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가정사랑 병원의 부원장인 지선우(김희애)는 거실에 가족이 함께 찍은 웨딩 사진을 걸고, 이를 지그시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강한 긍정이 엿보였다. 그건 일종의 만족감이었고, 자부심이기도 했다. 의사로서 성취한 사회적 지위과 아내와 엄마로서 이룩한 가정의 평온, 무엇 하나 부족할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넘쳤다. 영화감독인 남편 이태오(박해준)는 로맨틱했고 자상했다. 즉흥적인 성격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수입도 없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선우는 자신과 아들에게 열중하는 남편이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아들 준영(전진서)은 다정다감했다. 여린 감성을 지닌 따뜻한 아이였다. 완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