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고 바람 피울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게 아냐. 다만, 부부로서 신의를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하는 거지. 제혁 씨도 이제 이런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절박한 순간에도 선우(김희애)는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삶을 구성했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렸지만, 선우는 휩쓸리지 않았다.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그 언덕에 홀로 서 있었지만,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고독의 슬픔이 똬리를 틀고 온몸을 휘감아 왔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선우는 주저하지 않았다. 머뭇거리지 않았다. 선우도 태오(박해준)처럼 배우자를 철저히 속일 수 있었다. 마치 불륜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기만할 수 있었다. 또, 태오처럼 배우자 이외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