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킹(Busking) : 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을 말한다. 공공장소에서 하는 모든 공연이 버스킹에 속하지만, 주로 음악가들의 거리 공연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다음백과)


JTBC <비긴 어게인>은 따뜻한 프로그램이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비긴어게인>, 애초에 이소라와 버스킹은 어울리지 않았다'의 시작 문장을 빌려와 고쳤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음악' 때문이다. 수치로 정확히 계량할 수는 없지만, 존 레논(John Lennon)의 'imagine'이 세계 평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 노래를 흥얼거려 본 사람들은 안다. 그만큼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 온기를 만들고, 평온함을 모락모락 피워내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지향한다. 그건 음악을 하는 사람과 그 음악을 듣는 사람, 모두에게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마법이다.


처음에는 '평가'가 중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당시 제작진의 속내도 그랬을지도.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 세 명의 뮤지션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니까. 단순히 상업적 성공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닌 음악적 가치도 뚜렷했기에, 세 뮤지션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그들의 노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으리라.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평가'가 궁금했다 그것만이 유의미 했다. 

 

 

그러기 위해선 '외국'으로 나가야 했고, 형식은 '버스킹'이 적당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그리고 계속해서 모아 놓는 '힘'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지난 3회, 아일랜드의 항구 도시 골웨이에서 '관객'의 입장에서 버스킹을 지켜보던 노홍철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무대가 끝난 후, 카페에서 노홍철은 "그냥, 내가 아는 형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너무 혼자 있고, 그게 내가 너무 싫어. 너무 불쌍해. 우리나라에서 봤던 형, 누나가 아니고.."라며 눈물의 이유를 밝힌다.


이것이 <비긴 어게인>이 끄집어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평가'일 것이다. 노홍철이 느꼈던 개별적 '감정'에 대해 존중하면서도 다수의 시청자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던 까닭은 애당초 '음악'에 그와 같은 '평가', 다시 말해서 사람이 얼마나 모이느냐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명의 뮤지션은 그 순간 음악에 심취했고, 자신들 앞에서 귀를 기울여 노래를 듣는 사람들과 교감했다. 분명 TV를 지켜보던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소통이었다. '버스킹의 묘미'는 이미 충분히 전달되고 있었다.

 

 

현재 JTBC <비긴 어게인>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이소라'일 것이다. 분명 그는 예민하고 민감하다. 감정 기복도 심하고, 컨디션에 따라 음악적 완성도의 진폭도 큰 편이다. 수준급 세션들과 호흡을 맞추는 완벽한 환경에서 노래를 해왔기 때문에 '길거리'라는 환경이 낯설고 어색하다. 이소라의 그런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급기야 '애초에 이소라와 버스킹은 어울리지 않았다.'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일정 부분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애초에 이소라와 버스킹은 어울리지 않았다'는 단정(斷定) 속에는 '버스킹'에 대한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닐까. 각자마다 '버스킹'에 대한 이미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버스킹'의 전부일 수는 없다. '애초에' 버스킹에는 '장르'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공연'이 그 주체이고 대상이다. <비긴 어게인>의 출연자 중에서 윤도현이 가장 버스킹에 익숙한 멤버일 수는 있겠지만, 그가 가장 버스킹에 어울리는 멤버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윤도현의 락이 분위기를 휘어잡는 매력이 있다면, 이소라의 재즈 풍의 음색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비긴 어게인> 제작진이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가수를 섭외한 까닭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가수만을 섭외하거나 애초에 밴드를 데려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건 상이한 두 가수가 만들어 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획일적인 음악이 아닌 다양성이 있는 음악을 통해 훨씬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리라.

 

 

여전히 여러 종류의 '낯섦'이 잔존해 있지만, 그런 '긴장감'조차 없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된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해 왔던, 각기 다른 성향의 뮤지션들이 '함께' 음악을 하는데 그 정도의 '충돌'이 없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저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갈등과 어려움을 순조롭게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그 변화는 회가 거듭할수록 뚜렷하게 느껴진다. 유희열은 키보드의 위치를 바꿔 윤도현과 이소라의 얼굴을 보며 연주를 하고, 이소라도 한층 더 편안한 마음으로 '버스킹'에 녹아들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9회만 보더라도 저들이 얼마나 '버스킹'이라는 무대를 즐기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표정에서부터 여유와 편안함이 넘치지 않던가. 일요일의 늦은 밤, 그들의 음악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음에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감'이라는 게 반드시 눈에 보이는 어떤 '행동'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회차가 진행되어도 관객을 외면하고 노래를 부른다' 한 칼럼니스트의 지적은 '교감'에 대한 모독처럼 들린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비긴 어게인>의 무대를 즐기는 건 어떨까. 그렇다면 분명 훨씬 더 많은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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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풍숙정 총각 김치 맛의 비결은 '조미료'였고, 박복자(김선아)를 죽인 진짜 범인은 운규(
이건희)였다. 마지막 회 시청률 12.065%(닐슨코리아 기준)로 JTBC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성대하게 막을 내린 <품위있는 그녀>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소위 상류층의 '입맛'이라는 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조선족 청부 폭력범이 "조미료 범벅이 뭐가 맛있습네까"라며 인상을 찡그릴 만큼 별 볼일이 없다는 것과 대한민국에서 고3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교훈의 경우에는 강남 상류층의 허상을 거침없이 드러냈던 풍자극답게 짜릿함을 선사하며 폭소를 선사했지만, 두 번째의 경우에는 제법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파격적인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부담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미성년자를 살인범으로 만들 필요까지 있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백미경 작가는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들의 나쁜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부유층 자제들의 행태를 접하면서 범인을 재벌 3세인 운규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흡족할 만한 설명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우아진(김희선)을 필두로 한 상류층 '어른'들이 공동으로 꾸민 사건으로 몰고가는 편이 완성도 면에서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품위 있는' 우아진을 지켜주고 싶었다면 그를 제외시킨 나머지 인물들 간의 카르텔을 도모하는 건 어땠을까. 그러나 상류층의 추악한 민낯을 까발리는 한편, 박복자의 욕망과 파멸 그리고 그 대척점인 우아진을 멋드러지게 그려내며 수작(秀作) 대열에 합류한 <품위있는 그녀>에서 박복자 살인범 찾기는 보너스 영상(사실상 사족)에 가까웠기에 그 결과에 대해 굳이 심드렁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품위있는 그녀>의 성공을 일군 일등공신은 <사랑하는 은동아>,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JTBC와 또 한번 손을 잡은 백미경 작가일 것이다. 그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JTBC 드라마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그의 가치가 급상승한 건 두 말할 나위 없다. 한편, 전작들의 경우에 흥미로웠던 전반부에 비해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의식했던 탓일까. <품위있는 그녀>에서는 박복자를 살해할 동기가 충분한 용의자들을 통해 후반부까지 긴장감을 유지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그 역시 성장한 것이다.


물론 김희선과 김선아, 두 주연 배우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백 작가는 우아진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처음부터 김희선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혔는데, 우아진이라는 옷을 입은 김희선은 그야말로 최고의 연기로 화답했다. 그러나 역시 김선아를 빼놓고 <품위있는 그녀>를 논할 수는 없다. 그의 연기는 한마디로 전율이었다. 선과 악을 넘나들고, 욕망과 갈망의 감정들을 과감히 표현했다. 표정 하나조차 치밀했고 강약 조절도 섬세했다. 박복자에 완벽히 빙의한 그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다. 

 

 

"대본 리딩을 하러 가면 단 한 장면, 한 줄의 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배우들을 볼 때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작은 배역들도 자신이 나오는 장면에서 한번은 주인공이 되도록 쓰려고 노력했다. 작품 속 도우미 아주머니들도 캐릭터를 드러내 연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 <스포츠한국>, [인터뷰] '품위녀' 백미경 작가 "당신의 인생은 그런대로 괜찮다"


드라마를 이끌었던 김희선과 김선아의 연기가 강렬했던 게 사실이지만, <품위있는 그녀>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조연 배우'들이 빛이 났다. 우선, 안태동 가(家)의 인물들을 떠올려보자. 안태동 회장 역의 김용건을 비롯해서 막돼먹은 장남 안재구 역의 한재영, 철딱서니 없는 둘째 딸 안재희 역의 오나라, 첫째 며느리 박주미 역의 서정연은 드라마 속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셋째이자 우아진의 남편 안재석 역의 정상훈은 뻔뻔하면서도 밉지 않은 코믹 연기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리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강남 상류층의 특권의식이 잘 드러났던 브런치 모임의 멤버들과 그 남편들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도도한 카리스마를 뽐냈던 차기옥 역의 유서진은 진짜 강남 사모님이라 해도 믿을 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또, 오경희 역의 정다혜는 차기옥의 남편 장성수(송영규)와 불륜을 저지르는 '밉상'을 연기했지만, 참담한 가정폭력의 현실을 보여주는 등 내면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두 사람이 벌인 파스타 난투극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자유분방한 캐릭터인 김효주를 연기한 이희진도 제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송영규는 돈을 잘 버는 성형외과 원장 장성수 역을 맡아 아내인 차기옥과 내연녀 정다혜 사이를 오가는 불륜 연기를 펼쳤는데, 그의  뻔뻔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뒷목을 여러 번 잡게 했다. 김효주의 남편 서문탁 역을 맡은 김법래는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맞바람을 용인하는 부부의 모습은 경악스럽기도 했는데, 상류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설정이라 더욱 씁쓸했다. 프로골퍼 출신으로 아내인 오경희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김봉식 역의 채동현도 정형적이지 않은 연기로 주목받았다.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서 대표 역의 전수경, 오풍속 역의 소희정, 천방순 역의 황효은 등도 캐릭터 속에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쏟아부어 신스틸러로서 활약했다. 또, 풍숙정에 모여 자신이 일하는 집의 상류층에 대한 뒷담화를 쏟아내는 도우미 아주머니들도 감칠맛 나는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렇듯 단순히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로 인상적인 조연들이 많았던 까닭은 역시 백미경 작가의 세심함 덕분이다. 그는 '조연'을 단순히 '주연'을 위해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들만의 연기가 빛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백미경 작가가 한 언론과 했던 인터뷰를 읽으면서 그가 참 괜찮은, 아니 그 이상의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에 대해 '그 정도의 관심'을 기울이는 건 자연스러우면서 당연한 책임감일 것이다. <품위있는 그녀>가 '막장'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백 작가의 책임감과 그 대본을 받아든 모든 배우들의 책임감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앞으로 백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훨씬 더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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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名不虛傳) : 명성이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 이름이 날 만한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는 <비밀의 숲>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가장 완벽한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던 tvN <비밀의 숲>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전작이 받았던 경이로운 찬사와 뜨거운 사랑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텐데, tvN <명불허전>은 우려에 비해 훨씬 부드럽게 바통 터치에 성공했다. 시청자들도 마음속이 허전하던 차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법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나 만족하는 눈치다. 첫회 2.715%에 불과했던 시청률은 2회에서 3.995%로 급등했다. 과연 <명불허전>은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명불허전>은 조선시대를 왕복하는 메디활극이다. 그러니까 그 지겨운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tvN <시그널> 이후 타임슬립 드라마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터라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쌓여있었기 때문에 우려가 상존했던 게 사실이다. KBS2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의 경우에는 2.2%까지 곤두박질치며, 역대 드라마 최저 시청률 5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 않던가. 그러나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만듦새'에 있고, '잘 만들면 재미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명불허전>은 (아직까진) 증명해 냈다.

 

 

 

 

"태의 허임은 평소 신의 기술을 가진 자로 일컬어져 평생 구하고 살린 사람이 손으로 다 헤아릴 수 없다. 그간 죽어가던 사람도 일으키는 효험을 많이 거두어 명성을 일세에 날렸으니, 침가(針家)들이 추대하여 으뜸으로 삼았다." 『침구경험방』의 발문(이경석) 중에서 


<명불허전>은 '침술의 대가' 허임(김남길)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소환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런데 왜 굳이 허임이었을까. 우선, 허임은 '조선 최고의 명의'라 일컬어지는 허준과 동시대를 살았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한 인물이다. 허준의 경우에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이 다뤄졌고, 이미 확고한 이미지가 맺혀져 있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허임의 경우는 흰 도화지나 다름 없었다. 다시 말해 그리는 대로 그려지게 돼 있었다. 


MBC '여왕의 교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아니다.)는 허임을 두 얼굴을 지닌 이중적인 캐릭터로 묘사했다. 그는 조선 최고의 침술 실력을 갖췄지만, 천출이라는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혜민서 최말단 참봉의원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허임은 좌절하기보다,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는다. 낮에는 백성들을 치료해주는 의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몰래 고관대작들을 찾아가 치료하고 돈을 챙기는 것이다. 출세를 못할 바에야 돈이라도 많이 벌자는 속물적인 인물인 것이다. 

 

 

 

 

 


작가가 아무리 캐릭터를 잘 만들었다고 해도 누가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텐데, 아마도 김남길은 허임 역에 최적의 배우였던 모양이다. 그의 얼굴에는 진지함과 장난기가 공존하는데, 그 다양한 얼굴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허임이라는 양면적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김남길은 MBC <선덕여왕>, SBS <나쁜남자>, KBS2 <상어> 그리고 영화 <판도라>, <어느날>을 통해 단단히 다져왔던 자신의 연기 내공을 마음껏 발휘하는 듯 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남길은 "저 밖에는 이곳에 올 기력조차 없는 위중한 병자들이 참으로 많사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후 시간은 양보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며 성인군자와 같은 표정을 짓다가도, "‘조선 최고 의원님’이라는 말도 한 두 번이지, 너 같으면 지겹겠냐 안 지겹겠냐. 너 돈 있냐. 나도 낮에 그만큼 침을 놨으면 밤에는 딴 짓 좀 해야하지 않겠냐."며 180도 다른 얼굴을 만들어 버린다. 그뿐인가, 조선시대에서 갑자기 2017년으로 넘어와 겪게 되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노련함마저 갖췄다. 발군의 연기력이다.

 

 

한편, 허임과 함께 드라마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최연경(김아중)은 신혜병원 흉부외과 펠로우로 현대의학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인물이다. 그 이유는 할아버지 혜민한의원 원장 최천술(윤주상)과 어머니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최연경은 누구보다 프로페서널한 의사다. 학업이 우수하고, 실력이 출중할 뿐만 아니라 수술에도 적극적이다. 환자에 대한 책임감 역시 강하다. 자신의 환자는 절대 죽이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한다. 걸크러시한 매력을 발산하고, 차가운 외면을 지녔지만, 한편으로는 상처와 비밀로 가득한 인물이다.


'프로페셔널'과 가장 어울리는 배우를 꼽는다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김아중이다. 그는 SBS <싸인>(2011), <펀치>(2014), <원티드>(2016)를 통해 '장르물의 여왕'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법의학자, 검사, 배우 등 전문직을 완벽히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더니 이번엔 의사까지 능수능란하게 연기해낸다. 말썽을 피우는 환자를 향해 "네가 병원에 온 이상, 그리고 내 환자가 된 이상 널 살려야 하는 게 내 의무고 책임이야. 그러니까 내가 너 꼭 살려."라며 거침없이 말하는 최연경 역을 연기하는 데 김아중은 최적의 배우임에 틀림없다. 

 

 

 

 

 

좋은 작품과 매력적인 캐릭터만 골라내는 김아중의 선구안은 가히 명불허전이다. 물론 그의 탄탄한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말짱 도루묵'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아중은 눈빛과 시선, 그리고 발성과 발음 등 배우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을 모두 장착하고 있는데, 자연스레 시청자들은 그에게 빨려들어가게 된다. <명불허전>까지 '성공'하게 된다면, 김아중이라는 배우의 가치는 상상 그 이상으로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드라마 초반에 조성해둔 반짝반짝하는 흐름을 잘 이끌어 가야 한다. 


한의학을 바탕으로 하는 허임과 현대 의학을 추구하는 최연경, 과거와 현재의 두 사람의 첫만남은 분명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설정과 캐릭터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한층 끌어올렸다. 앞으로 두 인물이 만들어 나가는 좌충우돌 스토리가 얼마나 쫄깃하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명불허전>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본방 사수'를 외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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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세습(世襲) : 재산, 신분, 직업 등을 한집안에서 자손 대대로 물려받음

세습의 대표적인 예는 아마도 북한일 것이다. 그들은 3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하고 있다. 인민들의 인권은 유린되고, 피폐한 삶은 더욱 앙상하기만 하다. 그러나 세습으로 공고한 저 권력은 요지부동이다. 시선을 남쪽으로 돌려도 다를 바 없다.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들은 부를 대물림한다. 그것이 곧 권력이기에 차이를 찾는 건 무의미하다. 삼성의 경우 사실상 공짜로 기업을 넘겨주기 위해 회삿돈 수백 억 원을 횡령하고 은닉한다. 온갖 불법과 부정을 저질러 세습을 완성하고자 했다. 그 결과는 기업 오너의 구속이다.

어디 그들뿐일까. 재산의 전부를 기부하고 세상을 떠나는 놀라운 결단을 하는 소수를 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자녀에게 상속한다. 어쩌면 자신의 무언가를 자손들에게 넘겨주고 싶어하는 마음, 달리 말해 대물림은 인간의 본능일지 모르겠다. 그 마음 자체를 누가 탓하겠는가. 그러나 이 경우는 위의 사례들과는 구분돼야 마땅하다. '사유재산제도'에 근간을 둔 상속과 사유재산이 아닌 '공공'의 것 혹은 다수로 구성된 '주주'들의 것을 '세습'하는 것이 어찌 같다 말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북한의 3대 세습이나 대기업들의 대물림은 '명분'과 '절차'에 있어서 심각한 하자가 있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편, '놀랍게도' 방송의 경우에도 '가족 세습'이라는 게 존재한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족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사례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더욱 놀라운 건, 그와 같은 시도가 훨씬 노골화되고 있다는 점인데, 방송사들은 부정적인 여론에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SBS <싱글와이프>와 tvN <둥지탈출>이다. 

<싱글와이프>는 연예인의 아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둥지탈출>은 연예인(정치인도 한 명 포함돼 있다.)의 자녀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구성 면에서 보면 충분히 방송의 가족 세습을 지적할 만 하다. 파일럿을 통해 시청자들을 먼저 만났던 <싱글와이프>는 8월 2일 정규 프로그램으로 론칭됐다. 1회 시청률은 5.2%로 제법 높게 나왔지만, 2회 5.0%, 3회 4.3%로 하락세를 면치 모하고 있다. 박명수와 한수민을 필두로 화제성 면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다. 

'아내에게도 일탈이 필요하다'며 출연자들이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나 자신'을 찾아보도록 만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고민이 부족했다. '아내에게는 잠깐의 일탈이면 충분하다' 정도에 머물렀다고 할까. '부부'라는 관계, 그리고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탐구를 하기보다는 단순히 여행을 보내고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데 급급하다. 애초에 '가족 예능'이라는 비판 속에서 시작했던 만큼 더욱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어야 함에도 가십성 내용을 보여주는 데 그친 것이다.

 

 

한편, 연예인 자녀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외국의 낯선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관찰 프로그램 <둥지탈출>도 1회 4.083%를 기록한 이후 1~2%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1회가 방송된 후 높은 시청률에 고무됐던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미선과 이봉원의 딸, 최민수의 아들, 박상원의 딸.. 처음에는 이런 타이틀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누군가의 아들 · 딸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놓고 본다면 그다지 매력이 없다는 게 밝혀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은 급속히 불어났다. 

시청률의 하락과 정체는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연예인의 자녀들이라고 왜 고민이 없겠는가, 왜 아픔이 없겠는가. 하지만 청년 세대의 절망이 임계치에 다다른 이 시점에서 여전히 엄마와 아빠의 힘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그들의 고민과 아픔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여전히 카메라에 한컷이라도 잡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의 너무도 쉬운 '등용문'에 분노가 모아지는 건 당연하다.

 

 

 

비록 '우리는 연예인이 될 생각이 없어요'라며 해명하고 나섰지만(최민수의 아들은 예외다.), 그럴 생각도 없이 TV에 출연하려는 까닭을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 단지 '자기개발'을 위해 방송을 활용하는 저들의 마인드가 더욱 놀랍기만 하다. 또, "순수하게 아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다는 이종원이나 "아이가 한국말을 잘 못 하기 때문에 한국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강주은의 접근도 난해하기만 하다. 알다시피 방송은 저들의 사유물이 아니지 않는가.

 

SBS <미운 우리 새끼> 를 제외하면 현재 '가족 예능'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들의 성적이 좋지 않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범람하는 가족 예능에 싫증을 느끼고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는 뜻일게다. 이런 상황에서 SBS가 <추블리네가 떴다>라는 또 하나의 가족 예능을 편성하고 나선 건 그야말로 상투를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추성훈 가족(추성훈, 야노시호, 추사랑)'의 등장은 또 한번 시청자들을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라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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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와 진실된 연기는 말도 안 되는 것도 있을 법하게 만드는 힘이다. 저는 배우들의 연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JTBC <품위있는 그녀>의 김윤철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막장 요소가 짙은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 주저없이 '배우들의 힘'이라 대답했다. <품위있는 그녀>의 성공은 백미경 작가의 찰진 '대본'이 없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지만, 주연과 조연을 가릴 것 없이 캐릭터에 몰두해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훌륭한 대본이 좋은 배우를 만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란 점에서 <품위있는 그녀>의 궁합은 최고였다고 할 수 있다.


'우아진'이라는 완소 캐릭터를 탄생시킨 김희선을 비롯해서 밉상 남편인 '안재석'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정상훈, 복수심에 불타는 재벌가의 첫째 며느리 '박주미' 역의 서정연 등 <품위있는 그녀>의 배우들이 펼치고 있는 열연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군계일학을 꼽으라면 역시 박복자 역의 김선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김선아의 연기가 개연성'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의 다양한 얼굴과 표정, 그리고 폭넓은 감정 연기는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는데, '대체불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날 우아진 당신처럼 만들어줘. 그럼 나도 회장님 살릴게."

"까불지 마. 한번만 더 까불면, 널 갈아서 김치 담글 젓갈로 쓸 거니까. 갈치 대가리를 보내? 미치지 않고서는."


박복자는 우아진 앞에 섰을 때는 한껏 주눅 들어있다. 쭈뼛거리고 머뭇거린다. 목소리 톤도 완전히 달라져 있다. 가장 놀라운 건 '눈빛'이다. 자신이 동경하는 이상형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다양한 감정이 묻어 나온다. '저 여자처럼 되고 싶다'는 부러움과 '저 여자를 넘어서고 싶다'는 시기와 질투가 뒤섞여 굉장히 묘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한 가지 감정을 담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여러가지 감정을 동시에 드러내는 건 얼마나 버거운 일이겠는가. 그 어려운 걸 김선아는 해내고야 만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우아진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을 대할 때 박복자의 눈빛이 180도 달라지는데, 김선아는 이 변화를 전혀 이질감 없이 연기해낸다는 것이다. 특히 풍숙정의 사장인 오풍숙(소희정 분)과 한판 붙을 때의 살벌함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또, 안태동 회장(김용건)의 어리석은 자녀들을 쏘아붙일 때의 카리스마는 왜 이리 강렬하고 짜릿한지 속이 다 시원해진다. 이처럼 김선아는 박복자의 두 얼굴을 천연덕스럽게 묘사함으로써 시청자들을 설득시켜 버렸다. 

 

 

 

박복자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캐릭터다. 김선아는 "촬영하면서 복자의 복잡한 감정에 고민이 많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로 박복자는 단순히 선과 악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그는 가지지 못한 부(富)에 대한 갈망을 지녔고, 상류층에 편입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가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 뿐이라면, 박복자는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과감함을 지녔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 안태동 회장에게 접근해 그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주식을 증여받아 사모펀드에 넘기고 현금을 차지했다.


여기까지라면 김선아의 고민이 그리 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돈을 거머쥔 박복자는 상류층 행세를 하며 살아가지만, 왠지 모를 허무감에 시달린다. 서울의 야경을 내려보며 홀로 소주병을 기울이던 그는 "서울 사람들, 나 돈 많아유. 나 부자여유. 근디 하나도 행복하지가 않아유. 뭘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해져유."라며 오열한다. 악독하게만 보였던 박복자가 처연하게 느껴지고, 그에 대한 동정 여론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그건 우아진의 말처럼 "나쁜 사람이 아니"었던 박복자를 완벽히 설명해 냈던 김선아의 공이었다. 

 

 

<품위있는 그녀>를 보면서 '김선아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나?'라며 수없이 감탄했다. 김선아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어수룩한 모습뿐만 아니라 내재된 욕망과 탐욕을 온몸으로 표출하는 모습까지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변화를 그려냈다. 또, 박복자라는 한 인물의 흥망성쇠를 야무지게 연기해냈다. 솔직히 말하면, 김선아는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한동안 뇌리에서 잊혔던 배우였다. 김삼순'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나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그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남아 있어 발목이 잡힌 케이스라고 할까.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지만, 딱히 눈에 띠지 않았다. 2009년 SBS <시티홀>을 제외하면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다. 개인적인 슬럼프도 겪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품위있는 그녀>라는 작품을 만난 김선아는 그야말로 '박복자'와 혼연일체가 돼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잠재돼 있던, 발휘할 수 없었던 능력을 발휘한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김선아는 '김삼순'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박복자'로 또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 김선아의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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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 시즌제로 운영해 왔고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 시청자가 그만 보고 싶다고 할 때까지 열심히 만들려고 한다"


나영석 PD가 <삼시세끼>로 다시 돌아왔다. 이름하야 '바다목장 편'이다. 배경은 지난 시즌에도 찾았던 '득량도', 그러니까 섬이지만 '낚시(어업)'가 아닌 '목장 운영(목축업)'을 주업(主業)으로 삼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출연진이 낚시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아서 어업이 아닌 다른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낚시에 소질이 없음이 판명(어촌편 시즌3)된 '출연진'은 바로 나PD의 페르소나인 이서진을 필두로 에릭과 윤균상이다. '득량도 삼총사'가 다시 뭉친 것이다. 

 

 

 

'어촌 편' 하면 아무래도 '차승원 가족'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지난해부터 바뀌긴 했지만), 어째서 나PD는 '이서진 가족'을 내세운 걸까? 캐스팅의 이유 역시 단순했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바쁘"기 때문이란다. "드라마와 영화 때문에 섭외가 어려웠다. 그래서 마침 쉬고 있던 이서진과 같이 하게 됐다."는 것이 나PD의 설명이다. 사실 차승원과 유해진의 조합을 다시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들이 본업에 바빠서 섭외가 어려웠다는데.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반면, '이서진 가족'에 대해선 기대보단 우려가 많았다. 2014년 <삼시세끼>가 첫선을 보일 때부터 함께 했던 이서진은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존재이지만, 그만큼 익숙하다(달리 말하면 뻔하다)는 단점도 따라왔다. 이와 같은 우려는 실상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또, 에릭과 윤균상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지적됐다. 두 사람이 '열심히' 하는 건 사실이지만, '재미'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서진은 역시 이서진이었고, 나PD는 몇 가지 '장치'들을 통해 <삼시세끼>를 또 한번 성공시키고 있다.

 

 


"이거 내가 시작한 프로야~"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은 1회에 10.568%를 기록하며 상쾌한 첫걸음을 뗐다. <알쓸신잡> 마지막회가 6.067%였던 점을 감안하면, <삼시세끼>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과 관심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비록 2회 시청률은 9.233%로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막강함을 과시했다. '바다목장 편'의 성공적 시작을 설명하려면 역시 이서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칼럼니스트 김교석의 말처럼, "나영석과 함께하는 이서진은 현존하는 예능 최고의 콤비"이면서 "시간이 지나도 매력이 반감되지 않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이서진은 변함없다. 귀찮아 하고, 투덜거리고, 불평한다. 핵심은 그런 모습들이 결코 밉지 않다는 점이다. 일을 안 하는 듯 보여도 해야될 때가 되면 모든 일을 말끔히 처리한다. 게다가 못하는 게 없다. '설거지니'란 별명답게 설거지는 기본, 채소 다듬기를 비롯해 요리 재료 준비를 누구보다 능숙하게 해낸다. <윤식당>에서  '상무' 역할에 몰입해 어르신들을 모시며 부지런히 일했다면, <삼시세끼>에선 '할배' 역할을 하며 독특한 재미를 이끌어낸다. 이서진은 <삼시세끼>의 '뼈대'와 같아서 그가 중심을 잡아주니 에릭과 윤균상도 편히 촬영에 임하게 된다.

 


"이전 시즌은 사실 마을 주민과 큰 교류가 없었다. 이번엔 바다목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민과 얽히는 일이 생겨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왔다" (김대주 작가)

제작진이 <삼시세끼> '정선 편'에 등장했던 산양 '잭슨'을 데려온 건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바다 목장'을 만들어 잭슨 패밀리를 풀어놓고,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그들로부터 신성한 고급 산양유를 얻는다. 이러한 설정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삼시세끼>를 부흥시켰다. 우선, 이서진과 잭슨의 재회를 그려냄으로써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삼시세끼>의 오랜 시청자들에게 '추억'을 선물한 셈이다. 또, 식상함을 토로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그림을 보여줘 <삼시세끼>의 영속성을 설득시켰다. 


무엇보다 '바다 목장'이 가치있는 까닭은 잭슨 패밀리가 생산한 산양유를 통해 득량도 마을 주민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모이는 정자에 냉장고를 마련하고, 매일마다 신선한 산양유를 넣어둔다. 이 과정에서 어르신들과 다양한 대화가 이뤄지는데, 그 모습이 정겹고 따스하게 다가온다. 정 많은 주민들은 산양유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게나 김치 등 음식들을 넣어두기 시작한다. 나PD는 이 간단한 '장치'를 통해 그동안 이서진 가족이 (차승원 가족과 달리) 마을 주민과의 교류가 없었던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냈다. 

 



"이번 시즌에는 한지민처럼 게스트를 한 명씩 초대할 생각이다. 여름을 즐기면서 나는 법, 좋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밥도 먹는 MT처럼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바다목장 편'을 빛내는 또 하나의 '장치'는 게스트 섭외다. 첫회에 한지민을 투입한 것 역시 최고의 한 수였다. MBC <이산>을 통해 만난 적 있었던 이서진과 한지민은 '남매 케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또, 한지민은 에릭과도 친분이 있던 터라 촬영 분위기에 쉽게 스며들었다. 그의 밝고 청량한 에너지는 <삼시세끼>의 익숙함과 지루함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오죽했으면 이서진이 한지민에게 고정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했을까. <삼시세끼>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언젠가 한지민이 호스트로 출연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을까. 


이처럼 <삼시세끼>는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에도 스스로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추억을 끌어오는 한편, 새로운 변화도 도모했다. 그저 몇 가지 '장치'들을 통해서 말이다. <삼시세끼>가 놀라운 점은 4년째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정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시의 회색빛 삶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휴식을 선물한다는 기본 취지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변주를 시도해 새로움을 유지하고 있다. 나PD는 '시청자가 그만 보고 싶다'고 하면 끝을 내겠다지만, 과연 그럴 때가 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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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박복자(김선아)를 죽였을까?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서 '<품위있는 그녀> 8명의 용의자 중 진짜 범인은?'이라는 투표를 진행했는데, 대성펄프 안태동 회장(김용건)은 56%로 과반을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여자 진심을 믿고 싶었어. 그래서 주식을 그 여자한테 다 줬어. 혹시나 했어. 날 정말 좋아하는 건 아닌가." 마지막까지 박복자를 믿고 싶어했던 안 회장이었기에 박복자의 모든 행동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용납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깊은 애증이 박복자를 살해하는 동기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안 회장에 이은 2위는 15%를 득표한 한민기(김선빈)였다. 그는 박복자에게 접근해 대성펄프 매각을 도왔지만, 둘째 딸 안재희(오나라)를 꼬드기는 등 박복자와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 그리고 박복자와 새로운 긴장 관계를 형성한 풍숙정 사장 오풍숙(소희정)도 11%로 제법 많은 표를 얻었다. 그 뒤로 박복자의 과거를 알고 있는 천방순(황효은) 6%, 박복자와 '공범' 관계인 구봉철(조성윤) 5%, 첫째 며느리 박주미(서정연) 3%, 장남 안재구(한재영) 2%, 둘째 딸 안재희(오나라) 2% 순이었다. 

 

 

 

 

 

한편, 예상 외의 인물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른바 <비밀의 숲> 효과인데, 윤 과장(이규형)처럼 의외의 인물이 범인일 거라고 보는 것이다. 가령, 우아진(김희선)은 유일하게 알리바이가 있는 인물이기에 오히려 의심스럽다. 심지어 고3인 운규(이건희)가 비 오는 날 받았던 충격을 잊지 못하고 복수를 했을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아무리 파격적인 전개라 하더라도 고3인 운규에게 그 무거운 짐을 안기진 않을 테지만, 어찌됐든 추리는 흥미롭다. <품위있는 그녀>의 시청자들은 '박복자를 누가 죽였을까?'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부단히 고민 중이다.


과연 '누가' 박복자(김선아)를 죽였을까? 사실 처음에는 그게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품위있는 그녀>는 누군가가 휘두른 둔기에 맞아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 박복자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간병인으로 고용된 후 안태동 회장을 유혹하고, 대동펄프 가(家)의 안주인 자리를 꿰차는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경악스러웠다. 그리고 안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양도받고, 회사를 팔아 '캐시'를 몽땅 챙겨 달아나버리는 박복자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적들을 만들어 갔다. 추려진 용의자만 무려 8명이고, 실제 용의자는 그보다 훨씬 많다.

 

 

 

 

 

다시 말해서 <품위있는 그녀>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박복자와 관련된) 모든 인물들이 박복자를 살해해야 할 '동기'를 부단히 생성해냈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시선은 '누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중반, 그리고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누가'라는 질문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졌다. 물론 '범인'을 찾는 추리도 드라마 감상의 한 포인트가 분명하지만, 용의자마다 '동기'가 분명했고, 나름대로의 '이유'가 뚜렷했기에 박복자를 죽인 범인이 '누구'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오히려 질문은 박복자는 '왜' 그와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질문은 이렇게 바뀔 수 있다. 박복자는 왜 파멸할 수밖에 없었을까.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우아진의 입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우아진이야말로 백미경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물이자, <품위있는 그녀>의 '품위 있는 그녀' 그 자체이니까. 욕망했던 '캐시'를 거머쥔 박복자는 우아진을 만난 자리에서 "행복해요. 돈이란 건 정말 너무 좋은 거예요."라고 말한다. 

 

 

 

마치 자신이 동경했던 인물 앞에서 '나도 너처럼 됐어'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런 박복자에게 우아진은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당신, 그 행복 오래가지 못할 거야. 당신이 그토록 욕망한 이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란 걸 깨닫기도 전에 당신은 불행해질 거야. 왠지 알아? 당신은, 당신이 한 짓이 나쁜 짓이란 걸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우아진은 자신과 박복자의 '차이'가 무엇인지 말하며 분명히 선을 긋는다. "(나는) 내가 가져야 할 것만 욕망해. 그게 당신과 나 차이야. 가지면 안 되는 걸 욕망하면, 결국 그 끝은 파멸이야." 


가져야 할 것만 욕망하는 우아진과 가지면 안 되는 것까지 욕망한 박복자. 그것이 두 사람의 선명한 차이였다. <품위있는 그녀>는 일정한 선을 넘어버린 욕망은 곧 파멸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날린다. 우아진의 입을 빌려 '천민 자본주의'에 잠식된 이 세상의 수많은 '박복자'들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품위있는 그녀>가 소위 '(강남의) 상류층'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그들의 '(그릇된) 특권의식'과 '(왜곡된) 윤리관'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데 상당히 공을 들인 까닭은 그 '메시지'를 내리꽂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물론 '우아진'으로 상징되는 '건전한 상류층', 다시 말해서 최소한의 도덕 의식을 갖고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상류층에 만족하고 안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은 씁쓸하지만,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속물적인 저들의 만행이 워낙 가관이기에 지금 이 시점에서 <품위있는 그녀>가 제시하는 이상향이자 타협점(우아진)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캐릭터와 한몸이 된 김희선의 연기가 탁월했던 점도 있겠지만, 그 캐릭터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시대적 요구와 잘 맞물렸던 셈이다.

 


종영을 2주 남겨두고 있는 <품위있는 그녀>는 '박복자를 죽인 범인'을 밝혀내는 등 풀리지 않은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내면서 마무리 될 것이다. 이미 '할 이야기'는 상당히 해버린 상태라서 남은 부분은 사실상 작가의 '서비스'와 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흥미로운 사건들이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 16회에서 9.986%(닐슨코리아)의 시청률를 기록하며 <힘쎈여자 도봉순>이 갖고 있는 기록을 뛰어넘은 <품위있는 그녀>가 10%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아, 그래서 '범인'이 누구냐고? 그건 백미경 작가의 '마음'이겠지만, 섣불리 한 가지 예측을 해보자면 박복자의 죽음에 우아진이 개입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가 모르는(통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복자가 죽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천하의 우아진이 자신과 자신이 속해있던 집안의 손에 피를 묻히진 않았을 터, 또 다른 '욕망(혹은 감정)'을 이용해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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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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