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대표하는 (드라마) 작가가 있기 마련이다. 대표라는 말이 거슬린다면서 '대변'이라고 해도 좋다. 작가는 작품 속에, 연속되는 작품들 속에 자신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심어둔다. 그것이 시대와 절묘하게 호응할 경우, 우리는 그 작가의 이름 뒤에 '월드'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불과 한 시대 전만 해도 우리에겐 김수현이 있었다. 가히 절대적 존재였던 그가 지난 40년 동안 끊임없이 그려냈던 건 '가족'이었다. 소위 '김수현 월드'의 밑바탕은 '가부장제'였다. 주로 권위 있는 가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고, 끝내 가부장제를 보호하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김수현의 가부장제를 만만히 보면 곤란하다. '김수현 월드'는 권위 있는 가장이 존재하지만, 그 권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