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 1576

불평하면서도 <흑기사>를 보게 만드는 배우 김래원의 힘

"울면서 아이스크림 먹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앞에 있는 남자 가슴이 뜁니다. 아무데서나 그러면 안 돼요. 위험합니다." 저 느끼한 대사를 어떤 이질감도 없이, 그것도 매우 달콤하게 소화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상대방의 화를 돋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용인해 줄 사이가 아니라면 자제해야 할 말이다. 드라마라고 다를까. 엄청난 연기 내공을 가졌거나, 특별한 매력을 지니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대사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김래원은 거뜬히 해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몰입시켰고, 설레게 했다. 어쩌면 '멜로 장인' 김래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사였는지도 모르겠다. SBS (2016)를 통해 일편단심의 로맨틱 연기를 선보였던 김래원은 잠시..

TV + 연예 2017.12.15

'꼰대 없음', 2017년 가장 사랑받은 예능을 관통하는 키워드

'정치가 내 삶과 무슨 상관이 있어?'라는 물음이 우문(愚問) 중의 우문이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정치는 모든 '곳'에 존재하고,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 7년의 세월의 거치면서 공영방송은 처참히 붕괴됐다. 견디다 못한 우수한 인재들이 앞다퉈 떠났고,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은 그 특수를 확실히 누렸다. 지상파가 패권을 움켜쥐고 있던 시절은 지났다. 주도권이 넘어갔다. KBS와 MBC(의 경우는 일단락 됐지만)의 총파업은 그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예능'으로 범위를 국한시켜 봤을 때, 2017년 한 해 동안 지상파는 주춤하다 못해 퇴보했다. KBS와 MBC가 애초에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면, SBS는 '가족 예능'의 덫에 갖혀 허우적댔다. ..

TV + 연예 2017.12.15

2017년에도 엄마는 희생하는 존재? <세상에서> 노희경의 설교가 불편하다

"엄마가 없으면 나는 어쩌나.." 부재(不在)가 존재를 증명한다. 인간이란 왜 이토록 아둔한 것일까. 잃어 봐야, 없어져 봐야, 그제야 소중함을 느낀다. 왜 좀더 일찍 깨우치지 못하는 걸까. 언제나 빈자리를 경험해야, 뒤늦게 그 존재의 위대함과 절실함을 깨우치게 되는 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존재의 이름을 '엄마'라고 상정해보자.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해진다. tvN 의 연수(최지우)처럼 당장 "엄마가 없으면 나는 어쩌나.."라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이 지점에서 씁쓸해진다. 엄마가 죽는다는데, 엄마가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는데, 우리는 고작 '나는 어쩌나'하고 살 궁리를 하고 있다. tvN 에서 "엄마의 암 소식을 전해 들으며 나는 그때 분명 내 이기심을 보았다. 암 걸린 엄마 걱정은 ..

TV + 연예 2017.12.11

시즌 2로 돌아오는 <효리네 민박>, 반갑고 고맙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이거 보름 동안 어떻게 하지 그랬는데""모든 일이 그런 거 같아. 어찌어찌 하다 보면 끝이 나" 아직도 JTBC 의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이효리와 이상순의 알콩달콩했던 일상뿐 아니라 평온이 깃든 집의 구조라든지 그 공간에서 나눴던 소소한 대화들이 이상하리만치 선명히 떠오른다. 괜시리 마음이 짠했던 영업 종료의 순간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손님까지 떠나자 민박집은 마침내 고요해졌다.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던 이효리 · 이상순 부부에게 휴식이 주어진 것이다. 어쩌면 '이제 끝났다. 일상으로 돌아가자!'며 후련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두 사람의 표정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추측건대, 북적북적하던 공간이 텅 비어 어색하고, 시끌벅적하던 공기가 빠져나가 허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어느덧..

TV + 연예 2017.12.09

장르만 다양한 게 아냐,<더 마스터>의 여섯가지 이야기에 귀 기울여봐

첫 무대였던 운명을 시작으로 사랑, 세대공감을 지나 위로까지, Mnet 은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클래식(임선혜), 국악(장문희), 재즈(윤희정, 김광민), 뮤지컬(최정원, 박은태), 대중가요(최백호, 박정현), 밴드(이승환) 등 여러 장르를 통해서 말이다. 가 구현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무대들, 그 이야기의 다채로움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신기원이라 해도 무방하다. 는 음악의 다양성에 목말라 있던 시청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돌(idol)에 편중된 음악 시장은 점차 그 영역이 협소해졌다. 나아가 존재 의미도 퇴색돼 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을 통해 아이돌을 '제작'하는 데 혈안이 됐던 엠넷..

TV + 연예 2017.12.09

식상한 설정의 <흑기사>가 그린 판타지, 대리만족이 됐을까?

흑기사 :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어려운 일을 대신 해 주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항암 치료만 12번 했어. 하루하루 죽고 싶었어. 어깨 재활만 3년 했어."라며 절규하는 tvN 의 김제혁(박해수)만큼은 아니지만, KBS 의 정해라(신세경)의 인생도 꼬일 대로 꼬였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부모를 여의고 가세(家勢)가 기울면서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가난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살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정해라에게 남은 건 긍정적인 태도, '캔디는 울지 않아'의 정신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불행은 쏜살같이 다가온다.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정해라는 불륜 여행을 계획한 남성으로부터 문자를 보냈다는 이유(그가 보낸 것이..

TV + 연예 2017.12.07

강호동을 다시 보게 한 <강식당>, 논란을 뛰어넘은 재미를 선물했다

외전(外傳) : 만화나 소설, 게임 등의 작품에서 본편 외의 스토리를 다루는 작품 "나는 을 한다는 걸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어. 아니, 나하고 상의를.. 얘기를 한 적 있니?" 강호동은 손사래를 쳤다. 주방에는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달걀 프라이도 못 만든다고 엄살을 부렸다. tvN 에서 멤버들과 농담처럼 '강식당을 차려보자'고 웃고 떠들었지만, 막상 메인 셰프가 돼 식당을 운영한다니 기겁할 만도 했다. 눈앞이 캄캄해진 강호동은 "지금이라도 돌이킬 수 있으면 빨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라며 막중한 부담감을 제작진에게 토로했다. 하지만 천하의 나영석 PD에게 그런 죽는 소리가 통할 리가 없었다. 나 PD는 "형, 돌이키기에는 우리가 준비를 너무 많이 했어."라며 쐐기를 박았는데, 이미 가게 오픈을 위한 ..

TV + 연예 2017.12.06

제주도를 특별하게 만든 <알쓸신잡 2>, 그들의 여행은 왜 남다를까?

제주도는 예능에서 워낙 많이 '소비'됐던 공간이다. JTBC 은 제주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효리의 집을 민박으로 활용하며, 제주도를 제법 깐깐하게 훑었다. 제주도와 그곳에서의 삶을 매우 이상적으로 그려낸 프로그램이었다. 그뿐인가. tvN , JTBC , 채널A 등 제주도의 일부분을 잠깐씩 담아간 프로그램은 부지기수다. 곧 tvN 까지 제주도에 터를 잡고 가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하니, 제주도는 일년 내내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와 제주도민)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만큼 식상함도 커졌던 게 사실이다. 제작진은 어김없이 카메라 속에 제주도의 유려한 경관을 담고서 만족스러워 했고, 출연자들은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특산물을 맛보며 기계적인 감탄사를..

본격적인 김생민 시대와 또렷해진 명암, 그의 건투를 빈다

"기생충에도 이런 기생충이 있나요?", 간디스토마." MBC 에 출연한 이영자는 기생충학 박사 서민 교수에게 김생민과 비슷한 성향의 기생충이 있냐고 물었다. 서 교수는 '간디스토마(간흡충증)'를 언급하면서 "과거 1970년대만 해도 회충 감염률이 70~80%에 달했을 때도 간디스토마의 감염률은 5%였는데, 회충들이 멸종한 지금 여전히 비슷한 감염률을 유지하고 있는 간디스토마가 1등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의 적절한 비유에 패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김생민도 자신은 그냥 예전과 똑같이 지금의 위치를 유지했을 뿐이라며 격한 공감을 표현했다. 1992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생민은 26년 동안 말 그대로 한결같았다. 특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적은 없었지만, 꾸준히 방송가에 머무르며 끈..

TV + 연예 2017.12.02

관찰 예능의 신선한 변주, <전지적 참견시점>이 넘어야 할 산

우리는 여전히 '관찰 예능'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 도전기에 박수를 보내고(KBS2 ), 스타들이 홀로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 본다(MBC ). 그런가 하면 엄마의 관점에서 미혼인 아들의 삶을 판단하고(SBS ),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다(MBC애브리원 ). 장인 · 장모와 사위의 어색한 관계를 보며 배꼽을 잡고(SBS

TV + 연예 2017.12.01

김생민이 여행 가이드인<짠내투어>, 그래도 짠내나는 여행은 싫다

tvN 는 여행을 콘셉트로 한 흔하디 흔한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이다. "또, 여행이야?", "연예인 호강시켜 주는 프로그램?"과 같은 날선 비판이 제기될 법 하지만, 는 이 위태로운 상황을 '김생민'이라는 돌파구로 과감하고 거침없이 뚫어냈다. 흥미롭지 않은가. '욜로(You Only Live Once)'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여행과 '닥치고 절약'을 외치는 김생민의 만남, 이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은 그 자체로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다. 첫회 2.934%의 시청률은 그 기대감의 방증이다. 김생민이 누구인가. KBS2 을 통해 공식적으로 검증된 연예계 대표적 짠돌이가 아니던가. 과거 MBC 에 출연해서 '휴가는 어디로 가냐'는 MC들의 질문에 "보통 휴가가 생기면 부산 처제네 집에 간다. 처제가 있기..

TV + 연예 2017.11.29

묵직했던 <언터처블>, 의지할 여지 없는 김성균만 믿고 갑니다

'치타 여사'가 가고 '김 사장'이 왔다. tvN (2015)에서 부부로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라미란, 김성균 두 배우가 성공적인 배턴 터치를 마쳤다. 라미란은 지난 11월 16일 종영한 tvN 에서 홍도희 역을 맡아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고, 최고 시청률 6.330%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한편, 김성균은 지난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에서 장기서 역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은 첫회 시청률 2.291%로 주목을 받았고, 2회에선 3.324%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 뜨거운 반응의 중심에는 역시 김성균이 있었다. 이후 김성균은 SBS (2016)에서 의뭉스러운 최지몽 역을 연기했고, 영화 (2016)에서 대호(이성민)의 의리있고 충실한 조수 덕만으로 활약했다. 두 작품에서 보여준 ..

TV + 연예 2017.11.28

<이판사판>이 그리고 싶었던 게 '이판사판'은 아닐 텐데

유독 '판사(법관)'라는 직업은 법정 드라마(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외면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당연히 역할의 비중도 적었다. 혹시 최근에 봤던 법정 드라마 중에서 기억에 남는 '판사'의 얼굴이 있는가. 대부분 떠오르지 않거나 기억나더라도 희미할 텐데, 실제로 법정 드라마에서 판사 역할은 유명하지 않은 중견 배우가 맡거나 그도 아니면 무명 배우가 맡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어차피 주인공은 검사 아니면 변호사였을 테고, 그저 "정숙하세요!" 정도의 대사만 하면 됐을 테니 말이다. 사건의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적극적인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검사나 변호사에 초점이 맞춰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차피 사법부의 판단은 검사와 변호사가 열심히 채집한 증거에 따라 '객관적으..

TV + 연예 2017.11.25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야',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던진 메시지

tvN 시리즈를 통해 믿고 보는 연출가의 반열에 오른 신원호 PD가 (이우정 작가와 함께) 차기작으로 을 들고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함을 드러냈다. 제목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가 '감빵', 다시 말해 '감옥(구치소와 교도소)'을 배경으로 그곳에서의 '생활'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슬기로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니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드라마의 정체가 무엇인지 의심의 눈초리가 자연스레 뒤따랐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의 1회와 2회는 '서부 구치소'를 배경으로 진행됐다. 3회부터는 장소를 옮겨 '서부 교도소'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구치소는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은 미결수를 수용하는 시설이고, 교도소는 형이 확정된 수형자를 교정 · 교화하는 시설이라는..

TV + 연예 2017.11.25

<알쓸신잡>의 '마디' 수다가 생각나는 <해피 데스데이>의 성장 스토리

"오늘은 네 남은 인생의 첫 날이다." 트리 겔브만(제시카 로스)은 화끈한 파티를 좋아하는 캠퍼스 최고의 퀸카다. '교과서'적인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의 삶은 비틀어져 있다. 오로지 즐기고 탐닉하는 삶을 추구한다. 여러 남자를 무분별하게 만나고, 심지어 유부남인 교수와 은밀한 관계를 맺는다. 룸메이트는 그런 트리에게 '경고'를 보내지만, 트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가족의 중요성을 모르고, 친구의 소중함도 모른다. 자신이 잘난 맛에 제멋대로 살아가는 철부지 대학생이랄까. 어김없이 뜨거운 파티로 밤을 보냈던 트리는 '평범한' 남학생 카터 데이비스(이스라엘 브루사드)의 기숙사 방에서 눈을 뜬다. 이윽고 아빠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벨소리가 생일 축하 노래로 바껴 있다. 과음을 한 탓에 머리가 ..

진짜 복수 성공한 <부암동 복수자들>, '복자 클럽'의 빛나는 성취

"같이 힘을 합쳐서 각자의 원수들에게 복수해 주는 거예요. 복수 품앗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겠네요.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 어때요?" 홍도희(라미란)는 코웃음을 치며 기막혀 했다. 사기를 치는 것 아니냐며 의심스러워 했다. 이미숙(명세빈)은 두손을 저어가며 만류하느라 진땀을 뺐다. 가부장제의 그늘 아래에서 살아았던 그가 남편에게 복수라니 가당치도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곧 김정혜(이요원)의 엉뚱하지만 진심이 담긴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지만, 그들은 자잘한 복수들을 성공시키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끝내 완벽한 복수를 성사시키고야 만다. 그렇다, '복자 클럽'의 승리다. 악의 축이었던 홍상만(김형일), 백영표(정석용), 이병수(최병모)는 그들이 저질렀던 죗값을 치르기 위해 감..

TV + 연예 2017.11.17

취지 변질된 <전체관람가>, 결국 ‘열정 페이’만 남았다

​ "단편영화는 독립영화의 초석이다. 예능이라도 '독립영화의 초석이 되는 단편영화'라는 것을 잊지 않고, 예능과 영화가 서로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문소리) 영화와 방송이 만났다. 아니, 정확한 '권력 관계'를 반영하자면 방송이 영화마저 품었다. JTBC 는 '예능'이라는 포맷을 통해 (단편) 영화가 제작되는 전 과정을 담아냈다. 방송을 통해 영화가 방영되는 수준을 뛰어넘어 기획과 캐스팅을 비롯해 촬영까지 그야말로 모든 속살이 공개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제작진은 내로라하는 10명의 영화 감독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영화 제작에 관한 모든 과정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자세히 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미 방송은 그 괴물스러운 힘을 여러차례 보여줬기 때..

TV + 연예 2017.11.16

파격 편성의 <돈꽃>, 힘을 뺀 장혁의 연기는 소름이었다

[13일 방송문화진흥회가 임시이사회에서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했다. MBC의 프로그램에 대한 글은 가급적 쓰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MBC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는 반가움에 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자사의 드라마를 밀어주기 위해 1, 2회를 묶어 방송하는 '특별 편성'은 종종 있었다. SBS (2013), KBS2 (2014), SBS (2016), SBS (2017) 등 그런 예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연속 방송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 기존의 경쟁작들 사이에서 돋보이려는 일종의 승부수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속 방송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적어도 시청률 면에서) 실패의 확률이 높았다. 지난 11일 처음 시청자들과 만난 MBC..

TV + 연예 2017.11.13

음악의 다양성 보여준 <더 마스터>, 이 공존을 지지한다

'다양성'은 존중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현상이다.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때에야 진정한 의미의 다름이 보이고, 그것만의 가치를 귀중히 여길 수 있다. 우리는 간혹 다양성을 갈등 혹은 분열과 동의어로 여기는 얄팍한 생각들이 사회를 경직시키는 상황과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다양한 요구들을 묵살시키는 불쾌한 경우를 맞닥뜨리게 된다. 가령, 식당에 갔을 때 가장 끔찍한 상황은 "에이, 그냥 한 가지로 다 통일해. 여기, 사람 수대로 OO 주세요!"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가 아닌가. 가볍게 식당을 예로 들었지만, 다양성이 종(種)의 생존과 번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건 일반적인 견해다. 또, 당연히 사회(조직)를 풍성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의 '종' 대신에 '음악..

TV + 연예 2017.11.11

호구조사 해요? <한끼줍쇼>가 보여준 사람들이 문을 열지 않는 이유

만약 이경규(혹은 강호동)가 집에 찾아와 "안녕하세요, 이경규입니다. 한끼 식사를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라고 요청한다면, 과연 나는 '선뜻' 문을 열어줄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죄송합니다."라고 거절했을 것이다. 집안에 (게스트로 출연한) 트와이스를 좋아하는 중학생 아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JTBC 의 열혈 시청자가 있는 것도 아니니 문을 열어줄 이유가 없다. 아마 대부분의 가정이 그러할 텐데, 특별한 예외적 상황이 있지 않다면 '거절'이라는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실제로 이경규와 강호동은 하루종일 헤맨 뒤에야 겨우 한끼를 얻어 먹는다. 수없이 초인종을 눌러보지만, 거의 대부분 문전박대를 당한다. 그들의 '한끼줍쇼'는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곧 '방송 출연'을 뜻한다..

TV + 연예 2017.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