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창조물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이라는 영역에 있어 하나의 상징이 됐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음으로써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낸 그들의 애틋함이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강렬하게 각인됐다. 한 가지 재미있는 가설은 앙숙인 두 집안의 격렬한 반대가 없었다면 두 사람의 사랑은 어린 시절의 치기에 그쳤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 한다. 


'반대'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큰 '지지'가 되는지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tvN <남자친구> 속 차수현(송혜교)과 김진혁(박보검)의 사랑을 지켜 보면서 고전 속에서 유래한 사랑의 법칙을 떠올린다.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내 이뤄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앞에 수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몇 개는 간신히 넘어섰지만, 여전히 강력한 방해꾼들이 두 사람의 사랑을 저지하기 위해 길을 가로막고 있다. '대략난감'이다.


하나의 사랑이 완성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남자친구>를 보고 있자면 답답함이 몰려온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물론 남명식(고창석), 장미진(곽선영) 등 조력자가 없진 않지만, 차수현과 김진혁의 사랑은 여전히 러시아워(rush hour)의 교통 체증 같다. 나아갈 기미가 없다. 그 갑갑함 속에서도 단연 최고의 강적은 '엄마들'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도대체 저 엄마들은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이혼했다고 두 집안 관계가 정리됐다고 생각하면 네 착각이다. 네 아버지가 그 자리까지 어떻게 갔는지 잊지 않았지? 한 번 적을 뒀으면 넌 죽어서도 태경그룹 사람이다. 명심해."


대경그룹 회장 김화진(치화연)은 최악의 엄마다. 모든 불행의 시초이자 갈등의 중심축이다. 재벌가의 엄마들은 다 저 모양일까? 아들 정우석(장승조)을 꾹두각시로 키웠고, 정략결혼의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며느리에 대한 악행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혼을 한 뒤에도 차수현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았다. '3조 4항(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모든 권리를 잃게 된다)'으로 압박하고, 끈질지게 재결합을 요구한다. 미저리가 따로 없다. 


김화진은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전 며느리' 차수현을 계속 참석시켜 왔다. 자신의 생일 파티에 오라며 드레스코드까지 정해 줄 정도였다. 이번에는 전 시부의 기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차수현은 그 자리에 가는 대신 남자친구인 김진혁의 가족 모임에 참석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김화진은 분노를 터뜨렸다. 거기에 차수현의 아빠 차종현(문성근)마저 자신과 거리를 두자 가만두지 않겠노라며 동화호텔 회수 작전을 시작했다. 



"관계가 중요해? 난 가치가 중요해. 쓸모 있는 자식으로 살아."


김화진보다 더 경악스러웠던 인물은 차수현의 엄마 진미옥(남기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잖아. 엄마고 딸이잖아."라며 눈물로 하소연하는 딸에게 "쓸모 있는 자식으로 살"라고 잔혹하게 말하는 엄마라니,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알다시피 진미옥은 욕망의 화신이다. 남편 차종현을 정치인으로 이끌었고, 이번엔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유는 한 가지다. 자신이 영부인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다. 


진미옥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주변의 모든 걸 희생시켜 왔다. 딸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수현을 정략 결혼으로 내몰았고, 남편의 대권 가도를 위한 디딤돌로 삼으려 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김화진에게 철저히 고개를 숙여 왔다. 차수현이 전 시부의 기일에 가지 않자 "이것 좀 봐라. 내가 이번에는 꼭 좀 가라고 했는데!"라며 분노했다. 진미옥에게 딸의 생각, 딸의 행복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엄마는 아무리 생각해도 끔찍하다. 



"대표님,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우리 진혁이랑 제발 좀 헤어져 주세요. (...) 이러다가 우리 애는 상처받고 오래오래 사람들 말 속에서 살게 될 까봐 제가 겁이 나서 죽겠어요."


김화진과 진미옥, 두 쌍포의 활약(?)이야 더 이상 놀라울 게 없었지만, 김진혁의 엄마 주연자(백지원)가 선사한 고구마는 당황스러웠다. 김진혁과 차수현의 사랑을 확인한 주연자는 다짜고짜 차수현을 찾아가 '우리 진혁이와 제발 헤어져 달라'고 사정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아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였다. 차수현은 할 말을 잃었다. 어안이 벙벙했던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얼마나 구시대적인 발상이란 말인가. 


"이제 난 깔끔하게 응원하기로 했다."고 말하는 김진혁의 아빠 김장수(신정근), "요즘 너 하는 거 보면서 배운다. (...) 너는 네 삶 행복하게 살고, 아빠는 아빠대로 제대로 살고."라 말하는 차수현의 아빠 차종혁, 드라마 속 아빠들은 하나같이 든든하고 쿨하다. 반면, 엄마들은 하나같이 이상하다. 무례하고 막무가내다. 자신밖에 모른다. 게다가 시대착오적이다. 굳이 이런 설정을 해야 했던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을까? 


이들의 모성은 후지다. 특히 주연자의 것은 더욱 후지다. 그는 왜 자신의 아들인 김진혁을 설득하기보다 차수현을 찾아갔던 것일까? 애초에 아들을 이해시킬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차수현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아들의 행복을 바란다면 더욱 그렇다. 김진혁과 차수현, 두 사람의 주체적인 사랑을 그려내기 위한 <남자친구>의 '장치'들이 너무 진부하다. 특히 그 장치들로 '엄마들'을 끄집어낸 선택은 지나치게 구시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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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방송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보면서 의아함을 느꼈다.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 왜 그럴까? 원래대로라면 시작과 동시에 화딱지가 나야 정상이었다. 이 땅의 수많은 며느리들이 처한 상황이 갑갑하고, 안쓰럽고, 쓰라려야 했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지배적인 감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놀랍게도, 심지어 편안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한 가지 답이 떠올랐다. '시월드'가 없었다. 우선, 윤현상-이현승 부부의 경우에는 시부모를 비롯해 시댁 식구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며느리를 위한답시고 다짜고짜 집으로 찾아와선, 굳이 며느리가 좋아하지도 않는 추어탕을 끓여 먹이던 시부모, 말끝마다 자연분만과 독박육아를 강조하던 시부모가 없으니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이번 회에선 현승의 직장 친구들이 찾아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경험담을 나누며 수다를 떨었다. 또, 각자 자신이 겪고 있는 시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면 현승은 "보면서 깜짝 놀랐"다면서 "저렇게 웃는 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시부모 앞이라 억지로 지어야 했던 '미스코리아 미소'가 아니라 마음 속에서 우러 나온 웃음을 보는 건 처음이지 싶었다.



고창환-시즈카 부부도 시부모와 만나지 않았다. 문제의 시누이가 또 다시 등장하긴 했지만, 이전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하진 않았다. 여전히 월권에 가까운 행동들을 저지르곤 하지만, 초반에 보여줬던 충격적인 모습들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지도, 소리를 질러대지도 않았다. 그 변화의 중심에 달라진 남편 고창환이 있었다. 고창환이 아내의 입장을 배려하기 시작하자 시누이도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조건은 시부모의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시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시누이는 달라져 있었다. 자신의 집에 찾아온 시즈카에게 음식을 대접하겠다며,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한다. 물론 시즈카의 입장에서 그 상황이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지만, 시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시누이가 굳이 '시누이 노릇'을 하지 않으려는 건 분명해 보인다. 




3주 간의 불가피한 합가 중인 오정태-백아영 부부의 경우는 어땠을까. 처음엔 첨예한 갈등이 벌어질 거라 봤지만, 예상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내를 '손님'으로 대해달라고 선언했던 오정태의 역할이 컸다. 마음 속으로 합가를 소망했던 시어머니는 같이 살아보니 오정태가 (자신을) 시집살이 시킨다며 같이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거기에 뜻밖의 동지 '시매부'가 등장하며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부엌이 익숙한 시매부는 오정태에게 "넌 왜 와서 가만히 서 있냐, 안 도와주고?"라며 속시원한 사이다를 날려줬고, 백아영에게는 "넒으면 피할 데라도 있지 피할 데가 없는데 어떻게 살아?"라며 며느리의 고충에 공감해줬다. 든든한 동지가 생기자 백아영도 자신의 고민을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한 뭉치가 사라지는 듯했다. 


정리하자면, 시월드가 없는 며느리의 일상은 한결 편안했다는 것이다. '시월드가 없다'는 건 두 가지 의미다. 시부모가 등장하지 않거나, 시부모가 함께 있더라도 남편이 중심축을 잡아나가는 경우다. 여기에서 말하는 '등장하지 않거나'는 '부재(不在)'를 뜻하는 게 아니라 '거리'를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시부모와 완전히 동떨어진 삶을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 필요도 없다. 



'딸 같은 며느리'라는 모순적인 관계를 요구하면서 굳이 며느리에게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있을까? 그 스트레스가 결국 가정의 불화로 연결된다는 걸 왜 모른단 말인가. 또, 언제까지 품 안의 자식이길 바라며,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할 것인가. 결혼을 한 자녀가 부부로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어른다움이 요구된다. 


"남편이랑 잘 지내고 화목하게 살면, 그게 난 결혼의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해."


현승의 집에 놀러 온 임현주 아나운서의 말에서 해답을 찾는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이다. 그러나 왜 매번 현실은 달라야 하는 걸까. 결국 '(시)부모'가 결단해야 한다. 결혼을 한 자녀가 정말 행복하길 원한다면, 한 걸음 물러서서 지켜봐 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들 스스로 가정을 꾸리고,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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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못 보겠다."


굳은 얼굴의 백종원은 나지막히 탄식을 내뱉었다.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았다. 결국 (방송상으로는) 첫 번째 솔루션 포기가 나왔다. 초유의 사태였다. 그 주인공은 피자집 사장님이었다. 그는 첫 번째 시식 미션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았지만, 계속해서 장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끝에 한번의 기회를 더 부여받았다. 백종원은 두 번째 시식 미션을 제시했다. 20명의 시식단 가운데 절반 이상의 마음을 사로잡으라는 것이었다.


기적적인 반전은 없었다.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2주라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준비는 턱없이 미흡했다.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는 다소 나아졌지만, 장사의 기본과 요령이 없는 그에게 이 상황은 역부족이었다. 미리 삶아둔 면은 식어버려 국물을 부어도 미지근했다. 닭칼국수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잠발라야에 대한 평가는 더 냉혹했다. 대형 냄비 속의 까맣게 타버린 밥이 모든 걸 증명했다. 그는 테이블 세팅을 해둘 여유조차 없었다. 


시식단 20명 전원이 재방문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약속은 약속이었다. 백종원은 "전형적으로 식당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면서 뜻을 접었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던 그의 말에 안타까움이 잔뜩 배어 있었다. 방송에 출연해 건진 것도 없이 욕만 잔뜩 먹은 출연자를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인생의 교훈을 얻었을 수는 있겠지만, 원래 그건 '덤' 아니었던가. 



"이런 기회를 얻는 게 정말 힘들잖아요. 어려운 기회가 찾아왔는데, 제가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고. 너무 이른 시기에 행운이 찾아왔던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이었고, 많은 공부가 됐던 것 같아요."


솔직히 미안한 마음도 있다. 편의상 피자집 사장님을 '빌런'이라 불렀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에게 어떤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단지, 장사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부족했고, 절박함이 없을 뿐이다. 그 태도가 냉면집 사장님과 버거집 사장님의 절실함, 장인정신과 비교되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난을 초래했다. 실제로 그는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니는 선량한 시민일 따름이다. 자신의 본업에 불성실했을 따름이다. 


물론 방송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면 일정한 책임감을 갖고 상황에 맞는 행동들을 취했어야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미흡함은 지적받아야 마땅하지만, 도를 넘어선 인격적인 비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피자집 사장님의 말처럼 '너무 이른 시기에 행운이 찾아왔던 것'뿐이다. 절실하지 못했던 지금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살아가면서 훨씬 더 많은 노고를 통해 짊어지게 될 것이다. 후회 역시 그의 몫이다. 



"이후 백 대표와 사장님은 장사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청파동 편은 전체적으로 아쉬웠다. 점점 자극적으로 치닫는 흐름이나 출연자들의 신상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들이 몰입을 방해했다. 제작진도 이를 의심했는지 허겁지겁 마무리 지었다. 가장 큰 논란에 휩싸였던 고로케집을 어영부영 넘긴 티가 역력했다. 물론 제작진이 언론을 통해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긴 했지만, 방송을 통해 좀더 명확한 입장을 밝히리라 기대했던 시청자들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9일 방송에선 아예 통편집 됐고, 16일 방송에선 시식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로케집 사장님의 모습과 함께 그의 분량이 짤막하게 편집됐다. 고로케집 사장님도, 제작진도 더 이상 방송을 내보내기 부담스러웠을 거라 짐작한다. 그러나 제작진이 "고로케집은 예정대로 다음주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확실히 매듭을 지었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마도 그 매듭은 제작진 측의 사과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은 제작진에게 귀결되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입장에서 출연자들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말한다면, 어째서 "여론과 상관없는 결정"인 솔루션 실패를 방송에 공개한 것일까. 제작진의 설명대로라면 "청파동 편이 최초는 아니"고, "방송 이후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인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인데, 이번에는 왜 다른 선택을 했던 것일까? 저들의 일상은 상관없단 뜻일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청파동 편은 냉면집 사장님(과 버거집 사장님)의 뜨거운 눈물이 없었다면 건질 것 없는 최악의 방송이 될 뻔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제작진도 이번 기회를 통해 프로그램의 사회적 영향력을 뼈저리게 실감했을 테고, 자신들의 선의가 골목상권 부활이라는 긍정적 요소뿐만 아니라 생태계 교란이라는 부정적 요소도 지닌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체크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가게일 줄 몰랐다'는 변명은 허용될 수 없다. 제작 기간이 촉박하다면 차라리 시즌제로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 다음엔 편집에도 좀더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이렇게 큰 비난을 받을지 몰랐다'는 말은 무책임하게 들린다. '선수'가 할 소리는 아니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처음의 취지를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기다. 


"남을 상대하는 일을 할 때는 내 눈높이에서 보면 안돼요. 되게 위험한 짓이에요. 내 눈높이에서 누굴 평가하고, 내 눈높이에서 뭘 받아들이는 건 되게 위험한 짓이에요." 치자집 사장님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백종원의 조언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에게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시청자들은 단단히 화가 난 상태다. 신뢰는 이미 깨졌다. 그러나 기회는 있을 것이다. 얼마나 신실하게 다가가느냐, 결국 제작진에게 달린 일이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장난'과 '스킨십'은 가치중립적이다.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그 둘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수용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자신 혹은 누군가가 '장난기가 많다'고 말할 때, 그건 마치 성격이 좋다는 의미로 들린다. 또, 스킨십의 경우에는 인간 관계에 있어 권장해야 할 테크닉으로 이해되고, 여러 맥락에 자연스럽게 활용돼 무한히 '확대'하고 '강화'해야 마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스킨십이 많으면 사랑이 넘치는 거라나?


그렇다면 장난과 스킨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상대방이 좋아해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부 사이든, 부모 사이든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규칙이다. 물론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명쾌한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수용치가 다르고, 관계의 점성에 따라 허용치가 다르기 마련이다. 하나의 기준을 정해 일관되게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즉시 멈추면 되니까.



지난 14일 방송된 KBS2 <안녕하세요> 396회에는 '가족의 고통을 즐기는 남편'의 사연이 소개됐다. 자신이 입었던 팬티를 아들의 얼굴에 뒤집어 씌우고, 퇴근 후 하루종일 신었던 양말을 벗어 딸의 얼굴에 비비는 아빠, 그는 자신의 행동을 '장난'이라고 말한다. 또, 수영장에 아이를 집어 던지고, 발버둥치는 아이를 건져낸 후 재미있지 않냐며 낄낄댄다. 그런가 하면 아이가 우는 모습이 귀엽다며 일부러 화를 내며 공포감이 들도록 만든다. 


사연의 주인공인 아내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아빠의 '악행'을 마저 꺼내놓았다. 너무 충격적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문제의 아빠는 아이의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채 힘으로 제압하고 무릎으로 배를 누른 후, 아이의 온몸에 뽀뽀 세례를 하는 '장난'을 하면서 더 나아가 아이의 성기에도 뽀뽀를 한다고 한다. 아이는 분명히 싫다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아빠는 계속해서 장난일 뿐이라 항변한다. 


"내 새끼인데 왜! 내가 우리 아들 사랑해서 뽀뽀하고 그러는 건데 뭐가 문젠데!"


이건 명백한 추행(醜行)이고, 형법상 강제추행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다. 아동학대를 적용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아빠는 아이들의 항의를 완력으로 묵살했고, 그저 사랑에서 비롯된 장난이라며 가볍게 웃어 넘겼다. 아내가 문제를 제기하자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가친척이 다 모여 있는 자리에서 아들의 바지를 훌렁 벗겨 놓고서 '자랑을 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남편의 '미친' 장난의 대상은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아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가슴을 만지고, 바지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진다고 한다. 신동엽은 듣다 못해 "거의 짐승 수준"이라 분통을 터뜨렸다. 남편은 마트나 동물원 등 바깥에 있을 때도 아내의 가슴을 기분나쁘게 툭 치고서 "별 거 없네. 왜 이렇게 작아."라며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남편의 변명은 "내 마누라인데 어때, 넌 내 거야."였다고 한다. 


(이미 한참 전에 선을 넘었지만) 이쯤되면 '장난'의 영역이 아니다. 상대방은 괴로움을 표출했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당장 멈춰야 한다. 이건 상식적인 반응이다. 그저 철이 없다고 여겨야 하는 걸까? 임신 7개월의 아내가 밤중에 한기를 느껴 보일러를 틀어달라고 하는데도 귀찮다며 방치했다는 대목에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아내는 기침 감기를 심하게 앓아 7개월 만에 양수가 터져 자궁 치료약 주사를 맞아야 했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는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고 한다. 처방약을 먹고 잠이 쏟아져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남편은 자기가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옆에 있다가 들어가라고 했다고 한다. 이렇듯 남편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그러면서 사과를 하기보다 아내의 잘못을 지적하며 자신의 합리화하기 바쁘다. 말로는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가 하는 행동들은 말과 정반대였다. 


<안녕하세요>는 웃음을 좇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다보니 심각한 수준의 사연들도 유야무야 넘어가게 된다. MC들과 게스트들은 적당히 진지해야 하고, 따끔하게 충고를 하면서도 웃음기를 유지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고민은 해결돼야 한다. 이번에도 남편은 어영부영 사과를 하며 달라지겠다고 선언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겠다던 남편이 그 짧은 시간 안에 달라질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사연의 주인공은 그 와중에도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 말의 진실 여부를 떠나 저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아내의 심리 상태가 너무 안타깝다. <안녕하세요>를 시청하고 나면 마음이 굉장히 아프다. 저들이 다시 끔찍한 현실 속으로 돌아갈 것이기 뻔하기 때문이다.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다. 부디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폭력과 무례를 합리화 하는 남편이 정신을 차리기를..! 그저 한숨만 나온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1.727%가 19.243%가 됐다. 믿기 어려운 상승 곡선이다. 이 숫자의 비밀은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의 시청률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기존의 기록은 <품위있는 그녀>의 12.065%)은 이미 한참 전에 넘어섰다. 남은 건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의 20.509%)이다. 아직 4회 분량이나 남아 있어 기록 경신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SKY 캐슬 신드롬' 가히 그리 부를 만하다. 배우들의 이름만큼이나 배역의 이름이 익숙해졌고, '아갈미향', '빵빵수임', '차파국' 등 극중 이름을 딴 별명들이 화제가 됐다. 또,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한서진), "어마마!"(진진희) "다 감수하시겠다는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김주영) 등 대사들이 유행어처럼 옮겨 다닌다. 특히 김주영의 저 유명한 대사 "혜나를 집으로 들이십시오."는 여러 형태로 패러디 돼 회자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대임에도) <SKY 캐슬>이 방영되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고, 방송이 끝나면 드라마 내용을 두고 뜨거운 토론을 벌인다. 인물 분석에서 복선 추측, 결론 예상까지 주변이 온통 <SKY 캐슬> 얘기뿐이다. 급기야 항간에 드라마의 결론이 담겼다는 스포가 떠돌기도 했다. 제작진은 '드라마를 지켜봐 달라.'며 느긋한 자세를 취했고, 결국 시청자들은 스포를 뛰어넘는 전개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SKY 캐슬>을 칭찬하는 건 쉬운 일이다. 훌륭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를 지적한 문제의식부터 강렬하다. 드라마의 짜임새가 뛰어나고, 극본의 완성도가 높다. 또, 주조연할 것 없이, 성인 배우와 아역 배우할 것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들의 역량은 탁월하다. 그러다보니 몰입도가 높아 뒤늦게 정주행을 시작했다가 벗어나지 못해 밤을 새웠다는 '피해담'이 속출하다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한 장면 한 장면에 쏟은 정성이다. 대충은 없다. 평범한 샷이 하나도 없다. 완벽을 기한 티가 역력하다.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배우들의 연기를 극대화할 각도를 고민한다. 조현탁 감독은 연기하는 배우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낸다. 배우들의 눈, 입, 손, 발 등에 시선을 맞춘다. 하나의 신(scene)을 위해 저토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다니! 이쯤되면 이 드라마의 성공은 필연이라 하겠다. 


판은 마련됐다. 웰메이드 드라마 <SKY 캐슬>은 재미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공유'하는 드라마가 됐다. 이쯤에서 유현미 작가의 사명감을 떠올려 보자. 유 작가는 '이 드라마로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극본을 쓴 각오를 밝혔다. <SKY 캐슬>은 사교육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입시 코디'라는 존재를 부각시키고, 영제네와 예서네의 비극을 그려내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지적했다. 


시청자들은 몸소 겪어 왔던 '입시지옥'의 폐해를 드라마를 통해 재확인하고 있다.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교육의 지상 목표가 된 세상 속에서 욕망이 인간들을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뜨리는지 목도했다. 예서(김혜윤)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냈고, 그런 괴물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김주영(김서형) 같은 악마를 합리화했다. 물론 거기에는 자신의 딸에게 부와 명예를 상속시키려는 한서진의 굴절된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차민혁(김병철)도 다르지 않았다. 자녀들에게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며, 오로지 성공만을 좇는 삶을 살도록 강요했다. 비인격적이고 폭압적인 교육 방식은 자녀들을 병들게 했다. 그런 아빠 밑에서 자란 딸 차세리(박유나)는 가짜 하버드생 연기를 하며 부모를 깜쪽같이 속여야 했다. 그래야만 사랑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쌍둥이들은 엄마 노승혜(윤세아)의 보호 아래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한서진(염정아)도 아니고, 차민혁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수임(이태란)처럼 아들이 원하는 대로 믿고 맡기는 줏대 있는 엄마도 아니다. 결국 우리는 '찐찐' 진진희(오나라)처럼 "이게 맞나 싶은데도 답이 없잖아. 우주 엄마처럼 줏대도 없고, 예서 엄마처럼 확신도 없고. 아들, 엄마가 미안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계속 미안해 하기만 할 것인가? 언제까지 이 '지옥'을 대물림할 것인가? 


<SKY 캐슬>이 만들어 낸 응축된 에너지가 어디로 향할지 아직까진 알 수 없다. 혹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 교육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시 개인의 몫으로 돌아갈 것인가? 드라마 속 인물들의 파멸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혜나를 누가 죽였는지 알아맞히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드라마의 결말을 추리하는 것보다 훪씬 더 절실하다. 


이보다 뜨거운 판이 마련된 적이 있었던가?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좋겠다던 유현미 작가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괜히 '입시 코디'의 정체만 온세상에 알린 건 아닐까? <SKY 캐슬>이 우리의 욕망을 억제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부채질할까? 지켜볼 일이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맛이 있으면 (기부금을) 좀 많이 주실 거고, 맛이 없으면 그냥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 


최근 들어 '식당'은 시청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공간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뒷목식당'들이 있다. '빌런'이라 불리는 사장님들은 불성실한 영업 태도, 턱없이 부족한 연습량, 경악스러운 접객 자세로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들었다. 반면, tvN <커피프렌즈>에는 그런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식당'이라는 공간이 주는 피로감에 지쳐있던 시청자들에게 무한 힐링을 주고 있다. 정말이지 반갑다! 


'커피프렌드'의 사장님 유연석은 셰프를 겸하고 있다. 요리를 총괄하고 있는 그의 어깨가 무겁다. 음식의 맛이 기부금의 액수를 결정짓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원활한 모금을 위해서 유연석에게 주어진 과제는 손님들의 최대 만족이다.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프렌치 토스트와 달리 흑돼지 토마토 스튜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셰프 입장에서 압박이 크다. 간을 맞추는 것부터 재료의 양까지 신경쓸 일이 많다. 


과제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 유연석의 해법은 무엇이었을까? '연습'이다. 백종원에게 조리법을 전수받은 후, 유연석은 끊임없이 연습에 매진했다. 손에 익을 때까지 반복 또 반복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어보면서 간과 재료의 양 등을 체크했다. 성심성의껏 준비를 한 결과, 손님들의 반응은 최고였다. 첫날 설기지를 도맡았던 양세종은 손님들이 음식이 싹 비워 먹었다며 기뻐했다. 첫날 기부감 57만 8300원, 대성공이었다. 



음식을 유연석이 책임진다면, 커피를 담당하는 건 손호준이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다 한들 카페의 베이스는 커피가 아니던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추고 있는 손호준은 커피 그라인더로 커피콩을 직접 갈아 커피를 내렸다. 핸드 드립의 자부심은 곧 맛으로 증명됐다. 손님들은 극찬을 쏟아냈다. 맛있게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손호준은 어깨의 고통을 잊었다. <삼시세끼>의 막내였던 손호준은 어엿한 <커피프렌즈>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알바생으로 합류하게 된 양세종의 역할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가페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 설거지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양세종은 그 많은 설거지거리를 불평불만 없이 뚝딱 처리했다. 또, 유연석과 손호준의 호출을 받으면 주방의 잡일까지 거뜬히 해치웠고, 최지우가 귤이 떨어졌다고 도움을 요청하면 귤밭으로 달려갔다. 손님들에게 메뉴판을 건네기 위해 발빠르게 뛰어다니는 양세종은 성실함의 표본이다. 


"이거 드실 동안 애가 좀 안아드릴까요? 괜찮으시겠어요?"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들어도 <커피프렌즈>는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그건 홀매니저의 품격을 마음껏 뽐낸 최지우 덕분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건만, 최지우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손님들과 교감했다. 최지우가 있음에 홀에 생기가 돌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 때문에 식사하기 불편해 했던 손님들을 위해 직접 아이를 안아주는 장면이었다. 진심 가득한 최지우의 접객 태도는 100점이었다. 



유연석과 손호준은 손님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넸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음식과 음료가 입에 맞았는지 확인했다. 살갑기는 최지우도 마찬가지였다. 누구 한 명 흠잡을 곳이 없었다. 뒤늦게 합류한 조재윤도 '조식기'라는 별명에 걸맞게 제 역할을 다했다. 이렇듯 <커피프렌즈>의 멤버들은 배역에 몰두하듯,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몰두했다. 평온한 브런치 카페 속 그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또 하나의 힐링으로 다가왔다. 


물론 <커피프렌즈>는 판타지의 요소가 짙다. 현실의 치열함과 삭막함이 삭제된 공간이다. 진짜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기부금을 모금하는 이벤트다. 그럼에도 저 공간 속의 주인공들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한다. 친절하고 예의바르다. 작은 것 하나까지 놓히지 않으려 긴장한다.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최고의 맛을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 반갑게 인사하고, 감사히 배웅한다. 기본에 충실하다. 


방송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손님'에 스스로를 대입해 보게 된다. 행복해 하는 손님들을 보면서 내가 저 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분 좋은 상상이다. <커피프렌즈>가 주는 힐링의 정체, 그건 바로 유연석, 손호준, 최지우, 양세종, 조재윤이 보여주는 진정성이다. 시청자들을 분노케 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빌런들이 <커피프렌즈>의 반의 반, 아니 그 반의 반만큼이라도 한다면 어떨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주말인 내일은 기온이 더 떨어져 한파가 절정에 달하겠습니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 중인 이현승은 자택에서 라디오 뉴스 기상예보를 녹음해야 했는데, 그 코멘트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실제 날씨 변화에 대한 설명이지만, 듣기에 따라선 출산과 육아를 앞둔 현승의 마음 속 온도를 대변하는 듯했다. 한파를 생각나게 할 만큼 온도를 떨어뜨린 장본인은 '시어머니'였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던 현승은 시어머니의 (은근한) 간섭이라는 새로운 변수 속에 압박감을 느끼게 됐다. 


첫 번째 간섭은 '자연분만'이었다. 자연분만을 강조하는 시아버지의 특명을 받았던 걸까? 시어머니는 현승에게 전화를 걸어 "출산에 도움이 되는 요가 교실이 있다"며 자신과 함께 가볼 것을 권유했다. 마침 남편 윤현상은 그 날 스케줄이 있어 함께 가지 못했는데, 현승은 처음으로 시어머니와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이었다. 시어머니와 함께 요가 수업이라니!


시어머니는 출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지만, 의중은 다른 데 있었다. 목적은 역아(逆兒)를 돌리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자연분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편안하다면 역아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의 현승은 시어머니의 액션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이가 제자리로 돌아가면 그때부터 현승은 자연분만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고 될 게 뻔했다. 왜 타인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출산의 고통을 강요하려 드는 걸까?



두 번째 간섭은 '천기저귀'였다. 시어머니는 육아용품을 잔뜩 구입해서 왔는데, 그 중에는 천기저귀가 포함돼 있었다. "일회용으로 안 쓰고 이런 걸로도 쓰나봐요?" 현승은 의아해서 시어머니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단은 참으로 놀라웠다. "우리 때는 다 이렇게 엄마가 빨아서 매일 삶아서 말려서.. 얇아서 금방 마르고, 널어 놓으면 가습기 역할도 하고." 설득력 없는 말에 남자인 권오중과 이현우조차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시대에는 그랬다며 며느리에게도 천기저귀를 사용하라는 시어머니라니, 정말이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스튜디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백아영과 시즈카는 "안돼, 안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손이 많이 갈 거라는 현승에게 시어머니는 "한 사람은 아기한테 매달려 있어야 하는 거지."라고 못박아 말한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은 누굴 의미하는 걸까? 자신의 금쪽 같은 자식을 언급하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우리 와이프도 어머니한테 조곤조곤 얘기했고, 어머니도 아내한테 조심히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육아문제에서는 아내도 호랑이가 되고, 엄마도 호랑이가 되고, 육아 때문에 전쟁이 시작된 거 같은데.. 소름 돋았어. (전쟁의) 서막이 시작된 거 같아요." (오정태)


오정태는 자신의 경우에도 육아가 본격화되면서 집안의 갈등이 시작됐다면서 현상-현승 부부에게 "조심해야 돼요."라고 당부했다.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실제로 현승도 출산이 임박하자 (광범위한 개념의) 육아를 두고 시부모가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육아 문제에 있어 당사자인 아내가 호랑이가 된 건 당연한 일이지만, 어째서 시어머니까지 호랑이가 돼야 하는 걸까? 


결국 육아의 주체는 '부모'이고, 다른 가족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부모'가 세운 방침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가령, 고창환-시즈카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학습지 선생님을 집 안으로 불러들이는 (사촌) 시누이의 행동은 도를 넘어선 것이고, 잠들기 전 두 딸에게 씻고 오라고 말하는 백아영의 권위를 무시하는 오정태 엄마의 타박은 백해무익이다.



"모성애에 관련해서는 그런 말들이 많아요. 내 새끼 키울 때는 힘든 거 모른대. 배 아파서 낳아봐야 내 새끼가 더 귀한 줄 안대. 이런 말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모성애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오는 거거든요." (미디어평론가 김선영)


천 기저귀를 두고 벌어진 신경전 역시 불필요한 일이었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옛날에 나는 이랬다.'며 과거의 것을 강요하면 갈등만 불거질 뿐이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지만, 가장 좋은 그림은 무엇이었을까? 며느리에게 미리 물어보는 것이다. 육아에 대한 며느리의 기본 방침에 대해 알아보고, 그에 맞춰 육아용품들을 구입했다면 어땠을까? 돈과 시간을 쓰고서 욕먹는 일처럼 미련한 짓은 없다.


두둥!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에 벌어진 총성 없는 전쟁, 그 서막이 열렸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눈을 감아도 훤히 보인다. 시부모는 '모성애'를 강조하며 현승에게 육아를 전담시켜려 할 게 뻔하다. 모성애는 실제하는 감정이지만, 가부장제 사회에서 불필요하게 신화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과연 요즘 시대 며느리 현승은 이 압박들에 얼마나 영리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