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4 2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61)

그때 나를 내리친 것이 빗자루방망이였을까 손바닥이었을까 손바닥에서 묻어나던 절망이었을까. 나는 방구석에 쓰레받기처럼 처박혀 울고 있었다. 창밖은 어두워져갔고 불을 켤 생각도 없이 우리는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침침한 방의 침묵은 어머니의 자궁 속처럼 느껴져 하마터면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을 뻔했다. 그러나 마른번개처럼 머리 위로 지나간 숱한 손바닥에서 어머니를 보았다면, 마음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들었다면, 나는 그때 너무 자라버린 것일까. 이제 누구도 때려주지 않는 나이가 되어 밤길에 서서 스스로 뺨을 쳐볼 때가 있다. 내 안의 어머니를 너무 많이 맞게 했다. - 나희덕, 「너무 많이」 -

엄지원과 공효진이 만난 <미씽: 사라진 여자>가 특별한 이유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의 시나리오에서 '엄마' 역할을 제외시켰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없어진 자식을 찾는 엄마는 너무나도 강하다. 약점이 없는 주인공이 나오면 영화가 성립이 안 된다." 모성(母性)의 위대함은 '인간'에서 출발했지만, '인간'을 간단히 뛰어넘어버린다. 그래서 그 힘은 초인적이고, 심지어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섣불리 끝을 잴 수 없고, 애시당초 깊이를 알 수 없다. 한계가 없다. 그걸 간파했던 봉 감독은 를 통해 '모성'을 따로 다루는데, 김혜자가 구현한 '마더'는 '엄마'라기보다는 '어미'에 가깝다. 그밖에 '모성'을 이야기한 영화로 김윤진이 주연을 맡았던 를 빼놓을 수 없다.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한 엄마의 사투가 강렬히 표현됐는데, 과감함 ..

버락킴의 극장 2016.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