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는 '억압'과 동의어라 할 수 있다. '계집아이'의 방언일 뿐인 그 단어가 야만의 시대와 조응하며, 그 대상인 여성들의 삶을 옭아맸다. '가시나가 무슨..'이라는 말은 거대한 벽이었다. 학교에 갈 수도 없었고, 꿈을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어린 나이부터 가사 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오빠와 남동생을 뒷바라지해야 했다. 이른 나이에 시집을 가야 했고, 걸핏하면 밥상을 뒤엎는 남편들에 눈물과 한숨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오로지 그들이 '가시나'였기 때문이었다. 김훈은 『연필로 쓰기』의 '할매는 몸으로 시를 쓴다'라는 꼭지에서 "나보다 5~10살 정도 연상인 세대에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노인들이 많았다. 남성보다도 여성 노인들의 문맹이 더욱 심했다. 조혼, 육아, 남녀차별, 가사노동, 생산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