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 조금 눈둥만둥. 눈둥만둥 뿌려! 네, 그게 내 레시피입니다~"


오로지 '김수미의 힘'이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내로라하는 전문 셰프들을 제자로 거느리고, 그들을 '맛'으로 감동시키는 능력이라니! 이건 신개념 쿡방이라 불릴만 하다. 김수미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엉뚱함으로 출연자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를 쥐락펴락한다. 구도 자체가 신선하다보니 눈길이 가고, 무려 40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정감 있는 반찬들에 시선이 꽂힌다. 


'엄마의 맛'을 만들어 내는 김수미를 앞세운 tvN <수미네 반찬>은 첫회만에 3.526%(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2회에서는 4.504%로 껑충 뛰어 올랐다. 기세가 보통이 아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쿡방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의 4.196%를 뛰어넘는 시청률이다. 이쯤되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수미네 반찬>은 과연 '쿡방(요리 프로그램)'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수미네 반찬>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던 요리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할까,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할까. 기존의 요리 프로그램들이 비슷한 포맷과 출연진들로 안주하며 스스로 침체기를 야기했다면, <수미네 반찬>은 '역발상'을 통해 쿡방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 역발상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쿡방의 큰 흐름을 정리하자면, 앞서 언급했던 <냉부>와 tvN <집밥 백선생>이 큰 뼈대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냉부>가 전문 셰프들의 요리 배틀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이라는 특출난 요리전문가가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이를 일반 방송인들이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존의 쿡방은 전문가들에 철저히 의존한 방송이었다. 



"식초하고 간장 비율이 어떻게 돼요?"

"알아서 해서 찍어 먹어봐."


그런데 <수미네 반찬>은 결이 다르다. 전문 셰프가 아닌 방송인이 주(主)가 된다. 오히려 전문 셰프들(여경래 셰프, 최현석 셰프, 미카엘 셰프)은 보조적인 역할(제자)을 자처한다. 김수미를 사부로 깍듯이 모시며, 그의 레시피를 배우려 애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대표적인 전문가들이 비(非)전문가의 비법에 존경을 표하는 모습, 이와 같은 전복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쾌감을 준다. 


이런 전복, 역발상이 가능한 건, 역시 김수미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가 센 언니'를 자처했던 노사연조차도 한 수 접고 들어가고, 시건방진 캐릭터로 잘 알려진 장동민마저도 김수미 앞에선 꼼짝도 하지 못한다. 김수미라는 배우가 평생에 걸쳐 쌓아올린 독특한 캐릭터, 그 카리스마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다는 점은 김수미의 활동 반경을 무한하게 만든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요리 프로그램에선 '요리'가 중요한 법이니까. 그런데 김수미의 손맛은 전문 셰프들도 감탄을 할 정도다. 김수미표 '고사리 굴비 조림'이라든지 '묵은지 볶음'은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고향의 아련한 향수를 상기시킨다. 김수미의 자신감 있는 조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의 요리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40년 동안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깊이가 남다른 음식이다.


<수미네 반찬>은 김수미가 갖고 있던 기존의 캐릭터(이를 테면 '욕쟁이 할머니', 욕쟁이 엄마')와 주변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결합되면서 왠지 모를 따스함과 구수함을 동시에 끓여내고 있다. 평소 쿡방을 즐겨봤던 시청자들이라면 색다른 구도의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낄 테고, 쿡방이라면 손사래를 쳤던 시청자들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양상의 예능 프로그램을 반기가 될 것이다.



"이게 선생님이 가르쳐준 레시피는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니까 배우기가 더 좋아요. 실제로 하게 되니까. 그런데 (정확한 수치의) 레시피는 그것만 외우다 보면 발전이 안 되는 거예요."


한편, <수미네 반찬>의 가장 핵심적인 재미는 김수미만의 레시피와 사투리 섞인 언어에 있다. '는둥만둥, 쪼꼼만, 노골노골, 군둥내, 자박자박'과 같은 표현들은 기존의 쿡방에선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다. 이를 듣는 셰프들(특히 미카엘 셰프)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또, 김수미는 정확한 계량보다는 '이만치', '요정도', '적당히', 적당히' 등 생활과 경험에서 비롯된 레시피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여기에는 김수미 사부의 놀랍고도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으니, 대한민국에 팽배한 주입식 교육의 폐해마저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경래 셰프의 말처럼 정확한 수치가 나와 있는 레시피를 외워서 음식을 하기보다 스스로 양을 조절하면서 어느 정도를 넣어야 하는지 경험해 봐야 언젠가는 김수미처럼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음식을 다 마치고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면서 김수미는 말한다. "사실 먹는 시간이 자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보다 제일 짧긴 짧아. 짧은 시간동안 좋은 사람들과 먹는다는 게 얼마나 인생에서 행복한 시간이야?" 정말 그렇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 김수미의 행복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제대로 된 진국을 맛본 느낌이랄까. 우리가 배고파 있던 '엄마의 손맛'을 재현한 <수미네 반찬>을 챙겨보지 않을 수 없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몰입이 방해되고, 긴장감이 흩어졌다. 차라리 동생 역할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다른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어땠을까.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4회를 보면서 머릿속을 맴돌았던 생각이다. 원작의 인물 설정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면, 캐스팅에 좀더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게 아닐까. 싱크로율 100%를 자랑했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구멍이 생겼다. 바로 이성연 역의 이태환이다. 


웹소설, 웹툰에서 출발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분명 만화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재의 독특함과 이야기의 쫄깃함으로 승부를 보는 드라마는 아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힘은 캐릭터에서 나온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까지 출중하니 몰입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인공인 박서준과 박민영은 물론 박유식 역의 강기영과 '봉과장' 봉세라 역의 황보라의 감초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버릴 캐릭터가 없다.



여기에 하나의 캐릭터가 추가됐다. 이영준의 형이자 '모르페우스'라는 필명을 활동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성연(이태환). 이성연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변곡점에 해당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그의 역할은 갈등의 촉매제이다. 이영준과 김미소 사이에 알쏭달쏭한 로맨스가 싹트는 시점에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형제 간의 갈등을 촉발함으로써 드라마에 텐션을 불어넣는 중책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에 대한 앙금을 드러냈다. 이영준은 형의 존재를 매우 불편하게 여겼다. 또, 이성연이 회사로 찾아오자 김미소에게 심부름을 시켜 두 사람이 마주치지 못하도록 했다. 집에서도 주먹질을 하며 다퉜다. 이성연 역시 이영준에게 묵은 감정을 폭발시켰다. "그때 네가 한 짓만 아니었어도, 지금 네 자리에 있는 건 나였을 거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며 열등감을 드러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1~3회까지 안정적인 스토리를 쌓아왔기 때문에 이쯤에서 변화를 주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갈등의 요소로서 이성연의 투입은 다소 뻔하지만, 이상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태환의 연기는 그 비중을 생각했을 때 기대 이하다. 또, 기존 배우들과의 합도 그다지 맞지 않아 보인다. 겉돈다고 해야 할까. 한마디로 연기력 부족이다.


'여심 킬러'라고 하지만 그 매력이 어딘가 많이 부족하다. 이대로는 삼각 관계를 형성하기는커녕 그 어떤 설렘도 주지 못할 형편이다. 베스트 셀러 작가라고 하기에도 뭔가 어설프다.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다. 동생에 대한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표현하기에도 연기의 깊이가 얕아도 한참 얕다.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갈 뿐 감정의 전달은 뒷전이다. 주말 드라마 특유의 정형화된 연기톤이 식상하다.


무엇보다 95년생인 이태환이 88년생의 박서준의 형 역할로 나온다는 것부터 어색하다. 아무리 만화적 성격이 짙은 드라마라 하더라도 이십대 중반의 배우에게 삼십대 중반(35살) 캐릭터를 맡긴 건 무리수였다. 이태환이 연기하는 이성연은 내면의 성숙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풋풋한 인상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이영준과의 케미도 맞지 않고, 긴장감도 발산되지 않는다. 무게 중심이 이영준 쪽으로 확 쏠려버렸다.



3회에서 시청률 6.95%까지 치솟았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4회에서 6.379%로 조금 주춤했다. 파죽지세의 흐름이었지만, 화룡점정에는 실패한 느낌이다. 맛깔스러웠던 드라마, 다 된 밥에 재를 부린 격이랄까. 이태환의 등장은 그만큼 아쉬웠다. 조금 더 뻗어나갈 수 있었던 기세가 수그러든 모양새다. 이렇게 되면 이영준과 김미소 캐릭터에 무게가 쏠리고, 박서준과 박민영에게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분명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미있다. 법정물이나 수사물이 쏟아진 가운데 가벼우면서 발랄한 분위기의 드라마로서 단연 돋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주인공이 매력적이고, 그들이 그리는 사랑이 알콩달콩하다고 해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지루해지는 법이다. 새로운 변화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서는 한 차례의 고비가 닥친 셈이다. 과연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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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살해하고서 손톱에 빨간색 매니큐어를 발라 놓는 연쇄살인범 김민석(최승윤). 헤어진 약혼자 정서현 검사(전혜빈)로부터 부탁을 받고 수사에 참여했던 과학수사대 한태주 형사(정경호)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지만, 일부 증거가 조작됐다는 것을 알고 법정에서 이를 진술한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용의자는 풀려나게 됐고, 정서현은 갑자기 실종된다. 모든 것이 꼬여 버렸다. 


용의자를 추적하던 한태주는 공범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상대가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곧 차에 치이며 의식을 잃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뜬 한태주는 1988년 인성시의 풍경과 마주한다. 거리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민방위 대피 훈련이 한창이다. 라디오에선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라는 코멘트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2018년의 모습이 아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미쳐버린 걸까? 무슨 까닭으로 한태주는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1988년의 인성시로 되돌아간 걸까?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영문을 알 수 없는 한태주는 그저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현재와 과거가 혼재되고, 현실과 꿈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된다. 


그러던 중에 연쇄살인범 김민석을 닮은 남성을 발견하고 쫓아갔다가 이용기(오대환)와 조남식(노종현)에게 거동수상자로 몰려 경찰서로 연행된다. 다짜고짜 발차기부터 날리고 보는 1988년의 경찰 강동철(박성웅) 계장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한태주의 옷에서 인사 명령서가 발견되고, 한태주는 그때부터 경찰로 인정받게 된다. 여전히 상황이 이해되지 않긴 마찬가지다. 


이게 웬일인가. 놀랍게도 1988년의 인성시에서도 2018년에 발생했던 매니큐어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1988년에 8살에 불과한 김민석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2018년의 김민석이 1988년에 발생한 어떤 범죄를 모방했다는 것일까? 한태주는 극심한 혼동 속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여기에 한태주가 1988년의 인성시로 돌아간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는 OCN이 자랑하는 장르물이다. 표면적으로는 '타임슬립 수사물'의 형식을 띤다. 물론 엄격히 말하면 타임슬립은 아니다. 연출을 맡은 이정효 PD는 "타임슬립보다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공간에서 한 인물이 살아가며 정체성을 찾고 과거의 좋은 것들을 만나게 되는 드라마"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시간을 이동하는 게 아니라 꿈, 무의식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분명 한태주는 1988년 인성시에 존재하고 있다. 그가 대화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들도 모두 실체가 분명하다. 그러나 잠재의식 속에서 만난 2018년의 의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건 실재가 아닙니다. 왜곡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이 곳에 돌아올 수 있어요"라며 한태주에게 가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주인공이 겪는 혼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라이프 온 마스>가 기존의 타임슬립 드라마, 이를테면 OCN <터널>, tvN <시그널>과의 차별점이다. <시그널>이 과거와 현재를 무전기라는 매개를 통해 연결했고, OCN <터널>이 과거의 인물을 현재라는 시간 속으로 던져 버렸다면, <라이프 온 마스>는 현재의 인물을 과거 속으로 보냈다는 차이도 있다. 


"보고 나면 다른 점을 분명히 느끼"게 될 것이라는 이정효 PD의 자신감은 사실이었다. <라이프 온 마스>는 동명의 원작(영국 BBC에서 2006년 제작)을 리메이크한 작품답게 짜임새 있는 극본으로 쫄깃쫄깃한 이야기를 선보였다. 기존의 리메이크 작품들이 '정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고꾸러졌던 것과 달리 <라이프 온 마스>는 그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tvN <굿와이프>를 연출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정경호의 연기력이다. MBC <미씽나인>에서 코믹과 스릴러, 멜로까지 소화해 내고,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친근하고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정경호는 이번 작품에선 수사물에 걸맞은 날선 연기를 선보였다. 섬세한 감성과 풍부한 표정은 혼란 속에 빠진 인물을 소화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의 탄탄한 연기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었다.


그런가 하면 정경호와 합을 맞추는 박성웅의 활약도 흥미로웠다. 강동철 역을 맡아 무려 10kg이나 몸무게를 늘린 박성웅은 캐릭터와 일체된 연기력을 보여준다. '미친 멧돼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막무가내이지만, 인간적인 면모도 갖고 있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극 중에서 한태주와 강동철은 과학 수사와 감에 의존한 수사를 대표하는 인물인데, 두 캐릭터의 '브로맨스'는 드라마의 활력소이자 재미요소이다. 


윤나경 순경 역의 고아성의 독특한 연기도 눈길을 끈다. 수사관이 되기 위해 경찰이 됐지만, 현실은 커피 배달, 빨래, 자료 정리 등 잡무를 도맡았다. 그러나 남다른 분석력을 갖고 있어 곧 사건 해결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이처럼 캐릭터들이 초반부터 자리를 잡은 덕분에 이야기의 전개가 수월해졌다. 2.081%로 출발한 시청률은 2회에서 3.122%로 껑충 뛰어 올랐는데, <라이프 온 마스>의 돌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부디 지금의 이 꽂힘이 끝까지 유지되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눈부시지 않나? 나한테서 나오는 아우라"

"사람이 어떻게 무능할 수가 있지? 노력하고 쟁취한다. 대체 왜 못하는 거지?"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남자주인공, 재력과 외모, 능력까지 어디 하나 부족한 게 없다. 모든 것을 갖춘 그는 기고만장하기까지 하고, 잘난척이 하늘을 찌른다. 게다가 오글거리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댄다. 상상을 초월하는 밥맛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웬만하면 짜증이 났을 텐데, 저 경악스러운 대사를 듣는데도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빠져든다. 그제서야 실감했다. 이 드라마 제대로다. 보통이 아니다. 


물론 불편한 눈으로 보자면 껄끄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자 주인공은 젊은 나이에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고, 그 비서는 어김없이 연하의 여성이다. 이 뻔하고 상투적인 구도는 그것이 현실의 반영이라 할지라도 식상하다. 또, 여자 주인공은 예외없이 가난하지만 씩씩하고 밝다. 극중 직업상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남성은 하대를 너무도 쉽게 한다. 그 무례함이 박력처럼 둔갑하는 건 씁쓸한 일이다. 


그럼에도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미있다. 부대끼지 않는다. 웃어넘길 수 있는 너그러움이 샘솟는다. 왜 그럴까. 눈부신 원작의 아우라 때문일까. ‘웹소설 누적 조회수 5천만 뷰, 웹툰 누적 조회수 2억 뷰’라는 놀라운 성적표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허투루 볼 수 없게 만든다. 그만큼 이야기의 구도가 탄탄하고 짜임새가 있다는 이야기니까. 혹은 워낙 만화적이라 위화감이 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첫회 시청률 5.747%, 2회에는 조금 떨어졌지만 5.403%.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기세가 매섭다.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MBC <이리와 안아줘>(4.5%)와 SBS <훈남정음>(4.4%)을 단숨에 제치고, 1위 KBS2 <슈츠>(9.2%)를 뒤쫓고 있는 형세다. 케이블 가입자가 75%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지상파 1위 <슈츠>를 보다 가까이에서 추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세는 역시 원작의 존재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원작이 있다고 해서 매번 성공률이 높은 건 아니다. 굳이 제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실패한 작품들을 떠올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 섣불리 원작과의 차별화를 꿰하거나 워작의 분위기를 훼손하면서 혹평을 받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일까.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스토리와 캐릭터, 웹소설과 웹툰 특유의 자유분방함까지. 


연출을 맡은 박준화 PD는 "원작 안에 여심을 자극할 만한 코드가 함축돼 있다. 원작과 차별화하기보다는, 싱크로율이나,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디테일한 설정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회가 끝난 후, 이영준(박서준)을 너무 순둥이로 그렸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박서준의 매력은 그 우려를 찬사로 바꿔버렸다. ‘김비서’ 김미소 역의 박민영은 완벽한 싱크로율로 원작의 팬들을 감동시켰다. 



그러고보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가장 강력한 힘은 주연 배우들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을 가진 재창작물의 경우에 원작의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맞지 않아 시작부터 실망감을 안기거나 배우의 연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경우가 허다했다. 반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그런 뒷말이 없다. 이토록 원작의 팬 모두를 만족시켰던 드라마가 있었던가. 


나르시시즘으로 가득한 왕재수 캐릭터를 저리 매력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건 박서준의 연기 내공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박서준은 MBC <킬미, 힐미>(2015)에서 천재 추리 소설가 오리온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기고, MBC <그녀는 예뻤다>(2015)를 통해 단숨에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또, KBS2 <쌈, 마이웨이>(2017)를 통해 청춘들의 애환을 그려내면서 로맨틱 코미디의 장인으로 자리잡았다.


박서준은 진중한 모습과 코믹한 모습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데, 그와 같은 변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매순간 전력을 다 쏟아붓는 연기는 설득력이 있고 호소력이 있다. 매 작품마다 성장하는 잠재력은 배우 박서준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tvN <윤식당>에서 보여준 성실함과 진솔함은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했는데, 광범위한 대중적 인기를 얻은 것도 박서준에겐 든든한 자산이자 힘이다. 



박서준 못지 않게 박민영의 활약도 돋보인다. 철두철미하고 똑부러지는 ‘비서계의 인간문화재’, 까다로운 상사를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케어하는 프로페셔널한 김비서 역할이야말로 드라마의 맛깔스러움을 더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박민영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히 캐릭터에 녹아 들었다. 그의 다채로운 표정과 능수능란한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만찢녀(만화를 찢고 나온 여자)’라는 호평이 아깝지 않다. 


왜 이제야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했는지 묻고 싶을 만큼 박민영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사실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처음일 뿐, KBS2 <성균관 스캔들>(2010), SBS <시티헌터>(2011), KBS2 <힐러>(2014) 등에서 박민영은 충분히 로맨틱한 모습과 사랑스럽고 코믹스러운 연기를 펼친 적이 있다. 그동안 착실히 쌓아왔던 내공이 자연스럽게 발산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지 않을까. 박민영 역시 로코의 장인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1, 2회만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이영준은 9년 만에 퇴사를 결정한 김비서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김미소는 누군가의 비서로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나’를 찾아 떠날 수 있을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만큼이나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박서준과 박민영의 클래스 있는 연기도 관심의 대상이다. 더불어 봉세라 역을 맡은 황보라의 존재감 넘치는 감초 연기도 드라마의 백미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실험이 끝났다. '행복 실험'이라 붙여진 과감한 도전이었다. 피실험자 A(박신혜)와 B(소지섭)는 '당신은 행복은 무엇입니까?'라는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질문을 마주했고, 매순간 자신의 행복에 대해 고민했다. 9주의 시간동안 조금씩 자신만의 답에 접근해 갔고, 결국 그들은 실마리를 풀어냈다. 시청자들은 피실험자들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응원했고, 공감했고, 감격했다. tvN <숲속의 작은집> 잔잔히 우리를 웃고 울렸다.


프로그램이 주는 울림과 의미, 가치와는 달리 시청률은 상당히 저조했다. <숲속의 작은집>의 감독판(10회) 시청률은 1.145%에 그쳤는데, 일반적으로 감독판의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실질적인 마지막 회인 9회의 시청률도 1.411%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4.706%를 찍은 첫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타더니 반등의 여지조차 없었다. 아쉬운 성적표다.


물론 애초부터 <숲속의 작은집>은 높은 시청률을 겨냥하지 않았다. 예능이 추구하는 일반적인 웃음를 지향하지도 않았다. 나영석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재미있으려고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고 선언하면서 "대화가 아니라 자연의 소리, 얼굴이 아닌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푹 잠들고 싶은 금요일 밤에 TV 틀어 놓고 조용히 잠들기 좋은 프로그램일 것"이라 설명했다.



그만큼 나 PD의 도전은 과감했다. 단순히 시청률만 놓고 보면 <숲속의 작은집>은 '실패'일지 모르겠다. 가시적 성과는 미미하다. 그러나 자극적인 소재와 작위적인 웃음이 난무하는 예능 시장의 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만으로도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숲속의 작은집>은 예능의 역사에 있어 하나의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시도는 아무도 할 수 없다. 나영석 PD쯤 돼야, 조금 과장하면 오로지 나영석 PD만 가능한 도전인지도 모르겠다. 최고 시청률 15.986%를 기록한 <윤식당2>로 대박을 터뜨린 후의 여유가 <숲속의 작은집>을 탄생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또, 29일 방송 예정인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 대한 확신이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 PD는 앞으로도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가 가능한 프로그램과 자신의 성향이 반영된 과감한 실험적 프로그램을 연달아 론칭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tvN의 특수한 구조와 시스템, 나 PD의 역량과 영향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됐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나 PD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응원할 뿐이다.



한편, <숲속의 작은집>의 낮은 시청률에 대해선 한마디 더 덧붙어야겠다. 전세계적으로 '슬로 티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의 경우 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7시간 방송에 내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청률이 무려 20%가 나왔다. 내레이션도 없고, 자막도 없는 이 방송을 바라본 20%에 달하는 시청자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걸까.


그건 아마도 '고립'일지도 모른다. 도심의 소음으로부터,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로부터, 끊임없이 나를 찾는 수많은 요구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심정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숲속의 작은집>은 (적어도 시청률 면에서) 실패했다. 무엇 때문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답은 오히려 쉽게 나온다. 현재 현재 인기 있는(혹은 인기 있었던) 예능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된다. 그건 바로 '관계'다.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윤식당>, <꽃보다 할배>를 비롯해 KBS2 <1박2일>, MBC <무한도전>, JTBC <효리네 민박> 등 대부분의 인기 예능들은 '관계지향적'이다. 출연자들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관계가 만들어내는 재미와 감동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MBC <나 혼자 산다>조차도 혼자 살아가는 무지개 회원들 간의 관계를 만들어내려 애쓰고, 심지어 연애까지 이끌어내지 않던가.



반면, <숲속의 잡은집>은 그 어떤 관계조차 사라진 완전한 '고립'을 보여줬다. 감독판에서 박신혜가 자신이 한 음식을 제작진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호평을 받았던 걸 떠올리면 도움이 될까. 시청자들은 그런 사소하지만 따뜻한 관계를 통해 위로를 느낀다. 만약 박신혜와 소지섭이 각자의 고립을 벗어나 잠시라도 만나 관계를 맺는 코너가 있었다면 <숲속의 작은집>은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추론을 통해 감히 이야기해 본다면, 우리들이 원하는 건 (완전한) 고립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한) 관계가 아닐까. 삭막한 현실, 치열한 경쟁 체제, 살벌하기 그지없는 세상. 그 누구에게도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냉혹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그래서 잠시나마 내가 서 있는 곳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진짜 온기 말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온기는 고립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인가 보다. <숲속의 작은집>이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더불어 이 다음에 나영석 PD가 들고 나올 프로그램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또 다른 고립일까, 아니면 관계일까. 또,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 명의 예능 PD가 이런 흥미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행복하려고 부단히 애쓰는 것 같아요."

"행복은 모르겠고, 감사해요. 감사는 있어요. 그런데 행복..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9주에 걸친 실험이 모두 끝났다. 지난 8일, tvN <숲속의 작은집>의 피실험자A 박신혜, 피실험자B 소지섭은 그동안 자신들이 수행했던 미션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미션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박신혜는 '한번에 한 가지 행동하기, 새들의 소리를 찾아서, 한가지 반찬에 밥 먹기, 6시 이후에 휴대폰을 꺼보세요'를 언급했고, 소지섭은 '3시간 동안 식사하기'라 말하면서 절대 따라하지 말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주도에 위치한 '숲속의 작은집'으로 떠나기 전만 해도 '행복하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며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던 그들이었지만, 방송이 끝나가는 시점에 그들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져 있었다. 자신의 힘듦을 누군가에게 꺼내놓기 어려웠던 박신혜와 '행복해지고 싶어요'라 말하는 게 신경쓰였던 소지섭이 별다른 망설임 없이 캐스팅에 응한 건 어쩌면 '행복을 찾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속에서 피실험자들은 조금씩 행복을 발견해 나갔다. 문명의 이기(利器)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사람들과의 시끌벅적한 관계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그들은 분명 무언가를 찾아가고 있었다.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고, 그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빠져들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또, 자연 속에 놓인 자신의 발견하면서 삶의 태도와 방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알람이 아니라 따사로운 햇빛과 경쾌한 새소리로 아침을 열었고, 울창한 숲속을 산책하며 마음의 안식을 찾았다. 맑고 청명한 하늘 아래 누워 낮잠을 자기도 했다. 유독 비를 많이 만났던 피실험자 B의 경우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느긋한 하루를 보냈고, 우비를 입고 빗속을 거닐었다. 저녁무렵에는 찬란히 빛나는 노을 바라봤고, 밤이 되면 캄캄한 하늘 속에서 영롱히 빛나는 빛을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월든의 호숫가 숲속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깊은 성찰에 당도했던 것처럼, 박신혜와 소지섭도 '자발적 고립'을 통해 주체적인 삶을 회복해 나갔다. 문명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질수록 자유와 조금씩 가까워졌다. 여러가지 실험들은 그들에게 '제약'을 가하는 듯 했지만, 그들의 삶은 단언컨대 더욱 풍요로워졌다. 휴대전화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그들이 훨씬 더 자유로워진 것처럼 말이다.



"행복은 강요나 권유로 만들어질 수 없는 것 같고요. 행복은 많이 고민하거나 생각하거나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는 것 같고. 행복은 매사에 감사하고 즐겁게 살면, 그게 행복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3달 간의 행복실험이 그들에게 남긴 건 무엇이었을까. 방송 초반 '당신의 소확행(小確幸)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던 소지섭은 드디어 자신만의 답을 찾아냈다. 행복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는 것, 매사에 감사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라는 그의 대답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그의 꾸밈없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다면 박신혜에게 <숲속의 작은집>은 어떤 의미였을까. 삶 속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는 게 어렵지 않았고, 그래서 자신만의 소확행을 확실히 구축해 뒀던 그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었다. 다만, 현실이라는 장벽을 맞닥뜨려 잠시동안 잊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무런 구속없이 스스로 원하는 대로 하루를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박신혜는 가려져 있던 행복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피실험자A 박신혜와 무뚝뚝하지만 사려깊은 피실험자B. <숲속의 작은 집>은 상반된 분위기의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 물음들은 결국 '행복'에 대한 것이었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당신이 행복한 순간은 언제입니까?', '당신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합니까?' 대답은 수천, 수만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 대답도 결국 하나로 모아질 것이다. 


SBS <집사부일체>에서 이승기는 스승 이선희에게 "행복하세요?"라고 물었다. 이선희는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해"라고 대답한다. 의미심장한 대답임에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질문을 맞닥뜨린 순간, 우리는 자신있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아니, (행복을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게 달려가야 한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으니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tvN <무법 변호사>의 기세가 무섭다. 바야흐로 '기성'의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봉상필 변호사(이준기)는 살인의 누명을 쓰고 경찰에 체포됐고, 골칫덩어리를 제거한 차문숙 판사(이혜영)와 안오주 회장(최민수)판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과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출연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무법 변호사>는 시청률 6.085%(닐슨 코리아 기준)로 순항 중이다. 


극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 <무법 변호사>는 드라마의 성공을 위한 조건들을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두루 갖추고 있다. '어머니의 복수'라는 사적 복수와 '기성의 정의'라는 공적 복수가 절묘히 조합을 이룬 이야기의 쫄깃함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조금 촌스러운 구석이 있지만, 연출도 군더더기가 없는 편이다.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덕목은 역시 주연배우들의 활약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존경받는 판사와 탐욕스러운 악의 축,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이중적인 인물인 차문숙 판사를 연기하고 있는 이혜영의 존재감은 <무법 변호사>의 큰 힘이다. tvN <마더>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는 여전하지만, 그 색채가 완전히 달라져 놀랍기만 하다. 그 변화무쌍함은 이혜영이라는 배우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형적이거나 평면적이지 않은 그의 연기는 매번 새롭고 흥미롭다. 


그런가 하면 밑바닥 깡패에서부터 오주그룹의 회장, 그리고 기성의 시장까지 뛰어오른 안오주 역을 맡은 최민수의 무게감도 든든하기만 하다. 극악무도한 악역을 맡은 최민수의 연기 변신은 이혜영의 그것과 함께 매우 인상적이다. 극 중에서 최민수는 뱀처럼 섬뜩한 눈빛을 내보이고, 자신의 야욕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야비한 인물을 적절히 묘사하고 있다. 생동감 넘치는 악역이다.



두 중견 배우가 탄탄한 연기로 4, 50대 시청층을 흡인하고 있다면, 무법(無法)에서 무법(武法) 변호사로 성장한 이준기의 활약은 젊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tvN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실패의 쓴맛을 본 이준기는 한층 더 성숙한 연기로 돌아왔다. 액션뿐만 아니라 달콤한 멜로, 긴장감 넘치는 법정신까지 못하는 게 없는 완전체 배우로 거듭났다. 외삼촌 최대웅(안내상)을 죽음에서 구하려 애쓰던 열연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여기에 차문숙 판사의 그림자로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남순자 역의 염혜란은 '미운 연기'를 맛깔스럽게 연기하고 있고, 사건의 키를 쥐고 있으며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우형만 형사 역의 이대연도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여기에 봉상필과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 천승범 검사 역으로 박호산이 새롭게 가세하면서 캐릭터가 더욱 풍부해졌다. 



이렇듯 <무법 변호사>는 선과 악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의 균형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을 뿐더러 그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라는 게 차별화된 장점이다. 뻔하지가 않다고 할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여자 주인공 서예지의 존재감이다. 봉상필과 함께 정의를 위한 싸움에 뛰어든 하재이 변호사는 명실상부 드라마의 투톱이었지만, 그 역할과 무게감이 현저히 축소되고 있다. 


<무법 변호사>는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판사의 오판에 "이 판결 잘못하신 거예요"라며 주먹을 날리는 하재이를 통해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그만큼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하재이는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받고도 끝내 소신을 꺾지 않았고, 봉상필과의 기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강단 있는 여성 변호사였다. 봉상필에 못지 않은, 그보다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하재이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 처음의 당찬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언젠가부터 봉상필의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제한되고 있는 느낌이다. 봉상필의 이벤트에 감격해하고,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기보다 봉상필에게 마냥 의지한다. 러브라인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때문인지 드라마를 홍보하는 기사에서도 서예지는 '애교', '청순' 등의 이미지와 결부돼 있다.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건 봉상필이고, 하재이는 단순히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의 전개는 뻔한데, 차 판사를 무한 신뢰하는 아빠와의 갈등이 가속화될 테고, 죽은 줄 알았던 엄마와의 재회는 신파적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하재이는 계속해서 감정적인 문제로 흔들리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봉상필이 그를 감싸고 위로하는 구도가 정착된 것이다. 결국 하재이는 유일하게 뻔한 캐릭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쫄깃쫄깃한 법정 드라마를 추구하는 듯 했던 <무법 변호사>도 결국 멜로의 수렁에 빠져 버렸다. 대중적인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달달한 사랑을 그리는 걸 나쁘다 할 순 없지만, 그 비중이 많아질수록 극의 긴장이 사라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멜로가 강조되면서 당차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의존적이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변질되고 있는 것도 팩트다. 이것이 잘 나가는 <무법 변호사>의 유일한 옥의 티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