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고분고분하면 국가가 버르장머리가 없어진다." 진중권의 투철한(?) 국가관을 잘 보여주는 한 문장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지나치게 고분고분했다. 때문에 국가의 버르장머리는 지속적으로 나빠졌다. 상투를 잡힌 지 오래다. 대통령은 비리를 주도했고, 부정(不正)과 불법(不法)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꼭대기에서 세심히 관장했다. 참담한 상황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진 국민들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지난 11월 12일, 무려 100만 명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촛불을 들었다. 1987년 6월 10일, 전두환의 호헌(護憲)이라는 기만을 깨부수고, 직선제(直選制)를 쟁취했던 민주화 항쟁 이후 최대 인파가 광화문에 운집했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바람이 불면 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