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맛집

'박하경 여행기' 이나영도 반한 '남북통일'의 평양식 만두전골

너의길을가라 2023. 7.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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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의 솔직한 맛집] 64. '박하경 여행기' 이나영도 반한 '남북통일'의 평양식 만두전골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 5회에서 기차를 놓쳐 우연히 대전에 들르게 된 박하경(이나영)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만둣집을 방문한다. '남북통일'이라는 개성 있는 이름의 식당이다. 아마도 평양식 만두를 빚기 때문이리라.

드라마 속에서 허름한 외관의 '남북통일'은 웨이팅이 제법 길었는데, 많은 손님들 가운데 혼자 줄을 서고 있던 박하경은 "만두전골은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종업원의 말에 벙찌고 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 때는 아무렇지 않게 "2인분 주세요."라고 하면 그만인데, 박하경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다행히도, 혼자 온 또 다른 손님(박하경이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 작가)의 제안으로 합석하게 되며 위기를 탈출한다.

한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은 만두전골을 먹게 되는데, 영상 속에 그 만두전골의 비주얼이 너무 감탄스러웠다. '만두전골 먹으러 대전에 가야 하나.' 그러다 검색을 해봤더니, 이게 웬일? '남북통일'은 대전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게 아닌가!

남북통일
주소 : 서울 마포구 동교로18길 37
영업 시간 : 11:00-21:30
정기 휴무 : 일요일

남북통일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해 있다. 잔다리로 안쪽 골목에 숨겨져 있는 노포이다. 서울에 있는 식당을 대전에 있는 것처럼 속인(?) 박하경 여행기가 괘씸했지만, 대전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감도 들었다.

저녁 식사 시간은 지나버린 시각, 부지런히 '남북통일'으로 향했다. 영업 마감이 코앞으로 닥친 시각이라 마음이 조급했다. 미리 전화를 해 주문을 해두었다. 드라마 속 박하경이 그토록 맛나게 먹었던 만두전골 2인분.

 

가게 안은 한산했다.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 된 것이다. 이나영이 앉았던 자리를 떠올려 그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물과 함께 김치, 양파, 간장이 나왔다. '남북통일'은 정수기 물이 아니라 끓인 차를 제공하는데, 역시 맛집은 물맛부터 달랐다.

김치는 시뻘건 색과 달리 달콤했는데, 식욕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잠시 후, 대망의 만두 전골이 등장했다. 보글보글 끓기를 기다리며 먼저 국물부터 맛을 봤다. 소고기로 낸 육수에 대파, 부추, 건새우 등이 추가되어 풍미가 있었다.

조미료를 넣어 만든 자극적인 맛이 아닌 자연스러운 깊은 맛이 입 안에 가득차니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기대했던,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만두를 꺼내는 건 좀 성급한 일이라, 먼저 칼국수부터 시작했다. 면발은 기성품이 아니라 직접 뽑은 것이라 쫄깃하고 탱탱함의 차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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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두를 맛볼 차례! ‘남북통일’은 3대째 정성껏 빚은 평양식 만두로 유명한데, 얇은 만두피에 당면과 두부, 부추, 김치 등이 듬뿍 들어있다. 만두피가 얇다보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버리는데, 그 부드러움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마무리는 역시 ‘볶음밥’이다. ‘남북통일’의 볶음밥에는 밥과 다친 야채 그리고 김가루가 들어가 있는데, 평범해 보이지만 슴슴하니 부담스럽지 않아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남은 만두전골과 함께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만두전골이 아니더라도, 조미료를 잔뜩 넣어 만든 음식을 파는 식당이나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는 식당은 (몰라서 가든 알고도 가든) 한 번은 가도 재방문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 인위적인 맛은 금세 지루해지고, 지속적이지 않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평양식이라고 이름 붙여진 만두전골은 거의 처음 먹어본 셈인데, 슴슴한 듯 그러나 심심하지 않은, 그 은은하고 깊은 맛에 반해버렸다.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만두전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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