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마당'은 꿈을 펼친다는 의미의 '별'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마당'의 합성어다.


이전에 코엑스몰을 찾았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이었다. 점차 쇠락해갔던 코엑스몰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코엑스몰=메가박스’ 정도의 인식이었는데, 이번에 들른 코엑스몰은 과거의 모습과 비교해 180도 바뀌어 있었다. 


죽어버린 코엑스몰을 되살리기 위해 신세계는 ‘스타필드(Starfield)’라는 이름 하에 복합 쇼핑몰을 기획했고, '별마당 도서관', '삐에로쑈핑', '데블스도어', '버거플랜트' 등의 매장을 오픈했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건 역시 별마당 도서관이었다. 


2,800㎡ 복층으로 구성. 13m 높이 서가에 총 5만 여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다


2017년 5월 31일 개관한 이래 1년 만에 2,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라고 하니 대성공이라 할 만하다. 개장에만 60억 원이 들고, 매년 유지비만 5억 원이 필요하다지만, 강남의 명소로 자리잡은 별마당 도서관이 거둬들인 경제적 효과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코엑스몰에는 여러 종류의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따로 푸드코트도 있을 뿐더러 매장 곳곳에 여러 맛집들이 발길을 유혹한다. 그 중에서 이번에 소개할 맛집은 '사이드쇼(Side Show)'라는 곳이다. '도심공항' 방향에 위치한 사이드쇼는 떡볶이 음식점이다. 차돌박이 떡볶이라는 조금 이색적인 메뉴가 눈길을 끈다.




가게 내부의 인테리어는 독특했다. 사장님의 취향인지 마블의 히어로들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피규어들로 가득차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아예 진열장을 두고 피규어들을 가득 전시해 뒀다. 그리고 스크린에는 '마징가Z'가 상영되고 있었다. 조금은 어수선하고 정신사납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처음 방문한 곳이기에 우선 '베스트'가 붙어있는 메뉴부터 섭렵하기로 했다. 떡볶이와 함께 버터갈릭 감자튀김도 함께 주문했다. 매운 맛이 떡볶이와 느끼한 맛의 감자튀김의 궁합이 제법 좋다. 기본 떡볶이에 사리(라면 · 우동 등)는 추가 해야 한다. 라면 사리와 야끼 만두만 주문했다. 


차돌박이 떡볶이는 2인분 18,000원이고, 3인분은 20,000원이다. 버터갈릭 감자튀김은 6,500원. 전체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음식의 양도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 엄청난 맛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당히 매콤하고 맛깔스럽다. 역시 떡볶이에 들어간 차돌박이가 흥미롭다. 




떡볶이를 다 먹은 후에 날치 볶음밥도 일품이다. 굳이 치즈를 넣지 않아도 좋다. '등촌칼국수'의 볶음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맛이 좋았다. 모든 게 셀프로 돼 있는데, 알바생들의 친절도는 최하 수준이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가게의 이미지를 결정짓는다는 걸 알바생들은 굳이 신경쓸 이유가 없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별점을 주자면 ★★★. 전체적으로 준수한 맛이었지만, 코엑스를 다시 들린다고 하더라도 굳이 사이드쇼를 다시 갈 것 같진 않다. 그래도 한번 정도는 맛봐도 좋을 곳이긴 하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결코 악역(惡役)을 맡아서는 안 되는 배우가 몇 명 있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다. 정말 소름돋게 연기를 잘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악인으로 분(扮)하면 시청자들의 '분노 게이지'가 다른 경우보다 몇 배는 뛴다. 쉼없이 짜증이 유발되고, 견디기 힘든 역정이 솟구친다. 그것이 연기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지만 소용없다. 게다가 그들의 평소 모습과도 전혀 다른 캐릭터인데도 이질감이 느껴지기는커녕 몰입도만 높아진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힘든 일을 천연덕스럽게 해내는 천상 배우들의 이름은 바로 김의성과 문성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분노 게이지를 끌어올리는 열연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김의성은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친일파 이완익을 연기하고 있고, 문성근은 JTBC <라이프>에서 부병원장 김태상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두 배우의 활약 덕분에 드라마의 완성도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에서 악역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갈등을 만드는 동시에 균형을 잡는 게 악역이다. 악역의 무게감이 떨어지면 당연히 극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악역이 단면적인 성격을 지닌 일차원적인 캐릭터라면 이야기의 얽개는 얄팍해지고 우스꽝스러워진다. 흔히 막장 드라마들에 나오는 악역 캐릭터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악역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어야 하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한 부분을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건 결국 배우의 역량이다. 단순히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인다고 악역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감정의 섬세한 묘사도 필요하고, 그가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당위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악역을 맡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물론 너무 잘하는 배우가 맡아도 살짝 곤란(?)하다.



"이래서 니는 멀었다는기야. 배워두라. 원래 그런 아새끼들이 제일 잘 짓는 개가 되는 법이지. 지가 협박을 하면, 나는 뭐 노네? 지놈은 자식이 없는가말이."


<미스터 션샤인>에서 김의성은 독보적인 악역이다. 사실 '친일파'라는 설정은 그 어떤 설명도 필요치 않을 악역이 아닌가. 그는 의병이라 불리는 민족주의 투사들과 비교되며 더욱 쓰레기 같은 인물로 이해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완익은 자칫 뻔하디 뻔한 인물이 될 뻔했지만, 김의성의 완급을 조절한 연기한 덕분에 굉장히 탄력적인 캐릭터가 됐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드라마는 묘한 긴장감이 넘쳐 흐른다.


이완익이 누구인가. 이토 히로부미를 찾아가 조선을 갖다바치겠다 고개 숙이고, 외부대신 자리에 앉기 위해 전임자를 계속해서 암살하는 천인공노할 자다. 그뿐인가. 하나뿐인 딸 쿠도 히나(김민정)의 약점을 잡고 끊임없이 이용하려 든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재가(再嫁)를 보내려는 철저한 악인이다. 드라마를 보고있노라면 정말이지 화가 끓어오르는 감정을 여러차례 느끼게 된다. 


그의 악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부산행(2016)>에서 '나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자 용석 역을 맡아 '국민 악역 배우'로 등극한 이래 김의성은 국민들의 혈압지수를 끌어올린 장본인이 됐다. MBC <W>(2016)에서는 웹툰 작가 오성무와 진범 한상훈을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했는데, 정말이지 살벌하고 소름돋는 연기였다. <더 킹>(2017)>에서 보여준 냉혹한 들개파 보스 김응수 역도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너 지금 뭐라 그랬니? 노력이라고? 상국대학병원에서 30년동안 하루같이 어떻게 살아왔는데. 남의 등이나 쳐서 타이틀 따고 들어앉아버린 네가 이제 와서 나를 평가하고 비난해?"


한편, <라이프>에서 문성근이 맡은 김태상은 굉장히 세속적인 인물이다. 실력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최고의 정형외과 의사이지만, 도덕성이라든지 윤리의식은 그다지 또렷하지 않다. 권력을 지향하는 탐욕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후배 의사들을 철저히 하대(下待)하고, 자신의 성공을 위한 부속품처럼 여긴다. 지금은 폐지된 압존법을 쓰지 않았다고 무차별한 폭력을 행사하는 저 참담한 모습을 보라!


자신의 성과를 위해 환자들을 과잉 진료해 불필요한 인공관절 수술을 받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면허도 없는 인공관절 수술기기 납품업체 영원사원에게 환자의 수술을 맡기는 등 의료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김태상은 예형우를 비난하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다. 문성근은 막다른 길에 몰린 자의 발악을 사실감 있게 그려냈고, 그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라 할 정도로 몰입도가 있었다. 


문성근은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한 적이 있다. <한반도>(2006)에서는 친일파 총리였고, <실종>(2009)에서는 살인마였다. <남영동 1985>에서는 고문과 조작 수사에 관여하는 대공 치안본부 소속의 '윤 사장'으로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SBS <조작>에서는 진실 은폐에 적극 가담한 대한일보 구태원 상무 역을 맡았다. 그는 안정적인 연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넣어 결코 간단치 않은 악역을 완성해 왔다.


연기의 절대 고수이자 '국민 악역 배우'라고 불러도 무방할 두 명의 배우, <미스터 션샤인>의 김의성과 <라이프>의 문성근이 앞으로 극 속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이 등장하면 분노 게이지가 높아지면서도 그들의 등장을 학수고대하게 되는 건 왜일까. 우스갯소리지만, 앞으로는 김의성과 문성근이 가급적 악역을 그만 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무 잘해도 문제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차주혁(지성)은 완전히 안다고 생각했던 와이프가 너무도 낯설게 느껴진다. 그에게 서우진(한지민)은 화장기 없고 부스스한 머리에 후줄근한 옷을 걸친 채 분노 조절 장애처럼 소리만 꽥꽥 지르던 아내였다. 자신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다. 매사에 시비를 걸 정도로 피곤했고,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 역할을 했던 게임기를 욕조 속에 담가버릴 만큼 잔혹했다. 그놈의 잔소리는 끔찍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삶 속에서, 다시 말하면 차주혁과 결혼하지 않은 서우진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은행원이 된 서우진은 매사에 당당하고 주눅들지 않은 밝은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아름다웠고 매력적이었다. 바뀐 현재 속에서 자신의 첫사랑인 이혜원(강한나)와 결혼한 차주혁은 결국 자신의 상황을 망각한 채 색다른 모습의 서우진에게 점차 이끌리고 만다. 



급기야 서우진을 마음에 둔 친구 윤종후(장승조)의 애정공세를 적극적으로 방해한다. 둘 사이에 어떻게든 끼어들어 분위기를 망치려 든다. 심지어 연수원까지 쫓아가 훼방을 놓는다. 참 찌질하다. 그러다 술에 취한 채 엎드려 잠든 서우진의 머리를 쓰다듬기까지 한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는 하나 그 모양새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현재의 아내 이혜원에게 적발당하기까지 했다.


tvN <아는 와이프>는 매우 교훈적인(?) 드라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와이프가 새로운 상황에서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흔히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여겼던 생각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표피적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또,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했던 말이 얼마나 가벼운 것이었는지도 말이다. 그런 선입견과 착각들을 '충격요법'을 통해 일깨워주는 드라마다. 


더 이상 후줄근한 옷에 뽀글머리가 아닌 서우진을 보고 그가 얼마나 고된 삶을 살았었는지 깨닫고, 장모(이정은)의 치매 증상을 알게 된 후에야 서우진이 겪었을 혼란과 슬픔을 이해하게 된다. 또,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아내가 "막 울고 싶을 때, 근데 핑곗거리 없을 때 멜로봐요. 눈물 줄줄 흘리면서"라고 말하는 걸 듣고 차주혁은 무너져 내린다. 자신의 무신경함을 반성한다.



제3자의 입장에 됐을 때, 부감적(俯瞰的) 사고를 할 수 있을 때 차주혁은 객관적 시선으로 자신과 서우진을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처럼 교훈적인 <아는 와이프>인데, 시청자들은 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걸까. <아는 와이프>를 향한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는 걸까. 시청자들이 그 '교훈'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건 아닐 것이다. 그건 교훈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그다지 설득적이지 않기 때문 아닐까.


차주혁이 서우진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장치가 이혜원과의 비교라는 점은 못내 아쉽다. <아는 와이프>의 극본을 쓴 양희승은 이혜원을 '나쁜 며느리'로 그려나가는 데 주력한다. 이를테면 시부모들을 문전박대하는 개념없는 며느리로 몰아가는 식이다. '밥 한끼 대접한 적 없는 며느리'라는 설정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이를 통해 얻는 것은 싹싹한 며느리였던 서우진의 가치다. 차주혁은 서우진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아는 와이프>는 이혜원을 '나쁜 아내'로 만들기까지 한다. 이혜원은 그의 배경을 보고 접근한 연하남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유부남인 차주혁이 서우진에게 이끌리는 감정을 상쇄하기 위한 설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과거의 기억 때문이라고는 하나 '불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상황을 정당화시키는 장치인 셈이다. '이혜원이 먼저 바람을 피우고 있잖아!'라면서 말이다.



드라마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까지 <아는 와이프>는 차주혁은 자신의 상황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남성이자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남성이라는 것말고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다. 그런 차주혁이 서우진과 다시 맺어진들(혹은 꿈에서 깨어나 진짜 현실을 마주한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고작 이 정도의 깨달음으로 뭔가 달라진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판타지'가 아닐까?


'욕을 하면서도 본다'고 했던가.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아는 와이프>의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6회는 시청률 7.259%(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를 기록했는데, 수목 드라마 1위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8.3%)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과연 <아는 와이프>가 스스로 좇고 있는 '교훈'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는 턱도 없는 일이다. 이혜원이 차려주는 '스테이크'보다 '갓김치'가 좋다는 투정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하긴 힘들어 보인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어제(14일)는 한마디로 ‘지라시의 날’이었다. 출처가 불분명한 지라시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돌았고, 이에 ‘흥분(을 넘어 광분)’한 일부 언론들은 진위가 파악되지 않은 지라시를 그대로 퍼담아 인터넷에 유포했다. 더 정확히는 ‘진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였다. 어쩌면 ‘진위 따위는 상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됐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


이름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2004년 SKY CF 모델로 데뷔하고 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출연해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내용만으로도 그 대상이 누구인지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라시는 그 배우가 13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아중 사망설’은 발에 날개가 달린 듯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기꺼이(!) 그 ‘날개’가 되어 준 게 바로 언론이었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위키피디아)’의 연예인 프로필을 소스 삼아 기사를 쓰는 언론도 있었다. ‘누구나’ ‘언제든’ ‘마음대로’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위키백과만을 근거로 기사를 쓴다는 건 매우 아찔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떤 언론은 그 과감한 ‘짓’을 실행에 옮겼다. 아무리 기사 거리가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클릭질이 급했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지 않을까?

그저 위키백과에 프로필에 배우 이민우와 김서형이 ‘배우자’로 표기(누군가 단순히 재미삼아 혹은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그리 바꿔 놓았을 것이다.)됐고, 오는 10월 6일 결혼식을 치른다는 설명뿐이었다. 그런데 언론은 최소한의 확인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그 내용을 무책임하게 기사로 내보냈다. 그렇게 ‘이민우-김서형 결혼설’이 유포(!)된 것이다. 당사자들이 느꼈을 황당함이 어땠을까?


김아중의 소속사 킹엔터테인먼트는 "너무 황당하다. 어이가 없다. ••• 김아중은 현재 개인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라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김서형 소속사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는 "결혼도 열애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소속사 코레스타미디어 측도 "사실이 아니다. 함께한 작품도 없다”도 황당해 했다.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소속사 측에 문의를 했다면 어땠을까? 


스스로 지라시가 되기를 자처했던 일부 언론들은 소속사를 통한 크로스 체크를 하기보다 일단 기사를 내기로 결정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확인돼 기사를 내지 못하는 것보다 일단 기사를 띄워 클릭수를 확보하는 게 그들에겐 훨씬 더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뒤, 소속사의 공식입장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했음에도 언론들은 무슨 대단한 분석이라도 하듯 ‘OO이슈’ 등의 말머리를 단 기사들이 쏟아졌다.



애초부터 언론이 제 기능을 발휘해 지라시를 잡아냈더라면 ‘사망설’이나 ‘결혼설’이 확대재생산 되는 일도 없었을 테고, 이에 대한 소속사 측의 ‘사실부인’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대중들 역시 하루종일 누가 죽었다더라, 누구랑 누가 결혼한다더라와 같은 가짜 뉴스에 혼과 정신을 빼앗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짜)정보’에 휘둘렸던 하루였다. 


이 모든 것이 언론이 자신의 존재의의와 역할을 망각했기에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다. 또,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가십성 기사가 유발하는 클릭 수에 의존하는 언론 유통 방식의 폐해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잘못은 끝없이 반복된다. 과거 2003년 변정수 사망설, 2011년 이효리 사망설, 2016년 송해 사망설 등이 있었으나, 이에 대처하는 언론의 행태는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이제와서 언론들은 애꿎은 피해자만 낳았다며 안타까워하며, 김아중과 이민우, 김서형(을 비롯해 그들의 친지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또, 앞다퉈 최초 유포자에 대한 엄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부화뇌동하며 지라시를 퍼나르기 바빴던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태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더 씁쓸한 모습인지 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오래 살려고 운동 중인데 어떤 사람이 사망설을 퍼뜨렸다.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농담"


사망설이 퍼졌을 당시 이효리가 자신의 SNS에 올렸던 글이다. 그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농담을 뭐라 하죠?"라며 되물었는데, 그 답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바로 ‘쓰레기’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년 정신병원에서 모태구가 살해된 이후 골든타임 팀의 활약을 인정한 경찰청에서는 팀의 확대 운영을 약속했고, 다음 시범도시 선정을 우리에게 맡겼다."


두 번째 골든타임이 시작됐다. '우리가 목숨걸고 지킨 3분은, 누군가의 인생이다' 최고 시청률 5.69%를 기록하며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OCN <보이스>가 시즌2로 돌아왔다. 시작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보이스2>는 첫 회에서 시청률 3.9%(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를 찍으며, OCN 역대 첫 방송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보이스2>의 귀환을 기다렸다는 이야기다. 



장르물의 본가(本家) OCN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그런데 아직까지 속단하긴 이르다. <보이스2>는 시리즈물이기는 하지만, 전혀 시리즈물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연속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즌1의 주축 멤버가 대거 이탈한 가운데 사실상 강권주(이하나) 한 명만 남았기 때문이다. 물론 박은수(손은서)가 골든타임 팀을 지키고 있긴 하나 애초부터 그 역할과 비중이 적었다.


<보이스>의 핵심이었던 무진혁 팀장(장혁)은 아들 동호의 치료 문제로 휴직을 한 후 미국으로 떠났고, 오현오 요원(예성)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것으로 처리됐다. 장경학 계장(이해영)은 복귀 후 팀장이 됐지만, 곧바로 범죄의 피해자가 돼 잔혹한 죽임을 당했다. 시즌1의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지 않자 시청자들로서는 드라마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시리즈물의 장점이 몽땅 사라진 것이다.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의 경우 김명민과 오달수를 그대로 캐스팅하며 시리즈물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고, <탐정: 리턴즈>도 권상우와 성동일이 재출연하면서 전작의 인기를 뛰어넘는 쾌거를 거뒀다. <신과함께-인과 연>은 미리 촬영해 둔 분량을 2편으로 구성한 것이지만, 기존 배우들이 다시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연속성을 부여한 케이스다. 결과는 개봉 11일 만에 900만 돌파다. 1000만 관객이 코앞이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가 16번째 시즌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김현숙을 중심으로 '연속성'을 유지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KBS2 <추리의 여왕2>와 JTBC <청춘시대2>의 경우에도 기존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해 시청자들과의 원활한 교감이 가능했다. 반면, SBS <미세스 캅2>, OCN <나쁜녀석들2>는 배우들이 몽땅 바뀌는 바람에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보이스>라는 드라마의 스토리에 있어 가장 중심적인 인물은 예민한 청력으로 사건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는 강권주가 틀림없다. 그러나 간절함과 열정을 품고 현장을 누비며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던 무진혁이야말로 <보이스>의 진정한 중심축이었음을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무엇보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드라마 속으로 끌어들인 주역이 장혁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이하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준 건 역시 장혁의 존재감이었다. 과연 <보이스2>는 장혁의 빈자리를 제대로 채울 수 있을까? <보이스2>에서 강권주와 짝을 이룰 파트너는 도강우(이진욱)다.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수사관인 도강우는 뛰어난 수사력을 지녔지만, 사회성이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파트너 나형준(홍경인)을 살해한 범인인 '가면남'을 추격하고 있다.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찰'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가면남이 강경학 팀장을 살해하면서 강권주와 도강우 사이에 연결고리가 마련됐다. 같은 범인을 쫓게 된 강권주와 도강우가 얼마나 훌륭한 팀워크를 보여줄지, 그 호흡이 강권주와 무진혁의 그것에 필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결국 <보이스2>의 성공 포인트는 거기에 달려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첫회만 놓고 봤을 때는 기대보다는 아쉬움이 앞선다. 전작인 SBS <리턴>에서도 형사를 연기했던 이진욱의 이미지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이런 변화 없는 반복은 식상할 뿐더러 지루하다. 또, 이하나의 연기력도 별반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발성과 호흡이 안정적이지 않아 전달력이 떨어지고, 힘이 잔뜩 들어간 눈에는 과도한 비장미만 가득하다. 


장혁의 공백이 불안했던지, 아니면 전작의 명성이 부담이었던지 <보이스2>에는 잔혹한 장면들만 양념처럼 듬뿍 첨가됐다.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가 돼 버린 <보이스2>로서는 다시 돌을 쌓아올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나마 <식샤를 합시다3>처럼 시즌2의 주인공(서현진)을 죽여버리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다. 언젠가는 장혁이 돌아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뒀으므로. <보이스2>는 이 진한 아쉬움을 잠재울 수 있을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주혁아, 아니다.. 내가 요재 좀 그렇네. 어따 아들 뺏긴 것 같고.." 


명절에도 잘 내려오지 않아 얼굴을 잊어버리겠다는 엄마의 한마디.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들의 마음이 편할 리 않다. 얼마 후 지인의 결혼식에 들리기 위해 서울에 들린 부모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은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저희 집에서 하루 주무실 거죠?"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 말을 꺼낸다. 저거, 위험한데.. 불안감이 엄습한다.


딱 보기에도 눈치가 없어 보이는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를 말리는 엄마에게 "며느리한테 밥상받아 보는 게 소원이라며?"라고 쐐기를 박는다.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이 애잔하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당당하게 집안으로 들어간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눈앞에 선하다.



시어머니는 아들네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부터 들여다본다. 못마땅한 표정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며느리가 집으로 돌아왔고, 눈앞에 시부모가 나타나자 그대로 얼음이 됐다. 긴장이 풀리기도 전에 잔소리가 쏟아진다. "내가 대충 저녁이라도 할까 하고 봤는데, 냉장고 청소 좀 해야겠더라." 시어머니의 간섭은 계속된다. "식재료들은 다 백화점에서 사다 먹냐. 꽤 비쌀 텐데." 


이쯤되면 내가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 tvN <아는 와이프>인지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인지 헷갈린다. 어느 쪽이든 간에 이럴 때는 남편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차주혁(지성)은 엄마와 (두번째) 아내 이혜원(강한나) 사이에서 그 어떤 중재도 없이 방관만 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그리 오지랖을 떨던 남자가 왜 집안의 갈등 상황에선 저리도 소극적이 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품질이 차이가 나서 백화점 상품을 선호한다는 아내의 말에 차주혁은 왜 미간을 찌푸리는 걸까? 요리 잘하는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자는 며느리의 제안에 시부모들은 '뭐, 이런 애가 다 있어?'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숙소를 호텔 스위트룸으로 잡아드리겠다는 말에 "언제부터 우리가 시부모 대접을 받았다고~"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났다. 도대체 '시부모 대접'이 무엇이며, 왜 그걸 받아야 하는 걸까?


<아는 와이프>는 '한번의 선택으로 달라진 현재를 살게 된 운명적인 러브스토리'를 그리겠다고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그 진의가 헷갈린다. 드라마는 철저히 차주혁(=남편)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에게 서우진(한지민)과의 결혼 생활은 지옥과 같았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웃음은 점차 사라졌고, 아등바등 살아가기에 급급했다. 꽃다웠던 아내는 어디로 가고 억척스러운 아내만 곁에 남았다.



다행히도(?) 그에게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차우혁은 대학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음대 여신' 이혜원과의 미래를 선택한다.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차고까지 딸려있는 넓은 집에 아침까지 챙겨주는 아내라니, 게다가 이제 거실에서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도 있게 됐다. 그뿐인가. 재벌그룹의 딸을 아내로 둔 덕에 회사 사람들도 그를 달리 대한다. 차주혁은 만세를 불렀다.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가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행복감이 오래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아는 와이프>는 주혁과 우진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야 하므로 어떻게든 '갈등'을 이끌어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안이 이혜원을 나쁜 며느리로 만드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아들을 빼앗아버린 며느리, 살림에 꽝인 며느리, 시부모 대접을 제대로 하지 않는 못된 며느리 말이다.


혜원을 나쁜 며느리로 몰아가고자 했던 <와는 와이프>의 의도와 달리 시청자들은 좋은 것만 취하려 드는 차주혁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내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 드라마는 차주혁이 얼마나 이기적인 남편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리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시댁에 싹싹하게 잘 하는 며느리가 아니면 낙제점을 주는 그의 구시대적 발상은 구려도 너무 구리다. 



또, 주혁은 우진과의 결혼생활이 불행했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우진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직장 생활은 물론 살림과 육아를 모두 책임져야 했던 그의 고통이 차주혁의 푸념에 비할까. 그의 억척스러움은 결국 삶의 무게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건 그의 남편뿐인 것 같다. 주혁과 결혼하지 않은 미래를 살아간 우진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여성이 되었는지 드라마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결국 (어떤 방식이 됐든) 주혁은 우진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들은 달라진 미래에서도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랑'이니 말이다. 그런데 주혁이 다시 우진을 선택(사랑)하게 되는 이유가 '다른 여자랑 살아보니 결국 시댁에 싹싹한 현모양처가 최고더라'라는 것이라면 정말 실망하게 될 것 같다. 그건 너무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니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노사연 씨가 신곡을 내서, 이 프로그램을 오늘로 마지막으로.. 너무 섭섭한데.."


출연진의 변동은 어떤 경우(하차, 투입, 교체 등)라 하더라도 큰 도전이다. 기존의 출연자가 바뀌는 건 생각보다 큰 변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년멤버(혹은 창업공신)의 하차는 그 구멍이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기존 출연자들과의 조합이라든지, 그동안 맞춰왔던 호흡을 무시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제작진이 의도했던 콘셉트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노사연은 지난 8회를 끝으로 tvN <수미네 반찬>를 떠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신곡 앨범 활동으로 인한 바쁜 스케줄 때문이었다. 노사연은 "끝까지 못 지켜서 미안합니다"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정들었던 김수미의 곁에서 물러났다. <수미네 반찬> 제작진은 노사연의 공백을 '게스트 섭외'를 통해 채워 나가고 있다. 임기응변에 가깝지만, 현재까지 이 선택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사실 노사연의 하차는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시청자들은 요리에 문외한인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요리를 못하는 남자에겐 '바깥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라고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서, 어째서 노사연에겐 그토록 야박했던 걸까. 가수로서 평생 사회 생활을 했던 그가 요리를 못하는 건 그리 비아냥 거릴 일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건 아마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쏟아진 비난이리라. 온당치 않은 일이었다. 


오히려 문제는 '역할'에 있었을지 모르겠다. 눈치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잽싸게 잡아버린 장동민과 달리 노사연은 프로그램 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꿰차지 못했다. 김수미의 음식을 맛보며 '맛있다!'를 연발하는 것 말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점차 겉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결국 가수로서의 재능을 발휘해 '무반주 노래 부르기'를 시도했지만, 그걸 매회마다 반복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제작진이 노사연을 섭외했던 이유가 뭘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까? 제작진이 먹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노사연이 사실 요리무식자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의외로 요리무식자인 노사연이 김수미에게 매번 구박당하는 걸 웃음 포인트로 삼았던 게 아닐까. 연예계에서 기가 세기로 유명한 노사연을 휘어잡는 김수미와의 카리스마야말로 <수미네 반찬>의 히든 카드였을 것이다.



"저희들은 공부한 음식을 하잖아요. 근데 선생님 음식을 보면 늘 추억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맞아, 나도 어릴 때 저렇게 엄마가 저랬어라는 게 있는데. 그 안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있으시더라고요."


하지만 이 카드는 통하지 않았고, 마치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노사연은 하차를 선택했다. 그에 따라 9회에는 요리연구가 이혜정가 출연했고, 10회에는 황신혜가 게스트로 등장했다. 이혜정은 전문가답게 깔끔한 감정(鑑定)과 완벽한 보조로 김수미를 빛냈다. 또, 김수미와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황신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두 사람의 대화는 친자매의 그것처럼 매끄러웠고 맛깔스러웠다.


게스트 체제로 전환하고 나서 <수미네 반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훨씬 좋아졌다. 노사연에게는 좀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면 <수미네 반찬>의 핵심은 김수미이고, 제작진이 이런 변화를 거침없이 시도할 수 있는 배짱은 아무래도 김수미의 힘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것이리라. 출연진이 바뀌어도, 셰프가 바뀌어도 <수미네 반찬>에는 큰 지장이 없다. 김수미만 건재하다면 그 어떤 것도 문제될 게 없다.



"우리 정만이 하고는 참 추억이 많아~ 첫 번째 이혼하고(일동 폭소), 참 마음이 힘들 때잖아. 얘는 무조건 아침에 와. 밥 먹고 하루 종일 자~ 그 다음에 2시나 되면 밥 좀 달라고 해. 먹고 또 들어가서 자."

"그때는 진짜 우리집보다 수미 언니네 집에서 살다시피 했던 거 같아."


푸근한 언니와 같았던 노사연의 공백이 그립긴 하지만, 요리무식자인 그가 김수미의 구박에도 괘념치 않고 큰 웃음을 떠뜨리는 장면이 문득 생각나긴 하지만, <수미네 반찬>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뽐내고 있다. 김수미의 카리스마와 거침없는 말투는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하고, 그의 정겨운 음식 이야기와 요리 솜씨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또, 새로운 손님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다음 게스트로 누가 출연할지 궁금해하고,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지 기대하는 것도 <수미네 반찬>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로 자리잡게 됐다. 노사연이 빠지자 <수미네 반찬>이 더 맛깔스러워졌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