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어디 다녀왔어요?""어떤 음식 먹고 왔어요?" 여행을 다녀오면 지인들에게 듣게 되는 질문이다. 뻔한 질문이지만, 본래 '여행'이란 게 그런 것 아닌가.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를) 먹고' 오는 것. '경험'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위이자 감각이란 본디 시각과 미각이 아니던가. 첫 번째 질문에는 곧잘 대답을 잘 하다가도, 두 번째 질문에선 이내 말문이 막힌다. 이유는 간단하다. 딱히 먹은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평소 '음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편이다. 게다가 입도 짧다. '먹는 행위'를 '쾌(快)'로 받아들이기보다 '당위(當爲)'쯤으로 여기는 성향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파리를 여행한 사람에게 기대되는 대답은 마카롱, 바게트 샌드위치, 몽블랑, 달팽이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