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가 지나고 '여름 기분'이 돌기 시작한다는 소만(小滿)도 지났다. 바야흐로 여름이 돌아왔고, 그에 맞춰 <캐리비안의 해적>도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6년 만의 귀환이다. 잭 스패로우 선장(조니 뎁)과의 재회가 반갑기만 하다. 무려 2003년부터 시작된 인연이 아니던가. '여름'이야말로 그를 만나 찬란한 모험담을 전해 듣기에 적절한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전설이 깃든 바다를 배경으로 해적들의 삶과 죽음, 어드벤처를 담고 있는 <캐리비안의 해적>은 철저히 여름 시즌을 공략해왔다. 


1편인 '블랙펄의 저주'만 9월에 개봉을 했을 뿐, 2편 '망자의 함'은 더위가 한창인 7월에 개봉했고, 3편 '세상의 끝에서'와 4편 '낯선 조류'은 5월에 관객들을 찾았다. 5편인 '죽은 자는 말이 없다'도 3, 4편과 마찬가지로 5월을 개봉 시기로 잡았다. 오프닝 스코어는 만족스럽다. 206,529명을 동원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겟 아웃>의 71,895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5일 <노무현입니다>가 개봉하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의 독주에 맞설 정도는 아니다. <원더우먼>과 <대립군>이 개봉하는 다음 주까지는 적수 없는 1위를 질주할 예정이다.



5번째 편을 맞이한 <캐리비안의 해적>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시리즈의 탄생을 알렸던 1편의 스토리 구조를 다시 가져온 것이다. '블랙펄의 저주'에서 윌 터너(올랜도 블룸)과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의 러브 스토리는 그들의 아들인 헨리 터너(브렌튼 스웨이츠)와 카리나 스미스(카야 스코델라리오)가 대신 한다. 플라잉 더치맨 호의 저주에 걸려버린 아버지 윌 터너를 구하기 위해 헨리 터너는 잭 스패로우 선장을 찾아나서고, 이 과정에서 마녀로 오해를 받는 여성 천문학자 카리나 스미스를 만나게 된다. 


헨리 터너와 카리나 스미스는 저주를 풀 열쇠인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찾기 위해 마법의 나침반을 가진 잭 스패로우와 힘을 합친다. 세 사람은 과거에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 잭 스패로우가 그랬듯 서로 티격태격하며 관계를 형성해나가고, 그 장면들은 1편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가 워낙 큰 존재감을 형성하고, 압도적 사랑을 받게 되면서 무너졌던 캐릭터 간의 균형이 5편에서는 어느 정도 맞춰졌다. '망자의 함'에서 아예 잭 스패로우만을 내세웠던 '실수(?)'를 바로잡은 셈이다.



한편, 잭 스패로우는 자신이 어린 시절(의 모습이 CG로 구현됐다!)악마의 삼각지대에 가둬버렸던 바다의 학살자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의 추격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바르보사 선장(제프리 러쉬)이 합류한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악의 축을 맡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극의 무게를 한층 더하고, 또 다른 해적 제프리 러쉬는 기존의 모습뿐만 아니라 새로운 면모를 선보이면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사랑해 왔던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여전히 잭 스패로우 선장이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의 힘은 강렬하다. 짙은 눈 화장과 붉은 머리 수건, 땋아 내린 수염. 독특한 걸음거리 등은 여전하고, 특유의 능글 맞은 행동들과 재치있는 입담도 그대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는 무한 긍정주의자 잭 스패로우 선장은 정말이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다. 아직까지는(?) 그 활약이 미비한 헨리 터너와 카리나 스미스의 부족한 캐릭터 매력을 조니 뎁이 상쇄해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울궈먹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조니 뎁이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견 타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리즈'가 울궈먹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캐리비안의 해적>의 경우에는 여전히 캐릭터의 매력이라든지 이야기의 변주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리즈가 구현하고 있는 해상 전투신의 박진감과 화려함은 여전히 관객들의 입맛을 만족시킨다. 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이보다 좋은 볼거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니 뎁이 기존에 형성해 놓은 캐릭터에 의존해 다소 방만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와 조니 뎁의 상성은 부정할 수 없고, 조니 뎁 이외의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조차 없는 밀착성을 보인다. 게다가 유리병 속에 갇혔던 '블랙 펄'이 다시 등장하고, 올랜도 볼룸과 키이라 나이틀리가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도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엔딩 크레디트 후의 쿠키 영상은 의미심장한데, 6편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오히려 문제는 디즈니 특유의 보수적인 색채의 '가족주의'가 등장한다는 것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시시껄렁한 농담들이 지나치게 반복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디즈니만의 색깔이라는 점에서, 또 나름대로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굳이 넣지 않았어도 좋았을 부분이이었기에 만약 6편이 제작된다면 반드시 고려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에도 역시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2017년 여름, 최고의 오락 영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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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