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 시사교양

전국 매립지 1/3은 포화 직전, 이제 '쓰레기 관리'가 중요하다

너의길을가라 2021. 8. 2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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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 부둣가에 프리다이버 한 그룹이 모였다. 그들이 이곳에 모인 까닭은 '쓰레기'를 줍기 위해서다. '원 다이빙 원 웨이스트', 다이빙 한 번에 쓰레기 줍기 한 번. 즐기면서 쓰레기를 줍자는 게 해양환경보호단체 플로빙코리아의 모토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그 양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고 한다. 2시간 만에 부둣가는 수거한 쓰레기로 가득 찼다.

인테리어용 자전거, 쇠로 된 난간, 폐타이어, 쓰고 버린 그물,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 한 번 수거할 때마다 마대 오십 자루를 거뜬히 채우는데, 그 무게가 약 700kg에 달한다고 한다. 고작 몇 시간 만에 말이다. 플로빙코리아의 전장원 대표는 활동을 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쓰레기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제주도는 청정해역'이라는 성역이 무너지고 있다.

제주도의 쓰레기는 비단 해양 쓰레기뿐만이 아니다. 이른 아침, 해수욕장에는 간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먹다 남은 각종 음식물과 플라스틱 포장 등이 널부러져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관광객은 줄었지만, 사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집합 금지로 주점 등에서 술과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자 해수욕장으로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해안 쓰레기 수거량은 1년에 16,702톤이다.


제주도는 이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매립'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제주도에서 활동해 온 김정도 환경 운동가는 2019년 제주도 폐기물 시설을 전수 조사했다. 결과는 암담했다. 대부분의 매립장이 포화가 임박한 상황이다. 서귀포쓰레기위생매립장의 경우, 원래 사용 기한은 2034년 12월까지지만 현재 잔여 매립량이 고작 0.9%만 남아 있다.

그렇다면 '소각'은 어떨까. 제주 남부광역환경관리센터 소각장의 적정 반입량은 70톤 규모인데, 반입량이 점점 증가해서 현재 하루 100톤 정도가 됐다. 그러다보니 바로 소각하지 못하고 압축 후 보관했다가 소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소각장을 늘리면서 압축 쓰레기를 처리하기 시작했지만 역부족이다. 잔여 압축 쓰레기양은 무려 12,000톤에 달한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제주도가 참 큰일이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쓰레기 문제가 단지 제주도만의 문제일까. 그럴 리 없다. 공공매립지 215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의 쓰레기 매립지 중 1/3이 포화 직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매립지를 포함해 65곳(30.2%)이 4년 이내 사용 종료 예정이다.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하니 더욱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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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 속에서 코로나19가 쓰레기 발생량을 급격히 증가시켰다. 코로나19 발생 전후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변화를 비교하면, 종이는 24.8%, 플라스틱 18.9%, 생활폐기물은 4.7% 가량 증가했다. 비대면 소비의 증가가 가져온 엄청난 변화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쓰레기가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었다"고 표현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 <일요 특선 다큐멘터리> '쓰레기와 함께 살다' 편은 쓰레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쓰레기를 제대로 관리하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8년 난지도매립지가 그 시작이다. 난지도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서울이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산업화로 인해 쓰레기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쓰레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정욱 명예교수는 "난지도는 쓰레기 투기장"이었다며, 그렇게 더러운 곳은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을 거라고 혀를 내둘렀다. 1992년 2월 김포 쓰레기 매립장(수도권 매립지)이 가동되면서 한국 사회는 쓰레기 투기 시대와 작별을 고했다.


1995년 1월 1일은 쓰레기 관리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날이다. 전국적으로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됐다.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 끝에 종량제와 재활용 쓰레기 분리 배출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특히 종량제를 통해 집 안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쓰레기양이 36%가 줄어들었다.

또 하나의 변곡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30년부터 생활 폐기물의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수도권은 2026년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쓰레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처리할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경기도 하남시의 환경기초시설은 하루 평균 489톤의 쓰레기를 소각하는 곳이지만, 밖으로 어떤 시설도 보이지 않는다. 지하에 폐기물 중간 시설이 다 모여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밖으로 노출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악취가 난다면 말짱 도루묵일 게다. 하남시 환경기초시설은 배출되는 공기를 열로 한번 더 태워서 악취를 제거한다. 하남시 환경기초시설 위에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유해가스 수치가 기준치를 훨씬 밑돈다. 꼼꼼한 설계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주민들의 악취에 대한 염려와 혐오시설에 대한 기피를 말끔히 해결했다.


한편, 쓰레기 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쓰레기와 자연의 공존이 가능하다. 수도권매립지의 경우 3매립지에서만 매립이 진행되고 있다. (1, 2 매립지는 매립이 종료됐다.) 3매립지는 생활 폐기물과 건설 폐기물을 분리 매립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 건설 폐기물의 경우 미세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물을 뿌린다. 악취 방지를 위해 복토 작업도 잊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수도권매립지 내 악취 농도는 기준치를 훨씬 밑돈다. 특히 생활 폐기물과 건설 폐기물을 분리 매립함으로써 황화수소는 80분의 1로 감소했고, 암모니아는 4분의 1로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수도권매립지 관리공사는 에콰도르를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과 업무 협약을 맺고 쓰레기 매립지 관련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쓰레기를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수도권매립지 3매립장 곳곳에는 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이는 매립가스를 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시설이다. 포집정으로 흡입된 가스는 전기로 재탄생한다. 매립가스에는 메탄이 50% 함유돼 있어 연료로 가치가 있다. 연간 약 200억 원의 수입 에너지 대체 효과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때 생기는 폐수인 음폐수도 자원이 된다. 이물질을 제거하는 단계를 거친 음폐수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을 통해 바이오가스를 만든다. 하루동안 생산되는 바이오가스의 양만 약 45,500Nm³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40억 원이다. 온실가스 저감효과로 보면 일 년에 약 1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라고 하니 엄청난 일이다.

"환경문제는 기술의 문제로 많이 오인을 합니다. 대부분 환경문제를 차지하는 부분은 관심과 투자의 부분입니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김재영 교수)


현재 수도권매립지로 들어오는 전체 폐기물 중에서 다시 자원이 되는 비율은 25%라고 한다. 그런데 이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물환경처는 2027년까지 자체 폐기물에 대한 자원화율을 약 70% 이상까지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결국 쓰레기를 많이 자원화할수록 최종 매립하는 쓰레기의 양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애시당초 생산을 줄여야 한다. 재활용을 통해 자원 순환율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쓰레기를 아예 없애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쓰레기들을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문제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관심과 투자의 문제이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까지 8년 남았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잘 맞이할 수 있을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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