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중식당의 탕수육 고기에선 이상한 쉰내가 났다. 누가 맡아도 시큼한 악취가 느껴졌지만, 유독 중식당 사장님만 그 냄새를 감지하지 못했다. 고작 이틀 가량 보관했을 뿐인데, 왜 그런 군내가 나는 걸까? 원인은 여러 가지였다. 우선, 비닐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맨손으로 밑간을 했다는 점이 지적됐고, 고기의 핏물를 빼기 위해 흐르는 물에 한동안 담가뒀다가 다시 얼리면서 부패가 쉽게 되는 환경을 만든 점 등이 지적됐다.

짬뽕 육수도 문제투성이였다. 중식집 사장님의 경우에 조리가 끝난 후 국물을 곧바로 그릇에 옮겨담지 않고, 웍에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경우가 잦았다. 무쇠로 된 웍이 식으면서 음식을 보호하고 있던 기름띠가 위쪽으로 이동했고 맛의 변질이 생겼다. 또, 육수를 온장고에 보관하면서 국물의 맛이 깊게 스며들지 못했다. 면을 삶을 때 플라스틱 체를 사용하는 등 지난 방송에서 지적된 문제들은 개선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B 분식점은 더 심각했다. ‘3분 라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분식점 사장님은 양은냄비에 (비효율적이게도) 찬물(수돗물)을 받은 후, 스프와 라면 면발을 그대로 때려 넣었다. 그리고 타이머를 3분으로 맞춘 후, 알람이 울릴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면발을 차가운 공기와 닿게 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면발은 지나치게 꼬들꼬들했고, 네모난 형체는 그대로 유지된 채 손님들에게 재공됐다.

위생적인 실수도 눈에 띠었다. 분식집 사장님은 라면에 넣을 계란을 푼 집게로 양은냄비 뚜껑을 집는 초보적인 잘못까지 저질렀다. 정작 본인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습관을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집에서 음식할 때 들인 잘못된 습관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백종원은 “저런 건 아무도 안 가르쳐 줘요.”라며 안쓰러워했다.

어김없이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번에도 다를 게 없었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장사를 시작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물론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방송에 도움을 요청했을 테지만, 정작 가장 답답한 건 본인들이겠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가게는 어떻게 해서든지 살리겠다’는 백종원의 각오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비단,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등장하는 식당만의 문제일까? 결코 아닐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외식업을 하기가 너무 쉽지만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자영업을 시작할 분들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이나 장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백종원의 외로운 외침이다. ‘더본코리아’ 대표 자격으로 불려 나온 그는 자영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증언했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외식업을 하기는 쉽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주는 주체는 없다. 너무 수월하게 창업을 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당연히 뒷감당은 개인의 몫이다.

물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어도 문제는 발생한다. ‘2015~2018년 6월 식품위생법 위반업소 현황(서울시)’에 따르면, 새마을식당, 빽다방, 한신포차 등 더본코리아 소속 음식점들의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가 최근 3년 간 41건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백종원에게 ‘너나 잘하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방송에서 나오는 이미지와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충분히 이해된다.

결국 음식점 운영의 주체는 가맹점주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가혹한 비난이지만,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본코리아의 대표로서 백종원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다만, 서울시 전체로 볼 때 식품위생법 위반 업소가 2016년 7646곳에서 지난해 8299곳으로 9% 증가하는 등 그 실태가 심각한 점을 미뤄보면 더본코리아의 문제는 오히려 작게 느껴질 정도다. 주방을 보고나면 음식을 먹기 꺼려질 식당이 부지기수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완벽히 숙지하지 못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가짐이 느슨해져 정해진 규칙들을 망각하게 되면 문제는 재발한다. 그래도 교육이나 이를 지적하고 수정할 장치가 있는 편이 훨씬 낫다. 애초부터 외식업을 시작할 무렵 철저한 훈련을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실수도 줄고, 실패도 준다. 이미 고착된 잘못된 습관을 고치러면 수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이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나름다로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하면서 예비 자영업자와 초보 자영업자들을 위해 ‘최소한의’ 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까지 백종원 한 사람에게 의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분석은 신중해야 한다. 또, 치밀해야 한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폼은 나겠지만, 섣부른 확신은 금물이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뽕(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심취돼 있는 상태를 의미)'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언급하려면 더욱 그래야 한다. 놀랍게도 어떤 문화평론가는 tvN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만' 성공한 이유를 '국뽕' 때문이라 설명했다. 


"'윤식당'에 이어 '국뽕'이 작동했다. ... 한국식 중국요리에 본고장의 중국인들이 '하오츠'를 연발하며 '엄지척'을 드는 모습이 시청자를 뿌듯하게 했다. 결국 ‘윤식당’과 비슷한 구도가 된 것이다." <하재근의 TV세상>'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만 통한 이유


정말 '국뽕'이 작동했기 때문일까? 우선, 팩트부터 확인해 보자. 실제로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성공'했다.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첫회 시청률 3.778%로 힘찬 스타트를 끊은 후 5회에서 5.359%로 최고점을 찍었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꾸준히 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모 문화평론가가 "중국편'만' 성공"했다고 강조한 건, 시즌1인 '태국편'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실이다. <현지에서 먹힐까?> 태국편은 첫회 1.853%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은 고작 1.881%(7회)에 그쳤다. 이 수치만 놓고 단순 비교하게 되면, 중국편은 성공했고 태국편은 실패했다고 결론내리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게 되는데, 태국에서 태국 음식을 팔았을 때와 달리 중국에서 사실상 한국 음식인 자장면을 팔았을 때 비로소 '국뽕'이 피어올랐다는 분석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일정 부분'만' 사리에 맞다. 우선, '조건'을 따져보는 수고가 빠졌다. 태국편은 화요일 23시를 배정받았는데, 그 시간대에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반면, 중국편은 토요일 18시라는 프라임 시간대를 부여받았다. 태국편과 중국편은 서로 다른 수저를 손에 쥐고 태어난 것마냥 출발부터 달랐다. 따라서 중국편이 시청자들과 만나기 훨씬 수월한 조건이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자장면'의 힘이 없었던 건 아니다. 자장면이 어떤 음식인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음식이면서 많은 추억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요리가 아닌가. 그런데 그게 전부였을까? 그 자장면을 '누가' 만드는가, 라는 질문을 빠뜨리면 곤란하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지금과 같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이연복 셰프로부터 나왔다. '이연복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분야에 수십년을 몸담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 엄청난 세월동안 변함없이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지닌 내공과 노하우가 어느 정도일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 놀라운 존재가 바로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이연복 셰프다. 그가 중식에 전념한 지 어언 46년,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의 요리 실력은 이미 대중으로부터 완벽히 검증받았다. 


"항상 그걸 알아야 해. 업주들이 재료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막 그러는데, 백날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아끼려 해도 소비자들은 그걸 알아."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연복 셰프에 대한 심층 탐구'라고 해야 할까? 단순히 '요리'만을 맛보는 게 아니라 이연복 셰프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래서 방송은 이연복 셰프가 지금껏 어떻게 장사를 해왔는지, 또 성공에 이르게 된 비결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들여다 본다. 실제로 이연복 셰프가 직접 장사를 하는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이것보다 흥미로운 스토리가 또 있을까?


그는 매일마다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침마다 현지의 시장에서 장을 보는 수고를 들였고, 그렇게 구입한 최상의 식재료들을 손수 손질했다. 그는 그것이야말로 '장사의 기본'이라 강조했다. 또, 야심차게 준비했던 멘보샤의 판매가 저조해 새우의 수분 때문에 빵이 젖어버리자 과감히 멘보샤를 버리는 선택을 한다. "매출보다는 먹는 사람이 걱정이니까." 그의 철학은 단호했다. 진정한 프로다웠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의 성공은 이연복 셰프의 역량과 인품, 그리고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그 요인들이란 맨땅에 헤딩을 했던 태국편과 달리 중국편은 기존 시청자들을 흡수한 상태였고, 훨씬 유리한 방송 시간대를 확보했으며, 대중에게 친근한 자장면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등이다. 이를 단순히 '국뽕'이라는 개념으로 묶어 분석하는 건 문화평론가로서 다소 안일한 태도는 아닐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1회 시청률 : 1.615%, 2회 시청률 : 1.92%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알랭 드 보통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결혼'에 대해 귀에 쏙쏙 들어오는 현실적인 정의를 내린다. 아마도 우리가 그 위험한 도박판에 나설 수 있는 건 '사랑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만 존재하는 일정한 (짧은) 시기에 우리는 결혼이라는 걸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사랑이라는 휘발성 강한 '느낌'이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되면 남는 건 '빚'뿐임을 깨닫는다.


우리는 흔히 격정적인 감각에서 비롯되는 감정, 즉 '사랑의 느낌'을 사랑의 전부로 여긴다. 그러나 M. 스캇 펙은 '사랑에 빠졌다'는 개념을 강력히 배척하면서 "사랑은 애착이나 사랑의 느낌과는 상관없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진정한 사랑은 감정보다는 의지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사랑의 느낌이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설령 부재할 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지와 헌신이 있다면 사랑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tvN <따로 또 같이>는 '결혼'에 대해,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게끔 한다. 5년차 부부 심이영-최원영과 7년차 부부 강성연-김가온, 26년차 부부 박미선-이봉원이 '같이' 여행을 떠나지만, 남편들과 아내들이 '따로' 여행을 다니게 된다. 그들은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서로의 빈자리를 느끼는 한편, 그 분리된 시간 동안 일종의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이른바 '부부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추구하는 건 친밀함이다." - 알랭 드 보통 -


제작진은 5년차, 7년차, 26년차 부부를 섭외하면서 결혼 생활이 지속되면서 부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하고자 한다. 여행지로 함께 떠났지만, 정작 따로 여행을 해야하는 상황을 부부 연차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보는 게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라 할 수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출연자들은 제작진의 의도와 기대에 맞게 그 시기의 부부들의 일반적인 관계들을 잘 보여줬다.


심이영-최원영은 여전히 신혼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잠깐이라도 틈이 나면 서로를 찾았고, 끊임없이 연락을 하기 바빴다. 스킨십도 익숙했다. 강성연-김가온 부부 역시 애틋함이 넘쳤지만, 육아로 인한 피로감이 물씬 풍겼다. 지쳐있다는 인상이었다. 김가온은 수영하며 놀면서 누군가를 보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여행을 가장 원없이 '즐겼던' 부부는 이들이 아니었을까. 



"사랑도 모양이 여러가지야. 미움도 사랑이고, 정도 사랑이다. 20년 넘어가고 그러면 의리로 산다고 하는데, 그 의리도 사랑인 거야." - 박미선 -


박미선-이봉원 부부의 경우, 처음에는 '예능적 재미'를 위해 캐스팅 됐을 거라 생각했다. 크게 기대하는 부분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봉원은 큰형님으로서 동생들을 리드하며 웃음을 이끌었고, 박미선도 적재적소에 알맞은 코멘트로 프로그램을 원활히 이끌었다. 그 정도라고 생각했을 때, 오히려 <따로 또 같이>의 숨겨진 무기가 박미선-이봉원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중간중간 박미선이 동생들에게 건네는 조언들이 생각보다 큰 울림을 줬다. 이미 그 시기들을 겪어낸 언니만이 할 수 있는 따뜻한 충고였다. 무기력한 관조가 아니었다. 또, 박미선-이봉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들은 서로 별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대화를 할 때 얼굴을 보지도 않았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일을 하며 지낼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박미선은 "지금이 안정되고 너무 좋아. 남편이랑도 그냥 편하고. 편하게 서로 싫은 소리도 막 하고. 전우애가 있지.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낸.. 부부가 그렇더라고."라며, 지금 그들 부부가 지나가고 있는 시기를 설명했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관계가 이상적인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오래 됐다고 해서 서로에게 무덤덤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편안함이라는 관계의 안정감이 부부 관계에 중요한 부분임을 되새기게 했다.


알랭 드 보통은 "뚜렷한 파국이나 큰 행복 없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관계가 사랑의 진척에 관한 이야기로서 마땅히 대접받지 못하고 여전히 러브스토리 밖에 머무는 것은 흥미롭고도 걱정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는데, 여러차례 고비를 넘긴 박미선-이봉원 부부의 관계 역시 '사랑'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여지가 충분히 있을 뿐더러 마땅히 그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냉정히 말하면 <따로 또 같이>는 참신한 프로그램이라 볼 수는 없다. 범람하는 '관찰 예능'에 발을 담근 채 '여행'이라는 흔한 소재를 취하고 있다.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남자들만 우르르 여행을 떠났던 기존의 남탕 예능에서 한걸음 진일보했고, 아내들의 일탈을 다뤘던 SBS <싱글 와이프>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부부라는 것에 대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자극적인 부분 없이) 시청자들이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 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지난 13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2018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APAN Star Awards)'가 열렸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모든 방송사(MBC, KBS, SBS, tvN, JTBC, OCN)를 통합한 드라마 시상식이다. 연말마다 ‘출석체크’를 위해 개최돼 ‘나눠먹기’ 양상으로 진행되는 방송사 연기대상과는 달리 의미가 깊은 상일 수밖에 없다. 


대개 시상식이 끝나면 뒷말이 무성하기 마련인데, 이번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의 경우 받을 만한 작품들과 배우들이 수상을 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tvN <미스터 션샤인>이 올해의 드라마상을 거머쥐었고, tvN <나의 아저씨>가 연출상을, JTBC <라이프>의 이수연 작가가 작가상을 수상했다. 또, 박서준, 유재명, 박호산, 김민정, 신혜선, 고아성, 정해인 이상우 등 연기력을 뽐냈던 여러 배우들이 기쁨을 누렸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수상자 2명을 꼽으라면 역시 대상의 영예를 누린 tvN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과 tvN <나의 아저씨>로 중편 드라마 최우수상을 받은 이지은(아이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잘 알다시피 <미스터 션샤인>과 <나의 아저씨>는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고, 방송 중에도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배우는 연기력을 통해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섯 명의 주인공이 있었다. 김민정, 변요한, 유연석, 김태리까지 제가 배울 점이 많았다. 선배로서 기특하기도 하고 정말 긴장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 외에 조연 분들이 주인공이었다."


대상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진 초이(<미스터 션샤인>에서 이병헌이 맡은 배역)’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극중 모리 타카시(김남희)의 대사 "이 오르고르 니꼬잖아.”를 패러디해 "대상 니꼬잖아(네 거잖아)"라고 예상했는데, 한 치의 오차 없이 과녁에 적중했다. 이병헌의 말처럼 <미스터 션샤인>에는 5명의 매력적인 주인공이 있었지만, 그 중심점은 역시 ‘유진 초이’였다. 


유진 초이는 애기씨 고애신(김태리)과는 애틋한 러브 라인을 그려가야 했고, 쿠도 히나(김민정)에겐 연정의 대상이었다. 김희성(변요한)과 구동매(유연석)와는 연적(戀敵)이자 동료 관계의 이중적 관계를 형성해 가야 했다. 또, 끊임없이 ‘너는 누구냐?’고 묻는 시대와 치열한 싸움을 벌어야 했다. 그는 조선과 양쪽으부터 배척받는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복단다단한 관계망 속에서 이병헌은 흔들림 없는 연기를 펼쳤다.


그의 눈빛은 고독한 이방인의 것이었다가, 어느 순간에는 사랑의 열병에 빠진 남자의 아련함이었다.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하는가 하면 어느새 슬픔으로 채워진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감동 속으로 밀어넣었다. 해외와 국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했음에도 그 영역이 스크린에 한정됐다는 아쉬움이 그를 따라다녔지만,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명실공히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섰다. 



"이지은으로 받은 상 중에 가장 큰 상을 받았다 ... 진지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 너무 부족하지만 묵직한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더 잘하겠다.” 


이질감은 전혀 없었다. 가수 아이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배우 이지은만 남아 있었다. 이지은은 극중 배역인 ‘이지안’ 그 자체였다. 그만큼 싱크로율이 높았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역시 훌륭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아 상처받은 내면을 차갑고 메마른 눈빛으로 더할나위 없이 표현해 냈다. 이선균과의 대화 호흡도 준수했고, 할머니 봉애 역으로 출연한 손숙과 나눴던 수화 연기는 그의 노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가수로 성공을 거둔 아이유는 배우로 데뷔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가려 했으나 그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연기력 논란은 피해갈 수 없는 암초이자 연기 인생에 있어 커다란 숙제였다. KBS2 <드림하이>(2012), <최고다 이순신>(2013), <예쁜 남자>(2014), <프로듀사>(2015),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 등 꾸준히 작품에 출연했지만,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대표작이라 할 작품도 없었다. 


<나의 아저씨>을 계기로 이지은은 배우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가 최우수상을 수상했음에도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성숙한 연기를 펼쳤다. tvN <인생술집>에 출연한 손숙은 “아이유는 정말 열심히 잘했다. 집중력, 몰입도가 특별한 것 같다. 예뻐 죽겠다”고 말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배로부터 이토록 예쁨과 칭찬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걸 의미하지 않겠는가? 


한 배우는 ‘연기’라는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장인의 위치에 올랐다. 완벽했고, 완전했다. 더 이상의 찬사는 없을 것이다. 그에게 대상이라는 상이 결코 아깝지 않다. 또 다른 한 배우는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더욱 많은 역할을 만나게 될 테고, 우리는 그를 통해 여러 이야기들을 듣게 될 것이다. 이병헌과 이지은, 두 배우의 연기에 감사를 보낸다. 당신들의 건승을 빈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토요일 저녁이 뜨겁다. tvN <미스터 션샤인>의 열기(시청률 18.129%)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세 편의 드라마의 경쟁이 열기를 띠고 있다. 이유리를 앞세운 MBC <숨바꼭질>이 막장의 힘을 과시하며 우위를 선점(11.2%)한 상황에서 지난 10월 6일부터 두 편의 드라마가 새롭게 선을 보였다. SBS 토요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과 tvN 토일 드라마 <나인룸>이 그 주인공이다. 


<미스 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추리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소설 『미스 마플』이 원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또, '미드' <로스트>, <미스트리스>에 출연하며 글로벌 배우로 자리잡은 김윤진의 국내 드라마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정웅인과 고성희가 합류하며 기대를 모았다. 전작인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시청률(12.7%)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었다.


시청률의 추이를 살펴보면 5.8%(1회)-7.3%(2회)-8.3%(3회)-9.1%(4회), 5.3%(5회)-6.1%(6회)-6.3%(7회)-6.6%(8회)로, 첫 주에 비해 시청률이 다소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4회에서 최고 시청률 9.1%까지 치솟았지만, 그 흐름을 이어가지는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했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인 신호다. 문제는 확장성일 텐데, '추리'가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청층 유입이 어렵다는 건 숙제다.



사정이 녹록지 않은 건 <나인룸>도 마찬가지다. 냉정히 말하면 상황이 좀더 나쁘다. 첫회에서 6.155%로 화끈한 첫발을 내딛었지만, 2회 5.413%, 3회 4.8%로 점차 보폭이 좁아지고 있다. 물론 4.8%라는 시청률을 '낮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케이블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흐름 자체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점은 심상찮다. 그건 기대했던 '무언가'를 찾지 못한 시청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신호일 테니까 말이다. 


<나인룸>은 JTBC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확실한 흥행 배우로 자리잡은 김희선과 '국민 엄마'를 넘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연기의 신(神)' 김해숙을 투톱으로 내세우며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가 흥미를 끌기도 했다. 분명 <미스 마>에 비해 화제성은 있어 보이지만, 처음 내딛었던 위치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뭘까? 우선, 냉정히 말해서 두 드라마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다. <미스 마>의 경우에는 딸을 죽인 살인범(으로 몰린) 마지원(김윤진)이 진범을 찾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고, 이를 형사 한태규(정웅인)가 집요하게 쫓는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짜릿짜릿한 긴장감이 첫주의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배경이 '무지개 마을'로 옮겨지고, 소설가로 신분을 위장한 채 숨어 지내고 있는 마지원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긴박감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이야기의 흐름이 깨졌다고 할까. 게다가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은 채 복잡하게 흘러가는 바람에 뒤죽박죽된 느낌이 강하다. 시청자들 역시 '헷갈린다'는 반응이 다수다. 게다가 조연들의 연기도 작위적이고 어색해 몰입이 방해된다는 지적이 많다.



<나인룸>도 마찬가지다. 사형수 장화사(김해숙)와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의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를 유발했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시청자들은 장화사를 보면서 '장화사의 몸에 을지해이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해야 하고, 을지해이를 보면서는 '아, 김희선이 김해숙인양 연기를 하는 거지?'라고 떠올려야만 한다. 일종의 세뇌 작업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니 헷갈릴 수밖에 없다. 드라마에 집중할라치면 채 마치지 못한 세뇌 작업 때문에 몰입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영혼이 바뀐 것에 비해 그 차이가 뚜렷하지도 않다. 연기의 변화라고 하면 '목소리의 톤' 정도인데, 그 정도로 영혼이 바뀌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34년 동안 감옥에 있었던 장화사가 너무도 완벽하게 현실에 적응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드라마니까'라고 넘기기엔 아쉬운 부분이다.


이렇듯 세밀한 부분에서 헛점이 보이기 시작하자 드라마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분명 배우들은 열연을 펼치는 것 같지만, 뭔가 어색한 느낌을 줄기차게 받게 된다. 결국 이야기를 통해 풀어갈 수밖에 없다. '모성'과 '추리'를 무기로 내세운 <미스 마>와 서로의 몸을 차지하기 위한 두 여성의 사투를 그려나갈 <나인 룸>이 초반의 엉킴을 풀고 약진하길 기대한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이번에도 김영하는 남달랐다. 그리스에서도 고대 유적들을 뒤로 한 채 과감하게(?) 휴양지인 '에기나 섬'으로 떠나 풍요로운 여유를 즐겼던 그가 아닌가. 김영하의 진가는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일반적으로 피렌체 하면 두오모 성당, 우피치 미술관 등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꼭 가봐야 할 장소쯤 될 것이다. 그런데 김영하는 뜬금없이 '영국인 묘지'를 찾았다. 


"전 여행 가면 그 도시의 묘지를 꼭 한번씩 가봐요."

"왜요?"

"일단 조용해요. 고요합니다. 산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


김영하가 묘지를 찾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유명한 관광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도시가 주는 온갖 소음에 지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인 그가 그 정도에서 만족할 리 없다. 김영하는 묘지에서조차 반짝이는 스토리를 발견하고, 그걸 자신만의 언어로 맛깔스럽게 옮겨낸다.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바로 그 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은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억압적인 삶을 살았고, 15세 때 낙마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연스레 사회비판적인 시를 쓰게 됐지만, 훗날 남편이 될 6살 연하의 로버트 브라우닝이 보낸 연애 편지를 받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후 유명한 애정 시를 써내려 갔다고 한다. 이 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김영하라는 프리즘을 통해 흥미롭게 전달됐다. 



김영하는 최고의 묘지로 파리의 '페르 라셰즈'를 꼽았는데, 그 이유로 아름답고 파리 도심에서 가까우며 유명인(짐 모리슨, 쇼팽)들의 묘가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렇듯 여행을 할 때마다 '묘지 투어'를 할 정도로 묘지를 찾는다는 김영하의 말에 유시민은 "역시 소설가는 다르긴 다르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확실히 소설가의 여행법은 뭔가 특별한 데가 있는 것 같다.


문득 페르 라셰즈는 아니지만, 파리 여행을 갔을 때 들렀던 '몽마르트르 묘지'가 떠올랐다. 그 고요한 분위기에 취해 잠시나마 마음에 안식을 얻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도시를 설계할 때 우리도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해요. 우리가 영원히 사는 게 아니니까."라는 그의 말이 가슴 깊이 박힌다. '우리에겐 가보고 싶은, 혹은 잠시 들러 쉬었다 가고 싶은 묘지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피렌체에서의 둘째 날, tvN <알쓸신잡3>의 박사들은 피렌체의 근교 도시들로 여행을 떠났다. 김진애는 중세 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시에나(Siena)로, 김상욱과 유시민은 갈릴레오 박물관과 피사의 사탑이 있는 피사(Pisa)로 떠났다. 그런데 김영하는 또 다시 남다른 선택을 한다. 그는 유희열과 함께 키안티(Chianti)라는 생소한 지역을 방문했다. 르네상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시골 전경이 펼쳐진 곳이었다.


키안티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역의 소도시로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인데, 대도시 위주의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김영하는 도시 여행을 하다보면 지치기 마련이고, 그럴 때 농가 민박에 머무르며 자연을 즐기는 여행법이 도움이 된다면서 이탈리아어로 농업(Agricoltura)과 관광(Turismo)의 합성어인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를 소개했다. 



유희열은 과거에는 이탈리아 하면 전통적인 4대 여행지(로마, 피렌체, 베니스, 밀라노)를 많이 찾았지만, 요즘에는 소도시를 여행하는 게 유행이라며 달라진 여행 인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김영하가 유명한 관광지보다 생뚱맞은 묘지를 찾고, 화려한 도시를 살펴보기보다 아기자기한 소도시를 찾을 수 있는 건 평소 여행을 많이 다녀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 필수 코스 말고 '다른' 것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이리라. 


누누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김영하의 존재감은 <알쓸신잡3>에서 매우 중요하다. 김진애의 건축 및 도시적 관점도 흥미롭고, 김상욱의 과학적 사고방식도 재미있다. 그럼에도 역시 <알쓸신잡3>의 깊이를 더하는 건 김영하의 무궁무진한 이야기고,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남다른 여행법이다. 그가 있기에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한걸음 더 내딛게 된다. 


이른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올라가던 중 김영하는 처음 피렌체를 여행왔던 이십대의 자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이 도시는 거의 변한 게 없어요. 저만 변해요." 방송에서는 '웃음'으로 처리됐지만,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김영하가 문득문득 던지는 질문들은 우리에게 나 자신의 내면뿐만 아니라 우리가 발딛고 있는 사회를 곰곰이 되새겨보게 된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밥 더 줘."


남자는 가만히 앉아서 여자에게 밥그릇을 내민다.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스럽게 행동한다. 너는 내 밥그릇을 채워주는 사람이라는 듯 말이다. 말이라도 예쁘게 하면 모르겠다. 남자는 요청이나 부탁을 하는 게 아니다. 이건 분명 명령이다. 여자는 군소리 없이 빈 밥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향한다. 1991년에 방영됐던 MBC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네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8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이다.


고창환 가족의 남자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사실상 없다. 아기를 봐준다는 명분이 있으나 그마저도 '제대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식탁에 수저를 놓는 일마저도 손녀이자 딸인 하나에게 시킨다. 아마도 그걸 교육이라 생각하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자들을 보고 자란 하나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고청환-시즈카 부부가 처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8회)했을 때, 고창환의 태도를 보며 의아했던 부분이 이제야 깔끔하게 해소됐다. 당시 고창환은 식사를 하다가 국을 다 먹자 말없이 그릇을 시즈카 쪽으로 내려놓았다. 그저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는 게 전부였다. 그러자 시즈카 역시 말없이 국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고창환의 식사는 다시 진행됐다. 아마도 7년 동안의 결혼 생활동안 그리 굳어져 왔던 모양이다. 


주방은 여자의 공간이라는 고창환의 가부장적인 태도는 그의 아빠에게서 배운 것이 틀림없다. 아빠의 "밥 더 줘"와 아들의 '탁'은 판박이처럼 똑같다. 그렇게 아들은 아빠를 닮는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들으면서 자라지만, 자신의 밥과 국조차 떠먹지 못하는 사람이 돼버리는 건 무엇 때문일까.



새롭게 출연하게 된 오정태-백아영 부부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튜디오에 출연해 VCR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오정태는 "화면을 봐도 짜증이 나네.", "답답해 죽겠네"라며 스스로 자조했을 만큼 최악이었다. 아내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오정태는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일어나서(물론 피곤했을 수 있다.) 그저 소파에 퍼져 있었다. MC 이현우가 "마지막 황제"라 말할 정도였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데 그제서야 화장실을 가고, 그 후에도 곧바로 식탁으로 오지 않고 휴대전화로 돈을 납부하느라 밥이 다 식어버렸다. 백아영은 식은 밥을 굳이 따뜻한 밥으로 바꿔주었다. 집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갑을 관계'에 가깝다는 말은 사실인 듯 했다. 오정태는 밥을 먹은 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설거지와 정리는 아내의 몫이었고, 그는 다시 소파로 돌아갔다. 


'남편이 안 도와도 좋으니 자기가 어질러 놓은 걸 치우기만 해도 좋겠다.'

'남자들이 늦게 퇴근해서 집안일 못하다는 건 핑계다. 일찍 퇴근해도 안 할 남자들은 하지 않는다. 워킹맘들은 늦게 퇴근해도 오자마자 주방으로 달려간다.'


민지영-김형균 부부는 먼저 집에 들어온 사람이 식사를 준비한다고 한다.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지난 8일 통계청은 '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 자료를 발표했는데, 2014년 가계 구성원이 대가 없이 집안일을 하며 창출한 가치는 361조 원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273조 원, 남성은 88조 원이었는데 여성이 남성에 비해 3.1배 많았다. 그러자 일부 남성들은 노동 시간이 많아 가사노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는 외벌이의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다른 통계를 살펴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이다.


남성들의 가사분담 시간은 하루 45분에 불과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다. 2017년 7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가사 분담률은 16.5%에 불과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은 3시간 27분으로, 남성의 58분보다 3.6배가 많았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은가? '함께' 있는 경우에도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일 때가 대부분이다.


결국 집안일이라는 건 가족의 구성원인 남편과 아내가 협력해서 '공동'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각자의 사정과 상황에 맞게 분담해서 풀어가야 할 문제이고, 그것이 결혼 생활의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아직까진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결혼을 마치 '엄마를 대체할' 대상을 고르는 것이라 생각하거나 심지어 '가정부'를 두는 것으로 착각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 같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