 17.4%(14회)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놀랍기만 하다.



무엇보다 지금의 사태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확인되지 않았던 내용들('고현정이 주동민 PD를 폭행했다', 고현정이 촬영에 제대로 임하지 않았다' 등)이 기사화 돼 고현정이라는 배우를 난도질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특정되지 않는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고현정의 불성실한 태도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톱스타의 갑질이라는 프레임이 덮어씌워졌다. 고현정에겐 심각한 타격이었다. 


누가 봐도 <리턴> 측의 입장에 입각한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보도였다. 정작 고현정 측은 불필요한 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그동안 언론이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양상을 여러 차례 지켜봤던 대중들은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들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주어가 없는) 언론 플레이에 놀아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양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SBS 측은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 대책이라는 건 아마도 대본 수정과 대체 배우를 물색하는 것이 될 것이다. 한편, 고현정 측(아이오케이컴퍼니)은 "최대한 조율해보려는 노력에도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며, "주연배우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 거듭 사과"했다. 


주연배우는 말없이 무대에서 (끌려) 내려왔다. 이제 남은 건 제작진의 '제대로 된' 대응이다. 언론의 뒤에서 여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대응 말이다. 과연 제작진 측은 어떤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일까. 이대로 <리턴>을 계속 시청해달라고 말하기엔 너무 염치 없는 것 아닐까? 최소한 논란의 출발점인 시놉시스 변경, 대본 수정, '최자혜 캐릭터'에 대한 수긍할 만한 설명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