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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와 다른 <섬총사>만의 조금 수다스러운 힐링

너의길을가라 2017. 5. 2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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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김희선, 정용화. 


기존 예능에서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조합이 탄생했다. 그들 스스로도 "근데 이 조합이.." 라며 실소를 터뜨렸을 정도다. 한 명은 연기자, 한 명은 가수, 한명은 예능인. 각기 활약하는 분야가 다르다. 하지만 '예능'은 모든 장르를 '통합'하는 통섭의 예술이므로 그들이 올리브TV/tvN <섬총사>에서 만난 건 놀랄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그들은 이미 다른 예능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강호동과 김희선은 JTBC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과 정용화는 JTBC <한끼줍쇼>에서 호흡을 맞춰봤던 좋은 기억이 남아 있지 않던가.


출발은 순항이다. 평균 시청률 2.0%(tvN 합산, 닐슨코리아)로 전작인 <편의점을 털어라>가 기록했던 0.730%에 비해 1.270%나 상승했다. 캐스팅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시청률로 반영된 셈이다. 시작하기 전부터 어깨에 제법 많은 짐을 얻고 있었던 <섬총사>로서 이 결과는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다. 올리브 채널이 개편과 함께 '탈쿡방 예능'을 시도한 첫 작품이었고, SBS에서 <강심장>, <룸메이트>, <불타는 청춘>을 기획 · 연출했던 박상혁 PD가 CJ E&M로 이적하고 난 후 처음 맡은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여기에 몇 개의 스토리가 더 얹혀진다. <강심장>에서 연출자와 MC로 만났던 박상혁 PD와 강호동의 재회라든지, 최근 침체기를 맞이한 tvN 월요일 예능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역시 가장 큰 이야깃거리라면, 기존의 잘 나가는 프로그램들의 아류(亞流)가 아니냐는 눈총일 것이다. <섬총사>는 '섬총사 3사람이 섬 마을 주민의 집에서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취향대로 살아보는 섬 생활기'로 이른바 '힐링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섬 생활기'라는 설명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tvN <삼시세끼 어촌편>을 떠올리게 된다. 박상혁 PD는 "포맷이 무척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말씀드릴 순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삼시세끼>와 섬에 가는 것에서는 비슷할 수 있는데, 출연진도 다르고 3명 모두 요리를 못한다. 그런 부분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촬영을 시작한 JTBC <효리네 민박>과의 유사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효리네 민박>은 일반 손님을 받는 프로그램이고, 우리는 우리가 직접 섬 마을 사람들과 융화되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목포항에서 '섬총사'가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과 배를 타고 4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전라남도 우이도까지 가는 여정, 섬에 도착한 후 각자에게 배정된 집에 들어가 주민들을 만나는 장면이 담겼다. 강호동과 정용화는 '동화 형제'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인상적인 케미를 선보였다. '허당 막내'를 자처한 정용화는 강호동의 개그에 연방 웃음을 터뜨리며 리액션으로 화답했다. "골때리네"라며 이마를 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다. 


그럼에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출연자는 역시 김희선이었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리얼 예능'이라는 험지에 뛰어든 그는 수많은 카메라가 24시간 내내 자신을 찍을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면서 "누군가 나를 계속 보고 있다는 게 적응이 안 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사전 인터뷰에서는 엄살을 잔뜩 떨며 '예능 초보'의 모습을 보였지만,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자 허당기 가득한 털털한 매력을 마구 발산하며 시청자들에게 반전을 선사했다. 이른바 '여신 포스'에서 나오는 엉뚱함이 주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희선은 강호동과 정용화에게 자신이 잠들었을 때 둘만 촬영하지 말고 자신을 꼭 깨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화장실 갔다 오니 치마가 다 젖어서 짰다. 방이 따뜻해 금방 말랐다"며 예상 외의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엄청난 크기의 트렁크의 비밀에 대해서는 "저거 술이 반이다. 섬 떠날 때 저 가방 버리고 와도 된다"며 잠시 잊고 있었던 '김희선=애주가'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한편, 잠깐씩 등장한 예고 장면에서는 주민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등 특유의 친화력도 선보여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첫회만 놓고 보면 분명 '차별화'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소하게' 흘러가는 <삼시세끼>와는 달리 제법 '시끄럽고' 여러가지 사건(예를 들면 단수)들이 '조미료'처럼 가미된다. 강호동이라는 '전문' 예능인의 존재는 '진행'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안심 요소일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뭔가를 해야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으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김희선과 호칭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예능적 재미를 끊임없이 추구한다거나 우이도에 도착해 갑오징어와 자연산 광어를 가지고 연출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전형적이다.


이승기 역할을 기대하고 투입된 정용화도 강호동과 찰떡 호흡을 보여주고 있지만, 두 사람은 끊임없이 '사운드'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시청하는 입장에서 우이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시간이 부족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부담감이 아니라 그들의 원래 성격일 수도 있다. 그 부분 때문에 <섬총사>에 캐스팅 됐고, <삼시세끼>와의 분명한 차별성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조금 수다스러운 힐링 프로그램, 그것이 <섬총사>가 추구하는 지향점인 듯 싶다.


OCN <터널>이 tvN <시그널>의 아류라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듯이 <섬총사>도 다른 프로그램들을 따라했다는 오해에서부터 벗어나 <섬총사>만의 매력을 갖춰나가길 바란다. 첫회에 받았던 기대감을 계속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중점적으로 다뤄질 섬 주민들과의 관계가 핵심적인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또, 비밀로 남겨진 달타냥의 존재도 흥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 <섬총사> 제작진이 얼마나 준비를 제대로 했는지 다음 주 방송을 한번 기다려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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