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 시사교양

인천 모자 살인사건의 주범, 이수정과 표창원의 의견은 달랐다

너의길을가라 2021. 9. 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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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KBS2 <표리부동> '어머니가 사라졌다' 편은 2003년 8월에 발생했던 한 참담한 사건을 다뤘다. 시작은 실종이었다. 인천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김 씨는 등산을 간다며 집을 나선 후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한 점은 집 안에서 김 씨의 지갑과 휴대전화가 발견된 것이다. 김 씨는 정말 등산을 간 걸까? 실종 한 달 뒤, 강원도 정선의 한 야산에서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신고자였던 둘째 아들의 진술을 들어보자. 둘째 아들은 결혼 후 분가해서 따로 살고 있었는데, 신고 3일 전 엄마와 형이 함께 살고 있는 집에 들렀다. 당시 엄마는 집에 없었다. 형에게 엄마의 부재에 대해 물어보자 등산을 가셨다고 대답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둘째 아들은 수면제를 복용 후 이틀 동안 꼬박 잠들었다. 그 후에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지구대를 찾아 신고하게 된 것이다.

뭔가 매끄럽지 않은 진술이다. 엄마의 집에서 수면제를 복용하고 이틀 내내 잤다는 것도 미심쩍다.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형부터 찾았다. 그런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 형은 어디로 간 걸까. 경찰은 형의 행적을 추적했다. 엄마가 실종된 다음 날, 형 소유의 차량이 집 앞 CCTV에 찍혀 있었다. 차량은 인천, 강릉, 동해, 울진, 봉화, 정선을 거쳐 다음 날 아침 인천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형 소유의 차 안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영수증을 찾았는데, 지문 감식 결과 그 영수증에서 둘째 아들이 지문이 발견됐다. 둘째 아들의 진술과는 배치되는 증거였다. 게다가 차량 내부의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제거된 정황이 발견됐다. 경찰은 둘째 아들의 행적을 탐문하기 시작했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통해 둘째 아들을 유력한 용의지로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둘째 아들은 16시간 만에 풀려났다. 살인을 입증할 직접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공개 수사로 전환하고 모자를 찾기 위해 애썼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사건 수사 한 달 후 의미있는 증거를 찾아냈다. CCTV에 찍힌 차량은 혼자 탔다고 하기에는 차체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던 것이다. 실험을 통해 차 안에 125kg의 물체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었다.

그때 결정적인 제보가 접수됐다. 목격자는 둘째 아들이 시체를 유기하는 장면을 봤다고 진술했다. 그 목격자는 충격적이게도 둘째 아들의 아내였다. 수사 초반만 해도 남편의 범행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던 그는 진술을 번복하고 범죄자로 자신이 남편을 지목했다. 아내는 사건 하루 전날 남편과 크게 다퉜고, 남편이 화해를 하자며 여행을 권유해 마지못해 따라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신은 수면제를 먹고 차 안에서 잠이 들었는데, 한참 후 눈을 떠보니 남편이 차 안에서 묵직한 가방을 꺼내 산으로 올라가더라는 얘기였다. 아내의 진술은 사실이었다. 경찰은 어머니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은 둘째 아들을 다시 체포했다. 어머니 시신이 발견된 후 둘째 아들은 모든 범행을 자백했고, 형의 시신 유기 장소(울진)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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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둘째 아들은 이와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경찰은 둘째 아들의 경제적 사정에 주목했다. 둘째 아들과 아내는 결혼 1년 만에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온갖 사치품을 사는데 돈을 쓴 결과였다. 또, 강원도 카지노를 수십 회 드나든 정황도 확인됐다. 둘째 아들은 수천 만 원 도박 빚을 지고 재산 문제로 가족들과 다툰 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둘째 아들은 7억 원 가치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엄마의 단호한 거절에 범행을 결심했던 것이다. 결국 부모 유산을 노린 존속살해 범죄였다. 그렇다면 형은 왜 죽였을까. 여기에서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와 표창원 프로파일러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수정은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형까지 살해했을 것이라 봤고, 표창원은 완전 범죄의 걸림돌이었던 형을 제거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사건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둘째 아들의 아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내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걸까.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던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둘째 아들은 그제서야 모든 범행을 아내와 함께 공모했다고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수정은 아내가 이 사건에 있어서 둘째 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을 거라 추측했다.


사건 당일에 두 사람이 7차례 총 80분 동안 통화한 내역이 확인됐고, 남편에게 지시해 재산을 가로채려 한 내용이 담긴 문제 메시지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집에서 범죄 관련 서적 및 가족 간 갈동의 원인 등을 분석한 심리학 서적도 발견됐다. 컴퓨터에는 범죄 관련 동영상 다운로드 흔적도 남아 있었다. 표창원은 부부가 완전 범죄를 위해 공부를 했을 것이라 봤다.

이에 대해 둘째 아들은 프로파일러를 꿈꿨던 아내가 보던 책과 동영상이라며 죄를 떠넘기려고 했다. 이수정은 이를 근거로 아내가 평소 공부했던 범죄 지식을 이용하여 남편에게 지시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하지만 표창원은 전혀 관련 없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반박했다. 아내가 프로파일러 공부를 했다면 지문이나 치아를 훼손한다고 신원 확인을 못한다고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째 아들은 아내보다 더 강한 범죄 동기를 갖고 있었다. 그건 엄마에 대한 원망이었다. 엄마는 가족 사진에서 둘째 아들 부분만 도려낼 정도였다. 표창원은 엄마에 대한 원망과 돈이라는 목적이 확실한 둘째 아들이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수정은 감정적 측면에서 아내도 만만치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혼을 반대했던 까닭에 고부 갈등도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는 우울증이 발병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시어머니를 살해 후 자살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아내에게도 분명 범행 동기는 있었다. 범행 도구를 구입할 때도 둘째 아들은 시신 처리에 필요한 세제만은 차마 구입하지 못하고 주저했는데, 그 마지막 퍼즐을 채운 것도 역시 아내였다. 치밀한 자만이 이후의 일을 생각할 수 있고, 감정적 개입 없이 범행을 계획할 수 있는 법이다.

이수정은 직접 살해하지 않았을 뿐, 단순 가담을 넘어 모든 범죄 과정에 관여했으리라 판단했다. 표창원은 아내가 결국 죽음을 선택했던 점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또, 아내가 사망한 상태이기 때문에 둘째 아들의 진술을 무조건 신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수정은 아내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이라 분석했다. 유서의 내용으로 미뤄보면 성격장애가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던 둘째 아들은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현재 복역중이다. 인천 모자 살인사건을 두고 표창원과 이수정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과연 어느 쪽의 추론이 좀더 진실에 부합할까. 양측의 주장이 맞부딪치면서 <표리부동>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흥미진진했다. 그래서일까. <표리부동>의 9회 시청률은 지난 주에 비해 0.5% 상승해 2.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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