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 28

폭염 속 버스에 8시간 갇혔던 아이, 매뉴얼이 유명무실한 사회의 민낯

"운행 종료 후에는 차 안을 맨 뒷좌석까지 반드시 확인해 어린이 혼자 통학버스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한다." 광주시 교육청이 지난 2월 모든 유치원에 보냈던 매뉴얼 내용의 일부다. 그 목적이 뚜렷하고, 내용이 명징하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만약 이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4세 아이가 35.3도의 폭염 속에 밀폐된 버스에 갇혀 8시간 가량을 보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열사병 증세를 보인 그 아이는 의식을 잃고 탈진한 채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의식불명 상태다. 차량 내부 온도는 60~70도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이라고 해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불볕더위, 찜통더위, 용광로..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열기 속에서 고통스러워 했을 아이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

9년 만에 만난 옛 친구<제이슨 본>, 아쉬움보다는 반가움이 앞선다

▶ '본' 시리즈 (2002), 더그 라이만 + 맷 데이먼(2004), 폴 그린그래스 + 맷 데이먼 (2007), 폴 그린그래스 + 맷 데이먼(2012), 토니 길로이 + 제레미 레너(2016), 폴 그린그래스 + 맷 데이먼 9년 만에 돌아왔다.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옛 친구'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란 이런 것일까? 실제로 '본' 시리즈의 3편인 이후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이 하차했고, 번외편이라고 할 수 있는 4편은 토니 길로이 감독과 제레미 레너가 호흡을 맞춰 기존의 '본'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영화가 돼버렸다. 그래서 재회(再會)는 더욱 감격적이다. 그래, 이게 바로 '본' 시리즈야! 놀랍게도 이 친구는 변한 게 별로 없다. 첩보 액션 영화의 클래식이자 교본이면서, 새로운 장..

버락킴의 극장 2016.07.31

<함부로 애틋하게>의 실패, 왜 사전제작 탓 하나

뒤집혔다. 예상 됐던 '역전'이다. 김우빈과 수지를 앞세워 제2의 를 꿈꿨던 KBS2 의 달콤했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첫회 시청률 12.5%로 쾌조의 출발을 했던 은 낡디 낡은 구닥다리 신파라는 부실한 밑천이 들통나는 바람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사랼라' 하며 등장한 MBC 의 기세에 눌렸고, 급기야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가 수목극의 왕좌를 차지하는 데 필요한 건 단 3회의 분량이었다. 첫회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던 극찬과 기대감은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의 시청률은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했고, 이내 두 드라마의 처지가 뒤바껴 버렸다. 이 역동적인 변화는 '시청자의 반응'이 자연스럽게 '시청률'로 연결되는 '올바른' 인과(因果)를 정확히 보여준다. 웹툰과 현실..

TV + 연예 2016.07.29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드라마 속 걸그룹 아이돌이 달라졌다

아이돌(여기에서는 걸그룹 출신들만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하자)의 연기 데뷔는 기회의 불균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그들이 뜬금없이 나타나 '주연 배우' 자리를 꿰차는 건 시청자들을 '도덕적으로'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건 명백한 '침범'이었다. 왜냐하면 여전히 수많은 연기 지망생들이 작품 하나에 단역으로라도 얼굴을 내밀기 위해 숱한 오디션의 실패를 경험하는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아이돌은 너무도 쉽게 카메라 앞에 서는 호사(豪奢)를 누리지 않던가. 물론 그것을 마냥 탓할 수는 없다. 자신의 영역에서 쌓아 올린 '노력'의 대가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성'을 이미 갖춘 그들이 아닌가. 모든 매체가 '김태리'라는 무명 배우를 일약 스..

TV + 연예 2016.07.28

적나라한 현실 풍자극 <인생게임 - 상속자>가 정규 편성이 돼야 하는 이유

"헬조선, 1 대 99 사회, 수저계급 등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어들이 가슴 아팠다. 교양 피디로서 이런 것을 건드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최삼호 PD) 그야말로 기가 막힌, 절묘(絶妙)한 예능이 출현했다. 출신의 제작진과 그들의 페르소나(persona)인 김상중이 마스터(MC) 역할을 맡은 에 대한 감상이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9명의 청년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이른바 '수저 계급론'을 접목시킨 예측불허의 '인생 게임' 속으로 몰아넣었다. '관찰'이라는 리얼리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적 야심을 잔뜩 드러낸 는 적나라하고 잔혹했다. 물론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참혹한 것이지만, 그 비릿함이 T..

TV + 연예 2016.07.27

청춘의 일상을 다룬<청춘시대>, 나 혼자 보는 드라마로는 아까워

KBS2 월화 드라마 는 불행히도 SBS 를 만나는 바람에 조기 종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공영방송'이라는 지위와 그에 걸맞은 의무를 저버린 KBS의 결정은 무책임할 뿐더러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그만큼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평가받고, 그 사활(死活)마저 결정되는 처절한 방송가의 생리(生理)가 살벌하기만 하다. 한편,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모여 사는 20대 여대생들의 '청춘'을 그린 JTBC 금토드라마 는 이제 고작 2회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에게 드리웠던 '불길한 기운'이 밀어닥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불안하기만 하다. 전작인 의 마지막 시청률 2.986%을 자산으로 시작한 는 1회 시청률 1.310%로 순조로운 첫걸음을 내딛었다. 청춘의 고단한 삶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

TV + 연예 2016.07.27

<나의 산티아고>, 791km의 고된 여정 속에서 나를 만나는 개별적 경험

800km(정확히는 781km)에 이르는 고된 순례길을 지팡이에 의지해 절뚝대며 걷는 하페(데비드 스트리에소브)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산책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티켓을 예매했다. "요즘 시대에 신을 찾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결코 '무게'를 잡지 않는 이 영화를 만나는 데 굳이 거드름을 피울 이유도, 긴장을 할 필요도 없었다. 신을 찾아 떠나는 그 여정에 '동참'하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했다. 예상대로 비어 있는 좌석이 훨씬 많았다. 관객은 듬성듬성 널찍하게 앉아 있었다. 통로 쪽에 자리잡은 중년의 남성은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는 그런 영화였다. 신을 만나러 가는 42일 간의 길고 고독한 여정. 고작 15%만이 목적지인 산티아..

버락킴의 극장 2016.07.25

조진웅도 묻혀버린<사냥>, 결국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의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6.02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건 준수한 편이다. 3.85에 불과한 다음 (네티즌) 평점은 더욱 야박하다. "내 시간이 사냥 당했다"는 베스트 댓글은 씁쓸한 실소(失笑)를 머금게 하고, "안성기는 산으로 갔고, 영화도 산으로 갔다"는 위트 넘치는 평가에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이 뿜고야 말았다. 안성기, 조진웅, 손현주, 한예리와 같은 훌륭한 '조각'들을 모아 놓고도, 이처럼 처참한 평가를 받은 은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이미 수많은 혹평 세례를 받은 이 영화에 굳이 1g쯤 더 보태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애써 '실드'를 취는 것도 마땅치 않은 일이다. 분명 은 '추격전'으로서의 영화적 가치가 있다. '총'이라는 무기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지 않은 정서를 극복하..

버락킴의 극장 2016.07.25

<무한도전>이 기똥차게 잘 하는 것과 기막히게 못 하는 것

유행어 '히트다 히트'의 주인을 가려라! 지난 23일 방송된 '제1회 무한도전 분쟁조정위원회' 편은 고깃집의 불판보다 훨씬 더 잦은 교체(변화)가 요구되는 살벌한 예능판에서 '이 1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유지될 수 있었던 '힘'을 잘 보여줬다. 고작(?) 멤버들 간에 유행어의 주인을 가리는 소소한 장난을 방송으로, 그것도 2회 분량으로 만들어 내다니! 기본적으로 은 시청자들과의 호흡 속에 확고히 자리잡은 멤버들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파생해낸다. 주축 멤버였던 노홍철과 정형돈의 이탈은 캐릭터 간의 다양한 변주를 이끌어낼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치명적이었다. 새롭게 합류한 광희가 부단한 노력을 보여줬지만, 오랜 기간 '단련된' 멤버들 속에 동화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TV + 연예 2016.07.24

<굿 와이프>, 전도연과 유지태의 다른 시선, 빅뱅을 예고하다

"사람의 감정을 그렇게 딱 잘라 설명할 수 있습니까? 저는 이태준 씨를 사랑하고, 또한 증오합니다. 매일 매일 바뀝니다. 제 감정의 향방이 검사님께 그렇게 중요합니까?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그래서 저는 검사님께 상관 없는 질문은 그만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금 저한테 뭘 원하시는 겁니까? 제가 남편을 증오하고, 머지 않아 이혼할 거라고 말하길 바라는 겁니까? 남편이 감옥에서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길 바라십니까? 저를 감정적으로 자극해서, 남편을 대놓고 깎아 내리길 바라십니까? 제가 이 법정에서 들어야 할 질문은, 남편이 집에 오길 바라느냐 인데, 저는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하고 말했습니다. 그러길 바란다고. 제 감정은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남편이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그리고..

TV + 연예 2016.07.23

<부산행> 속 여성 캐릭터는 어떻게 그려졌나

연상호 감독의 은 한국 영화 최초의 '제대로 된' '좀비 영화'로서 분명 수작(秀作)이다. 한발짝 떨어져서 영화의 골격을 훑어보면 1,000만 관객을 겨냥한 수작(酬酌)이 노골적으로 비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만큼은 한발짝 떨어지는 게 쉽지 않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고 강렬하다. 여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좀비물'을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게', 아니 그럴 틈조차 없게 만들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기립박수를 보내도 모자란다. '잔가지는 쳐낸다' 의 목적은 뚜렷하다. '좀비(감염)'가 발생하게 된 원인?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우리가 쟁취할 수 있는 결과? 은 그런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열차'라는 직선상의 좁은 공간에 집중하고,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된 열차 안에서 벌어..

버락킴의 극장 2016.07.22

조기 종영이 논의 중인 <뷰티풀 마인드>,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매 회마다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 고민해야 할 사회적 논제를 던지고 있는 KBS 2TV 월화드라마 의 '축소 편성'이 논의 되고 있다고 한다. 좀더 익숙한 표현으로 바뀌 말하면, '조기 종영'될 위기(팬의 입장에서 바라본 관점이다)에 처했다는 얘기다. 의 미래에 대해 KBS 관계자는 "올림픽 특집 편성을 위한 축소 편성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KBS 측은 다음날 6일 개막하는 '2016 리우 올림픽'이라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다지 와닿는 변명은 아니다. 조기 종영이 논의되는 가장 큰 이유, 아니 절대적인 유일한 이유는 단연 '시청률'일 것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10회의 시청률은 3.9%를 기록했는데, 가뜩이나 낮았던 9회(4.4%)보다도 소폭 하락한 초라..

TV + 연예 2016.07.21

목적지가 분명한 <부산행>이 정차한 세 가지 포인트

"은 대중적인 코드를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다. 저희 장모님처럼 1년에 극장을 한 두 번 갈까말까한 보통의 관객을 염두에 두고 연출했다" (연상호 감독) 한국 영화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좀비물'을 시도한 상업 영화인 은 '목적지'가 분명하다. 영화 내적으로는 좀비가 무지막지 쏟아지는 기차에서 살아남아 안전한 '부산'까지 가는 것이고, 영화 외적으로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이다. 그런 야심이 느껴지는 영화다. 상황에 대한 설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평면적이지만, 오히려 이런 재난 영화에는 그런 '전형적'인 부분들이 힘을 받는다. 영화 속에서도 그렇지만, 은 몇 가지 키워드에 '정차'한다. 그 포인트들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1. 변칙, 아니 반칙 개봉 의 개봉일은 20일이다..

버락킴의 극장 2016.07.19

스웨덴의 6시간 노동 실험, 다른 생각의 문을 열어젖히다

"유토피아인들은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눠 그 중 여섯 시간만을 일할 시간으로 배정하고 있습니다. 정오까지 세 시간 일하고,정오가 되면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점심 후에 두 시간 쉬고 나서, 다시 세 시간 일합니다." 『유토피아』라는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신학자이자 사상가(그는 법학자이기도 하고 정치가이기도 하다)인 토마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는 그 명저(名著)에서 인간에게 적당한 노동은 하루 6시간이라고 주장했다. 15세기의 일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16세기 유토피아 사상가인 토마소 캄파넬라(Thommaso Campanella, 1568-1639)는 한발 더 나아가 5시간이 가장 적당한 노동 시간이라 말한다. 물론 이들의 생각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것..

노련한<굿와이프>는 이제 막 예열을 마쳤다

'노련하다' 4회까지 진행된 tvN 금토드라마 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다. 방영과 동시에 '웰메이트 드라마'로 '찬사(讚辭)'를 받고 있는 드라마에게 고작 '노련하다'는 칭찬을 하는 게 다소 약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표현이야말로 를 위한, 에 가장 적절한 찬사라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이 드라마는 하나에서 열까지 능수능란(能手能爛), 노련함의 극치다. 드라마의 '중심'에 서서 모든 출연 배우들과 '합'을 이루며, 급기야 각각의 개성을 살린 '조화'까지 이끌어내는 전도연의 연기는 평가 불가(不可)의 대상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그는 다양한 감정들을 원숙하게 표현해내고, 어느 때는 자신이 돋보였다가 또 어떤 순간에는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한다. 에서 전도연은 연기의 강약과 템포를 자유..

TV + 연예 2016.07.18

<봉이 김선달>의 쉬운 선택, 그 고민없는 한계의 아쉬움

은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잘 '빚어진' 기획 영화다. 유쾌한 가족 영화를 요구하는 시장의 부름에 부응하기 위해 그럴듯한 '조각'들을 모아서 꿰매 붙인 꼴이다. 이를테면, 강동원의 작은 얼굴, 이민호의 눈망울, 원빈의 콧날, 현빈의 턱선, 조인성의 분위기, 송중기의 스마트함을 합쳤다고 할까? 그렇게 하면 지상 최고의 '남자'가 만들어질 것 같지만, 그 '합체'의 성과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어색하고 부조화한 것과 같다고 할까?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희대의 사기꾼' 봉이 김선달을 설화(說話) 속에서 끄집어 내 유승호라고 하는 반듯한 청년에게 입히고, 그 옆에 보원(고창석)과 윤보살(라미란)이라고 하는 적절한 조연을 배치시켜 웃음 포인트를 챙기는 동시에 신나는 활극(活劇)을 완성한다. 특히 고창석은 같은 부류..

버락킴의 극장 2016.07.17

세심한 손석희와 소신 있는 맷 데이먼의 만남, 품격 있는 인터뷰가 주는 쾌감

맷 데이먼? 그의 출연 소식을 들었을 때, JTBC 의 놀라운 섭외력에 놀랐다. 그리고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놀랐다. 손석희라고 하는 인터뷰어(interviewer)가 지닌 미덕과 맷 데이먼이라는 인터뷰이(interviewee가) '내뿜는' 에너지와 매력에 빨려들어갔다. 두 사람의 만남, 약 13분 동안의 짧지만 깊었던 인터뷰는 그야말로 '품격'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멋들어진 댄스이자 액션이었다. 손석희의 인터뷰어로서의 자질(姿質)은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라고 하는 그가 보유하고 (지켜내고) 있는 캐릭터에서 발현된다.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팩트(fact)'를 기반으로 '정론(正論)'을 이야기하는 우직함, 만 60세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내 · 외면의 '섹시함'은 그를 여전히 현역 최..

TV + 연예 2016.07.15

<뷰티풀 마인드>, 그래서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콘텐츠는 '소비'된다. 좀더 의미를 분명히 하자면, '이야깃거리'가 된다. 대개 그 방식은 콘텐츠가 가진 자산을 갉아 먹는 것으로 진행되고, 결국 피골이 상접한 콘텐츠가 '항복'을 선언하며 끝을 맺는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소모적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는 '고민(을 할 수 있는) 거리'가 된다. 사유의 폭과 질을 높인다. '확장성'을 가진다. 그래서 '소비'되지만 줄어들지 않는다. 박제가(朴齊家)가 말한 '우물'을 떠올려도 좋다. 잠시동안 행복한 '정주행(正走行)'이었다. '좋은 드라마(콘텐츠)'를 만나고, 그 드라마를 '몰아서' 볼 수 있다는 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다. 아쉽게도 그 행복도 8회로 끝이 났고, 이젠 다른 시청자들처럼 다음 주를 손꼽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TV + 연예 2016.07.15

<비밀은 없다>의 손예진이 보여준 '다른 엄마'

우리에게는 두 가지 이미지의 '엄마'가 있다. 먼저 를 떠올려보자. 제법 흥행(누적 관객수 2,860,786명)이 된 터라 이야기하기 수월하리라 믿고 질문을 던지자면, 이 영화에서 '엄마(이정은)'가 기억 나는가? "글쎄.." 갸우뚱하는 반응들이 많을 테고, 좀더 영화에 몰입했다면 "엄마가 유해진한테 점을 보고 오지 않나?"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딸이 유괴되고 난 후,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사(무당)'를 찾아가는 것뿐이다. ⓒ쇼박스 물론 몇 가지 더 있긴 하다. 참을 수 없는 슬픔 때문에 이성을 잃은 채 오열하고 급기야 식음을 전폐한다. 그리고 수사에 있어 필요한(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가령, 인질범과 '통화'를 하는 것 정도다. '1978년'이라는 '옛날'을 배경..

버락킴의 극장 2016.07.13

드라마 속 흡연 시도 장면, 그 실패의 미학에 대한 잡담

드라마를 보다보면 등장 인물들이 '담배'를 피우려 하는 장면들이 간혹 눈에 띤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99% 실패로 귀결된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에 한해서 다소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의 '관리'를 받는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제재를 받기 때문에 '흡연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KBS는 2002년 12월 1일부터 자사의 모든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을 없애기로 선포했고, SBS도 같은 달 9일 그에 동참했다. MBC는 두 방송사의 행보에 비하면 다소 늦었지만, 2004년부터 흡연 장면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실패의 확률을 자신있게 100%라고 쓰지 못한 까닭은 지난 2015년 t..

TV + 연예 201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