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여기에서는 걸그룹 출신들만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하자)의 연기 데뷔는 기회의 불균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그들이 뜬금없이 나타나 '주연 배우' 자리를 꿰차는 건 시청자들을 '도덕적으로'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건 명백한 '침범'이었다. 왜냐하면 여전히 수많은 연기 지망생들이 작품 하나에 단역으로라도 얼굴을 내밀기 위해 숱한 오디션의 실패를 경험하는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아이돌은 너무도 쉽게 카메라 앞에 서는 호사(豪奢)를 누리지 않던가. 물론 그것을 마냥 탓할 수는 없다. 자신의 영역에서 쌓아 올린 '노력'의 대가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성'을 이미 갖춘 그들이 아닌가. 모든 매체가 '김태리'라는 무명 배우를 일약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