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 음독, 묵독, 정독, 미독(味讀), 속독, 발췌독. 


'읽기'의 다양한 방식이다. 흔히 '책(활자)'를 읽을 때 하나의 방법만 가지고 접근하기 쉽지만, '효과'와 '효율'을 생각하면 그 우직함이 항상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정독이 필요한 책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발췌를 해서 일부분만 습득해도 되는 책이 있다. 소리 없이 음미해야 하는 책이 있고, 크게 소리를 내서 읽어야 이해가 빠른 책도 있다. 마치 요리사가 칼을 선택할 때 다양한 용법을 고려하는 것처럼, 헤어 디자이너가 손님의 머리 상태를 보고 시술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처럼 책을 대하는 '독자'에게도 영리함이 필요하다. 


그런데 '드라마'는 어떨까. 그러니까 드라마의 '시청자'의 입장은 어떨까. 과장을 전혀 보태지 않은 객관적인 평가를 하자면, 우리는 너무도 완벽하게 '시청자'라는 포지션을 이해하고 있다. '드라마 시청학'이라는 과목이 있어 특별히 수강을 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로부터 그와 관련한 가르침을 받았을 리도 만무한데 말이다. 놀랍게도 '시청자'가 된 당신은 그때그때마다 스스로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선택해서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어젯밤, 혹은 오늘 아침 당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어쩌면 오늘 밤에 당신이 그리할 것처럼. 


가령, 모든 장면을 빠짐없이 봐야 하는 드라마가 있다. 이런 드라마는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끝나는 순간까지 그 긴장감을 유지시켜야 한다. 반면, (굳이 특정하진 않겠지만) 어떤 드라마는 '다른 짓'을 하면서 봐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하등 문제가 없다. 대사 위주로 드라마를 따라가다가 갈등이 고조된 순간에 잠깐 화면을 응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귀로 보는' 드라마라고 할까. 또, 영상이 워낙 수려하고 유려해서 시선을 뗄 수 없는 드라마도 있다. 



한편, tvN <비밀의 숲>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까다로운 드라마다. '검찰 스폰서 살인'이라는 메인 사건을 바탕으로 범인과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는 검사 황시목(조승우)의 추적극을 그린 <비밀의 숲>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니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넓게 퍼진 안개는 더욱 짙어졌고, 시청자들은 빼곡히 울창한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한여진(배두나)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용의자' 선상에 올랐고,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문 채 끝도 없이 이어진다. 


허투루 넘길 장면이 없다. 반전이 숨겨져 있고, 복선이 깔려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어쩌면 모든 장면들이 '떡밥'이고, 진실에 접근할 '단서'다. 독서로 치면 '정독'은 필수라고 할까. 모든 장면에 집중해야 한다. 황시목의 예리한 시선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창준(유재명)과 서동재(이준혁), 영은수(신혜선)의 '의뭉한' 눈빛과 행동을 놓치면 다음 장면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혹시 혹시 빨래를 개키거나 홈쇼핑 잡지를 읽으면서 <비밀의 숲>을 볼 생각이라면 애초에 그만 둘 것을 정중히 권하고 싶다. 그렇게 봐선 이 드라마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 



"왜 완전히 끝내지 않았지? 이 수고를 치르고서, 왜 굳이 여기야. 얻어지는 게 뭔데."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13분. 애매하다. 차장 말이 사실일까. 뭐지? 웃고 있다. 벨."

"경고. 벌. 차장을 벌할 수 있는 사람. 박무성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 김가영이 사라지길 원하는 사람. 차장에게 벌을 내리고자 할 사람."


<비밀의 숲>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래서 극도의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는 황시목의 추리를 따라간다. 자신의 기분을 이기지 못해 격분하고, 감정적인 선택과 판단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곤 했던 기존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는 달리 황시목은 침착하고 논리적인 태도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나간다. 다시 말하면 '없던 캐릭터'이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없던 경험'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황시목의 추리는 상당히 섹시한데, 이는 뇌의 특정한 부위에 묘한 쾌감을 준다. 


여전히 사건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고, 지금까지 드러난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사건 재연 현장에 황시목과 함께 있었다'는 한여진의 진술로 황시목은 자신을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의 의심을 (당장은) 지울 수 있었다. 범행도구로 쓰인 칼에 찍힌 지문에 대한 알리바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한 박무성(엄효섭)의 아들 박경완(장성범)의 행동도 의심스럽다. 그가 납치됐던 김가영(박유나)와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였고, 그를 몰래 촬영한 듯한 사진을 지우는 장면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차장 검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창준과 그를 컨트롤하는 실세 장인 이윤범(이경영), 그리고 그들을 '앞잡이'로 쓰고 있는 더 큰 집단의 존재. 그리고 그들이 덮어씌운 뇌물 혐의로 나락으로 떨어진 영일재(이호재)와 그 사실을 알아버린 딸 영은수. 이토록 깊고 지독한 미궁이라니. 과연 황시목은 범인을 밝히는 동시에 깊이 감춰진 진실을 끄집어낼 수 있을까. 시청자들은 황시목과 함께 이토록 촘촘히 우거진 그래서 빛조차 스며들지 못하는 '비밀의 숲' 속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비밀의 숲>은 연기, 연출(안길호 PD), 극본(이수연 작가) 등 무엇하나 흠잡을 데 없는 웰메이드 드라마다. 이야기는 더할나위 없이 치밀하고 쫄깃하며, 연출은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조승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놀라울 만큼 정성스럽다. 케이블 드라마의 것치고는 높은 편이긴 하지만, 시청률이 4%대에 머물고 있다는 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출발'이라는 안재현의 '명언(?)'을 떠올리며 <비밀의 숲> 정주행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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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연예 뉴스도 '뉴스', 연예 기자도 '기자'라는 점을 잊지 말자."


기자가 '카더라 통신'의 유포자가 됐다. 씁쓸한 일이다. 지라시로 도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대중에게 전달하고, 그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가십(gossip)을 가려내야 할 기자가 오히려 가십을 생산하는 데 동참하고 있는 현실, 이 구역질 나는 상황에 대해 <오마이스타>의 김윤정 기자는 이렇게 일갈한다. '연예 뉴스도 '뉴스', 연예 기자도 '기자'라는 점을 잊지 말자.'고 말이다. 자조(自嘲)와 자성(自省)이 읽힌다. 업계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면서도 그 칼날을 자신에게도 겨누고 있는 고독한 외침이었다.


'연예'와 관련한 글을 주로 쓰다보니 아무래도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살필 때 '연예' 면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소위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도 제법 참고하는 편이다. '쓰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사실 '보고 읽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괴상한(?) 글을 마주했을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독자'라는 포지션이 그리 간단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그런데 최근에는 '연예' 면에 시선을 두는 게 참 힘들었다. 솔직히 짜증이 났고, 심지어 욕지기가 올라왔다. 


이래도 되나?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었다. 단순히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가 많다고 해서, 혹은 누군가에 대해 '비판적인' 뉘앙스를 띤 기사가 다수라고 해서 그 자체로부터 불쾌감을 느끼진 않는다. 그러한 기사를 쓰게 된 '근거'가 분명하고, 주장을 펼쳐 나가는 '논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설령 그것이 '사회적 상식'에서 약간 비켜서 있다고 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부실한' 기반 위에서 '함부로' 휘갈겨진, 그런 '엇나간' 기사들이 도배될 때 우리는 극도의 피로감을 경험하게 된다. 



지난 13일 SBS <본격 연예 한밤>은 김소연 · 이상우의 비공개 결혼식을 소개했는데, '검문소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라는 설명과 함께 '이은형이 청첩장을 지참하지 않아서 돌아가야 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과 그 방송으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기사들을 접한 대중들은 '(김소연 · 이상우가) 유난을 떤다'며 눈총을 보냈다. 하지만 곧 밝혀진 '사실 관계'는 전혀 달랐다. 이은형은 애초에 결혼한 두 사람과 친분도 없었고, 따라서 청첩장을 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지난 19일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는 '정유라'에 대한 '가십'을 다루면서 '연예계를 뒤흔든 문제적 금수저 스타'로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를 '지목'하며 각종 '설'들을 쏟아냈다.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기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경로로 알게 됐는지도 밝히지 않은 온갖 풍문과 추측을 덧댔다. 굉장히 신난 듯한 분위기였다. 방송이라는 공공재를 통해 질 낮은 '뒷담화'가 공공연히 이뤄지는 참담한 장면이었다. 한 사람의 '인격'이 무참히 말살되는 순간, 당사자는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자살을 기도했다. 



이뿐인가. 지난 21일부터 배우 '심은하'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그와 관련한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를 가득 채웠다. 전날인 20일 심은하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응급실로 이송됐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연예계를 떠났던 90년대 최고의 스타의 근황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은 과도한 취재 경쟁을 펼치며 온갖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다. 심지어 심은하의 남편인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의 사무실에 찾아가고, 집을 찾아가 이웃 주민에게 심은하를 본 적 있냐며 인터뷰를 해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언론과 기자들은 대중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는 그릇된 명분을 끌어안고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취재와 보도를 정당화하고 있다. 자신들의 '입'과 '펜'이 얼마나 무겁고, 또한 무서운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칼춤'을 추고 있는 듯 하다. 지난 25일, MBC <섹션TV 연예통신>은 송중기와 송혜교의 열애설에 대한 취재 내용을 전파로 내보냈는데, 굳이 당사자들이 부인했던 열애설을 발리까지 쫓아가서 그들이 묵었던 호텔 관계자를 인터뷰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면서 그 인터뷰 내용은 다음 주에 보도하겠다며 시청자들을 낚기까지 했다.


이쯤되면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의 범람이라 이름 붙여도 무방하리라.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이 '보도'라는 이름으로 사실과 다른 소식들을 무분별하게 전하고, '기자'들이 팩트체크가 되지 않는 각종 풍문들을 마치 '진실'인양 이야기한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에는 이를 받아적은 기사들이 쓰레기더미처럼 쌓여간다. 물론 우리는 저마다 알몸의 고디바 부인을 훔쳐봤던 피핑 톰(peeping tom)의 관음증적 욕망을 갖고 있다. 스타들의 삶이 궁금하고, 그들의 뒷이야기에 호기심을 가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욕망이 '옳다'라고 말해선 곤란하다. 적절히 제어되고 조절돼야만 한다. 적어도 그 욕망이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그 시선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놓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오히려 그런 울타리를 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언론'이 철없이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야 쓰겠는가. 다시 한번, '연예 뉴스도 '뉴스', 연예 기자도 '기자'라는 점을 잊지 말자'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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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솔직히 말하면 이동건을 '배우'라는 카테고리에 넣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물론 1999년 SBS <광끼>로 데뷔한 그의 연기 경력이 무려 18년이나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 안에 너 있다."라는 국민적 유행어를 남긴 SBS <파리의 연인>(2004)의 윤수혁뿐만 아니라 MBC <너 멋대로 해라>(2002)의 시크했던 한동진도 기억하고, 그의 전성기를 열어 젖힌 KBS2 <낭랑 18세>(2004)와 영화 <B형 남자친구>(2004)도 떠오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뭔가 한발 더 나아갔어야 했던 게 아닐까, 라는 아쉬움이 든다.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2007)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이어가려는 시도를 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MBC <밤이면 밤마다> 이후 제법 긴 공백기가 이어졌다. 그의 동생에게 있었던 불행한 사건도 휴지기(休止期)가 길어지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다. 2013년 KBS2 <미래의 선택>으로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섰던 이동건은 "공백이 길어질수록 욕심이 커졌다. 욕심만큼 작품에 만족이 안 돼서 공백기간이 길어졌다"며 공백의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7)로 최고 시청률 36.2%를 기록하고, 평생의 동반자인 조윤희를 만나는 등 경사스러운 일이 이어졌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보다 강해졌을 것이다. 그건 <파리의 연인>에서 순애보의 진수를 보여줬던 이동건을 기억하고, 다수의 작품에서 시크한 매력을 어필했던 그의 섹시함에 반했던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2004년 언저리에 멈춰 있는 발걸음을 좀더 과감히 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KBS2 <7일의 왕비>에서 연산군 이융으로 돌아온 이동건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광기어린 얼굴, 불안정한 눈빛, 사랑을 갈구하는 태도. 권력의 비정한 속성을 깨달은 유약한 한 남자의 불안정한 내면. 이동건은 연산군의 심리를 정확하게 분석한 듯 보였다. 캐릭터 분석이 수월했던 덕분에 '감정'을 싣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상처 입은 남자가 여성들에게 이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모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다크한 느낌의 섹시함까지 풍기는 데 성공했다. 워낙 호평을 받았기에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MBC <역적>의 연산, 김지석을 지우는 데에도 성공했다. 사극 첫 출연이라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이복동생인 진성대군 이역(백승환/연우진)에 대한 열등감과 폐비 윤씨의 아들이라는 '낙인'으로부터 비롯되는 불안감을 탁월한 눈빛 연기로 영리하게 풀어냈다. 또, 광기가 뒤범벅이 된 표정과 카리스마와 잔혹함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간담이 서늘해진다. 왕좌를 지켜내기 위해 애처롭게 싸워나가는 모습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꾸만 끌어당겨 응원하게 만들 정도다. 지금 생각하면, 연산군을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가 있다면 그건 이동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얼굴에 숨겨져 있던 특유의 '쓸쓸함'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고 할까.


거기에다 '순애보'까지 더해지니 그 매력은 몇 갑절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융은 훗날 중종의 정비(正妃) 단경왕후가 되는 신채경(박시은/박민영)을 대할 때는 전혀 다른 남자로 변하는데, 달달함으로 가득한 180도 달라진 눈빛이 놀라울 정도다. 자칫 잘못하면 벼랑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는 정치의 최전선에 있을 때의 날카로움은 간데없고, 한없이 부드럽고 로맨틱한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완급 조절이 돋보인다. 이역과 채경의 아역이 출연했던 초반에도 이동건이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줬다.



우리는 역사 속의 연산군이 어떤 비극적인 삶을 살았고, 또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알고 있다. 수없이 많이 카피됐던 연산군이라는 캐릭터가 여전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질 수 있다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연산군이야?'라는 심드렁한 반응이 아니라 '이런 연산군은 처음이야!'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기존의 연산군에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가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7일의 왕비>의 영리한 접근이자 그런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해 낸 이동건의 공이라 하겠다. 


죽은 줄 알았던 이역이 재등장하면서 채경과 재회하고, 그로 인해 다시 위기에 빠져드는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이역을 짝사랑하는 윤명혜(고보결)의 존재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들의 삼각 관계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관심이 가는 대목이 바로 이동건이 그리고 있는 연산군의 행보다. 그는 권력과 사랑, 이복동생에 대한 질투와 애정 사이에서 얼마나 더 번뇌할 것인가. 연산군의 비애가 얼마나 더 깊어질까. 그는 앞으로 얼마나 더 아파야 하는 것일까. 연우진과 박민영의 멜로가 깊어질수록 이동건의 치명적인 매력은 커질 것이다. 


<7일의 왕비>의 낮은 시청률이 못내 아쉬운 까닭은 '배우'로 돌아온 이동건을 더 많은 시청자들이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채경을 둘러싼 연산군 이융과 진성대군 이역의 대립이 더욱 뚜렷해질 예정이라고 하니 시청률 반등을 기대해 본다. 전혀 다른 색깔을 띤 두 남자의 사랑이 얼마나 치명적으로 그려지게 될지 궁금하다. 5.2%까지 떨어진 시청률이 가슴 아프지만, 총 20부작으로 제작돼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만큼 여지는 충분하지 않을까. 그 중심에는 역시 한층 '깊어진' 이동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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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아두면 데없는 비한 학사전. tvN <알쓸신잡>의 본래 제목이다. 언뜻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로부터 일말의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기묘한 지식의 향연'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니 둘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한편, <알쓸신잡>의 또 다른 이름은 '아재들의 수다'이다. 구성원들이 모두 '아재'라고 하는 정체성과 '수다'라는 방식을 통해 이뤄지는 관계의 형성 혹은 잡학(지식)의 공유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 할 만 하다.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유희열. 각자의 분야에서 '대가(大家)'를 이룬 사람들이 아닌가. 굳이 부연을 하지 않아도, '쓸데없는' 설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그 이름만 들어도 그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한 인물들이다. 물론 그들에 대한 '호불호'가 나뉠 수는 있어도, 그들이 지닌 가치라든지 그들이 쌓아올린 업적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것도 '예능'이라는 툇마루에서 말이다. 게다가 그 툇마루를 제공한 사람이 나영석 PD라는 점은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소였다.



'수다'가 여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오래된 오해라는 건 유재석과 그의 친구들이 이미 증명한 바가 있는데, <알쓸신잡>의 아재들의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유희열이 "12시간 동안 떠들지 않은 시간이 20분 정도밖에 없는 것 같다"며 기겁을 할 정도니 말이다. 나이가 그득한 아재들에게 이런 표현이 무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그들은 쉴 새 없이 '떠든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들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지식의 향연이라 할 만 한데, '신비하게도' 그들의 수다에 귀가 집중되고, 뇌가 쏠린다. 신묘한 일이다.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이 기획이 마뜩지 않았다. 아재 5명이 수다 떠는 걸 TV를 통해 지켜봐야 하다니? 원래 금요일 저녁은 나영석표 힐링 프로그램들로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정화(!)하는 시간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칙칙한(?) 아재들과 그들의 수다를 들으라니! 출연자 5명 각각에 대해 개인적인 호감을 일정 정도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의 수다를 들어야 한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들은 이미 (반)강제적으로 아재들의 대화 속에 소환(집환)된 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 아재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현현(顯現)하는데, 때로는 집안의 어른으로, 또는 회사의 상사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옛날에는 말이야', '그거, 내가 해봤는데 말이지', '에이! 아니야, 그러면 안 되는 거야'라는 이른바 '부장님 토크'를 굳이 TV를 보면서도 들어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도 '세대 차이'를 느끼며 그들의 대화가 불편하거나 혹은 집중되지 않는 시청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 아무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고, '난 분'들이라고 해도 그들의 '아재 감성'에 공감을 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알쓸신잡> 속 아재들의 수다에 빠져드는가. 그 명백한 지표는 역시 시청률이라 할 수 있을 텐데, 5.395%(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2회 5.687%, 3회 6.414%로 완만하지만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쯤되면 '빠져든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 싶다. 그렇다면 '왜' 빠져드는가라는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그 '답'은 역시 그들의 '수다' 속에 있을 텐데, 2회에서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한번 떠올려보자. 



유시민 : 난 솔직히 『무진기행』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왔냐 하면, 뭐야 이게? 정말 빛나는 문장인데 이 작가는 도대체 독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뭐가 뜨RRRRRR 마음 속에서 굴러가는 소리가 나야지 그 소서링 좋아 보이는 거야.

황교익 : 저하고 감수성의 차이야. 저는 뜨RRRRRR 굴렀거든. 제가 읽은 게 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그래요

유시민 : 철이 없어서 굴렀던 거 아닌가?


이쯤에서 소설가 김영하가 등장해 깔끔히 정리한다. "그것도 중요해요. 왜냐하면 어느 시기에 어떤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읽느냐, 어떻게 보면 소설이, 합의를 이뤄서 어느 작품에 동의하는 건 불가능하고, 어떻게 보자면 각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소설이 가치가 있는 거예요. 생각의 다양성들을, 감정의 다양성들을 불러 일으키는 거예요." 고개가 끄덕여졌다. 저 아재들은 합일(合一)된 생각을 이끌어내려 안달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정답'을 정해놓지도 그것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서로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대화의 기저에 깔려 있었다. 그와 같은 애티튜드(Attitude)는 또 다른 장면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통영(1회), 보성(2회), 강릉(3회)을 차례로 찾은 그들은 도착과 동시에 자신만의 여행을 계획한다. 가령, (3회를 기준으로 보면) 유시민과 황교익, 유희열은 혀균과 허난설헌 생가, 오죽헌, 정동진을 방문하고, 김영하와 정재승은 강릉통일공원, 에디슨 박물관, 피노키오 박물관을 찾는 식이다.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일정을 계획하고, 이를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각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그 일정을 만끽한 후 다시 저녁 무렵에 다시 모여 담소를 나눈다. 저녁 식사를 하거나 혹은 맥주를 마시면서 본격적인 '수다'의 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마치 프랑스 사람들이 책을 사는(읽는) 이유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인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바로 <알쓸신잡>만의 차별성이 아닐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 시대의 지식인들의 통찰력이 담긴 '수다'를 엿본다는 것도 하나의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을지 모른다. 


유시민의 입을 통해 '항소이유서'의 전말에 대해 듣고, 황교익의 다채로운 음식 이야기를 감상하고, 김영하의 폭넓은 상식과 소설가 특유의 감성적 어휘들에 감탄하고, 정재승으로부터 '이런 연구도 있었어?'라고 탄복하는 것도 <알쓸신잡>의 매력이지만, 거기에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또렷히 강조되지 않았다면 결국 우리가 일상적으로 봐왔던 '아재들의 (끔찍한) 대화'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아재 감성'이 프로그램 전반에 깔려 있지만, 적어도 그들은 아재로 군림하려 들지 않는다.


그건 나영석 PD가 그동안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보여주고자 했던 '어른'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꽃보다 할배>나 <윤식당>이 그 좋은 예다. '꼰대'가 아닌 '어른'의 모습을 한 '아재'들로부터 우리는 편안함을 얻는다. 그제서야 그들의 수다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수다는 수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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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어느 집단에나 그 구성원들을 선도하는 리더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그 '이끎'은 집단을 변화시키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또 그 집단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만약 그 집단을 '대한민국 예능계'로 좁혀본다면, 그리고 그 '직업군'을 PD로 국한한다면, 우리는 그에 합당한 인물로 두 명의 이름을 당장 떠올릴 수 있다. 좋다, 기왕 하는 김에 좀더 자극적인 언어를 동원해보도록 하자. 대한민국 예능계에는 두 명의 PD가 존재한다. 바로 MBC의 김태호 PD와 tvN의 나영석 PD 말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이 잘할 뿐 아니라 심지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두고 우열(優劣)을 가리는 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굳이 그런 어리석고 무모한 짓을 한번 해보도록 하자. 처음부터 '자극적'이기도 작정을 했으니 말이다. <무한도전>이 '국민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김태호 PD가 <1박 2일>의 나영석 PD를 압도했던 것이 사실이다. 

주요 타깃층이 '젊었던' 탓도 있겠지만, 김태호 PD의 연출은 확실히 실험적이었고 도전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웃음과 재미를 놓치지 않았고, 정치적인 풍자와 사회적 비판 의식도 서슴지 않고 드러냈다. 반면, 나영석 PD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인 <1박 2일>의 연출을 맡았기에 전반적으로 무난한 느낌을 유지했다. 간혹 출연자들을 상대로 '악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의 눈에 나영석 PD는 그가 입고 있는 옷 스타일처럼 무던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김태호 PD를 보면 뭔가 정체돼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물론 여전히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임에 틀림 없고, 그런 프로그램을 12년 동안 이끌어 왔다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일 것이다. 어쩌면 '정체돼 있다'는 평가는 '상대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2012년 12월 KBS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13년 1월 CJ E&M로 이적을 결정했던 나영석 PD의 결단력과 이후 그가 거둔 성과와 족적이 워낙 또렷하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둥지와도 같은 곳을 뛰쳐나와 완전히 새로운 공간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연달아 최고의 성적을 거둔다는 것 또한 '기적'이리라. CJ E&M로 자리를 옮긴 나영석 PD는 '화수분'마냥 그동안 쌓아뒀던 아이디어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배낭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 <꽃보다> 시리즈를 연속해서 히트시키는 한편, <삼시세끼> 시리즈로 농촌과 어촌의 각기 다른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무엇보다 나영석PD가 보여준 '섭외의 미학'은 예술의 경지라 할 만 했다.

<꽃보다>와 <삼시세끼> 시리즈가 배우와 가수 등 그동안 예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비예능인을 섭외해 '프로의 맛'을 제거한 신선하면서도 조용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서유기(西遊記)'의 캐릭터를 빌린 <신서유기> 시리즈는 아예 대놓고 왁자지껄 시끄러운 방송을 추구한다. '막장'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고, 독하게 웃음 사냥에 매진한다. 과거 <1박 2일>을 함께 했던 멤버들(강호동, 은지원, 이수근, 이승기)과 재결합하면서 당시의 기분을 맘껏 냈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인재(안재현, 규현, 민호)를 발굴하는 데도 멈춤이 없었다. 

 


 

'구님' 구혜선과 깨 볶는 신혼을 보내고 있던 안재현을 통해 <신혼일기>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했고, 이는 나영석 PD가 그동안 줄곧 강조했던 '예능의 다큐화'에 한걸음 더 다가간 방송이었다. 물론 그 연출과 편집을 '나영석 사단'인 이우형 PD가 전담했지만, 프로그램 전반에 나영석 PD가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또, 올해 상반기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윤식당>(연출 이진주 PD)도 빼놓을 수 없다.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가 출연했던 <윤식당>은 최고 시청률 14.141%를 기록할 만큼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대중의 판타지를 적확히 포착해 이를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나영석 PD는 <윤식당>을 통해 '은퇴 후 자영업'이라는 공식을 친절히 풀어보여줬다. 물론 그것이 비현실적이라 하더라도 잠시나마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선물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대중들은 큰 위안을 받았다. 또, 윤여정(과 신구)을 통해 '꼰대 어른'이 아닌 '진짜 어른'을 갈망하는 시대적 고민에 자신만의 대답을 던지는 등 대중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우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최고의 '힐링'이었다.

 

 

거침없이 '나영석 월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그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연출 양정우 PD)을 통해 또 한번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 등 잡학박사에 '청자' 역할인 유희열을 투입한 이 기묘한 조합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아재들의 수다'라는 콘셉트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다소 '피곤'하게 다가올 수 있음에도 1회(5.395%)보다 2회(5.687%)의 시청률이 상승하는 등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다. 


현재 나영석 PD는 <알쓸신잡>과 <신서유기 4>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의 양 날개를 달고 순항 중이다. '교양'과 '품격'을 강조한 <알쓸신잡>과 오로지 웃음만을 향해 맹목적인 질주를 하는 <신서유기4>는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지난 13일, <신서유기 시즌4>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던 나영석 PD는 "<알쓸신잡>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만, 제일 사랑하는 프로그램은 <신서유기>"라는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큐'가 예능의 미래라 언급했던 그이지만, 그래도 예능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웃음'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말이리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래서 더욱 큰 걸음을 뗄 수 있었던 나영석 PD. CJ E&M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 속에서 자신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나영석 PD. 그는 현재 누구보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예능 PD가 됐다. 2015년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그의 질주는 이제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이쯤되면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시쳇말을 인용해서 "우리 서기(석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아니, 이미 그는 그렇게 하고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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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지난 주 한 배우 커플의 결혼식이 있었는데요. 저희 맞게 찾아온 거 맞나요? 식장 앞에선 때 아닌 검문이 한창이었는데요. 대체 누구의 결혼식이길래 했더니, 바로 이상우 · 김소연 씨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지난 13일, SBS 연예 정보 프로그램 <본격 연예 한밤>(이하 <한밤>)은 방송 중간에 9일 결혼한 김소연 · 이상우의 비공개 결혼식에 대한 소식('하객은 아무나 하나')을 전달했다. 결혼식이 '비공개'였던 만큼 <한밤> 측에서도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기에 결혼식장 입구에 진을 친 채 촬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취재 방식은 간단했다. 카메라로 결혼식장 외관을 한번 훑고, 개인 차량을 타고 결혼식장으로 진입하려던 스타들(이상윤, 송창의, 이민우 등)의 모습을 찍는 것이었다.

 

<한밤> 측은 하객들이 '청첩장'을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결혼식장 관계자와 여기에 응하는 스타들의 모습을 담아 코멘트를 담았다. "검문 받는 표정이 다들 익숙지가 않아요." 대중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스타들도 '출입국 심사'를 방불케 할 만큼 엄정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는 뉘앙스였다. 그러면서 '검문소 분위가 물씬', '청첩장 찾느라 교통체증(?) 일으키는 사람 누굽니까?!'라는 자막도 달았다. '얼굴이 알려졌다'는 개념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굳이 '비공개 결혼식'까지 쫓아간 취재도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는 이해할 만 했다.

 

 

"그런데 이민우 씨처럼 시간이 걸려도 이렇게 청첩장이 나오면 다행인데요. 바로 이 하객처럼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습니다. 개그우면 이은형 씨인데요. 청첩장은 안 가져와서 난감해하더니 결국 입장 실패, 그대로 유턴해야만 했습니다. 결코 아무나 참석할 수 없었던 이번 결혼식, '뉴스 마스터'에서 살짝 공개하겠습니다."

 

<한밤> 측은 '이은형이 청첩장을 지참하지 않아서 돌아가야 했다'고 설명했고, 이 장면을 지켜보던 MC들과 패널들은 '안타까움'을 각종 의성어로 표현했다. 물론 엄청난 악의(惡意), 예를 들면 김소연 · 이상우 커플에 대한 비난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저열함'은 느껴졌다. 어떤 점이 그러했는가. 앞서 이상윤, 송창의 이민우의 출입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드라마에서 맡았던 '배역'과 '친분'을 설명하는 등 제법 공을 들인 반면에 이은형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을 강조했는데, 이는 앞서 언급했던 세 명의 '남자' '배우'들과의 대비(對比)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그러면서 '결코 아무나 참석할 수 없었던 결혼식'이라는 코멘트를 더했다. 께름칙하고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물론, 이 '기분'은 지나치게 예민하게 상황을 해석한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밤> 측의 보도와는 달리 사건의 진상'에 대해 알고 나면 이러한 생각이 단순히 '기분 탓' 때문에 생긴 오해가 아니라는 게 좀더 명확해진다.

 

 

'청첩장을 지참하지 않아서 돌아가야 했다'는 <한밤> 측의 설명과는 달리 이은형은 애초에 김소연 ·  이상우과 친분이 없었고 청첩장을 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어라? 이게 무슨 말일까? 이은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melong416/)에 게시한 사진에 달린 '카톡 게시판에 청첩장 없어서 결혼식 못 갔다고 봤어요. 정말 못 가셨나요'라는 내용의 댓글에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남겼다. "전 그냥 근처에 필라테스 수업받고 맹승지 데리러 간 건데 찍힌 거예요. 아 웃겨. 표정 너무 웃기다."

 

정리하자면, <한밤>의 보도는 정확한 사실 관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추측'에 기반한 것이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자신들의 '의도'에 끼워맞춘 어거지 보도였다. 이은형의 소속사(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에 문의한다거나 아니면 당사자인 이은형에게 직접 확인해보면 간단한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 절차를 생략한 채 보도를 내보냈다는 건 앞서 말했던 '께름칙한 기분'을 더욱 강하게 환기시킨다. 만약 그가 좀더 '유명한' 배우나 가수였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이처럼 대충, 그리고 얼렁뚱땅 방송을 내보낼 수 있었을까?

 

'유난을 떤다'는 눈총을 받아야 했던 김소연 · 이상우은 소속사(나무엑터스)를 통해 "당사자들에게 확인을 해본 결과 지인이 아니며 경호업체에서는 청첩장이 없다하더라도 한 분 한 분 친절하게 응대하며 다 들여보내줬다고 하더라"고 해명하면서 "적어도 보도를 하려면 팩트 체크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데, <한밤>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이제 막 결혼해 행복해야 할 신혼 부부인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야 했던 상황에서 당연한 반응이다.

 

 

<한밤> 측은 나무엑터스 측과 오해를 풀고 있는 중이라면서 다시 보기를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정 방송'은 하겠지만, '사과 방송'까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당연히 '정정'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신실한 '사과'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오보'이자 '악마의 편집'에 대한 온당한 책임을 지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이은형을 기억해야 한다. 그는 이 상황 속에서 애써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한밤> 측은 위의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기 전에 '이은형 씨, 우리가 이런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문의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 테고, 이런 불필요한 논란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한밤> 측은 이은형에 대해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웃찾사>를 폐지하는 등 자사가 채용한 코미디언조차 내팽개치는 방송사를 상대로 '을'의 입장인 그가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과감히 들이받는 일을 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 사과를 대신 요구한다. <한밤> 측은 김소연 · 이상우에 대한 사과를 하는 동시에 이은형에 대해서도 진지한 사과를 해야 한다. 부디 그들의 사과(를 할지도 분명치 않지만)에 '차별'이 숨겨 있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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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썩은 데는 도려낼 수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도려내도 그 자리가 또 다시 썩어가는 걸 저는 8년을 매일같이 목도해 왔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자를 집단은 없으니까요. 기대하던 사람들만 다치죠." 황시목 검사(조승우)


시간은 상대적이다. 일 년 365일, 하루 24시간, 우리는 이 절대적인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주체'와 '기준', 그리고 '상황' 등에 따라 시간은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시간의 상대성'에 의해 비로소 자유를 부여받는다. 가령, 물이 팔팔 끓고 있는 냄비에 손을 얹는 몇 초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는 몇 초는 너무도 '다른' 시간이다. 이런 전형적인 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상황을 떠올라 보라. 출근 후 회사에서의 몇 시간과 퇴근 후 안락한 집에서의 몇 시간은 천치차이 아니겠는가.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어떤 드라마나 동일(혹은 비슷한) 방송 시간이 보장되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그 체감 시간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드라마는 '지겹다'는 생각이 들 만큼 루즈한 진행으로 일관하지만, 어떤 드라마는 '1시간이 10분 같았다'는 '아우성'을 자아낸다. 후자의 드라마를 시청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시계를 쳐다보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어?', '벌써 시간이 이것밖에 안 남았어?' 우리는 또 한번, 우리 스스로를 초조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를 만나게 됐다. 바로 tvN <비밀의 숲>이다.

 


"형사 부장 자리는 좀 작은데요? 여기가 좋은데. 이 자리 주시죠."

"너도 결국 이거였니? 출세에 목 메는 그런 거."

"차장님 가시는 길 따르겠습니다. 앞서 가시죠."

"그 다음은?"

"끌어주시고요."


1회 시청률 3.041%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으며 이미 화제의 중심에 섰던 <비밀의 숲>은 2회에서 4.148%로 껑충 뛰어오르며 '대박'의 물꼬를 텄다. <도깨비> 이후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tvN 드라마를 구원할 작품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시간의 상대성'을 성토하는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비밀의 숲>이 호평을 받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역시 최전선에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조승우'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릴 적 뇌 수술을 받은 탓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검사 황시목 역을 맡은 조승우는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목소리 한번 높이지 않고도 시선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는데, 그가 펼치는 연기의 디테일은 감탄을 자아낸다. 눈빛, 시선 처리, 표정, 동작 등 그가 하는 모든 '연기'가 몰입도를 최고치를 끌어올린다. 화면 속의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게다가 목소리의 톤과 크기 및 발성 등은 조승우라는 배우의 가치가 계측(計測)이 불가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편, 조승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긴 마찬가지다. 정의로운 형사 한여진 역을 맡은 배두나도 점차 자신만의 캐릭터를 드러내고 있고, 조승우와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차장검사 이창준 역의 유재명은 권력을 향한 욕망을 특유의 독특한 뉘앙스로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비밀의 숲>의 매력 포인트로 "담백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를 꼽았던 유재명의 말처럼, 세 명의 배우들은 과장되지도 억지스럽지도 않은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확실히 사로잡고야 말았다.


이처럼 틈이 보이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는 드라마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가령, '검찰 비리'라는 이야기 소재는 워낙 많이 반복됐던 탓에 다소 식상한 감이 있다. 물론 같은 재료라고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낼 것이기에 이는 지켜볼 일이다. 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남자 주인공과 이를 보조하는 여자 주인공의 관계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승우와 배두나라는 개성 강한, 그러면서도 신뢰감 있는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이 이런 우려도 가뿐히 불식시킨다.  

 


 

또 하나의 장르물인 OCN <듀얼>을 보면서 '장르물에 대한 피로감'을 떠올렸다면, <비밀의 숲>을 보면서 피로감을 이기는 건 역시 작품의 '재미'였음을 실감했다. '극본(이수연 작가)'과 '배우'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피부로 느끼게 됐다. 데뷔작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탄탄하고 꼼꼼한 대본이 드라마의 뼈대를 든든히 세우자 배우들은 더욱 신이 나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또, '신난 상태'에서 연기하는 조승우의 파괴력이란 상상 그 이상임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1, 2회에 대한 만족감은 3회로 '본방사수'로 직결될 것이고, 여기저기로 퍼져나간 입소문은 시청률을 또 한번 끌어올릴 것이다. 한편으로는 검찰 개혁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이 시점에서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으로 포문을 연 <비밀의 숲>이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또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지 궁금해진다. 감히 말하건대, 이 드라마는 필견해야 할 강추 드라마다. 달리 말하면, 놓치면 반드시 엄청나게 후회할 드라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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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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