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칭찬합시다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16. 안재욱, 스타에서 배우로 그의 깊은 속내

너의길을가라 2017. 5. 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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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결혼식에 왜 안 갔어?"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프로불참러' 조세호의 전성기를 여는 데 결정적인 기여했던 건 MBC <세바퀴>에서 김흥국의 엉뚱한 질문이었지만, 조세호와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던 안재욱도 결혼을 하면서 간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안재욱이 그 시기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프로불참러'라는 별명과 함께 조세호의 전성기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농담이니 심각하게 듣진 말기 바란다. 겸사겸사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전성기'의 '임팩트'를 따졌을 때 가장 강렬했던 '스타'를 꼽으라면 아마 안재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1994년 MBC 공채 탤런드 23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안재욱은 단막극 <눈먼 새의 노래>에 출연해 실존 인물이었던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대중들의 시야에 포착됐다. <짝>, <호텔>, <전쟁과 사랑>, <자반고등어>에 연달아 출연하며 자신의 입지를 차분히 다져 나갔다. 그러다 같은 소속사였던 故 최진실의 적극적인 추천에 의해 1997년 <별은 내 가슴에>에 출연하게 됐고, 일약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이자 '신드롬'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전형적인 캔디형 드라마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별은 내 가슴에>는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49.3%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안재욱은 '백마 탄 왕자님'인 강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는데, 오른쪽 눈만 덮은 독특한 헤어 스타일은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이 따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고, 모든 것이 주목을 받았다. 약간 과장하자면 대한민국의 모든 카메라가 안재욱의 뒤를 따라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안재욱의 인기는 측정 불가였다. 


2012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했던 안재욱은 "당시의 엄청난 인기가 부담스러웠다"면서 "그 때 내 나이는 27살이었다. 많은 화제와 이슈를 감당하기엔 너무 벅찼다"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별은 내 가슴에>가 중국에 수출되면서 '한류스타 1세대'로 활약하기도 했던 그는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는 그야말로 '재인(才人)'이었다. 극중에서 부른 노래 '포에버(Forever)'로 드라마 종영 후 곧바로 가수로 데뷔하면서 자신의 인기를 더욱 공고히 했다. 안재욱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시기였다. 



안재욱은 반짝 스타가 아니었다. MBC <복수혈전>(1997)과 MBC <해바라기>(1998)은 각각 최고 시청률 37. 2%, 38.2%를 기록했고, 그 인기의 중심에 안재욱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MBC <엄마야 누나야>(2000), MBC <천생연분>(2004), KBS2 <오! 필승 봉순영>(2004), KBS2 <미스터 굿바이>(2006)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고, 그의 족적은 매번 선명하게 새겨졌다. 주로 드라마에서 활약을 하던 안재욱은 MBC <빛과 그림자>(2011) 이후 뮤지컬에 좀더 집중하기 시작한다.


"제가 생각하는 옮은 삶이란 척하지 않는 삶이에요. 마치 영웅인 척 행동하던 몇몇 사람 때문에 나머지 올바르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죠. 안중근 의사 역에 대한 기대감, 책임감, 남다른 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민족 전체의 영웅이니, 명예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고 그 도전이 헛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안재욱은 <황태자 루돌프>, <잭 더 리퍼>, <태양왕>, <아리랑> 등에 출연했는데, 최근에는 안중근 의사의 삶과 인간적 고뇌를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서도 확고히 자리잡았다. 성남 공연(4월 29일~5월 7일)의 경우에는 좌석 점유율 92%를 달성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기도 했다. 기존에 안중근 역을 맡았던 정성화 등 다른 배우들과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안재욱만의 섬세하고 중후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재욱은 '테리우스'라는 별명의 원조로서 '스타'의 모습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단련시켜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한편, 그가 무려 23년 동안 배우로서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인간적 면모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날고 기는 예능 MC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재치있는 입담과 투덜이 캐릭터로 많은 웃음을 주는 그이지만 속내는 누구보다도 깊고 따뜻하다.


ⓒ 한국일보


지난 5월 19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앓고 있는 조재희 씨(EBS <메디컬 다큐-7요일>에 출연)는 시청자 게시판에 "잔잔한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해주신 안재욱씨도 방송이 나간 후 재활치료비를 후원해주셨다. 따뜻한 마음이 진심으로 다가왔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는데, 이와 같은 안재욱의 선행은 소속사도 몰랐던 만큼 훈훈함을 더했다. 실제로 안재욱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선행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가 연예인 자선단체인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바자회 및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 안재욱은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5년 동안 1억 원을 약정할 경우 가입 조건이 충족되는 '아너 소사이어티'의 멤버이기도 하다. 2012년에는 유니세프 코리아를 통해 3,000만 원을 기부했고, 2013년에는 팬들이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보낸 쌀 화한 4.8톤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쓰이도록 했다. 또, 2015년에는 자신의 팬클럽 '포에버'와 함께 고려대 의료원에 1,500만 원을 기부해 결핵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비로 보태기도 했다. 


안재욱은 "팬들은 늘 책임감을 심어주는 존재였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의 자리에 올랐던 그가 흔히 말하는 '스타병'에 걸리지 않고(설령 걸렸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배우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었던 바탕에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에 대한 애정과 목표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을 테지만, 무엇보다 팬들에 대한 '책임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더 보탠다면 바로 사람에 대한 사랑, 그 따뜻함일 것이다. 안재욱의 노래이자 그의 팬클럽 이름처럼, 그가 앞으로도 '포에버'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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