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214

서사는 버린 채 콩트만 남은<서부전선>, 지루해서 미안해

웬만하면 영화관까지 찾아가서 본 영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내가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는 안도감을 얻기 위함일까? 돈과 시간을 투자한 영화가 조촐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영화관을 돌아서는 발걸음이 참 쓸쓸하다. 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합리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은 그런 류의 영화다. "찍은대로 나온 것 같다. 솔직히 빈 구석도 있는데 그래도 시대 배경에 맞는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어리바리한 배우들이 어리바리한 감독과 어리바리한 영화를 찍었다.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다. 천성일 감독이 언론시사회 때 '전쟁엔 해피엔딩은 없다'는 말을 했다. 그 메시지가 딱 담긴 영화인 것 같다. 코미디 같지만 비극도 있는 영화다. ..

버락킴의 극장 2015.09.26

다큐보다 사실적인<에베레스트>, 자연 앞에 선 인간의 하찮음

에베레스트 산은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네팔과 중국의 경계를 이루며, 높이는 8,848m이다. 빙하에 침식되어 매우 가파르며, 여름에도 폭설이 잦다. 에베레스트란 산의 이름은 인도의 측량 국장이었던 앤드루 워의 제창으로 에베레스트 경의 측량 공적을 기려 붙여졌다. (…)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것은 1953년 존 헌트를 대장으로 한 제4차 영국 원정대이다. 이어 스위스 대(1956년), 중국대(1960년), 미국대(1963년), 인도대(1965년), 일본대(1970년), 이탈리아 대(1973년)가 차례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였다. 우리나라도 1977년에 고상돈이 정상을 정복함으로써 세계에서 8번째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나라가 되었다. -『천재 학습그림백과..

버락킴의 극장 2015.09.24

영조와 사도세자, 식상한 소재? 영화 <사도>는 달랐다

생각할 사(思), 슬퍼할 도(悼), 사도(思悼). "너를 생각하며 슬퍼하노라" 영화 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고 죽기까지 8일 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사도세자의 죽음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역사 소재가 아니던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이준익 감독은 오히려 이렇게 반문한다. "우리는 사도를, 그리고 그들의 가족사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그렇다. 알고 있다는 비좁은 생각이 더 깊은 이해를 막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영화 는 관객들의 고정관념에 일침을 가하며, 조선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역사학계의 오랜 '논쟁'의 대상이었다. '누구'의 시선으로 임오화변(壬午禍變)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쓰여지곤 했다...

버락킴의 극장 2015.09.16

<베테랑>은 되고<치외법권>은 안 되는 이유?

"'세상엔 나쁜 놈들이 너무나 많다.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없는 시대, 범인을 알아도 잡을 수 없는 시대, 그러기에 우리가 있다'라고 왕 팀장은 말한다. 폭력엔 폭력으로 사기엔 사기로 공권력이 건들일 수 없는 언터처블한 그 분들에게 우린 아무런 절차 없이 아무런 방해 없이 가서 제대로 응징해 준다. 아니 그거보다 좀더 세게 응징해준다." 영화 은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의 저 유명한 문구,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표방(標榜)하고 있다. '치외법권(治外法權)'에 존재하는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법(상식)이 통하지 않는 또라이들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두 명의 또라이,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프로파일러 정진과 성충동조절장애가 있는 강력계 형사 유민이 출동하게 된다. 법 위..

버락킴의 극장 2015.09.10

영화<오피스>가 담아낸 사무실의 진짜 풍경

'추리(推理)'를 형식으로 취한 스릴러 영화에서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의문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최고의 반전 영화라는 찬사를 받는 와 의 잔상(殘像)은 오래도록 감독과 관객 서로를 옥죄어 왔다. 예상을 하려는 관객과 예상을 뛰어넘으려는 감독 간의 '기싸움'은 그동안 스릴러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로지 '범인은 누구일까?'에만 몰두하다보면 영화는 힘을 잃고 추락한다. '범인의 정체'에만 집중하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감독은 뒤통수를 칠 반전(反轉)만 궁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귀결된다. 관객들의 수준이 상당히 올라갔을 뿐더러 잦은 그리고 어설픈 반전은 드라마의 개연성을 망가뜨리기 십상이다. 스릴러 영화의 미덕은 '범인의 ..

버락킴의 극장 2015.09.04

예쁜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빠진 자기모순의 늪

"이 의자는 사용된 목재가 조금 특별해요. 오래되거나 버려진 선박으로 만들어졌거든요. 참 신기하죠? 나무였다가, 배였다가 이젠 또 이렇게 의자였다가." (영화 속 이수의 대사) 근래 개봉한 영화 중에 이토록 '예쁜 영화'가 있었던가? 스크린에 눈을 맞추고 있는 내내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모습이 변하는 남자와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라는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소재는 보는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마치 공들여 찍은 CF의 한 장면들을 연결해놓은 것 같은 신(scene)들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들의 사랑은 과연 순항(順航)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이들의 사랑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해!'라는 응원(혹은 강박)으로 바뀐다. 이처럼 는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면서 당위..

버락킴의 극장 2015.08.22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수남의 고군분투가 의미하는 것은?

간혹 '재밌는' 혹은 '잘 만든'과 같은 수식어가 아니라 그저 '좋은 영화'라고 부르고픈 영화가 있다. 바로 같은 작품 말이다. 총 제작비 2억 원이 들어 간 이 저예산 영화는 개봉 6일 차(18일)에 2만 관객을 돌파하며,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양성 영화로는 매우 의미있는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현재까지 33,355명이 이 좋은 영화를 감상했다. 는 매순간 꿈을 안은 채 성실하게 삶을 살아온 '수남(이정현)'이 겪는 좌절과 그로 인해 괴물이 되어갈 수밖에 없는 처절한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과 풍자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현실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 속에서 괴물이 되어갈 수밖에 없는 것..

버락킴의 극장 2015.08.20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베테랑>의 통쾌함 속 씁쓸함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 돌파. 그야말로 파죽지세(破竹之勢)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에 가장 통쾌하다. 어느덧 아홉 번째 장편영화를 찍어낸 '베테랑' 감독 류승완은 관객들에게 그들이 바랐을 만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형사 나부랭이가 감히 재벌 3세와 맞서 싸운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보이는 이 막막한 대결, 관객들은 서도철(황정민)의 편에 서서 조태오(유아인)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영화 은 해봐야 안 될 싸움을기어이 해볼만한 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베테랑 형사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이런 형사 한 명쯤 있는 거 좋잖아? 서도철 형사 같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집에서 사고뭉치라고 구박 받지만 항상 내 편이었던 삼촌 ..

버락킴의 극장 2015.08.15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완전한 전형성, 이 영화를 보고 졸았다면?

시리즈 사상 최악의 위기! 역대 가장 불가능한 미션이 시작된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별명이 누구보다 어울리는 톰 크루즈, 그가 으로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고, 그에겐 '가장 불가능한 미션'이 주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쉬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어김없이 위기를 탈출하고, 미션을 성공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라는 타이틀로 제작되는 여섯 번째 영화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격(格)이 다른 액션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을 통해 확실해졌다. 나는 이런 류(類)의 영화들을 못 견뎌한다는 사실 말이다. 얼마 전 를 보고서도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는 영화를 보는 중간에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버락킴의 극장 2015.08.09

<암살>의 가장 커다란 반전, 그들을 잊었던 우리들은 아닐까?

최근 한국영화의 화두는 '기억'인 듯 하다. "잊지 말자"는 다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은 용산 참사의 그들이 겪었을 아픔과 고통을 이야기 했고, 은 제2연평해전 당시 끔찍한 사투를 벌였던 참수리 357호의 젊은이들을 기억하라고 고함쳤다. 그리고 최동훈 감독의 은 우리의 시선을 일제 강점기로 이끈다. 거기엔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쳤던, 이름 없는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있다. 1920년 의열단의 박재혁 의사는 상해에서 나가사키를 거쳐 부산으로 잠입했다. 부산경찰서장 하시모토를 암살하고 붙잡혀 순국한 후 그의 편지 한 통이 뒤늦게 의열단 단장 김원봉에게 전달된다. 아래와 같다. '어제 나가사키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형편이 뜻대로 되어가니 이 모든 것이 그대가 염려해 준 덕분인 듯합니다. 좋은 일이 있..

버락킴의 극장 2015.07.25

유치해? 애니메이션의 선입견을 날려버린<인사이드 아웃>

"애니메이션은 애들이나 보는 거 아냐?" 혹시 이 '애니메이션(animation)' 영화라는 이유로 당연히 유치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은 적어도 이번만큼은 '독(毒)'이 될 수 있다. 은 애니메이션을 표현 방식으로 선택하고 있지만, 그 장르에 국한(局限)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영화적 힘을 구현한다. 그렇다. 의 방점은 애니메이션 '영화'에 찍혀야 마땅하다. "감정들의 모습을 디자인하는 것은 감정들을 의인화하는 작업이었다. 감정을 수천 개의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에너지로 생각하고 성격뿐만 아니라 모양, 색깔까지 각 감정들을 나타낼 수 있도록 표현하려 했다" (피트 닥터 감독) 화산섬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오프닝 애니메이션 'Lava'가 끝..

버락킴의 극장 2015.07.20

살려고 지은 죄는 용서 받는가?<손님>의 대답은 "셈은 셈이다"

약속(約束) ① 장래의 일을 상대방과 미리 정하여 어기지 않을 것을 다짐함 ② 미리 정하여 어기지 않고 함께 하기로 다짐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너희들, 손님이 찾아올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도 삽입되어 있는 문구처럼, 영화 은 '약속'에 관한 영화다.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약속이 깨졌을 때, 다시 말해 누군가가 서로에게 주어진 약속을 어겼을 때 어떤 일이 닥치는지를 매우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티브는 우리기 익히 알고 있는 독일의 동화인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로부터 차용(借用)했다. 마을의 골칫거리인 쥐떼를 피리를 부는 악사가 나타나 해결한다는 기본적인 스토리 구조는 그대로지만, 시대적 배경(한국전쟁이 막 끝난1950년대)과 장소적 배경(대한민국의 고립된 어느 산골 마을)은 달라졌다...

버락킴의 극장 2015.07.12

<연평해전>을 본 우리에게 필요한 건 눈물이 아니라 생각이다

2002년 6월, 월드컵의 열기로 뜨거웠던 '대한민국' 그리고, 그 '대한민국'을 지켜낸 사람들. 그들은 우리의 아들, 남편, 친구였습니다. 지켜줘서 고맙습니다.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이 가장 뜨거웠던 그날의 실화. 영화를 소개하는 글에서도 잘 나타나 있는 것처럼, 은 '제2연평해전'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 제작되었다기보다는 '죽음'에서 비롯되는 슬픔과 분노 등의 감정을 유발하는 감성적인 접근에 치중하고 있다. 물론 '기억'이라는 측면에서 은 분명 의미 있는 영화이지만, 역사적 진실을 비껴나갔다는 점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을 쓰면서 그 배경이 되고 있는 '제2연평해전'에 대해 쓰지 않을 수는 없다. 다소 민감한 부분일 수 있지만, 피..

버락킴의 극장 2015.07.06

관객들을 향해 담담하게 묻는 <소수의견>, "근데 넌 뭘 했냐?"

영화 을 보고 나서 SNS에 짧은 글을 남겼다. 과 중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을 선택하는 여자가 굳이 말하자면 이상형. 하지만 '이 뭐지?'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태반일 테고, 그런 선택을 하는 여자도 절대적 소수일 것이 분명하므로, 한 치의 망설임은 모른 척 넘어가는 걸로. 실제로 스코어 차이는 현저하다. 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현재(28일)까지 누적 관객 수 1,438,306명을 기록하고 있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에 이은 또 한 번의 흥행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은 누적 관객 수 215,468명으로, 관객들의 관심에서 한 걸음 비껴 있는 형편이다. "공분을 불러일으키려고 만든 게 아니라 공감을 위해 만들어졌다. 사회 풍경을 보여주려고..

버락킴의 극장 2015.06.28

<경성학교>, 소녀들이 들려주는 식민지 조선의 아픔

재미있고 절묘한 시대다. 조선인이기에 정체성을 가질 수 없었던 시기와 여학생들의 과도기적 감성이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그 당시의 시대적 정서와 소녀들의 정서가 만났을 때 화학반응 같은 게 있다. (이해영 감독) 은 일제 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경성의 한 기숙학교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굳이 '1938년'이라는 구체적인 연도를 강조하고 있는 까닭은, 바로 그 해에 일본이 '국가 총동원법'을 시행(4월 1일에 공포되어 5월 5일부터 일본에서 시행)했기 때문일 것이다. 군국주의로 무장한 일본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식민지로부터 노동력을 동원하고 물자를 수탈하는 법령을 시행한 시기가 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다고 여긴 듯 하다. 국가총동원법 제1조. 국가총동원이란 전시(전시에 준할 ..

버락킴의 극장 2015.06.27

형사와 도사의 콤비? 소신으로 뭉친 <극비수사>

형사(刑事)와 도사(道士)의 콤비네이션? 언뜻 납득하기 어렵다. 두 번 생각해도 이상하다. 코미디 영화도 아닌 정극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조합을 선보일 수 있었던 까닭은 '실화'에 바탕을 둔 시나리오 덕분이다. 는 1978년 부산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유괴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등장하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라는 자막은 관객들에게 감히 반발할 수 없을 만큼의 무게감을 안긴다. 또, 이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하나'로 이끄는 원동력은 바로 '소신(所信)'이다. 의 고건수(이성균), 의 최창식(손현주)와 마찬가지로 의 형사 공길용도 적당한 세상과 타협하는 인물이다.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경찰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관할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괴..

버락킴의 극장 2015.06.21

<투모로우랜드>가 말하는 지구의 미래? 이번에는 동심(童心)이다

"브래드 버드 감독의 수작이다. 미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다" (폴 매카트니) 폴 매카트니가 극찬을 쏟아낸 는 꿈과 희망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통해 특유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왔던 디즈니의 문법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반복되는 주제의식, 공식 같은 패턴들은 고루(固陋)하고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우린 때가 잔뜩 묻어버린 '어른'들이니까. 하지만 이 그랬던 것처럼, 는 보고 난 '어른'들은 문득 깨닫게 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주입'당했다고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세계를 견인해왔고, 또 앞으로도 꾸역꾸역 이끌어 갈 힘의 원천은 바로 '꿈과 희망',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 말이다. "그래,..

버락킴의 극장 2015.06.04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이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사랑 그리고 '무뢰한'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돼 화제를 모았던 은 상처 입은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담은 하드보일드 멜로 영화다. , 의 각본을 쓰고, 의 연출을 맡았던 오승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박찬욱 감독이 기획자로 참여했다. 무엇보다 배우 전도연이 출연한다는 것 자체로 기대를 한껏 모았다. "이정재 선배님이 에서 하차한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먼저 시나리오를 구해달라고 해서 봤다" 전도연과 김남길의 조합은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당초 남자 주인공으로 낙점되어 있던 이정재가 영화 액션 훈련 도중에 어깨 부상을 입으면서 하차해야 했는데, 그 소식을 들은 김남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나리오를 구했던 모양이다. 이미 드라마 와 등에서 진한 눈빛 연기를 선보인 적 있었던 ..

버락킴의 극장 2015.05.29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지구의 미래는 여성성에 달렸다

시타델의 지배자 임모탄을 숭배하는 워보이 눅스(니콜라스 홀트)는 임모탄의 여인들을 데리고 도망친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을 추격하는 차 안에서 이렇게 외친다. '멋지군, 끝내주는 날이야!'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2시간의 런닝타임 동안 관객들은 아마 눅스의 외침을 마음 속으로 계속해서 반복하지 않았을까? "멋지군, 끝내주는 날(영화)야!" 그렇다. 한마디로 'mad' 그 자체다. 2015년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는 시리즈 물인데, 3편에 이어 4편이 만들어지기까지 무려 30년이 걸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높은 기대를 받아왔다. 제작진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후반 작업만 3~4년이나 공을 들였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완성된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수작(秀作)이다. "세상이 멸..

버락킴의 극장 2015.05.21

악(惡)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악의 연대기>를 펼쳐보라

'믿고 보는' 손현주가 돌아왔다. 2013년 개봉했던 로 560만 관객을 동원하며 명실공히 흥행 배우로 이름을 올린 그가 이번에도 스릴러 영화인 로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는 와 를 누르며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연기로는 이미 검증을 넘어 찬사(讚辭)를 받는 손현주가 내면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만큼 손현주의 연기를 감상하기를 원했던 관객들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는 여러가지 면에서 와 닮아 있다. 우선, 제작자(장원석 대표)가 같고, 주인공의 직업(경찰)이 같다. 우발적 살인(그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에 이은 뒤처리라는 이야기의 틀도 비슷하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가 동(動)적이라면, 는 정(靜)적이다. 또, 전자가 코믹스러움이 담겨 있는 철저한 상업영화로 제작됐다면..

버락킴의 극장 201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