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여기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린 모자가 있다. 은희(이정은)의 말마따나 "옆집에 빤스 쪼가리가 몇 장인지, 숟가락 젓가락이 몇 짝인지도 아는" 제주 '푸릉'에서 옥동(김혜자)과 동석(이병헌)의 관계는 유독 도드라진다. 동석은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옥동을 본체만체하고, 옥동의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겨우 받아도 '죽을 때 아니면 하지 말라'고 차갑게 쏘아붙인다. 동석은 옥동, 그러니까 자신의 엄마를 '작은 어멍(엄마)'라 부른다. 옥동을 바라보는 동석의 눈빛에서 경멸이 읽힌다. '도대체 엄마한테 왜 그러냐?'는 주변의 참견과 잔소리에 아버지 친구이자 친구 아버지와 재가한 옥동에 대한 증오를 쏟아낸다. 옥동은 그저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동석의 저 싸늘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