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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부터 김태희, 성유리까지 결혼'식'을 바꾼 그들

너의길을가라 2017. 5. 2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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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의 '3포 세대'는 어느덧 '5포 세대'가 됐다. 기존의 세 가지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손에서 놓아버려야 하는 절박한 그리고 처절한 세대가 된 것이다. 더 포기할 것이 남아 있던가. 슬프게도 아직 '벼랑 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꿈'과 '희망'마저 놓아버린 '7포 세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현실은 이처럼 끔찍하지만, 그래도 '청첩장'은 꼬박꼬박 때가 되면 날아든다. 5월은 그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시기다. 5월의 신부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5월은 결혼의 계절이었다.


연애조차 버거운, 아니 꿈조차 꾸기 힘든 이 시대에 결혼이 웬말인가 싶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쳐가는 인생의 코스의 일부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정규(?) 코스의 통과의례가 바로 '결혼식'이 아니던가. 사실 결혼과 결혼식은 별개의 개념이다. 결혼(이라고 하는 사회적 제도를 받아들임으로써 여러가지 편의를 얻는 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혼인 신고'라는 절차이지 '결혼식'이라는 의식은 아니니 말이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으면 결혼이 성립되지 않지만, 결혼식을 치르지 않는다고 해서 결혼이 부정되는 건 아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조사(듀오웨드 '2017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 부부의 결혼 비용은 평균 2억6,332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주택을 마련하는 자금(1억 8,640만 원)이 약 70% 가량을 차지하지만, 나머지 '결혼식'이라는 행사에 사용되는 비용이 무려 7천 700만 원이나 됐다.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최대한 성대하게 치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이 돈을 아껴 신혼여행을 더 알차게 보낸다든지 혹은 주택마련자금에 보탠다면 결혼 이후의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을까. 


최근에 '스몰 웨딩(작은 결혼식)'과 같이 허례허식을 배제한 결혼식을 통해 결혼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물론 여전히 호화 결혼식이 주류를 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 뻗어가고 있는 이와 같은 '균열'도 만만치 않다. 한편, 스몰 웨딩도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또 하나의 '상품'이 되는 사태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스몰 웨딩이 갖고 있는 의미는 사회적으로 유효하다. 이런 풍속도에 연예인들이 앞장 서서 기여를 하고 있는 데, 그 대표적인 선구자로 이효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효리는 2013년 제주도에서 가수 이상순과 결혼식을 올렸는데, 최고의 톱스타이자 대중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던 그가 수많은 협찬을 과감히 뿌리치고, '스몰 웨딩'을 선택한 일은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결혼 문화를 바꾸는 역사적인 페이지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후 '소박한' 결혼식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고, 역시 연예인들이 그 첨병(尖兵)이 됐다. 정인과 조정치는 아예 결혼식을 생략하고 지리산 종주를 떠나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2015년에는 원빈과 이나영이 비밀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장소와 모습이 사뭇 생경했다. 그들은 원빈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의 한 '밀밭'에서 일가친척 50여 명만을 초대해 작은 결혼식을 열었다. 톱스타들의 결혼식이라고 하면 으레 예상됐던 '그림'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5성급 호텔, 수많은 취재진, 수많은 협찬들, 유명 인사들과 포토 라인은 없었다. 허례가 빠지고 허식이 사라지자 오히려 '결혼'의 의미가 더욱 또렷하게 살아났다. 그 소박함에 대중들은 많은 축하와 지지를 보냈다.


올해 1월, 또 한번의 세기의 결혼식이 열렸다. 김태희와 비(정지훈)가 그 주인공이었는데, 이들의 결혼식도 의외였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의 가회동 성당에서 혼배 미사(혼인 미사)로 결혼식을 치렀다. 하객은 약 50명 안팎이었다. 가족과 지인만 참석하기 때문에 따로 청첩장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고, 여러가지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했다. 그야말로 소소하고 경건한 결혼식이었다. '시국'을 고려한 선택이었다지만, 평소 그들의 삶의 태도와 지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였다.



한편, 스몰 웨딩에 더해 새로운 결혼식 문화를 만들어 가는 커플들도 있다. 지난해 결혼을 한 구혜선과 안재현은 결혼식을 '가족식'으로 진행하고, 예식 비용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소아병동에 기부했다. 그동안 스타들의 '스몰 웨딩'이 화제가 돼 왔지만, 결혼식 자체를 생략(가족식 등으로 대체)하고 그 비용을 기부하는 사례는 없었기에 매우 신선하고 놀라웠다. 지난 15일, 가정 예배로 결혼식을 올린 성유리도 예식 비용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고, 25일 결혼식을 올린 주상욱, 차예련 부부는 축의금의 일부를 기부할 것이라 밝혔다.


여전히 '스몰 웨딩'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혼이 '집안'의 일로 여겨지는 만큼 더욱 그렇다. 또, '뿌린' 부조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보상심리도 한몫 한다. 그럼에도 허례허식을 버림으로써 낭비되는 돈과 시간, 그리고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흐름을 선도하고,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건 역시 대중매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스타'들이다. 이효리부터, 김태희, 성유리까지 저들이 보여주는 결혼'식'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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