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km(정확히는 781km)에 이르는 고된 순례길을 지팡이에 의지해 절뚝대며 걷는 하페(데비드 스트리에소브)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산책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티켓을 예매했다. "요즘 시대에 신을 찾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결코 '무게'를 잡지 않는 이 영화를 만나는 데 굳이 거드름을 피울 이유도, 긴장을 할 필요도 없었다. 신을 찾아 떠나는 그 여정에 '동참'하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했다. 예상대로 비어 있는 좌석이 훨씬 많았다. 관객은 듬성듬성 널찍하게 앉아 있었다. 통로 쪽에 자리잡은 중년의 남성은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는 그런 영화였다. 신을 만나러 가는 42일 간의 길고 고독한 여정. 고작 15%만이 목적지인 산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