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0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리라 짐작했었지만, 전반부의 분위기가 썩 긍정적이지 않았다. 피가 말랐고, 입이 바짝 말랐다. 비단 나뿐이었겠는가. 온 나라가 그러했을 것이다. ‘긴장감 지수’라는 수치를 측정하는 기계가 있다면, 아마 버텨내지 못하고 고장나버리거나 폭발하지 않았을까. 그만큼 팽팽한 줄처럼 날이 선 긴장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었다. 그의 입 모양에 주목했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들려 온 ‘결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담담한 목소리로 단호히 말했다. 이 한 마디를 위해 이토록 오래 숨죽였던가. 시원함과 허탈함이 공존했다. 어딘가에는 탄식이 혹은 분노가, 어느 곳에서는 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