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은 지창욱을 '액션'에 특화된 배우라고 '오판'하기도 한다. 물론 그 오해에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그가 연기했던 역할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액션이 바탕이 되는 배역들이었다. SBS <무사 백동수>와 KBS2 <힐러>가 그랬고, tvN <THE K2>에서는 그야말로 액션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어 개봉했던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창욱=액션'이라는 공식을 떠올리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오판'이라 강력히 주장하는 까닭은 이러하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액션 속에도 '감정'이 필요하고, 배우는 적절한 '연기'를 통해 액션에 감정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지창욱의 액션이 유독 돋보였던 이유, 그의 액션이 대중으로부터 찬사를 자아냈던 이유는 단순히 '움직임'이 훌륭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액션에서 우리는 '유쾌함'과 '경쾌함'이 전달 받을 수 있었고, 때로는 진한 '분노'를 느껴야 했고, 절절한 '슬픔'에 가슴 시려야 했다. 또, 그의 눈빛은 매순간 '열일' 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 면에서 지창욱은 이미 최고의 감정 연기를 펼쳐왔던 셈이고, 액션이 주가 된 역할들 속에서 '로맨틱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가능성을 검증 받았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다."며 한발 빼기도 했지만, <THE K2> 제작발표회에서는 '당분간은 액션을 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며 "로맨틱 코미디를 한 번도 안 해봤다. 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랬던 지창욱이 SBS <수상한 파트너>의 노지욱 역을 통해 드디어 꿈을 이뤘다. 그가 달콤한 '로코'로 돌아왔다.
제대로 칼을 간 지창욱과 함께 <수상한 파트너> '로코'의 또 다른 축을 맡은 배우는 은봉희 역을 맡은 남지현이다. 그가 누구인가. MBC <쇼핑왕 루이>로 서인국과 함께 '역주행' 신화를 써내렸갔던 차세대 로코퀸이 아닌가. 그래도 그의 이름이 낯설다면, 2009년 MBC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의 아역을 당차게 연기했던 배우를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2004년 MBC <사랑한다 말해줘>에서 윤소이의 아역으로 데뷔했던 남지현은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렸다.
SBS <자이언트>, SBS <무사 백동수>, SBS <엔젤아이즈> 등에 꾸준히 아역으로 출연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와 <쇼핑왕 루이>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뽐내며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그 여세를 몰아 <수상한 파트너>에서도 주연을 꿰차 기세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제작 발표회에서 남지현은 "<쇼핑왕루이>와 비교해 <수상한 파트너>는 더 치열한 로맨스가 될 것 같다. 남지현이 전보다 더 성숙해졌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은봉희'라는 캐릭터는 역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캔디형 여자 주인공'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데, <쇼핑왕 루이>에서 맡았던 '고복실'과 겹치는 면이 많다. 하지만 앞서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처럼, 남지현은 발군의 캐릭터 소화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캐릭터의 차별성을 두는 영리함을 발휘했다. 또,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정 연기도 뛰어나 몰입감을 높인다. 지창욱도 "은봉희 캐릭터도 사랑스러운데, 남지현씨가 사랑스럽게 연기해줘서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상한 파트너>는 익숙한 '로코'의 전형을 답습한다. 멋지고 잘생긴, 거기에 능력까지 좋은 남자 주인공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자 주인공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사랑'이 싹튼다는 스토리 말이다. 원래 심성이 곱지만, 과거의 상처 때문에 차갑게 변해버린 남자 주인공이 엉뚱하지만 정의로운 '캔디형' 여자 주인공에 의해 '변화'한다는 스토리. 이건 여성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제법 감정이입이 쉽다. 나쁜 남자를 '내'가 변하게 만들 거라는, '나'는 해낼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런 로코에서 주인공들은 대체로 '악연'으로 관계를 시작하는데, <수상한 파트너>는 노지욱이 은봉희에게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장면으로 풀어나간다. 그런데 알고보니 은봉희는 사법연수원 연수생, 노지욱은 검사였고, 검사 시보가 된 은봉희는 '운명'처럼 노지욱에게 실무 지도를 받게 된다. 갑자기 발생한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은봉희는 살인범으로 몰리게 되고, 노지욱은 상부의 압박에도 은봉희를 무죄를 밝혀내고 '공소 취소'로 풀어주는 결단력과 기지를 발휘한다. 이 때문에 노지욱은 법복을 벗게 된다.
이처럼 <수상한 파트너>는 다소 뻔한 설정과 어디선가 많이 봤던 캐릭터들의 조합, 그리고 익숙한 패턴의 이야기 진행을 보인다. 로맨틱 코미디와 법정 드라마를 오가고, 여기에 의문의 살인범이 개입돼 긴장감을 높이는 식이다. 어쩌면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속도감'과 '배우들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앞서 지창욱과 남지현에 대한 소개를 거창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만큼 두 배우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스코어(5월 11일, 닐슨코리아 기준)만 살펴보면, <수상한 파트너>는 7.2%로 MBC <주군-가면의 주인>(12.6%)과 KBS2 <추리의 여왕>(9.2%)에 뒤진 채 3위를 기록 중이다. 과연 남지현은 이번에도 기적의 역주행을 일궈낼 수 있을까? 그건 지창욱과 남지현, 두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얼마나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또 얼마나 찰떡 같은 호흡을 보여줄 수 있으냐에 달려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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