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맛집

“여기 일본인가요?” ‘소설원’ 덕분에 망원동이 좋아졌다!

너의길을가라 2023. 3. 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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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의 솔직한 맛집] 61. “여기 일본인가요?” ‘소설원’ 덕분에 망원동이 좋아졌다!

망원동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제목에 '망원동'이 들어간 책(김호연, '망원동 브라더스')을 읽기도 했고, 망원동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에세이도 탐독했기에 지명 자체가 익숙하긴 했다. 한때 망리던길이 힙해서 사람들이 몰린다는 기사로 접했지만, 왠지 발길이 닿지 않았다. 뭐랄까,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좋은 장소는 그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망원동칼짬뽕'에서 점심을 먹고, 서둘러 망원시장으로 향했다. '망원수제고로케' 맛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방송에도 소개된 적이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야채 고로케(1,000원)보다 찹쌀꽈배기(1개 1,000원, 3개 2,500원)가 훨씬 맛있었다. 쫄깃한 식감에 달콤한 맛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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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을 즐기기 위해 카페, 소설원(小雪園)으로 향했다. 이름부터 분위기 있는 '소설원망원'은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3길 22-3에 위치해 있는데,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오른쪽 골목(월드컵로13길)을 따라 약 150m만 걸어가면 찾을 수 있다.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망원시장 공영주차장(1시간 2,400원)을 이용하면 좋다.

카페가 있을 법하지 않은 분위기, 오래된 빌라들이 죽 늘어서 있는 망원동의 골목에서 소설원을 발견했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한번에 찾기 힘들 정도로 의외의 장소였다고 할까. 숨겨진 장소에 도달한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 번엔 좀더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소설원은 빌라를 통째로 개조해 지하(카운터, 1층으로 표기)부터 옥상(실외 카페)까지 모두 카페 건물로 쓰고 있다. 입구에 대나무가 심겨져 있는 등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일본풍이 짙어 이국적이었다. 소설원은 자칫 위쪽으로 곧장 올라가기 쉬운 구조인데, 대나무와 석등을 따라 지하로 가야 카운터를 찾을 수 있다.

카운터 앞쪽으로 아기자기한 디저트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형태와 데코레이션이 예뻐서 기분이 좋아질 정도이다. 카스텔라 종류는 술빵 카스텔라(9,400원)부터 쑥 술빵 카스텔라(10,500원), 딸기 크림 카스텔라(13,000원), 복숭아 요거트 생크림 카스텔라(13,000원), 옥수수 크림 카스텔라(13,000원)까지 다양한 종류가 비치되어 있었다.

또, 밀크티 푸딩(5,300원), 순우유 푸딩(5,000원), 말차 푸딩(5,300원) 등 푸딩도 세 종류가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메뉴는 휘낭시에(Financier, 피낭시에라고 읽는 게 맞다)였는데, 5개 세트가 14,200원이었다. 피낭시에는 프랑스의 빵 종류인데, 소설원에서는 카페의 콘셉트에 맞게 초밥 모양으로 만들어 특이했다.


어떤 메뉴를 선택할지 굉장히 고민됐다. 휘낭시에 세트와 카스텔라를 모두 먹기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휘낭시에 1피스(솔트 바닐라)와 술빵 카스텔라를 골랐다. 사실 휘낭시에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 세트로 시켰다가 실패했을 때의 타격이 너무 클 것 같았다. 음료는 핫초쿄와 밀크티 푸딩을 주문했다.

소설원의 또 다른 매력은 층마다 다른 느낌의 인테리어에 있다. 2층은 다다미석과 테이블석이 함께 있고, 3층은 테이블석, 4층은 다다미석과 루프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층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방문할 때마다 매번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햇살 좋은 날에는 루프탑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걸 추천한다.

루프탑은 대나무 숲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그 한적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다만, 대나무가 좀 시들어 있었는데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훨씬 더 싱그러운 대나무 숲의 감성을 자아낼 수 있을 듯했다. 그럼에도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 그리고 맛있는 디저트까지 완벽한 오후를 선물받은 것처럼 행복했다.

이제 디저트 얘기를 좀 해보자. 막걸리를 이용해 24시간 동안 숙성한 쌀가루 술빵 카스텔라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푹신푹신한 촉감에 층층이 공기층이 형성되어 있어 향이 느껴졌다. 있는 그대로 먹어도 고소하니 맛있었는데, 작은 그릇에 제공되는 팥앙금과 버터와 함께 먹으면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휘낭시에에 대한 의심도 사라졌다. 처음에는 '혹시 인트사 감성에 충실한, 보기에만 예쁜 건 아닐까?'라고 삐딱하게 봤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가볍지 않은 단맛에서 품격이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겉바속촉'의 식감도 이상적이었다. 다음에는 세트로 주문해서 다섯 가지 맛을 모두 경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핫초코는 어디든 비슷한 맛이라 딱히 평가할 게 없지만, 탱탱함이 살아있는 푸딩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버릴 정도로 보드라웠다. 마치 일본 교토에 와 있는 듯 착각이 들게 하는 고풍스러운 소설원의 분위기와 정갈하고 정성이 담긴 디저트가 완벽한 후식을 완성했다. 재방문 의사를 묻는다면, 당연히 'YES'이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직원의 '불친절'을 들 수 있을 텐데, 퉁명스러운 말투가 고객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들린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 정도는 '상냥하지 않음' 정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뷰에도 불친절과 관련한 내용이 제법 많은 걸 보면 이 부분에 대한 이슈가 존재하는 건 사실인 듯하다.

대개 불친절을 경험하면 재방문이 꺼려지지만, 어떤 곳은 불친절을 뛰어넘는 '메리트'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굳이 따지자면 '소설원'은 후자이다. 공간의 매력과 디저트의 맛이 직원의 퉁명스러움을 잊게 만들었다. 더불어 망원동에 대한 이미지도 확 바꿔놓았다. 봄날의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날, 망원동에 다시 들를 예정이다. 그때도 후식은 무조건 소설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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