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눈길'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 '먼길'을 돌고 돌아온 사람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그들의 사연을 마주하면 이해관계를 떠나서 무작정 응원하고 싶어진다. 부디 이제부턴 '꽃길'만 걸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마음이 가는 것이다. 어쩌면 (얄팍하게도) 그들의 삶을 통해 위안을 얻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주변뿐만 아니라 TV 속에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고난과 역경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두 명의 스타가 있다. 바로 방송인 이상민과 이지혜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제법 많다. 이상민은 '룰라', 이지혜는 '샵'이라는 혼성 그룹의 멤버로 활동했는데, 알다시피 두 그룹은 자타공인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였다.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남부럽지 않은 부(富)와 명성을 거머쥐었다. 가요계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가 아찔한 추락을 경험했다. 각각 한 시대를 풍미했던 룰라와 샵은 가요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의 큰 족적을 남겼고, 그 중심에 이상민과 이지혜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두 사람은 (다른 이유로) 급전직하를 계속하며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했다. 대중의 곁을 스쳐지나갔던 수많은 스타들이 걸었던 그 코스였다. 갑자기 사라진 인기, 대중의 관심, 부와 명성..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절망의 나날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힘을 냈다. 포기하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절벽을 차근차근 기어올라 어느새 다시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자리까지 왔다.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100일째 만남', '날개잃은 천사', '3!4!' 1990년대는 '룰라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당시 룰라는 최고의 나날을 보냈다. 총 7개의 앨범을 냈고, 무려 700만 장을 판매고를 올렸다. 이상민은 리더로서 끼를 뽐내며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2000년대에는 음반 프로듀서로 변신해 활약했다. '샤크라', '컨츄리꼬꼬', '디바'가 모두 이상민의 손을 거쳤다. 성공은 끝내 사람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일까. 손을 대는 일마다 '대박'을 터뜨렸던 이상민은 여러 사업에 손을 뻗히기 시작했고, 결국 '사업 실패'라는 타이틀과 함께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급기야 2010년 도박사이트 개설과 2011년 대출알선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이상민은 끝났다'고 말했다.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민은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텼고 결국 이겨냈다. 사업 실패로 인해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공개했고, 채무 상황을 위해 터득하게 된 생활비 절약 노하우를 공개하며 오히려 대중들로부터 지지를 얻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채무의 아이콘'이라는 캐릭터가 완성된다.
그 기세를 몰아 이상민은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면서 완벽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방송 중 자신의 빚이 69억 8,000만 원이었다며, 12년째 갚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빚이 많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정말이지 '경악'스러웠다. 시청자들은 파산 신청을 하지 않고, 자신의 빚을 끝까지 책임지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급기야 이상민은 '국민MC' 유재석을 제치고 예능인 브랜드 평판 1위(한국기업평판연구소, 4월 5일~5월 6일)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시 한번 이상민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7일 오전 방송된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서 이지혜는 샵에서 함께 활동했던 멤버 장석현을 만나 당시의 서지영과의 불화에 대해 설명하며 눈물을 쏟았다. "나는 늘 혼자였잖아. 네가 나한테… (당시에) 네가 나한테 전화를 하면 꼭 잘 견뎌달라고 했어. 네가 나한테 꼭 잘 견뎌달라고. 내 마음 알지 않냐고. (네가) 그 말을 하면 그 전화 한 통으로 내가 다 위로가 됐던 거야. 나 진짜 가기 싫었었거든, 매일." 함께 있던 장석현은 "지혜니까 그때 버텼던 것 같"다며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그 전에 해체를 했었을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998년 데뷔했던 샵은 'Tell Me, Tell Me', '가까이', 'Sweety' 등 부르는 노래마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2001년 '내 입술…따뜻한 커피처럼'로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곪아왔던 상처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불화설'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이지혜와 서지영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로를 폭행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당시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주장을 내놓으며 서로를 반박했다. 같은 멤버였던 크리스는 서지영을 두둔했고, 이에 샵의 매니저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지혜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런 극단적 상황 속에서 더 이상 팀은 유지될 수 없었다. 2002년 샵은 해체되고 만다. 사실 그만큼 버틴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세월이 15년이나 지났지만 당시의 상처가 어디 가겠는가. 지금에야 화해하고 잘 지내고 있다지만, 그 외로움과 아픔이 쉽사리 잊혀질 리 만무하다. 눈물을 흘리며 당시를 회상하는 이지혜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응원하게 만들었다. 혼자 살던 아파트를 팔고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종횡무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게 됐다.
"저에겐 10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어머니에겐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빚갚느라 용돈 많이 못 드려서 죄송하다. 나중에 많이 드리겠다." (JTBC <아는형님>)며 머리를 떨구는 이상민. 아파트를 정리한 돈으로 아버지께 중고 택시를 사드리고 "아빠가 정말 행복해하시더라. 진짜로 내가 잘했구나 스스로 뿌듯했다."면서도 "아버지가 항상 일이 잘 안 되셨다"며 안타까워하는 이지혜. 우리가 그들의 고된 삶을, 그들의 진한 눈물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저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낼 따름이다. 아무리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진정성에 감동을 받게 되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인간적인 호감을 갖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이상민과 이지혜, 두 사람이 넘치는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길 바란다.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는 두 사람을 앞으로도 방송에서 더욱 많이 보고 싶다. 굳세어라, 이상민! 굳세어라,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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